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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장기화되는 저유가로 흔들리는 세계, 한국 경제는 괜찮은가?

산유국 부도위기 가중… 국내 수출도 타격


[M이코노미 조운 기자]전 세계가 저유가로 휘청거리고 있다.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 하늘 높게 치솟던 국제유가가 2014년 하반기 부터 점차 감소하더니 현재(3월24일) 40달러 선까지 떨어진 것이다. 석유 값이 떨어지면 좋은 것이 아닌가 싶지만 반 토막 이상 떨어진 유가가 최근 세계적인 경기둔화와 맞물리며 세계 경제 전반에 심상치 않은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검은 황금’ 또는 ‘검은 눈물’로도 불리는 석유는 현대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우리나라처럼 석유가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자원빈국들은 어쩔 수 없이 석유를 외국에서 수입해야하며 당연히 요동치는 석유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축복인지, 저주인지 석유가 풍부한 국가들은 석유 수출을 통해 막대한 국부를 축적했다. 지구 상에 불균형하게 매장되어 있는 석유로 인해 전세계 국가들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배럴 당 40달러 선 돌파…저유가 공포 확산


그런데 최근 석유 값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계 3대 원유인 두바이유(Dubai), 브랜트유(Brent), WTI유 모두 배럴 당 100달러 선을 유지하던 원유가격이 2014년 하반기부터 급락해 최근에는 40달러 선까지 내려간 것이다. 석유를 수입하던 나라들은 값 싼 석유 값에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보았지만 석유 값이 다시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저유가로 인한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 OPEC으로 대표되는 산유국들은 최근 부도 위험에 직면했으며 최근 세계적인 경기둔화가 맞물려 전 세계 에너지 기업들도 디폴트 위험에 쳐한 것이다.


잘 나가던 석유 값이 이처럼 급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유가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 셰일오일 생산 확대를 들었다. 전통적인 원유와 달리 셰일오일은 원유가 생성되는 근원 암인 오일 셰일이라 불리는 암석에서 채취한 원유를 말한다. 셰일 오일은 언젠가는 고갈될 석유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셰일오일을 추출하는데 드는 기술이 난해하고 상용화 비용이 매우 비싸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산원가가 낮아졌고 200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는 셰일오일 산업 붐이 일기 시작했다.


저유가 원인… 미국 셰일오일 붐, 산유국 감산합의 실패


셰일오일 생산기술 발전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미국은 고유가 수혜를 위해 2010년 상반기부터 2015년 2월까지 셰일오일 생산을 대폭 확대했다. 그리고 2010년에 36만 배럴에 불과했던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올해 2월에는 435만 배럴로 늘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014년 4분기를 제외한 모든 기간에서 석유의 초과공급 상태가 지속되었으며 2015년 들어서는 초과공급 폭이 더욱 확대되었다. 이처럼 초과공급 상태가 지속되자 미국 내 석유기업들은 셰일오일 수출을 요구했고, 지난 2015년 12월18일 미 의회에서 수출 금지 해제를 포함한 법안이 가결되어 2017년부터는 미국의 석유수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셰일오일의 초과 공급과 맞물려 국제유가는 2014년 고점 대비 55%나 폭락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등 중동의 석유생산국 1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석유 감산합의에 실패해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저유가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도 석유를 감산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광물자원부 장관은 “가격이 얼마가 됐든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올해 이란의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되면서 이란의 재고까지 시장에 유입되고 있어 초과공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에너지 공단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글로벌 에너지 패권경쟁의 결과라는 가설과 반미(反美)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압박목적으로 미 사우디 간 공조라는 상반된 가설을 제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석유시장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생산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오일에 가격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는 반대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공급과잉을 묵인함으로써 유가하락을 유도해 적대국인 이란, 러시아, 시리아 등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의 주장을 소개했다.


두 가설 모두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이러한 초과공급 외에도 전 세계의 수요 부진도 저유가 현상을 부추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인 중국 경기가 부진하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석유를 대체할 태양광, 바이오연료 등 대체 에너지 도입 및 연비기술 개선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유가 장기화… 산유국 부도위기 가중



문제는 이러한 저유가 기조로 인해 중동 산유국들의 부도위기가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수출입 은행은 원유수출국인 베네수엘라, 이라크 등이 저유가로 수입이 감소하면서 재정적자 비중이 이미 20% 내외 수준에 이르며 재정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 국가 대부분은 저성장·인플레 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어 경제성장에도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저유가 지속에 따른 인프라 투자사업 취소·연기, 재정악화에 따른 복지혜택 축소 등도 산유국들의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수출입 은행은 외채상환태도, 재정능력, 금융시장변동 등 3대 기준을 토대로 부도위험 평가기준에 따라 주요 산유국 부도위험을 평가했다. 수은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아제르바이잔 등 2개 산유국의 부도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주도형 한국, 저유가 장기화 시 악영향


