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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M


[악! 시내버스에서 울리는 곡소리]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난폭운전 여전

가려진 실명카드, 시내버스 운행 실태


난폭운전이 일어나고 있는 버스 안에서 서있는 승객들은 위험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 승객들이 달리는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손잡이를 꽉 잡는 것 밖에 없다. 너무 하다 싶을 땐 해당업체 및 해당버스를 운전하는 운전자의 정보를 적어서 항의하는 게 고작이다. 문제는 노출시켜야 되는 이 정보마저도 가리고 운행하고 있다는 것. 본지에서는 지난달 한 민원인이 제기한 시내버스 난폭운행과 관련해 취재했다.


지난 7월16일 밤 10시께 뮤지컬공연을 관람한 후 집에 가기 위해 마을버스에 올랐던 김예슬(32, 가명)씨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공연이 막 끝난 시간이라 버스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운전사는 뭐에 화가 나있는지 ‘뒤로 들어가라’는 말만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고개를 돌리기 힘들 정도로 승객을 가득 실은 버스는 곧 급출발을 했고 다음 버스정류소에 급정거를 했다. 운전사의 난폭운전으로 버스 안에 있던 승객들은 서로 발을 밟고 부딪치는 상황이 생겼다.


이에 격분한 몇 명의 승객은 ‘더 이상 이 버스를 타고 갈 수 없다’며 지하철역과 연계된 버스정류소에서 내리기도 했다. 김씨는 급출발과 급정거로 승객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운전자가 너무 한다고 생각해 신고하기로 맘먹고 차량에 대한 정보와 운전기사 정보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주요정보가 안전봉 손잡이로 가려져 있어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 씨는 “평소 출퇴근 시 자주 이용하는 버스인데 정보까지 가려 놓고 운전을 하는 것은 운전자가 평소 자신이 난폭운전을 한다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정보를 가려놓은 게 아니겠냐”고 격분했다.


시정조치 후 사진 다시 보내와


본지는 김씨의 제보를 받은 후 버스의 시설점검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봤다. 서울특별시 마을버스 운송조합 관계자는 “구청과 협약을 통해 환경점검이라고 해서 구비서류가 잘 비치돼 있는지, 일년에 상반기, 하반기 두 번에 걸쳐 점검을 한다”며 “고의적으로 감춘 것은 아닐 것이고 마을버스가 작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연히 시정조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 같은 상황에 급한 상황에서는 바로 120으로 전화해 몇 시에 몇 번 버스를 탔다고만 말해도 시청으로 신고가 접수된다”고 말했다. 확인한 결과 비치의무는 주지만 이에 대한 점검은 잘 이뤄지지 않은 듯 했다. 취재원은 업체에 실제 확인을 부탁했다.


해당 운수 관계자는 “운전사 실명카드와 신고엽서 등을 내리는 문 쪽에 부착하라는 시의 지시명령을 받아 붙인 것”이라며 “마을버스는 일반 시내버스 보다 크기가 작아 붙일 곳이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안전봉으로 실명카드를 고의로 가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안전봉은 원래 차가 처음 나올 때 부착돼서 나온다”며 “승객들이 보기 편하시라고 뒷문에 붙여놓은 것인데 불편하고 더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다시 옮겨 붙이겠다”고 전했다. 이후 다시 붙인 모습을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실제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충분히 봉을 피해 붙일 공간은 애초부터 충분했다.


