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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독서인구, 저변확대가 시급하다


“그 사람의 인격은 그 사람이 읽은 책으로 알 수 있다.” 영국 작가 새뮤얼 스마일스가 한 말이다. 그만큼 독서는한 사람의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뿐더러 나아가 인생의 해답을 찾기도 한다. 오늘날 차분히 책을 벗할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성공한 자들, 지각 있는 사람,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결국 ‘독서’로 귀결된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이다. 지난 2007년 12.1권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어 작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4/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2014년 소비자들의 가구당 도서 구입비는 1만8천154원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전년 1만8천690원 보다 2.9%(536원) 감소한 수치이다.


소비지출 중 전체 오락문화비는 9만9천522원에서 14만6천814원으로 증가했지만, 오락문화비 가운데 서적구입비(교과서, 참고서 및 학습교재, 기타서적)는 2만6천346원에서 1만8천154원으로 31.1%나 감소하였다. 간단한 통계로도 독서량이 해가 갈수록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출퇴근길의 지루함을 ‘독서’로 달랬다. 공원 잔디에 누워 독서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버스와 지하철을 타보면 차내 풍경이 달라졌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100명 가운데 95명의 눈이 스마트폰을 향해 있다. 최신 뉴스기사를 검색하고 동영상을 보고 휴대폰 게임을 하면서 지루함을 이겨낸다.


스마트폰의 ‘스마트한’ 문명이 일상 깊숙이 스며들면서 현대인의 생활풍경도 ‘스마트하게’ 변한 것일까. 우리는 정보를 더 이상 책이 아닌 스마트폰에서 얻는다. 책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사색할 시간이 ‘없어졌다’고 푸념한다. 그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지 등을 깨닫지도 못한채 살아가고 있다. 즉 검색이 사색을 방해하고 있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나라의 독서문화를 알아보고 독서진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사색시간의 부재


우리나라 국민들은 평소에 얼마만큼의 책을 읽고 있을까. 성인남녀에게 물어봤다. “책을 얼마나 읽으시나요?”라는 물음에, 대학생 정연주(여·26)씨는 한 달에 두 권이라고 답했다. 그는 2주에 한 번씩 열리는 학과 독서모임에 참여한다고 했다. 책을 읽어야만 토론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모임에 맞춰 독서량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홍현기(남·28)씨는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경찰시험 준비 때문에 바쁘지만 한 달에 두 세권 정도는 읽는다고 답했다. 지식 충전용으로 전공서적을 가장 많이 읽고, 야구에 관심이 있어서 야구·메이저리그 관련 서적을 주로 찾는다고 밝혔다.


직장인 김희연(여·24)씨는 세 권 정도를 읽었다. 독서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나 자신은 원래 감성적인 사람인데 현실사회에서는 이성과 논리로만 행동하고 움직여야 하기에 감성에 대한 갈증을 독서로 채운다”라면서 “책을 읽으면 상상력도 풍부해지고 머릿속으로 내 생각을 구체적으로 그려 볼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낀다”고 밝혔다. 반면 직장인 김영주(여·45) 씨는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답했다. “회사 업무를 소화하기에도 벅차 독서를 할 여유가 없다”라고 말한 뒤 “예전엔 많이 읽었지만 지금은 한 달에 한권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부족을 독서량 저하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정유준(남·29)씨, “작년부터 인문학 서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사실 전공서적과 외국어 관련 서적을 제외하고는 원래 책을 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가 인문학 서적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다. 금융권 취업이 목표인 정 씨는 최근 증권·은행권의 채용 흐름이 인문학 독서를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해‘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차분히 책을 음미할 시간과 여유는 없다고 아쉬워했다. 독서의 목적이 사색이 아닌 취업으로 바뀌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독서를 할 의지는 충분히 있으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 많이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책을 선택할 때 대학생들은 주로 전공수업과 취업에 관련된 서적을 중심으로 골랐다.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에 항상 올라와 있는 외국어 서적만 보더라도 짐작이 가능한 부분이다. 모든 이들은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데 중요한 것이 ‘독서’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이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시간과 사색이 필요한 독서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사치로 전락해 버렸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도 다양해지면서 굳이 책을 손에 집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게 되었다.


청소년들의 독서량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청소년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대학 입시에만 몰두해야 하는 과중한 학업부담이다. (사)한국독서능력개발원(이사장:박진규) 성충모 사무총장은 “학습과 매개되지 않은 책 읽기는 철저하게 배제될 수밖에 없고, 매체환경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소년기의 특성도 책을 멀리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또한 성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구조적인 모순으로 신음하는 교육과정과 입시제도, 독서 문화를 총괄적으로 손보지 않는 한 청소년들에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심어준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성 사무총장은 전했다. 하지만 중학교의 자율학기제도와 융·복합 학습과목의 등장은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배경지식 쌓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서광이 보이는 점도 분명 있다고 말했다.



