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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교육과 현장의 미스매치, NCS가 해결해줄까?


정부가 스펙보다 직무능력이 우선되는 채용 시스템을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130개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전면 적용해 올해에만 3000여명을 채용한다. 10여년에 걸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797종이 개발을 완료했다. 능력중심의 사회로 이행해 가겠다는 NCS를 살펴봤다.


올해 공공기관 130곳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에 기반해 3000명을 신규채용한다. 정부가 스펙보다 직무능력이 우선되는 채용 시스템 확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먼저 공공기관부터 선도적으로 직무능력중심 채용을 도입한다. 과도한 스펙을 쌓는데들이는 비용과 기업이 신입 직원에게 재교육 시키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줄여 사회적 낭비를 막고 능력이 우선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직무능력중심의 채용모델을 이미 도입한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30개 공공기관은 올해 서류 및 면접전형 등을 통해 NCS 기반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도로공사 등 100개 공공기관은 올 상반기 중 컨설팅을 실시한 뒤, 하반기에 직무능력중심의 서류 및 면접전형을 진행한다. 다만 필기전형의 경우 취업준비생의 준비기간을 고려해 기관별 개편 내용을 미리 공고한 후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30개 기관은 내년 하반기에, 100개 기관은 2017년 상반기부터 시행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취업준비 매뉴얼, 필기, 면접 예시문제 등의 자료를 인터넷 NCS포털(ncs.go.kr)에 공개하는 한편 각 학교와 취업센터에 배포한다. 4월안으로 전국 권역별로 직무능력중심 채용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교육과 현장의 미스매치


청년 구직자들은 취업을 위해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학점, 토익, 각종 공모 대회, 해외 봉사 등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일부 구직자들은 대학 졸업 이후에도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느라 취업을 미룬다.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가 스펙을 쌓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학 등록금까지 포함해 평균 1인당 4천만원 정도로 조사됐다. 이런 비용을 쓰면서 힘겹게 취업에 성공하지만 실무경험 부족 등으로 직장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기업은 기업대로 애로사항이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 기간은 19.5개월이 소요되고 1인당 재교육 비용은 6천88만원으로 집계됐다. 현행 직업교육과 훈련 및 자격제도는 산업현장과 괴리되어 기업이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추가적인 교육비용이 소요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일부 교육과 훈련과정 및 자격종목은 개인의 직업능력 향상 도구가 아닌 불필요한 스펙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 신규취업자의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기업 직무 간 불일치 비율은 2011년 기준 4년제 대학의 경우 14.0%, 전문대의 경우 26.0%, 전문계고의 경우 15.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현 정부는 ‘능력중심사회 만들기’를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한국의 직업교육훈련체제에 대한 전면적 개편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NCS기반 채용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하고 민간으로의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제2의 스펙 경쟁 우려도 있다. NCS 채용설명회에 참석한 한상진(가명, 32)씨는 “직무 관련성 있는 경력과 업무역량을 쌓으려면 또 다른 노력을 들여야 할 것 아니냐”면서 “또 기존 스펙이 채용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될 것이라는 확신도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결국 구직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스펙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또 현재 구직자들에게 NCS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공기업채용 설명회에는 매번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구직자들이 몰리고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란?


‘능력중심사회 만들기’ 국정과제의 핵심은 바로 국가직무능력표준(이하 NCS)이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지식·기술·태도)을 국가적 차원에서 표준화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산업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해 해당 분야의 직무명세서이자 인재양성지침서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습모듈도 제공하고 있다. 학습모듈은 NCS의 능력단위의 구체적 직무를 이론 및 실습과 관련된 내용을 상세히 보여줌으로서 교육·훈련에서 학습할 수 있다. 사실 NCS는 자격제도와 교육훈련제도가 산업현장의 변화하는 수요에 시기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2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공급자 중심으로 이원화돼 운영되어 온 교육-훈련-자격을 연계하고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인재개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이었던 것이다. 시작된 것은 10여 년 전이지만 본격적인 개발은 최근 2년 사이에 이뤄졌다. NCS는 대·중·소 세 분류 4단계로 구성된 분류체계에 따라 산업현장의 직무를 세분화 했다. 현재 대분류 24개, 중분류 77개, 소분류 277개 세 분류 857개로 구성돼 있다. 총857개 분야 중 지난해까지 797개가 개발되고 보완됐다. NCS 1개당 10여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부터는 개발된 NCS를 가지고 범정부 차원에서 교육훈련 및 자격제도와 산업현장의 활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먼저 교육훈련 및 자격제도를 NCS에 맞추어 대대적으로 혁신한다. 체계화된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개발된 학습모듈로 학교교육과 직업훈련에 동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스펙보다 직무 능력이 우선되는 채용 시스템 확산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한국산업인력공단, NCS 적용해 114명 채용


NCS의 개발을 주도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박영범, 이하 공단)은 3월 16일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적용해 실시한 직원(채용형 청년인턴, 시간선택제, 공공기관형 일학습병행제 등)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114명을 채용했다. 아직 대학생인 송지혜(가명, 23세)씨는 ‘본인이 알고 있는 공단 사업과 홍보계획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 설명하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많이 당황했었다. 하지만 그동안 공단에 대해서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했고 이번에 합격할 수 있었다. 송씨는 “스펙 확인용 질문이 아닌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를 찾기 위한 질문을 통해 NCS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합격한 손가희(가명, 30세)씨는 지난해 다른 공공기관에서 6개월간 인턴 경험이 이번 채용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필기시험의 경우 취업준비생이라면 누구나 준비했던 난이도였지만 직무능력평가 부분은 현장상황에 대한 문제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손씨는 말했다. 특히 면접의 경우 직무능력 검증에 초점을 맞춘 질문이 많아서 이런 게 NCS인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단은 이번 필기시험(기초직업능력평가)에 합격한 면접시험 응시자를 대상으로 NCS 기반 채용에 대한 인식과 제도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시자들은 NCS기반 채용문화 확산에 대해 89%가 긍정적 반응(그렇다 이상)을 보였다. 또 공단이 실시한 직무역량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의 질문이 직무내용과의 연관성(그렇다 이상)이 높다는 응답도 66%로 나타났다. 면접시험 응시 설문대상자 일반특성을 분석한 결과, 학력, 어학 등을 기재하지 않은 공단의 스펙초월 채용시스템을 통해 토익 700점 미만인 응시자도 13%였으며, 어학연수 경험이 없는 응시자가 60%나 되는 반면 취업이나 인턴경험 등 실무경험이 있는 응시자도 56%의 비중을 차지하는 특성을 보였다.


