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이권능 칼럼>사회서비스 ‘공공 30% 확충 프로젝트’

민간 주도의 역주행


인간으로서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보건의료서비스, 육아서비스, 장기요양서비스, 재활서비스 등은 반드시 충족해야만 하는 서비스이다. 이런 필수사회서비스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인간은 십중팔구 큰 고통 속에서 일상을 보내야 한다. 아픈데 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나이가 들어 활동상의 제약이 발생했는데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감내해야 할 고통은 명확하다.


이 때문에 현재 유럽 선진국들은 국가가 중심이 되어 필수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수사회서비스의 확보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었고,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하지만 정반대로 우리나라는 민간이 90% 이상을 제공하고 있다.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5.7%이고 공공병상의 수는 9.5%에 불과하다(2013년 기준).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은 어린이집수를 기준으로 5.7%이며 이용 아동 수 기준으로는 10.6%에 머물러 있다(2014년 기준). 노인장기요양시설 중 국공립시설은 전체 시설의 2.22%이고, 전체 입소 정원의 5.15%를 담당하고 있다(2014년 기준).


사회서비스의 민간공급체계는 분명히 실패했다 우리나라의 민간주도형 체계는 여러 한계와 문제들을 낳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필수사회서비스 경우에는 공급자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 쉽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의료는 생명과 고통에 가장 직접적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의사와 병원의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 미국의 의료시장이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육아서비스의 경우에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돈이 더 들더라도 보다 나은 환경의 어린이집에 보내려 한다. 이러한 가격의 높은 책정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는 지속적으로 가격을 통제하고 있고 유럽의 선진국도 동일한 정책을 쓰고 있다.


가격통제정책은 민간주도형 체계에서 몇 가지의 풍선효과를 낳는다. 우선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 비용을 포함한 비용들이 최소화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보육, 장기요양의 영역에서는 이런 경향이 워낙 강해, 근로자들은 가장 낮은 임금과 가장 긴 노동시간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비용절감을 통한 이윤확보는 노동비용 만이 아니라 원료, 기자재, 시설 등에서도 이뤄져 생산의 시설과 장비가 낙후되기 십상이다. 이런 두 가지 경향은 서비스 자체의 질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우리나라의 필수사회서비스의 질이 낮은 이유가 바로 운영자의 이윤추구에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격통제 속에서의 이윤추구는 생산자들로 하여금 보다 많은 서비스를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단가는 낮지만 파는 물건의 개수를 늘려 이윤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보건의료계에서의 진찰회수, 투약회수, 입원일, 입원회수 등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는 것이 증명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지속적으로 의료비가 증가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장기요양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격통제에 따른 여러 부정적 결과들은 최종적으로는 필수사회서비스 충족에서의 형평성을 크게 해치고 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서비스를 충족함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가의 서비스들을 즐겨 찾는다. 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서비스의 충족을 스스로 담당하거나 충족을 포기한 채 고통을 감내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모습은 경제적 능력과는 별 상관없이 필수사회서비스를 충족시키고 있는 유럽의 선진국들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여준다. 이런 차이는 우리나라가 어느 방향으로 전환해 나아가야 하는지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국공립 시설에 대한 높은 국민적 요구는 공공성에 대한 요구이다


민간 주체가 생산하는 필수사회서비스의 여러 문제들은 사용자가 국공립을 선호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공립 어린이집의 대기아동 수(78.3명)는 법인 어린이집(27.5명)이나 민간(12.9명) 및 가정 어린이집(2.9명)에 비해 훨씬 높고 직장 어린이집(49.3명)에 비해서도 훨씬 많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이런 높은 대기아동 수는 결국 부모들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상대적으로 높게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서비스의 제공자가 국공립 주체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공립 어린이집이 공공성을 더 잘 실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의 공공성이란 국민 모두가 공동으로 갖는 이익을 실현시킨다는 목적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들을 만드는 것이다. 보건의료, 보육, 장기요양, 재활 등은 모든 국민이 동일한 상황에서는 동일하게 충족시키고자 하는 서비스이다. 즉 모든 국민이 이 필수사회서비스의 충족을 동일하게 목적으로 한다. 이 목적의 달성을 위해, 국민들이 충족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과정 자체가 투명하게 개방되고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이런 개방과 공개는 사용자가 서비스 제공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더욱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공공성의 내용들은 현재 필수사회서비스를 사용하는 국민들 대부분이 동의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공성을 어떻게 하면 가장 적절하게 확보할 수 있을까? 민간이 제공하더라도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하게 확보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방해가 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민간 주체들은 필수사회서비스 제공의 결과로 일정 정도의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이 이윤추구의 폐해는 앞서 이미 제시했다).


따라서 대안으로서 국공립기관이 제공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사실, 이 기관들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윤만큼을 필수사회서비스의 생산과정에서 질을 높이기 위해 더 투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과거에 보여 왔던 무사안일, 획일주의, 관료주의 등의 부정적 모습은 제거 되어야 한다. 이것은 바로 필수사회서비스의 제공과정에 사용자인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관련 자료들을 공개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과거와는 달리, 단순히 공무원이 서비스의 제공을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과정의 개방
과 정보의 공개를 통해 기존의 한계들을 뛰어넘는 것이다. 사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필수사회서비스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를 달성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합리적인 사회서비스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 체계 내에서는 서비스의 질이 관리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참여는 그것 자체로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스스로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학습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보다 더 대한민국에 소속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국공립 시설의 확충은 단순히 국가기관이 제공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위에서 말한 공공성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기반 위에서 주장되는 것이다.


