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획


성숙한 '기부문화'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돈과 물건을 대가 없이 내놓는 ‘기부’는 과거 ‘금전’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기부는 물품을 넘어 재능, 교육, 식품 등으로 제공의 대상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상대적 부유층의 ‘선심’에만 의존했던 기부가 일반인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사회활동으로 진화한 것이다.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과 올바른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에 대해 알아봤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자선구호재단(CharitiesAid Foundation)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WGI)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는 60위에 자리매김했다. 2년 전 45위보다 크게 하락한 순위. 1위는 미얀마와 미국이 차지했고, 캐나다, 아일랜드, 뉴질랜드가 그 뒤를 이었다. 세계기부지수는 전 세계 135개국을 대상으로 금전기부, 봉사활동, 낯선 이에게 도움을 주는 정도 등 3가지 기부 행동을 범주화해 평가·발표한다.


이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기부지수가 현저히 낮은 편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국민들
의 인식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기부에 대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참
여도는 상당히 인색한 편이다. 미국, 영국 등의 나라와 비교했을 때 ‘저명인사·재력가들의 기부가 부족한
현실’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물론 일부전문가들은 “자선구호재단의 발표는 단순히 수치에 불과할 뿐”
이라며 “우리나라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실제로 우
리 사회에서도 기부와 나눔이 전반에 스며드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펀드레이저(Fundraiser)’라고 불리는 모금가의 중요성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진화하는 기부문화


지난 3월 애플 CEO인 팀 쿡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자신의 조카와 관련한 교육 지원을 모두 마친 뒤에는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천명했다. 그가 ‘대국민 약속’을 발표한 날 한국 언론은 자국의 기부문화를 재조명했다. 미국은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워런 버핏을 비롯해 미국프로풋볼(NFL) 버팔로 빌스의 전 구단주 윌슨 주어 등 사후 재산환원을 약속한 ‘기부왕’들이 다수 존재한다. 시민들은 이런 파워엘리트들에게 기부왕으로 부르며 존경을 표한다.


이해 반해 우리나라는 사회 내 반향을 일으킬 만한 기부가가 상대적으로 적다. 다른 나라에 비해 기부지수도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통계는 다르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 국내 나눔실태결과를 보면, 기부총액은 11년 11조1천5백억원에서 13년 12조4천9백억원으로 증가하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후원 및 기부 참여율 또한 2009년 32.3%에서 2011년 36%, 2013년 34.5%로 완만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모금가 정현경씨는 “우리나라는 기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한 뒤 “기부와 모금 중심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기부 지수 1위를 차지한 미국은 독립 이후 사회에 잔존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려 노력했다.그러나 공적 기관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자연스레 민간영역의 사회문제 참여로 이어졌다. 미국 시민들은 스스로 자구책을 내놓았다. 자발적 해결을 도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나온 부산물이 바로 ‘나눔과 기부’ 문화다. 미얀마의 기부지수가 높은 이유도 ‘불교’의 역할이 컸다. 내세중심의 종교가 기부 문화 정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기부자에 대한 예우·관리가 필요


우리나라의 기부가 저조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부자에 대한 예우나 법적 관리가 없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만약 유산기부를 했다면 기부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금전적·사회적 보장을 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에 관한 마땅한 제도가 없다. 이는 기부문화 활성화에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은 기부액의 50% 이내에서 기부자가 사망할 때까지 생활비를 지원해준다. 병원이나 학교에 고액기부를 할 경우에는 기부자의 일상생활 영위를 도와준다.


우리나라도 나눔 실천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 및 인정을 강화할 수 있는 근거마련을 위해 ‘나눔기본법’을 2012년 12월 입법예고했지만 아직 개정 중이다. 문정림(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나눔기본법’은 부처별로 흩어져있는 물적나눔, 인적나눔, 생명나눔 관련 정책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돼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법을 통합·개선한 법안이다.


나눔 실천자의 사회적 인정을 강화하고 일명 ‘김장훈 법’이라고 불리는 기부연금제도의 도입을 근거로 삼고 있다. 기부연금제도는 기부자가 현금이나 부동산 등을 공익법인 등에 기부하게 되면 본인 또는 지정자에게 기부가액의 일정액을 연금 형태로 정기적 지급하는 계획기부(Planned giving) 모델의 하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한 제도다. 미국은 45개 주가 공법으로 ‘Charitable Gift Annuity Model Act’를 운영하고 있다. 기부액의 40~50%에 대해 세금감면도 해준다. 이렇듯 다양한 세제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기부 활성화를 유도한다. ‘나눔기본법’이 통과되어 기부자들의 예우 및 관리에 힘을 실어줘야 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양한 기부의 확산