‘시민의 발’ 버스, 안에서는 무슨 일이


사실 버스의 난폭운전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버스 난폭운전의 가장 큰 문제는 승객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데 있다. 시내버스는 좌석 승객보다 입석 승객이 많아 난폭운전을 할 경우 승객들이 자칫 중심을 잃기라도 한다면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지혜(52, 가명)씨는 지난해 버스 안에서 넘어져 크게 다쳤다. 교통카드를 찍고 들어가려는 순간 버스의 급출발로 차량 탑승입구 계단으로 떨어졌다. 윤씨는 “그런데도 운전사가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다시 일어나길 기다렸다가 출발했다”면서 “운전사에게 ‘급출발로 사람이 아래로 떨어져 고꾸라졌는데 아무 할 말이 없냐’고 했더니 그제서야 ‘괜찮냐’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윤씨는 “너무 화가나서 경찰에 신고하고 나서야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버스업체에서는 버스 안에 ‘차가 정지하면 일어나세요’라는 문구는 적어 두고 있지만 이 또한 운전사들이 잘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게 승객들의 증언이다. 출입문을 살짝 열었다가 바로 닫고 출발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다보니 버스운행에 대한 3대 민원 중 하나가 난폭운전이다. 취재원이 일주일가량 여러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주의 깊게 살펴본 결과 아직도 안전은 알아서 승객이 책임지라는 식의 난폭운전이 많았다. 그럼에도 난폭운전에 항의하는 승객은 드물었다. 버스에서 내릴 때 마지못해 ‘운전 살살히 좀 하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승객들의 가장 큰 항의인 듯 했다.


택시는 특별관리, 버스는?


서울시는 5월 승차거부, 불친절 등 택시 민원을 2018년까지 반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민원 전담 TF팀을 꾸리고 관리해 올해 1/4분기만 해도 지난해 대비 16.1% 감소했다고 전했다. 승차거부와 함께 민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불친절’을 근절하기 위해 모호한 ‘불친절’에 대한 기준부터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불친절이 주관적 기준이다 보니 기존에 불친절로 신고 되면 ‘경고’에 그쳤던 점을 보완하고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택시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 반면 버스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버스와 관련된 신고건수는 총1만2천28건이다. 그 가운데 승하차 전 출발, 무정차 통과가 6천715건으로 전체의 반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2천801건으로 불친절, 1천339건으로 난폭운전이 많았다.


서울시는 대표적으로 120 다산콜센터에서 직접 버스 관련 민원을 받는다. 그렇게 접수된 민원은 버스정책과를 거쳐 해당 운수에 시정조치가 취해진다. 시민이 직접 운수회사로 전화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오병환 주무관은 “난폭운전이라는 것은 사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애매한 부분이 많다”면서 “민원이 발생하면 버스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해 어느 누구든지 느낄 수 있는 난폭운전이 있을 경우에는 당연히 경고를 주고 그래도 시정이 안 된다면 당연히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취한다”고 말했다.


오 주무관은 이어 매일 점검원들 16명이 임의적으로 운수회사에 알리지 않고 암행을 다닌다고 밝혔으나 그 단속 자체도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가 많아 보였다. 난폭운전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으니 사실상 계도 위주의 제재인 셈이다. 반면 제기된 민원에 가하는 제재 조치 말고 잘 하고 있는 운수회사에 주는 인센티브는 없다고 답했다.


서울시가 택시에 대해서는 서비스 개선과 민원을 줄이기 위한 택시회사의 노력이 서비스 평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민원관리’ 지표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며, 계속해서 민원이 많은 회사는 카드결제수수료 중단, 서비스 평가 시 불이익 등 패널티 부여 및 특별관리 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성남시, 버스민원 3진 아웃제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에 대한 관리는 비단 서울시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 7월1일 부터 성남시가 ‘버스민원 3진 아웃제’를 시행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5일 버스의 무정차나 난폭운전을 현장에서 점검해 바로잡기 위해 방문한 모란역 버스정류장 현장에서 이같이 밝혔다. ‘3진 아웃제’는 한 달을 주기로 버스 운수 업체별 무정차, 승차거부 등으로 인한 민원 개수와 버스대수 등을 평가해 3번 이상 미흡 판정을 받은 업체에 노선 폐지 또는 다른 업체로 노선 이양, 증차 불허 등의 패널티를 주는 제도다.


