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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담뱃값 인상 1년, 늘어난 세수·금연효과는 “글쎄…”

세계는 지금 담배와의 전쟁 중이다. 2003년, 인류에 해악을 미치는 담배에 국제사회가 함께 대처하자는 취지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이 채택되었다. 2005년 FCTC가 국제법으로서 효력을 갖게 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은 보다 다양하고 넓은 범위의 금연정책을 시도해왔다. 지난해 말, 유례없는 담배 사재기 열풍을 불러 온 대한민국의 담뱃값 인상 정책도 이러한 금연정책의 일환이다. 가장 강력하고 비용효과적인 대책으로 평가받는 담배 가격정책이 실시된 지 곧 1년이 되는 현재, 우리 정부의 담배규제 정책에 대해 평가해 본다.


지난해 말, 정부의 담배 세금인상 발표로 2,500원하던 담뱃값이 4,500원으로 훌쩍 뛰면서 금연을 선언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연말부터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돌며 사재기를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전자 담배로 갈아타는 이들도 있었다. 전국의 애연가들은 볼멘소리로 반대를 외쳤지만, 우리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라는 대의를 내세워 담뱃값 인상을 강하게 밀어 붙였다. 보건복지부의 ‘온 국민이 함께 만들고 누리는 건강세상’이라는 비전하에 실시되고 있는 우리나라 금연정책은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최근 담뱃값 인상 정책은 어떠한 효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보자.


FCTC 발효 10년, 다양한 담배규제 정책 실시


오늘날 담배의 해로움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전세계적으로 담배로 인한 폐해가 알려지고 금연 캠페인이 일어나면서 우리나라도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이 발효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고,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을 막는 정책들이 실시되었다. 우리나라 만19세 이상 성인 흡연율은 98년도 남자 66.3%, 여자 6.5%에서 점차 감소하여 2014년에는 남자 43.1%, 여자 5.7%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는 담배 규제의 비가격정책의 일환으로 국회, 정부, 지자체 청사, 공공기관, 학교, 청소년 및 어린이 시설 등을 전면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PC방과 모든 음식점의 흡연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흡연자들의 금연을 돕기 위해 금연클리닉, 금연상담전화, 지역금연지원센터의 금연캠프 등을 통해 금연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연치료를 희망하는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을 시행하여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 및 상담 비용의 70%, 금연치료 의약품 및 금연 보조제 구입비용의 30~70%를 지원받을 수 있다. TV와 지하철 옥외광고 등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는 금연 광고와 최근 보건복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대국민 금연응원 ‘핑거밴드 캠페인’도 대국민 금연홍보 정책의 하나이다. 그리고 내년 2016년 12월23일부터는 담뱃갑 앞뒷면에 담뱃갑의 50% 이상에 달하는 흡연 경고그림도 도입될 예정이다.


2015년 1월, 담뱃값 2,000원 인상


다양한 금연 정책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단연 담배 가격정책이다. 우리나라는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고 흡연시작을 방지하기 위해 담배에 담배소비세, 교육세, 건강증진기금,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을 부과해 왔다. 그리고 올 2015년에는 폐기물 부담금 및 소비 억제 목적의 개별소비세를 새롭게 적용하여 담뱃값을 80%인상해 2005년 500원 인상 이후 10년 만에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실시하게 되었다. 작년 9월부터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우리나라 금연정책 수준이OECD 27개 국가 중 25위에 해당한다고 밝히며한국이 세계적 수준에 비해 매우 뒤쳐져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해 7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담뱃값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은 찬성 59%, 반대 35%, 유보 7%로 나타났다. 흡연자는 34% 비흡연자는 65%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반대 측, “담뱃값 인상은 서민 증세정책”


정부의 홍보로 국민들의 의견은 찬성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지만 반대 측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인상안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중독성이 강한 기호식품인 담배는 가격이 인상해도 쉽게 끊을 수 없으며 가격 인상이 밀수 담배 및 가짜 담배 양산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담뱃값 인상은 고소득층에게는 큰 부담이 안 돼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즉, 담뱃값에 포함된 세금을 소득이 낮은 서민들이 부담하게 되는 소득 역진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담배소비자협회 신민형 회장은 논평을 통해 “저소득층의 주머니를 털어 나라곳간을 채우려는 정책”이라며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수를 보전하기 위한 ‘서민 증세’인데도 불구하고 막무가내 식 담뱃값 인상 여론몰이를 쏟아 부어 1천만 담배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고 반대의견을피력하기도 했다.