인문학의 부흥


독서문화가 위기에 봉착한 것처럼 보였지만 몇 년 전 인문학이 다시 떠오르면서 서적시장은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갑자기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사회 도처에 널려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경제학이나 경영학 등 실용학문에서만 찾을수는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에서 그 답을 찾기 시작했다.


이는 취업의 패러다임도 바꾸어 놓았다. 기존 기업들의 인재 선발기준은 ‘고스펙’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취업 맞춤형 인재가 아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자’로 기준이 옮겨졌고 이는 인문학 열풍을 부채질했다. 작년 한 금융기업은 자기소개서에 ‘기업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서술하라는 항목을 넣었으며, 이 기업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문학 도서 중에 추천하고 싶은 책과 그 이유’에 대해 서술하는 항목을 넣었다.


금융권의 인문학 열풍 바람은 일반 기업으로 옮겨갔다. 컴퓨터와 어학자격증을 우선시 했던 기업들은 역사 관련 자격증을 우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 정부도 ‘인문학 바람’에 동참했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을 내걸었다. 도서관과 박물관 등 문화시설과 연계하며 인문학 관련 문화예술 프로그램 지원을 확대했다.


그 해 6월에는 문화융성의 일환으로 초등학교와 중학생의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에 목적을 둔 ‘박물관·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또한 사회의 다양한 주제를 인문학과 연계시켜 인문학이 지루하고 딱딱한 학문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는데 일조하는 다양한 강좌와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인문학의 부흥으로 독서시장이 활기를 띈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독서인구의 튼튼한 저변 확대는 요원하다.


외국의 독서문화 본받아야


‘독서’의 효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책’은 작가 한사람의 삶 전체가 집약되어 있다. 우리는 종이로 인쇄된 단 한권의 책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현실에서 얻지 못하는 해답을 책을 통해 찾기도 한다. 때로는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되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독서는 독자를 수천 년 전의 과거로 안내하기도 하고 미래의 세계로 인도하기도 한다. 이렇게 안내되고 인도되면서 저자와 대화를 하고 작중인물처럼 행동도 하고 감정 이입을 통해 자극을 서로 주고받는다.


이를 통해 사회의 가치 규범과 문화를 습득하고 공동체적 삶의 질서 속에 개인과 주체적인 삶을 연관시키기도 하는데, 이러한 사고 과정은 독자에게 폭넓고 깊이 있는 삶을 간접 체험하게 만드는 부수효과를 가져다준다. 역사책을 통해서 과거의 인물과 친구가되고 머릿속에서 당대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책’이다. 책을 단순히 정서함양이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가생활의 범주를 넘어서 국가 차원의 지식경쟁력으로 인식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우리와 가까운 나라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후 구호품에 물과 식량, 그 다음에 책을 원했다고 한다. 서점과 도서관이 소실되어서 임시주차장에서 책을 기다렸다. 일본인들의 오랫동안 책 읽는 습관은 자신의 터전을 잃은 상황에서도 마시고 먹는 것 다음으로 책을 구입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세계 전인교육의 효시’ 핀란드는 전 국민의 77%가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독서를 한다. 또한 핀란드어와 영어의 어순은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 국민 70%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핀란드가 교육의 강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독서’다. 암기식 교육이 아닌 독서를 통한 ‘읽기교육’을 도입하면서 상상력, 판단력, 자아 정체성을 학생들에게확립시켜 준다. 올바르게 자아가 형성된 이들은 자연스레 배려와 협동을 몸으로 익히며 자란다. 또한 국민의 약 80%가 도서관을 이용한다는 통계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놀랄 만한 수치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독특한 독서문화를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독서문화를 습득하는 것이 아닌 ‘독서와 학습의 연계’가 바로 그것이다. 강요된 독서가 흥미로울 리가 없다.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취직을 위해, 승진을 위해 억지로 하는 독서는 일회성에 그칠 뿐이다.


자연스런 독서환경 조성돼야


독서가 자연스럽게 일상의 한 부분으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독서환경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유아기 때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은 모방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가 독서를 즐긴다면 아이도 자연스레 따라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의 독서습관 형성을 위해 부모가 도서관·서점에 자주 데려가거나 독서박람회를 가는 등 자연스런 독서분위기를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 어릴 적부터 중요하다. 개인 스스로 자발적인 책 읽기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책 읽기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미 청소년기에 이런 습관을 기르기에는 사실상 늦다. 유아·초등 시기 때 길러진 ‘책 읽기 습관’은 성장하면서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사)성충모 사무총장(사진)은 독서문화를 활성화 하려면 무엇보다도 ‘독서 인구를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서는 강제성을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책 읽는 즐거움을 찾게 해야만 커서도 독서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성 사무총장은 “가정과 학교, 직장을 포함한 온 사회가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 “각종 전파매체와 전자매체에 편중된 여가 활용을 전통적인 인쇄매체로 환원하는 다양한 노력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서 관련 정보 제공과 독서교육,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독서캠페인 전개와 책으로 선물하는 문화 만들기 등 언론과 매스컴의 독서운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MeCONOMY Magazine Ma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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