국내 첫 NCS 도입 기업, 현진소재


민간기업 가운데 이미 NC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부산에 있는 금속소재 단조물 제조업체인 현진소재는 채용 시 스펙 대신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따라 만들어진 채용 체크리스트를 활용한다. 채용 체크리스트는 근로자 채용 시 해당 직급에 요구되는 직업능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도구로, 능력여부를 평가문항에 따라 체크해 채용을 결정하는 것이다. 채용 후에는 직원들의 경력개발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평생경력개발 모형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평생경력개발 모형은 한 개인이 직업생활에 종사하는 동안 계획하게 되는 직위나 역할이동 경로를 도식화해 제시한 모형으로, 일을 하는 동안 자신이 어떤 경로로 성장해 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미래 성장표’를 확인하고 이를 활용해 체계적인 경력개발이 가능하다.


아울러, 현진소재(주)는 NCS와 평생경력개발모형에 따라 철저하게 현장에 필요한 직무를 습득할 수 있는 훈련프로그램을 설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사 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직무별로 필요한 역량을 도출하고, 이에 맞는 교육과정과 교재를 개발해 금속가공 등 4개 분야 8개 과정 2,300명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하고 있다. 채용뿐만 아니라 배치·승진 등 인사관리에 있어서도 연공서열에 의존하지 않고 NCS에 기반해서 분석한 체크리스트를 활용하고 있다. 현진소재(주)는 “NCS의 활용으로 직업훈련 및 인사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되었고,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되면서 장기근속 및 조직력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직원들에게는 평생능력개발에 대한 동기부여와 함께 목표설정 및 가이드라인까지 제공하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업수요 중심 인력양성 및 일·학습 병행 확산


NCS와 발맞춰 직업교육도 현장중심으로 혁신해 실무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기른다. 가칭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를 올해 9개교에 도입·운영한다. 2017년까지 전국의 모든 국가산업단지와 연계해 41개교로 확대하는 동시에 기업의 도제식 훈련 기반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고등학교 입학단계부터 취업을 보장받고 미래 직업과 연계된 맞춤형 직업교육을 통해 숙련 기술인으로 성장하는 가칭 ‘취업보장형 고등전문대’도 16개교 시범 도입한다. 희망하는 모든 일반고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에게는 직업교육을 제공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의 현장성을 강화해 기업과 국민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개선하고, 산업계(SC)
주도 NCS 학습모듈 개발을 통해 특성화고와 전문대학의 교육과정을 NCS 기반으로 개편한다. 대학-
산업간 인적자원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대학 체질도 혁신한다.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을 감안해 권역별로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을 통해 학과 개편, 정원 조정 등 인력 공급을 조정함으로써 양적 미스매치를 해소한다. 이와 함께 대학구조개혁 평가결과에 따라 정원감축, 재정지원 제한 등의 조치를 추진하고 동시에 대학에 개별 컨설팅을 제공해 맞춤형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이행을 지원한다.


질적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대학의 교육과정과 현장실습을 취업보장형으로 혁신한다. 이를 위해, ‘취업약정형 주문식 교육과정’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 등을 확대한다. 동시에 대학의 창업휴학제 등 창업친화적 학사제도를 안착시킨다. 또 성인학습자 후진학·선학습기회를 크게 확대한다. 고졸 재직자가 대학 진학 시 국가장학금 우선 지원 등 학비부담을 완화하고, 4년제 대학의 학사구조를 유연화해 재직자 등 성인 전담 ‘성인 단과대학(학부)’ 신설을 검토한다.


NCS를 넘어 NQF로


현 정부 들어와 ‘능력중심사회 만들기’가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한국의 직업교육 훈련체제에 대한 전면적 개편이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 1990년대 이후 들어선 이전 정부에서도 능력으로 평가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은 꾸준히 추진돼 왔다. 과거 ‘신지식인 육성정책’, ‘열린 고용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렇듯 매 정권마다 능력중심 사회구축이 핵심적인 사회정책 가운데 하나로 설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NCS처럼 국가 전반에 교육훈련에서부터 자격, 실무까지 연계해 하나로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는 처음이다. 사실 세계 유수의 나라들은 이미 직업표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VAAS(Vocational Ability assessment Standards), 독일은 국가직업표준인 NOS(National Occupation Standards), 호주는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를 정해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들을 구체화해 중등교육 이후 직업능력 개발 등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산업계의 요구와 참여를 통해 개발한 NCS를 기반으로 국가의 교육·훈련 및 자격제도를 개편하고, 노동시장에서 이러한 능력이 채용·승진·보상과 연계되는 직무능력 평가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확산되는 성공모델을 창출해 궁극적으로 국가역량체계(NQF ; National Qualification Framework)를 구축하려고 한다. NCS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학력·스펙 중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능력중심의 사회로 이행의 기폭제가 될지 기대해 본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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