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이상훈 칼럼> 2016년 우리나라 방송은 어디로 갈 것인가?


2016년 새해는 병신년이다. 병신(丙申)은 육십간지 중 33번째로 '병'은 적이므로 '빨간 원숭이의 해'이다. 새해를 맞아 방송국 아나운서들이 합의를 해서 ‘병신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2016년 병신년에 방송국이 정말로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대기업의 생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우리 방송국이 과연 새해에도 잘 버텨줄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방송국은 태평스럽게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다. 거대조직 방송국에서 20년 이상 몸담은 필자로서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필자는 공중파 공채 피디로서 KBS를 거쳐서 SBS에서 현역피디로 일했다. 당시 독종피디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전쟁터에 나간 전사처럼 처절하게 싸우던 때가 엊그제 같다. 그때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우물 안을 뛰쳐나온 다음에야 세상이 너무나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우물 안인 방송국 안에 있을 때는 큰 변화의 물결도 남의 일처럼 피부에 와닿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20년 후 지금의 직업 80%가 없어져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UN보고서는 앞으로 20년 후가 되면 현재의 직업 80%가 없어진다고 예고했다. 앞으로의 20년의 변화의 속도는 과거의 200년 동안의 변화의 속도와 맞먹을 수 있다. 방송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엄청난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생존의 위기를 거론하는 미래학자들은 신문이 없어지고 앞으로 10년 후에는 TV도 없어진다고 예고한다. TV가 없어진다는 것은 방송의 독점적 권위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디어도 이제는 독점의 시대에서 공유의 시대로 broadcasting에서 narrowcasting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중파 방송국의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위기를 알기나 할까? 찻잔 속의 태풍처럼 태평하게 앉아서 거대한 쓰나미가 곧 불어 닥친다는 것도 모른 채 여전히 방송의 독점적 권위를 누리며 갑의 위치에서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KBS는 세계에서 방송국의 직원이 제일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MBC 역시 주인이 없는 회사이다 보니 내부의 직원들은 자신들이 있는 동안에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운영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모든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MBC가 망할 수밖에 없다며 구조적 모순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책임질 사람이 없는 게 현실이다.


KBS는 공사이기 때문에 시청료를 올려서라도 운영하겠지만 MBC는 주인 없는 회사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간 20년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공중파 방송국의 미래는 먹구름만 보일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그 개혁을 공중파 내부의 사람에게 맡겨서는 절대 해결할 수가 없다. 내부에만 있다 보면 위기감을 느낄 수도 없을 뿐더러 바깥 상황을 볼 수 있는 시야도 없기 때문이다. 공중파 방송국의 현 상황을 찻잔 속의 태풍으로 여기고 있는 내부의 사람들로서는 오고 있는 뉴미디어의 거대한 쓰나미를 알고도 모른 체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독점의 시대는 끝나고 공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은 부정할 수 있는 현실이다.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던 공중파의 생명이 끝나고 있는 것이다. 공유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고 거기에 맞는 콘텐츠개발로 작금의 현실을 차고 나가지 못하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파트너십만이 살길


산업사회에서 재벌과 독점적 기업들이 한국의 경제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개인의 뛰어난 아이디어 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시대다.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이 주도하는 시대는 끝이 나고 인터넷에서 인터넷 웹을 지나 스마트 앱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 방송국의 위기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현실에서 정치권도 방송인들도 모두 침몰하고 있다.


방송국이라는 타이타닉 호에서 흥청망청 파티를 벌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몇 년 전 우리나라 축구의 위기가 닥쳤을 때와 다를 바 없다. 당시 축구계는 히딩크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하여 우리나라 축구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방송국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외국의 뉴미디어 CEO를 초대해서 KBS나 MBC사장으로 영입하는 개혁이 필요할 때이다.


신문은 망해도 뉴스는 살아남듯이 방송이 망해도 좋은 콘텐츠는 살아남는다. 대기업 형태인 현재의 방송국시스템에서는 절대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개인의 독창성과 창의력으로 2016년 새로운 시대의 콘텐츠로 승부를 할 수가 있다. 방송국도 이제 독점의 위치에서 내려와 개인의 콘텐츠를 존중해주고 파트너십으로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살길이고 그것만이 방송국의 미래를 열 수 있다. 2016년 새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새로운 방송이 탄생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이상훈 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겸 영화감독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