담뱃값 인상 이후 1년


담뱃값 인상을 하루 앞 둔 2014년 12월31일, 전국의 편의점과 슈퍼 담배 코너는 텅텅 비었고 전국의 애연가들은 금연을 선언하며 올 초 금연 클리닉 문의가 줄을 이었다. 담뱃값 인상 실시 1년, 정부의 의도는 달성되었을까? 지난 11월16일 보건복지부가 청소년 흡연율이 10년 들어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올해 중·고등학교 청소년 중 흡연 남학생은 지난해에 비해 2.1%p 감소한 11.9%로 나타났고 여학생은 전년대비 0.8%p 감소한 3.2%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러한 결과가 올해 담뱃값 인상과 금연교육 강화 등의 정책과 사회적 인식변화로 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실제로 올 초 담뱃값 인상 이후 흡연자의 42.9%가 금연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자들에게 정서적 충격을 주어 금연의 동기가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04년 담뱃값 인상 이후 흡연 중단 시도자들에 대한추적관찰조사 결과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담뱃값 인상의 효과가 떨어지면서 금연 실패로 이어지는경우가 많았던 전례가 있다.


인천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이모씨(50)는 올초 인상된 담뱃값으로 금연을 결심했지만 결심 한 달 만에 포기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4,500원이 비싸게 느껴졌는데, 한두 번 사다보니까 무뎌지게 됐다. 예전에는 하루 한 갑을 피웠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틀에 한 갑 정도 피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강원도 소재 대학생 조모씨(24) 역시 담뱃값이 올랐던 올초 주변에 금연을 선언하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친구들이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담배를 끊으려고도 해 봤는데, 금단현상이 일어나니까 못 참겠더라. 좀 비싸도 유일한 휴식이라고 생각하니까 합리화가 됐다.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래도 금연은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담뱃값 인상이 금연 시도의 동기는 되나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비가격정책이 중요한 것으로 보였다.


국세수입은 물론 담배회사와 담배유통회사 수입도 증가


한편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담뱃값 인상과 함께 올해 정부의 국세수입은 14조원이나 증가한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납세자연맹은 담뱃세가 포함된 기타 세목이 3조 6천억원 늘어나 국세수입 증가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고 실제로 하루 담배 한갑을 피우는 흡연자가 내야 하는 연간 세금은 기존 56만5천641원에서 121만1천70원으로 증가해 담뱃값 인상이 실제 국가의 세수확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의 9월13일 보도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으로 편의점과 담배회사도 이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회사의 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1분기 판매량은 같은 해에 비해 감소했지만 판매액은 30% 이상 늘어났다. 게다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보건복지부에 문제를 제기한 정부 예산안에 의하면 정부가 내년 담배 반출량을 올해보다 6억 갑(21%) 많은 34억6천만 갑으로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익 의원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내년도 흡연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냐”며 질타했다.


증세를 위한 담뱃값 인상?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의 담뱃값 인상의 본래 목적이었던 ‘국민 건강 증진’에 대한 진정성 논란과 함께 실제 정부의 목적은 ‘증세’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1월10일 국회에서는 ‘담뱃값 인상 이후 금연정책 평가 및 방향모색’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자로 참가한 서울대 의대 이진석 교수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충분한 사전 검토와 분석이 부족했으며 ‘2,000원 인상’이라는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연의사가 생기는 담뱃값 평균은 8천943원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만 인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SBS 취재파일 하현종 기자는 담배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상대적으로 소비 위축이 적은 상품이기 때문에 담뱃값이 오르면 소비는 줄지만 단기적으로 세수는 늘어난다며 조세재정연구원의 자료를 제시하며 세수가 증가하는 그 정점이 바로 4,500원이라고 지적했다. 즉 정부는 전략적으로 세수를 극대화하는 금액만큼 담뱃값을 인상했다는 것이다.