성남시는 ‘3진 아웃제’ 도입과 함께 친절도 면에서 우수한 버스 운수 업체에는 위례신도시, 제2판교테크노밸리 등 신도시 운행 노선을 인센티브로 줄 방침이다. 이와 함께 출퇴근길 시민이 많이 몰리는 모란역과 야탑역 버스정류장은 3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오는 10월께 환승 거점형 정류장으로 구조를 개선한다.

버스정류장 앞쪽에 있는 모란역의 택시 승차장은 버스정류장에서 10~20m 떨어진 뒤쪽으로, 야탑역 택시 승차장은 이면도로로 각각 옮기고, 대형 쉘터를 설치한다. 버스정류장 레드존 주변에서 불법 영업하는 관외택시는 강력 단속 대상이 된다. 성남시는 “다각적인 버스 행정 추진은 건전한 운전 질서를 유도해 시민이 이용하기 편리한 대중교통 문화가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성남시 버스행정팀 관계자는 “올 4월부터 캠페인을 벌였다”면서 “버스민원 3진 아웃제를 시행하기 직전인 6월만 해도 민원발생 건수가 52% 가량 급감했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매월 버스업체별로 우수·양호·보통·미흡·매우미흡·불량 6개로 나눠진 등급을 매긴다. 평가항목은 3대 민원인 난폭운전, 무정차, 불친절을 포함해 14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관계자는 “계속 민원을 발생시킨 업체는 감차 또는 노선을 폐선 시키거나 다른 업체로 노선을 넘겨 줄 수도 있다”며 “하지만 모범업체 같은 경우는 신도시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노선이 생길 때 우선 배차를 시켜주기도 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생한 민원에 대해서는 시에 민원이 접수가 되면 일단 회사에 이메일로 해당 내용을 보내준다. 회사는 해당 민원내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거나, 반면 인정할 수 없을 때에는 시로 해당 CCTV 등 증거들을 가지고 들어온다. 시에서는 함께 CCTV 분석을 통해 허위신고, 감정신고 여부를 판단한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확실하게 데이터를 구축해 단순히 구두신고만으로 민원지수를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업체 불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배차운행 시간 부족, 휴식시간 부족...버스기사들의 볼멘소리


줄지 않는 버스민원,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짧은 배차운행과 버스기사들의 휴식시간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무리한 운행을 하다 보니 과속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버스운전기사 김모씨는 “출퇴근 시간과 같이 혼잡한 시간에는 도로까지 밀려 앞차와의 간격이 벌어지게 되면 초조해진다”면서 “차가 오지 않는다며 들어오는 민원도 상당하기 때문에 서두르다보면 과속, 급출발 등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전국자동차노동조합도 버스안전에 가장 큰 문제는 촉박한 배차운행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연맹 조사 결과 노선버스 운전기사들은 무엇보다 배차운행시간 부족(58.6%)을 교통사고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배차시간 부족 정도에 대해서도 ‘약간 부족’(56.1%), ‘매우 부족’(24.3%) 등 무려 80.4%가 운행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등 무리한 운행이 심각한 상태에 있다.


배차운행시간의 부족정도는 10~20분이 50.7%로 가장 많았고, 20~30분도 19.1%나 차지하고 있다. 조사 응답자가 운행하는 노선 당 평균 운행시간이 157.5분임을 감안하면 현행 배차운행시간보다 약 15% 내외가 부족한 실정이다. 노조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점에 돌아와 취하는 휴식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과속, 신호위반, 정류장 통과 등이 강요되면서 교통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 잡지 않고서는 버스운행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취재결과 운전기사 스스로 안전 운전에 관한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 시스템에서 하루 평균 17시간 이상 고된운전을 하는 기사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만은 없어 보였다.


실제 버스운전기사들은 차량운행을 마치고 나면 배차간격시간에는 버스를 청소, 차량 가스주입 등도 받아야 해 식사를 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버스기사들은 자신들의 입장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서민의 발’인 버스 안에서 승객들의 안전이 담보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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