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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일과 학습의 새로운 패러다임, 일·학습병행제의 현장으로!




국내 청년 실업률이 올해 10%를 넘어서면서 청년 취업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청년 취업을 위한 방편으로 독일·스위스식 도제 제도를 한국에 맞게 설계한 ‘일·학습병행제’를 야심차게 내 놓았다. 올해로 실시 만 2년을 맞이하는 일·학습병행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취재했다.


유례없는 취업난으로 가장 왕성한 경제 활동시기에 있는 청년들이 일시적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현상마저 나타나면서 청년 취업난이 사회적 위기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단기적인 채용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OECD 국가들 중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지만 고학력 구직자들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배회하고 있고, 기업들은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말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취업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2014년부터 독일·스위스식 도제 제도를 한국에 맞게 설계한 ‘일·학습병행제’를 야심차게 내 놓았다.


일·학습병행제, 일과 학습을 동시에!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 능력과는 괴리가 크다. 이러한 격차를 메우기 위해 학생들은 공인어학성적과 수상경력과 같은 스펙 쌓기에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 붓는다. 기업은 기업대로 실무능력이 부족한 신입사원을 다시 교육하는 데 상당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일·학습병행제란 말 그대로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이원화 제도로 취업을 원하는 학생이 기업 현장이나 교육기관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음과 동시에 배운 것을 바로 현장에 적용하여 일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일과 학습을 병행한 학습근로자는 교육을 마치고 국가로부터 그 역량을 평가받아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구체적으로 학습자는 현장 외 교육(Off-JT)으로 강의나 토의를 통해 200시간의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동시에 기업 내에서 직무에 종사하면서 지도교육을 받는 현장 교육(OJT) 800시간을 수행한다.


우리가 벤치마킹한 독일은 실제로 초등학교 때부터 진로를 탐색하여 중등, 고등 과정을 통해 직업교육과 현장훈련을 동시에 받아 궁극적으로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마에스터(장인)’가 된다. 독일의 성공적인 모델을 본 따 우리도 기업과 학생 모두 ‘윈윈(win-win)‘하자는 것이다. 현재 일·학습병행제는 실시 만 2년으로, 참여 기업 수 5,026개, 학습근로자 수 8,558명에 이른다.(2015년 11월 기준) 취재원은 현재 일·학습병행제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소재 기업 두 곳을 찾아 기업과 학습자들의 현장소리를 들어 보았다.


소프트웨어 테스트 기업, ‘엠스텍’


첫 번째로 방문한 기업은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엠스텍이다. 이 기업은 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문기업으로 LG전자, GS ITM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스마트폰 등 IT 기기의 소프트웨어를 검증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 중에서도 단독 기업형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기업이 스스로 교육 프로그램을 짜서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엠스텍은 올해 9월부터 일·학습병행제를 실시하여 새로 신입사원 18명을 뽑아 3개월 째 운영 중이라고 했다. 엠스텍 이종언대표를 만나 이제 갓 실시한 일·학습병행제에 대해 들었다.



“인재 교육에 도움 돼”


엠스텍이 일·학습병행제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이종언 대표의 운영 철학이 한몫했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이 대표는 “인재를 잘 뽑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작은 기업일수록 인재를 구하기가 어렵고 그 과정도 열악하다. 힘들게 인재를 뽑더라도 교육이 중요한데 여기에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자원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정부에서 일·학습병행제를 통해서 지원을 해 주니 중소기업 입장에서 매우 유용할 것 같아 실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은 근로자 재교육의 부담이 큰 편이다. 그러다보니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을 위주로 선발한다.


이 대표는 “경력자를 채용하게 되면 바로 업무에 적용해서 성과를 낼 수 있으니까 당연하다. 요즘은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늘어 창조, 융합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이쪽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새롭게 진로를 선택해서 자기 전공과 다른 분야를 합쳐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하고 싶어도 재교육의 부담이 매우 크다. 그런데 국가가 제도를 통해 체계적 교육을 보장해 주니 타 전공자들도 교육을 통해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 아주 좋은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설립 4년 차가 된 엠스텍은 인재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교육 인프라 구축을 이뤄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번 기회에 체계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제도다 보니 어느 정도 강제성도 있고 감시도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이왕 하는 거 제대로 만들어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5개월에 걸쳐 프로그램을 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뽑힌 학습 근로자들은 1년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과 일을 병행한다. 이전 신입사원들 같은 경우에는 시간과 비용 면에서 엄두가 나지 않아 직접 현장에 배치되기 전 일주일 정도 아주 최소한의 기본 교육만 시키고 주로 OJT형태로 사수가 맨투맨으로 가르쳐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근로자 개인의 역량 개발이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1년의 교육을 마친 학습 근로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회사의 인재로 흡수되기 때문에 능률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일·학습병행제가 정부가 의도하는 청년 취업난 해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리라고 평가했다.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기업 내 체계적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회사의 역량도 높아지고 더불어 회사의 실적도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했다. 이 대표는 “일·학습병행제가 당장 실업률을 낮추는 직접적인 연관관계보다는 제도 구축의 과정을 통해서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게 되고 이것이 사업 확장에 영향을 미쳐 인력을 채용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선배들의 노하우를 직접 전수 받을 수 있는 게 장점”