중요한 것은 저유가 충격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다. 당초 정부는 수출 주도형인 우리나라가 저유가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교역조건 개선, 기업생산비용 감소가 물가하락, 가계 실질구매력 증대, 소비 증가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 되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 10% 하락 시 수입액 감소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 실질 구매력 향상, 소비 확대 등으로 우리나라 GDP가 0.27%p 개선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저유가 장기화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석유공사 석유경영경제팀 정찬신 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화 되어가는 우리 경제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확산, 산유국의 경기 부진 등 저유가의 부정적 요인에 직접 노출되어 있다. 산유국 부도위험이 증대되고 부도가 현실화될 경우 전 세계적 무역규모가 감소하고 신흥국 환율급등에 따른 금융 불안을 야기해 국내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실질소득 증가가 소비 및 투자로 즉시 이어지기가 어려워 유가하락 상황이 오히려 성장률 회복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하며 “주력 성장산업의 경쟁력 상실, 단순 수출주도형 산업 및 저유가 기반 경제 구조로의 복귀 시 커다란 혼란과 비용이 예상된다”고 보았다.


실제로 2015년 수출액은 5,269억 달러로 전년 대비 8% 하락하였고, 2016년 1월 수출액도 36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5% 하락했다. 최근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 수출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월 말 국내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0.8%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바 있다. 즉 저유가가 오히려 내수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의 굴레를 형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4대 핵심 산업인 조선·해양플랜트, 정유, 석유화학, 자동차 산업은 모두 유가변동에 민감한 산업들이다. 실제로 저유가 현상으로 인한 산업별 영향은 상이하지만 우리 4대 핵심 산업의 경우 직·간접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해양플랜트의 경우 저유가 지속 이후 신조선 수주가 급감하면서 2014년 329억달러에서 2016년 170억달러로 수주 규모가 급감했다. 실제 국내 3대 대형 조선사들은 올해까지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5%, 19.8% 감소했으며, 저유가로 인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을 이끌어왔던 산유국 수출은 전년대비 17.2%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은 저유가의 장기화, 중국의 경기 부진 등의 요인들로 인해 먹구름이 끼어 있는 상황이다. 정 연구원은 “단순히 고유가나 저유가에 민감히 반응할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경우 국가재정 운영에도 큰 리스크가 발생하므로 이에 대한 한국 경제의 체질개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의 최적 성장에 적합한 균형 유가수준을 파악하고 편차가 생길 경우 산업별로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며 “유가 수준과 관계없이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필요한 핵심 성공요인을 발굴, 투자해야 급변하는 혼돈 속의 세계 경제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정부 수출투자대책회의 실시



정부는 최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수출여건에 대한 대응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2월3일(수)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민관합동 수출투자 대책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정부는 주력상품의 수출 감소를 최소화기 위해 이란, 쿠바와 같이 경제제재가 해제되는 국가에 시장선점을 위한 경협활동에 주력하며 중국에 대해 소비재 중심의 품종다변화로 유망품목의 수출 신장률을 배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EU, 아세안 등 전통 주력시장은 FTA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비관세장벽 완화로 통상 협력을 강화한다. 또 화장품, 의약품, 농수산품 등 신규 유망 품목의 수출 배가를 위해 R&D, 인력 지원과 비관세장벽 해소, 현지물류체계 구축 지원 등에 주력한다. 이와 함께, 수출저변 확대를 위한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종합상사 및 유통업체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해외 동반진출도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현 상황의 심각함을 자각하고 모든 부서와 유관기관의 리소스를 ‘수출회복’에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주 장관은 “수출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지체 없이 해결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수출지원기관 합동 현장점검반에서 발굴된 애로사항을 ‘민관합동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신속히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OPEC을 대표하는 사우디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4월17일 카타르에서 산유국 공조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회의에서 감산합의가 이루어질 지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회의가 석유시장수급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meaningless)으로 평가한 바 있다. 3월 말 유가가 40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저유가 장기화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할수 없는 태풍처럼 불어오는 저유가 장기화속에서 한국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뿌리를 더욱 깊게 내리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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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첩국 너마저! 국내산으로 둔갑한 수입농수산물 단속
중국산 대구와 미국산 장어, 러시아산 명태 등을 국내산으로 표기해 판매한 음식점들이 적발됐다.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는 지난 2월 28일부터 4월 5일까지 수입 농수산물 취급 업소 130여 곳을 대상으로 원산지 둔갑 행위 등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18곳의 업소에서 불법행위를 적발했다고 18일 밝혔다. 불법행위가 적발된 일반음식점의 경우 대부분 중국산 대구, 미국산 먹장어, 러시아산 명태(황태, 코다리) 등을 국내산으로 표기하고 영업하다 적발됐다. 적발 업체 가운데 재첩국을 제조·가공하면서 국내산과 비교해 2배 정도 저렴한 중국산 재첩을 섞거나 모든 원재료를 중국산으로 사용했음에도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업체도 있었다. 모 업체의 경우 최근 3개월간 중국산 재첩을 국내산과 섞어 10t 규모의 재첩국을 만들어 판매해 4000여만 원의 부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이력을 확인할 수 없는 중국산 양곡류를 대량으로 국내에서 유통한 업체도 다수 적발됐다. 양곡류 도소매업소 6곳은 불특정 다수에게 한글 표시사항이 없는 팥, 검은콩 등 중국산 양곡류 17.5t을 판매해 적발됐다. 이들이 소매업소에 판매한 양곡류의 시가는 1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