공공성에 기반한 사회서비스가 보다 합리적이다


공공성 확보의 이면에는 여러 합리적 결과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좋은 일자리의 창출이다. 국공립기관이 필수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응한 일자리들을 만들어야 하고 그 일자리는 노동조건이 보장되는 좋은 일자리이다. 안정되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은 올라가며, 국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있기 때문에 기존에 많이 비판되는 무사안일이나 도덕적 해이는 발생하기 어렵다. 그 결과 서비스의 질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보장될 수 있고 제공자들도 자부심을 갖고 노동의 의미를 느끼면서 주체적이 될 수 있다.


물론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반대급부로 노동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비용증가는 충분히 감내할 가치가 있다. 우선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많은 국민들이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국공립 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질이 좋고 관리가 잘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제대로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사용자의 참여가 보장되는 것이므로 더더욱 질의 관리는 용이해진다.


또한 공공서비스 영역에서의 노동조건들이 향상된다는 것은 점차적으로 민간영역에서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즉 필수사회서비스 영역에서의 노동조건 개선은 우리나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일자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전국민적 논의의 장을 통해 단계적으로 ‘30% 확충’을 달성하자


그렇다면, 어느 수준까지 국공립 시설이 확충되어야 하는가? 현재 국공립시설의 적정한 비율에 대해서는 단일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공성에 기반한 제공이 시장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점에 대체적으로 의견이 모아져 있으며, 그를 위한 최소한의 수준은 전체 시설 대비 30%이상이어야 한다는 데 동의가 이뤄져 있다. 이런 ‘30% 확충’은 많은 공적 재원을 요구한다. 이 재원은 ‘모두가 공동으로 부담하되, 있는 사람이 더 부담한다’는 형평성의 원칙에 의거하여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두가 재원을 부담하기에, ‘30% 확충’은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전국적이고 전국민적인 논의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또한 ‘30% 확충’은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소요되는 재정이 크기 때문에 일순간에 이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순차적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10년 안에 해당 재정을 압축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30% 확충’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존 시설들을 매입하거나 인수하여 국공립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공립으로 신축하는 것이다. 방법은 현재 각각의 필수사회서비스 시장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여 선택되어져야 한다. 물론 국공립주체는 앞서 제시한 공공성에 철저하게 의거해야 하며 이를 통해 민간주체가 보여주는 역동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건의료의 경우, 2017년부터 2027년까지 전체병상 중 공공병상의 비중을 30%로 확충한다는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2013년 현재 총 병상 수는 629,629개이며, 이 수준은 전체인구를 고려했을 때 부족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병상 자체를 늘리는 것 보다 기존의 병상들을 국공립화 하는 방향이 중점이 되어야 한다. 전체 병상 중 공공병상 수는 대략 6만개이며, 따라서 ‘30% 확충’을 위해서는 약 13만개의 병상을 공공병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 중 일부는 지역거점병원을 국공립으로 신축하여 확보하고 일부는 기존의 민간병원을 인수하여 확보하면 된다.


2014년 장기요양보험통계연보에 의하면, 노인장기요양시설은 총 4,871개, 정원은 150,616명이다. 이중 국공립시설은 108개로 전체 시설의 2.22%에 해당하며, 전체 입소정원을 보자면 5.15%에 해당한다. 하지만 향후의 급속한 고령화를 고려하면 요양시설의 과부족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장에 부족한 부분을 최대한 국공립 시설의 신설을 통해 메움으로써, 점진적으로 국공립의 비율을 올리는 전략이 타당해 보인다. 2027년에는 전체 시설 중 약 30%가 되는 것을 목표로, 매년 부족한 부분의 일정 정도를 국공립시설의 신축으로 채우면 된다.


복지국가로의 패러다임 전환, 국민의 용기가 필요하다


이제는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국민들의 삶의 질이 바닥을 치고 있기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현재의 위정자들은 방법을 몰라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이 싫어서 가지 않는 것이다. 국민 다수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인 것이 분명한데, 그리로 가면 자신들에게는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변화는 누군가의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의 현실에서 그 용기의 주체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 필수사회 서비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대안을 찾아가는 용기, 그런 대안을 실현시킬 의지를 갖춘 정치인을 찾아내고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로부터 우리나라는 유럽형 복지국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이권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실장)


MeCONOMY Magazine April 2016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
따릉이 타면 내년부터는 돈을 지급한다고요? ...“개인 자전거 이용자에게도 지급하라”
정부, “따릉이 이용자에게 탄소중립 포인트를 제공하겠다” 이용빈 국회의원, “개인 자전거 이용자에게도 포인트 지급하라” 서울시 따릉이와 같은 공공자전거를 이용하면 내년부터는 주행거리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받게 되어 현금처럼 사용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세계 자전거의 날(4월 22일)을 앞두고 15일 이와 같은 내용으로 자전거 이용 활성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자전거 이용실적에 따라 탄소중립 포인트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일부 지자체와 2025년에 추진 후 그 결과를 토대로 2026년부터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정부의 추진방안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대상은 공공자전거에 국한한 것에 대해 국회 탄소중립위원회 소속 이용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그 대상을 본인 소유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도 지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용빈 의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을 높이는 방안에 소홀한 현실을 지적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기존 자동차 중심이 아닌,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며 ‘자전거 대한민국’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라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