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생산자물가는 하락한 반면 소비자물가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채소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폭등했다. 불과 한 달 만에 배추 46%, 피망 27%, 풋고추가 26% 올랐고, 오이 20%, 시금치와 무는 각각 17%와 7% 비싸졌다.
대형 음식료 업체의 가격 인상으로 지난 12월 밀가루와 소주 가격이 8%, 된장 고추장은 7%, 심지어 쌀도 6% 가까이 올랐다. 설을 한 달여 앞두고 차례상 차림 부담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올해 초 서민의 체감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이 평균 4%, 상수도 요금이 4.9% 오르는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통계청이 내놓은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해 매우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급등한 신선식품의 소비자물가 반영 비중이 낮은 면도 있지만, 통계청 물가가 체감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또 나오고 있다.
특히 원화절상에 따른 물가하락 영향에 있어서는 기업들이 가계보다 더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석 달간 꾸준히 하락하면서 12월에는 3년2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인 -1.2%를 기록했다.생산자물가 부담이 소비자물가 부담에 비해 급격히 줄고 있는 셈이다.
여기엔 최근 원화강세와 원유가격 안정세의 영향이 소비자물가보다 생산자물가 하락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랑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분석팀장은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 높아질 때 생산자물가는 0.46%포인트 낮아지지만 소비자물가는 0.06%포인트밖에 줄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원화절상이 물가 측면에선 석유가격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 공산품 중심의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원고(高)의 혜택을 많이 누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