과거의 기부는 자산과 현물이 중심인 금전기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자신의 재능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재능기부’, 생명을 나누는 혈액기부 등 종류가 다양해졌다. 이제는 남을 돕는 행위가 한정된 계층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저변이 넓어졌다. 물질이 없어도 ‘나 자신’이 다양한 형태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여기에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과 유명인들의 ‘나눔’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기부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기존의 ARS 방식 기부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지금은 SNS를 통해 기부한다.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Healing Heroes’ 페이스북 페이지는 사람들이 영상만 봐도 기부가 된다. 영상에 ‘좋아요’ 혹은 ‘공유’만 클릭하면 클릭 수에 따라 일정 금액이 아동후원에 쓰이는 시스템이다. ‘좋아요의 기적’을 표방해 아동 후원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착한 앱도 등장했다. 일상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걸을 때 켜두기만 해도 10m당 1원씩 적립돼 기부가 되는 어플 ‘빅워크’가 대표적이다. ‘미리내’라는 어플은 1분 정도의 광고를 시청하면 적립금과 기부금이 쌓인다. 통화만 해도 기부가 이루어지는 어플도 나왔다. 부담스러웠던 기부가 친숙함과 접근성을 무기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한 해 기부 열풍을 주도했던 프로그램은 단연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꼽을 수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환자들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작년 여름 미국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었는데 참가자가 세 명을 지목하면 지목당한 사람은 24시간 안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ALS 단체에 기부를 해야한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것을 선택했다면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려야 하는데 이 유쾌한 이벤트는 루게릭병 환자들의 고통을 널리 인식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기부열풍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하면서 ALS 단체의 기부금도 이벤트 이전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기부에 재미가 가미된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일회성 재미’에만 치중하는 경향을 보여 종전의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 생명문화연구가이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위원인 이광호 박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가톨릭 신자 또는 인간생명에 대한 존중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스 버킷 챌린지의 심층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박사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후원금을 마련하는 행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 연구는 인간의 생명이 시작된 배아를 실험 재료로 사용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나눔을 전파하는 ‘모금가’


‘나눔’이 사회 전반에 스며들면서 펀드레이저라 불리는 모금가의 중요성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자동차로 치자면 엔진입니다.” 한국모금가협회 박재현 사무국장은 비영리의 모금가들을 ‘엔진’이라 칭했다. 엔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차량 외관이나 시트처럼 디자인이 화려하지도 않다. 그러나 자동차가 ‘달리는 데 있어’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한마디로 자동차의 심장 노릇을 하는 것이 엔진인데 박 사무국장은 “이러한 엔진의 속성이 펀드레이저의 활동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전한다.


즉, 사람들의 지지와 후원을 받고 사람들을 모아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모금가의 활동이 ‘성숙한 한국사회로 가는’ 엔진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협회는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고 또 중요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특별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이자 모금가인 정현경 씨는 “모금과 기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라며 기부문화를 알아야만 모금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를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마케팅적으로만 접근해서 돈만 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왜 기부를 하는지 무엇 때문에 하는지 그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순하게 재미로 기부에 참여하고 만다면 그것은 꾸준한 참여가 아닌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또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재미에 치중한 기부문화에 적응돼 버리면 나중에는 조금만 흥미가 떨어져도 기부를 하지 않는 상황이 온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명분’을 중요시했다. 모금가라고 하면 단순히 돈을 모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모금은 돈을 모으는 것이 전부가 아닌 돈을 왜 모으는지에 대한 명분을 전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명분을 널리 알려서 금전, 재능기부 등을 더 활성화하는 게 본질이라고 전했다. 기부 자원들을 모아서 사회 내 구석구석 적절히 배분하는 역할, 사회에 스며든 다음에는 기부자들에게 어디에 쓰이는지 잘 설명하고 또 ‘그다음’을 기획하는 역할이 모금가의 본령이라고 설명했다.


기부문화의 올바른 성장에 앞장서고 있는 현장의 모금전문가들은 2014년 ‘한국모금가협회’를 설립했다. 확실한 사명감, 높은 윤리의식, NPO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사람들이 믿고 자선을 실천할 수 있도록 신뢰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협회를 창설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모금가를 위한 협회가 전무했다. 모금가 협회는 실무자들이 모금이라는 업무에 대해 직업의식을 가지고 전문성과 윤리성을 바탕으로 일을 잘할 수 있게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실무자의 역량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로서 ‘기부’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윤리성과 전문성 갖추어야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인적, 사회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이 많다. 한국모금가협회 박재현 사무국장은 모금가의 입장에서 두 가지가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리성’과 ‘전문성’을 강조한 것이다. 윤리성은 모금기관이 기부자가 기부한 돈을 얼마나 깨끗하게 썼는가를 나타내는 것이고, 전문성은 이 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사용했는가를 측정하는 지표다.


그는 “이 두 가지가 완성된다면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성과 전문성이 갖춰지면 사람들은 플랫폼을 신뢰하며 기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속적인 기부로 나아가는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게 박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기부금 중 몇 퍼센트가 어느 곳에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계획대로 일하면 이는 내부적으로도 모금가들의 역량 강화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완전히 이루어졌을 때 기부자들에게도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윤리성과 전문성이 전제되어 기부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금가 정현경 씨도 이러한 의견에 동의했다. 또한 기부문화가 활성화되려면 가장 먼저 ‘사회적 신뢰’의 확보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현재 ‘나눔’이 스며드는 속도는 느리지만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지고 오는 것만은 확실하다.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작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성숙한 ‘나눔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과 노력이 필요할 때다.


MeCONOMY Magazine May 2015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
정부 “의대 정원 확대는 불변”... 의협 차기회장 “대정부 강경투쟁”
대한의사협회가 임현택 차기 협회장을 중심으로 대정부 강경 투쟁에 나설 전망인 가운데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정상화의 필요조건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7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27년 만의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 정상화를 시작하는 필요조건”이라며 “의대 정원을 늘려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를 확충해야한다" 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의사들은 갈등을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의료 정상화 방안을 발전시키는데 함께 해달라"고 말하며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하도록 설득해주고 정부와 대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면서 의료 공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데. 그런 가운데 정부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군의관 200명이 현장에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한편,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은 "전공의 등이 한 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을 하겠다"며 강경대응 입장을 굽히지 않아 의정 간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임현택 회장의 임기는 오는 5월 1일부터지만,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해 꾸려진 의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