늘어난 건강증진부담금, 딴 곳에 더 쓰여


이진석 교수는 토론회에서 가격정책과 비가격정책의 선순환관계에 대해 설명하며 담배의 가격이 인상되면 늘어난 사업 재원으로 금연 및 건강 증진사업과 각종 규제 정책을 실시할 수 있고 이로써 흡연이 감소되어 국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에 비가격정책은 가격정책의 정당성의 근거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으로 확보한 재정을 담배를 산 흡연자들의 금연과 건강을 위한 사업에 쓴다면 담뱃값 인상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증대될 건강증진부담금이 작년보다 무려 40.5% 증가한 3조2천762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증가한 재정은 흡연자 건강보호와 흡연환경 개선, 금연·건강증진사업 및 국가 암 관리사업, 취약계층과 취약지역을 위한 서비스 제공 및 지원, 건강증진 및 질병관리를 위한 보건의료 인프라 확충 등에 쓰여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러나 복지부가 짠 2015년 건강증진기금의 사업구성을 살펴보면 순수하게 국가 금연지원서비스 사업에 쓰이는 예산은 1천475억원에 그친다. 그 중에 흡연자 건강보호, 흡연장소 환경 개선에 대한 예산과 저소득층 흡연 관련 질환에 대한 의료비 지원에는 예산이 측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실제 세금을 내는 이들에게는 혜택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난 기금의 65%가 건강보험 지원에, 10%가 보건산업 육성에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면피용 금연사업 예산 증액 이외 의미 있는 재정 활용 실적이 부재하고 오히려 다수의 사업 예산이 감소했다”고 지적하며 “흡연자에게 부담과 불편을 주는 규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만 있고 담배산업 자체에 부담이 되는 규제는 추진 실적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주 재원은 담배이며 국민건강증진기금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건강증진사업 이외의 노인복지사업 등 일반 회계 사업에까지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담배부담금이 금연 사업 등 흡연율 저감을 위한 사업에 쓰여야 직접적 연계성이 강하며 수익자 부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데, 이와 관계가 없는 전 국민 대상의 건강보험지원, 보건사업 등에 쓰인다는 것에 대한 반발에 따라 내부적으로 여러 논의가 있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의 규모가 커지면서 현실적으로 금연사업이나 흡연자를 위한 프로그램에 2조원이 넘는 돈을 모두 투입하기는 어렵다”며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통해 지속적이고 장기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건강증진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자들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흡연자들이 부담한 것인 만큼 건강증진사업 중심으로 재정립되지 않으면 담뱃세 인상의 조세저항을 막을 수 없다고 반박하며 정부가 진정 금연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할 의지가 있는 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진정성 있는 정책이 필요


정부의 담뱃값 인상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던 토론회 이틀 후, 12일과 13일에 걸쳐 FCTC 비준 10주년을 기념하는 ‘담배규제 정책포럼’이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베라 루이자 다 코스타 에 실바(Vera Luiza da Costa e Silva) 세계 보건기구 WHO FCTC 사무국장은 한국의 담뱃값이 여전히 적정하지 않다며 “앞으로 추가 인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호주정부는 올해 담뱃값을 해마다 12.5%씩 올려 2020년에는 40호주달러(3만3천원)이상이 되게 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증세의 효과가 분명한 담뱃값 인상이 세계적 추세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 될 수는 없다.


‘2,000원 인상’이 세수 확보에 최적화된 증가 폭이며, 그 이상 증가할 시 세수가 감소한다는 자료가 밝혀진 이상 정부가 앞으로 지속적인 담배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그야말로 ‘속 보이는 정책’이라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붙이는데도 ‘지나치게 혐오스러워선 안 된다’는 단서조항을 붙였다.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회사들과 담배를 파는 곳들은 돈을 벌고 있는데 담배회사 광고 및 스폰서 규제, 담배 판매 제한은 전무하다. 증가한 기금을 전부 금연 정책에 쓸 수는 없겠지만 써야 할 곳에 적절하게 써야하지 않겠는가.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다는 말이 있다. ‘온 국민이 함께 만들고 누리는 건강세상’이라는 보건복지부의 비전대로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의 건강 증진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정책을 기대해 본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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