엠스텍에서 실제로 일·학습병행제 학습 근로자로 있는 최진철(27)씨를 만나 일·학습병행제에 대해 물어 보았다.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엠스텍에 취직했다. 경제학과 출신이지만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많아 진로 탐색을 하다 좋은 기회가 생겨 지원했다고 했다. 최씨는 “일·학습병행제의 장점은 현장 선배들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선배들이 실제로 업무를 하시면서 직접 느끼신 부분들을 딱 짚어서 말씀해주시니까 훨씬 이해도 잘 된다. 사실 경제학과이기 때문에 관련 분야에 대한 교육이 전무한 상황이었지만 충분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직접 배운 것을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좋다. 또 선배들한테 물어보기 부담스러웠던 것들을 수업 중에 배울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주변의 반응에 대해 묻자 “친구들 모두 부러워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학습병행제를 알고 있고 실제로 혜택을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실제로 주변에서 이를 통해 취업이 된 경우는 최씨가 유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쪽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비전 있는 중소기업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적성에 맞는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플랜트 종합설계회사, ‘세진종합기술’


취재원이 두 번째로 찾은 기업은 세진종합기술이다. 1990년도에 설립된 이 기업은 플랜트 종합설계 회사로 배관, 토목, 건축, 전기, 기계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설계를 실시하는 회사이다. 세진은 일·학습병행제를 실시한 지 이제 1년째 되는 회사로 5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실시할 목적으로 플랜을 짜 효과적으로 일·학습병행제를 적용하고 있었다. 현재 12명의 학습 근로자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세진 역시 단독 기업형 방식으로 직접 기업에 맞는 교재를 만들고 교육을 담당할 교수를 정해 Off-JT와 OJT를 번갈아가며 진행하고 있었다. 세진종합기술 사업팀 정정모 전무를 통해 정부의 취업난 극복을 위한 일·학습병행제의 실효성에 대한 기업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장과 동 떨어진 학교 교육, 일·학습병행제로 극복”


정 전무는 중소규모의 기업은 실제 각 분야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을 하기가 어렵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 기업에서도 일·학습병행제가 유용하게 작용하는 듯 했는데 정 전무는 “어차피 교육을 할 때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정부가 지원해 주니 교재도 직접 만들고 체계적인 교육도 실시할 수 있으니 좋다. 정부가 지원을 해주니까 직원도 더 뽑을 수도 있고 OJT와 Off-JT가 체계적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보다 더 빨리 실무에 적응할 수 있어 업무 효율도 증대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전무는 대학 교육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 교육이 동떨어져 있다는 데 동의했다. 특히 세진은 종합 플랜트설계이기 때문에 대학 교육을 받아도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세부 사항까지 접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정 전무는 “폴리텍 대학이나, 전문대 같은 경우에는 실무를 접할 수 있는 교육을 많이 하고 있지만 4년제 대학의 경우 실무하고 좀 동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종합대학은 과별로 다르긴 하지만, 배관 전공은 따로 없기 때문에 대학에서 배울 수 없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실제 업무와의 갭을 메우기 위해 회사가 부담하는 실업무 교육 비용은 큰 편이다. 교육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바쁜 가운데 시간에 쫓겨 실 업무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된다. 이런 경우 성과물에 오류가 나타나게 되고 이를 복구 하고 회복하는 데 너무나 많은 손실을 보는 상황도 생겨난다. 하지만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무조건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이에 대해 정부가 보조를 해 주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기업이 진정으로 필요한 실 업무 위주의 교재를 자체적으로 제작하다보니 보다 더 실효성 있는 교육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HRD 담당 육동수 상무는 일·학습병행제가 청년 취업난 해소 뿐 아니라 취직 후 중도퇴사의 문제도 해결해 준다고 설명했다. 육 상무는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업무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배운 것을 바로 현장에 적용해 써 먹으니까 업무에 대해 호감도를 가지고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취업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효과도 있지만 취업한 사람들이 그 업무에 잘 정착하도록 해주는 역할도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경우 평균 이직률이 15% 정도되는데,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1년간은 교육도 받고 업무도 진행하면서 학습 근로자 역시 책임감을 가지고 회사에 적응하게 되어 전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년들, 중소기업으로 시야 넓힐 필요 있어”


세진에서 일·학습병행제 학습 근로자로 있는 김종우(31)씨와 박상근(26)씨를 만나 대화했다. 김종우씨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였고 2년 정도 직장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건축설비설계를 전공하였다는 박상근씨는 대학 졸업 후 잠시 텀을 가졌다가 취업을 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학교에서 설비설계를 전공하였음에도 실무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다른 점이 있어 걱정이 많았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선배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고 바로 실무에 적용하니 이해도 빨라지고 습득도 빨랐다. 그러다 보니 일에도 흥미가 붙었다”고 덧붙였다.


또 김정우 씨는 “경험 많은 선배들이 사회생활 하시면서 배웠던 걸 공유해 주시니 노하우를 전수 받는 기분이 든다”고 소감을 밝히며 “주변에 취업난으로 고생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러한 제도를 통해 새로운 분야, 발전성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도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 제도 추진, 기업과 학생들의 호응 필요해


일·학습병행제는 이제 2년차가 된 제도로 제도의 성과에 대해 논하기는 아직 이른 감도 있다. 하지만 일·학습병행제를 실시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이 제도가 중소기업의 애로점을 풀어주는 제도임은 분명해 보였다. 학습 근로자 역시 취업난 속에 2차 교육을 위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니 큰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의 지원이 있다 해도 기업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해 제도를 추진하지 않으면 큰 성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또한 편견을 버리고 가능성 풍부한 중소기업으로 시야를 넓히려는 청년 구직자들의 노력도 중요해 보인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일학습 홈페이지(www.bizhrd.net)에서 참여기업 모집 공모 시 참여를 신청하여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의해 선정되면 일·학습병행제프로세스를 따라 실시할 수 있다. 고학력 실업자가 증가하는 오늘 날, 일·학습병행제가 새로운 대안으로서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갈 날을 기대해 본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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