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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1년 된 냉장고 화재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집이든 사무실이든 하나씩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가전제품인 냉장고. 하루 24시간 적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꺼짐 없이 돌아가야 하는 제품이다 보니 종종 이로 인한 화재도 발생한다. 화재는 한번 발생하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감은 물론 그 재산 손실도 어마어마하다 보니 이후에도 책임문제로 다툼이 길게 이어진다. 이번 사건은 제조사가 정한 내구연한(원래의 상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4년이 지난 냉장고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 냉장고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으니 피해 전부를 배상해야 한다는 소비자와 냉장고의 내구연한이 지났을 뿐 아니라 사용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제조사가 법정에서 만났다. 사건 속으로 들어가 봤다.


냉장고와 에어컨은 오래 사용하는 대표적인 가전제품군에 속한다. 특히 냉장고는 없는 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 삶에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가정집뿐 아니라 사무실에도 냉장고는 없는 곳이 없다. 대부분 제조사는 권장안전 사용기간과 내구연한을 7년 정도로 정해 놓고 있지만 특별히 이사를 하거나 큰 고장이 나지 않는다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것이 다반사다. 대부분 실내에 놓고 따로 제품 자체의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냉장고는 쉽게 고장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 24시간 수년 동안 꺼짐 없이 돌아가다 보니 종종 과부하 등으로 인한 화재를 일으키고 있어 사회면에 오르기도 한다. 이번 사건도 냉장고로 인한 화재로 피해가 발생했지만 냉장고는 내구연한이 4년이 지나 있었다. 놓여 있던 곳은 건물 안이 아니라 비닐하우스였는데 그러다 보니 제조사는 내구연한과 소비자의 사용방법상 문제를 들고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화재로 피해를 입은 미술작가인 김수식(가명) 씨는 냉장고로 인해 발생한 화재 피해 전부를 배상하라며 손해배상을 제기했고, 냉장고 제조사는 배상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사건 속으로 들어가 봤다.


냉장고로 인한 화재 발생, 전부 배상해라


사건은 지난 2009년 12월 남양주시 비닐하우스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발생했다. 화재로 비닐하우스 1동과 그 안에 있던 농기구와 냉장고, 세탁기, 전기밥솥 등의 가전제품, 미술작품 등이 소실됐다. 화재현장을 조사한 해당지역 소방서는 먼저 비닐하우스 지붕에서 불길이 솟았다는 목격자의 설명이 있었고, 냉장고 하부 안의 서리제거 기동릴레이 상부에 화재 초기에 나타나는 산화흔이 관찰됐다고 진술했다. 이어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화재는 냉장고의 기동릴레이에서 트래킹이 발생해 기동릴레이 단자판과 접점이 용융·용단되면서 냉장고 내부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기트래킹은 전자제품에 묻어 있는 수분이 섞인 먼지 등에 전류가 흘러 주변의 절연물질을 탄화시키고 오랫동안 탄화가 계속되면서 이 부분에 약한 전류가 흘러 발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피해자인 김수식 씨(미술작가)는 화재가 냉장고의 결함으로 나타났으니, 냉장고의 제조사가 제조물책임법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의 법리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재로 소실된 원고의 미술 작품 144점 가치 상당액의 손해배상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함께 청구했다.


내구연한 지나 제품자체에 하자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김씨의 주장에 제조사는 먼저 화재원인으로 ‘전기-트래킹에 의한 단락 추정’이라고만 기재돼 있을 뿐이라며 화재가 냉장고의 과부하 보호 장치 등 내부장치의 결함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김씨의 사용상 과실이 있었는지는 객관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맞섰다. 제조사는 “내구연한이 7년인 냉장고는 1998년도에 생산된 제품으로 11년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화재도 내구연한이 경과된 이후에 발생했으므로 제조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것으로 제품 자체에 어떤 하자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닐하우스에서 사용한 것도 문제로 삼았다. 비닐하우스는 일반 주택이 아니라 불량한 전기배선, 습기와 온도의 변화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야생동물에 의한 제품훼손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또 “열악한 환경에서 장기간 사용하면서도 화재가 발생할 때까지 김씨가 한 번도 안전점검이나 A/S를 받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김씨가 냉장고를 주기적으로 청소·관리하지 않아 냉장고 뒷면에 먼지와 이물질이 쌓이도록 방치함으로써 전기 트래킹 발생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내구연한 지났어도 제조사 책임 있다


