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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여성에게만 있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아십니까?

유리천장 지수, OECD 국가 중 꼴찌

 

[M이코노미 조운 기자]3.8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영국 언론이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우리나라가 28위 꼴찌를 차지 했다. 고위공무원은 물론, 국회의원, 대학교수, 기업 임원 등 고위 직종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능력있는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 막는 보이지 않는 천장, 유리천장에 대해 살펴봤다.

한 여성이 계단 위로 올라가고 있다. 갑자기 보이지 않는 투명한 유리벽에 가로 막혀 버렸다. 다른 남성들은 모두 위로, 더 위로 올라가는데 이 여성 혼자만 더 이상 오르지 못 한 채 제자리에 멈춰버렸다. 유리 밖에서 지켜보던 행인이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발로 차 부숴버린다. 드디어 이 여성은 깨져버린 유리벽을 뒤로 하고 위로 올라간다. 도움을 구하는 직장 여성을 가상의 유리천장을 깨서 구출하는 체험형 공공캠페인의 내용이다.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란 말 그대로 유리로 된 천장을 의미한다. 투명한 유리처럼 보이지 않지만 단단히 가로막혀 있어 통과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유리천장은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직장 내 성 차별이나 인종 차별 등의 이유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경제학 용어이다. 특히 ‘성별’과 관련된 차별로 많이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여성들이 전혀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 ‘안주인’으로 통하던 여성들은 일본 제국 시대를 거쳐 8.15광복과 동시에 정치 참여의 권리인 ‘참정권’을 획득하게 됐다. 당시 남한에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그대로 들어왔고 미국, 유럽 등 해외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여성들이 투쟁을 통해 얻은 ‘참정권’을 우리는 맨 손으로 부여 받게 됐다.


물론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나 주변 환경은 전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에게 주어진 자유와 권리는 제도뿐이었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여성은 여전히 ‘가사일’에 충실해야했고 남성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존재였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통하던 시대가 한동안 지속됐다. 광복 이후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선진 국가 반열의 문턱에 있는 지금, 여성들의 정치, 사회적 참여 수준은 어떻게 변했을까?


한국, OECD 국가 중 유리천장 지수 꼴지


영국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가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각 국가별 유리천장 지수를 평가한 결과 한국의 유리천장은 28개 국가들 중 가장 단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3월에 발표된 이 지수는 공인받은 것은 아니지만 고등교육과 남녀 임금 격차, 기업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9개 항목을 종합해 점수로 만든 것으로 여성의 사회적 장벽에 대한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평가받고 있다.


이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인 28위를 기록했다. OECD 28개 국가의 평균은 60점으로 1위를 차지한 나라는 80점을 받은 핀란드로 나타났다. 한국은 일본(27.6점)에 이어 대부분 이슬람 신자인 터키(29.6점)보다도 유리천장 지수에서 뒤처졌다. 평가 항목 중 남녀의 취업률 차이로 볼 수 있는 '노동 시장 참여율 격차'는 한국이 22%로 터키(42.6%)를 제외하고 최하위였고 1위인 핀란드(2.5%)는 물론 평균(12.7%)보다도 차이가 컸다.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율은 2.1%로 노르웨이(38.9%)와 평균(16.7%)보다 크게 낮았으며, 일본(3.3%)보다도 떨어졌다. 남녀 임금격차도 36.6%로 평균(15.5%)의 배에 이르렀고, 노르웨이(7%)와 비교하면 다섯 배를 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어떤 요소로 객관화 할 수 있는 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가 유리천장지수에서 꼴찌를 차지한데 대해 대다수 국내 여성들은 공감한다는 분위기다. 유리천장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위직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에 우리나라 고위직 중 여성의 비율을 나타내는 통계들을 살펴봤다.


우리나라 여성 고위직 종사자 비율


우리나라 공무원 중 절반은 여성이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2014년 말 기준 우리나라 행정부 여성 국가공무원 수는 전체 63만 400명 중 31만860명으로 49%를 차지했다. 여성 공무원 비율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로 올해 2016년에는 여성 공무원 수가 남성공무원 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립학교 교사를 제외한 거의 전 직종과 고위직에서는 여전히 여성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1만 명의 여성공무원 중 80%에 해당하는 25만명이 공교육 교사였다. 공교육 교사의 경우 68.7%가 여성이지만 공립학교 관리직, 여성 교장과 교감의 숫자는 상황이 달랐다. 2015년 여성 교장·교감의비율은 각각 24.8%와 43.7%로 전체 34.2%를 차지한다. 그 외 부서에서는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몇 부서를 제외하고는 여성 공무원 비율이 30%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4급 이상 여성관리자 비율은 11%인 것으로 나타나 고위공직자 중에서 여성 공무원의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인사혁신처의 여성관리자 임용확대 계획에따라 2010년 7.4%에서 꾸준히 증가했지만 전체 여성 공무원의 비중에 비하면 그 비중은 처참한 수준이다.