이번 화재사건에서 문제가 된 냉장고는 1998년에 제조된 것으로 추정돼 2002년 7월1일 이후 제조된 것부터 적용되는 제조물책임법은 적용되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피해자인 김씨가 냉장고를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했음에도 냉장고의 부품상의 결함과 전기 트래킹의 발생이 원인이 되어 냉장고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부터 냉장고에 하자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으며 제조사는 화재로 인해 김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소비자들로서는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상시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사용되는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고, 냉장고에서 전기 트래킹 등으로 화재가 발생한 사례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며 “제조업자들로부터 내부 부품의 위험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설명 등이 없는 한 제품의 안전성이나 결함 여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용설명서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나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주택이 아닌 비닐하우스에서의 사용여부에 대해서는 “비닐하우스의 일부를 구획해 바닥에 마루를 깔고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주거용 공간처럼 만들었고, 이러한 주거용 공간에 냉장고가 놓여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작물이 재배되는 일반적 비닐하우스와 동일·유사한 환경으로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닐하우스 같은 환경에서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장기간 사용할 경우 화재 발생의 염려가 높다면 사전에 소비자에게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고지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내구연한, 최소한의 기간을 의미할 뿐이다


제조사가 냉장고를 유통시킬 당시 이러한 위험성에 관해 소비자에게 설명, 고지하거나 경고를 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내구연한이 4년이나 지났다는 제조사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품의 내구연한은 당해 제품이 본래의 용도에 따라 정상적으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라며 “대표적 가전제품인 냉장고의 제조업자는 그 내구연한이 다소 경과된 이후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에도 소비자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설계 및 제조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냉장고 사용설명서에도 권장 안전 사용기간을 7년으로 명시하면서도 ‘권장안전 사용기간을 초과해 사용 시 사용 환경 및 제품노후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권장안전 사용기간 내에 안전점검을 받으시길 권장합니다’라고만 설명하고 있다”며 “냉장고가 비록 그 내구연한이 4년 정도 초과된
상태라고 하더라도 다른 원인으로 인한 화재발생이 입증되지 않았다면, 냉장고의 하자로 화재가 발생했음을 인정함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소지자의 관리 소홀도 책임 있다


재판부는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피해자인 김씨의 냉장고 관리에 있어서도 책임도 물었다. 재판부는 “김씨가 장기간 10년 이상 사용하면서도 안전점검을 받거나 사후점검서비스를 받았다는 자료를 찾기 어려운 점, 청소 등의 관리가 불가능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비닐하우스가 전기 트래킹의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인 점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때, 제조사의 배상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어야


책임여부를 떠나 화재는 한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온다. 화마라고도 불리며 순식간에 모든 것을 앗아가는 화재는 큰 규모로 발생할 경우 재산상 손해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으며 정신적 피해도 상당하다. 1년 중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온열기구를 많이 사용하는 12월부터 2월까지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화재 가운데 냉장고가 원인이 된 사건이 총 163건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화재는 최근 5년간 12월에만 평균 약 4천 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30%에 육박하며 가장 많은 것이 현실이다.


냉장고에 의한 화재는 대부분 내부에 먼지가 많이 쌓이면서 과열이나 스파크에 의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냉장고를 벽에서 10cm 이상 떨어뜨려 놓아 과열을 방지하고, 사용 권고기간인 7년을 넘은 냉장고는 화재 예방을 위해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고 내부 청소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화재는 대부분 인재(人災)라고들 한다. 미리미리 예방하는 습관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어야겠다.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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