공무사회의 경우 다른 분야에 비해 시험으로 비교적 공정하게 선발하다 보니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기초의원의 경우 2014년 25.3%만이 여성이었고 대학 여교수 비율은 2015년 국·공립대는 14.8%, 사립대는 24.8%로 나타났다.

 


유리천장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역시 기업이었다. 약육강식의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기업에서 여성 고위직 임원은 그야말로 ‘가뭄의 콩나듯’ 찾을 수 있었다. 지난 연말 현대차그룹이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이 배출됐다고 대대적 홍보를 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에서 2015년이 돼서야 여성이 첫 내부 승진을 했고 그 사례가 화제에 오른것이다. 이로서 현대차의 266명 임원 중 여성 임원은 총 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자동차 기업인 기아차의 경우에는 전체 임원 176명 중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국내 상장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시 대략 30%정도가 여성인데 팀장, 차·부장 등 업무를 지휘, 감독하는 관리직에서의 여성 비율은 7% 선에 머물러 있으며 국내 상장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의 사연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녀가 2014년 임원으로 승진할 당시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으로 관심이 쏠렸다. 여성 게다가 고졸이었던 그녀를 향한 차별과 무시 속에서 그녀는 여성 임원이라는 역사를 썼고 눈물을 흘리며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녀는 입당 기자회견에서 “학벌의 유리천장, 여성의 유리천장, 출신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고 말하며 “하지만 ‘나처럼 노력하면 되다’는 그 말은 말하고 싶지 않다”며 눈물지었다. 삼성전자는 현재 임원 1,188명 중 여성임원이 48명으로 4%에 머물고 있다.


여성, 대한민국을 확 바꾼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학생의 대학진학률(2013년 기준)이 74.5%로 남학생 67.4%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남녀 간 진학률 격차는 지난 몇 년 사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추세다. 과거 유교사상의 잔재였던 ‘남아선호 사상’도 이제는 거의 사라진지 오래다. 대학 진학 후 여성의 사회 진출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고위층에는 여성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에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지난 3월8일에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여성, 대한민국을 확 바꾼다!’는 주제로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 지도자들이 모여 양성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4.13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당 대표들도 모두 참석했다. 이날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최금숙 회장은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여성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며 “여야 정당별로 지역구에 여성후보 공천 비중을 30%로 유지 할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


양성평등 정책으로 유리천장 부순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 사회를 견인하기 위한 정책을 바탕으로 유리천장을 부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여가부는 의사결정 직위에 남녀의 균형 있는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관리직위에 여성과 남성이 균형 있게 임용될 수 있도록 ‘관리직 목표제’ 수립대상을 기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지방공기업’까지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 중 ‘여성 관리자 확대 노력’을 구체화하고, 공공기관 개방형 직위 도입 시 여성인재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정책결정과정에서 여성의 관점과 요구를 반영하여 양성평등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위원회 여성참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여성발전기본법」을 바탕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때 위촉직위원의 경우에는 특정 성별 60% 초과 금지 조항을 마련했다. 현재 정부위원회 여성참여율은 2010년 22.3%에서 2015년 34.1%로 확대되었다. 민간부문에서도 여성 관리자를 확대하도록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TF」의 대표과제로 선정하고 실천을 독려할 방침이다.


<여성과 조직 리더십>의 저자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같이 한국 사회에 유리천장이 두꺼운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일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3.8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에서 주제 강연을 맡은 강 교수는 “30%에 달하는 여성 신입사원이 지속적으로 경력을 유지했다면 여성 관리자가 그렇게 적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여성의 경력단절로 인해 회사 내에 간부급 여성이 적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은 노동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많은 여성들이 고등교육을 받아 직업이 요구하는 기술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과 나아가 고위직을 향한 ‘야망’을 꺾는 것은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과 분위기에서 기인하는 것이 크다. 강 교수는 “신규로 채용된 여성들이 결혼, 출산, 육아의 단계를 거치면서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떠나다 보니 고위 관리직에 진출할 여성의 풀(pool)자체가 저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워킹 맘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경제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지속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남녀는 갈등과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조화를 이루도록 되어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남녀가 사회와 가정을 위해 조화로워질 때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때이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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