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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능권 칼럼>정권 심판을 넘어선 정치 변화의 가능성



4·13 총선에서 대부분의 전문가가 내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60석 이상이 무난해 보이던 새누리당은 122석 밖에 얻지 못해 제2당으로 추락했다. 반면 100석이면 성공이라던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으로 제1당이 되었고, 군소정당 내지는 호남당으로 전락하리라 예견되던 국민의당은 38석을 얻어 제3정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지율은 더 큰 차이를 보였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33.5%와 25.5%로 크게 내려앉은 반면, 국민의당은 26.7%를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4·13 총선은 이명박-박근혜의 수구적 보수정권에 대한 심판

지난 4월15~16일에 이뤄진 유권자 인식조사를 따르면, 새누리당의 패배와 야당의 승리는 대통령과 정부 또는 새누리당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78%로 나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혹은 국민의당이 잘했거나 야당 후보가 더 나았기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8%를 넘지 않았다. 그리고 여소야대의 결과에 대해 응답자의 69.3%가 만족해 했다. 즉 이번 총선의 결과는 정책, 리더쉽, 공천 등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단순히 현 정권과 여당에 내린 심판 때문인 것이다.

일여다야 구도에서 심판은 사표방지에 기초한 분할투표(지역구 투표와 비례 투표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하는 것)와 새누리당 지지층의 이탈을 통해 행해졌다. 위 인식조사에 따르면, 지역구 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찍은 유권자 중 58% 만이 정당투표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다. 42%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심판을 위해, 그리고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 지역구 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이다. 특히 분할투표가 박빙이었던 수도권과 부산에서 강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압승과 함께 경남과 부산에서도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지지자들 중 일부는 현 정권과 새누리당의 막가파식 행태로 인해 지지를 철회했다. 19대 총선에서 얻은 득표수에 비해 20대 총선에서는 대략 7% 정도가 빠졌다(19대 총선 당시 자유선진당이 있었고 지역구 기준 득표율이 2.2%였다. 새누리당은 43.3%였다. 이후 두 당이 합당했으므로 단순 계산하면 45.5%의 득표율이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총선에서는 38.3%에 그쳤다). 이 수치는 박빙의 승부처에서는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의미를 정권심판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부족하며 몇 가지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역주의에 균열이 확실하게 생겨났다. 둘째, 보수진영의 분열이 일어나 향후 정치스펙트럼상의 변화 가능성이 발생했다. 셋째, 정책과정에서 유권자의 참여에 대한 자각이 가능해졌다. 

영남에서 지역주의 청산이 시작되었다 

우선 오랜 기간 지속되던 지역주의는 영남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의원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온 홍의락 의원이 당선되었다. 특히 김부겸 의원은 62.3%라는 더불어민주당 내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보이면서 당선되었고, 홍의락 의원도 52.3%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부산에서는 18석 중 5석을 얻었고, 경남에서는 16석 중에 3석을 확보했다. 울산(총6석)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선거운동에서 ‘종북세력’이라고 비판했던 노동운동가 출신 무소속 2명과 비박 무소속 후보 1명이 당선됐다.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벨트(8곳)에서도 3곳을 얻는 데 성공하였다. 그 동안 민주진보세력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던 보수의 아성이 깨진 것이다.

반면 호남에서는 지역주의가 미미하게만 무너졌다. 2명의 새누리 의원이 당선되었을 뿐이다. 특히 이정현 당선자(44.5%)는 노관규(39.1%), 구희승(11.8%)과의 ‘3각 구도’에서, 정운천 당선자(새누리당, 37.5%)는 최형재(더불어민주당, 37.4%), 장세환(국민의당, 22.8%)과의 ‘3각 구도’에서 승리한 것이기 때문에 지역주의의 퇴보는 부분적으로만 이뤄졌다.

특히 호남지역주의로 인해 수혜를 보는 대상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수혜자였으나 이제는 국민의당이 되었다. 호남지역주의는 단순히 호남지역에서만이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해 국민의당 정당득표율이 수도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호남에 연고를 두고 있는 유권자들 중 많은 수가 국민의당을 지지한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향후 호남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커다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수구 보수와 합리적 보수의 이별 그리고 국민의당의 약진

두 번째의 변화는 보수층 내의 분화다. 지난 8년 동안 우리나라는 수구적 보수주의자들이 실권을 장악했다. 특히 최근 3년간은 경제영역만이 아니라 정치영역에서도 수구적 보수주의가 판을 쳤다. 역사교과서 문제, 종군위안부(군 성노예) 문제, 세월호, 테러방지법, 노동법 개악 등이 그 예들이다.

이런 행태는 합리적 보수주의를 견지하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 반감을 샀다. 여기에 그간의 경제 실정이 덧붙여져 수구적 보수주의자 세력과 합리적 보수주의자 세력 간의 분화가 나타났다. 그리고 합리적 보수주의자들 중의 상당수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위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이 창당하지 않았다면 어느 정당을 찍었을 것인지를 물어본 결과, 새누리당 후보를 찍었을 것이라는 응답이 29.4%로 나왔다. 즉 새누리당 지지자였던 유권자들이 국민의당 지지자의 1/3 정도가 되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영남지역주의와 연결된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이 국민의당을 통해 호남의 보수주의자들과 엮이고 있다. 호남의 경우 박지원·주승용·박준영 등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인사들이 대거 당선됐고, 이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호남에서의 녹색바람을 일으켰다. 따라서 현재의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한편으로는 새누리당 지지자였던 합리적 보수주의자들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였던 보수주의자들이 섞여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여기에다 국민의당은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중도노선을 주장해 왔다. 이 중도에는 합리적 보수가 포함된 것이어서 향후 국민의당이 정체성을 정립해 갈 때 길라잡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 정당이 갖는 정치적 스펙트럼은 수구적 보수=새누리당, 합리적 보수 = 국민의당, 합리적 진보 = 더불어민주당, 급진적 진보 = 정의당 및 그 외의 진보정당 등으로 사분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런 재편은 우리나라 정치가 진일보하는데 초석이 될 수 있다.

쉽지 않은 미래지만 희망은 있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에 따른 반사이익은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크게 보았다. 지역구에서 낮은 정당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구 의석을 얻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의석수가 더불어민주당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해 주지는 못한다. 특히 정당지지율이 국민의당 보다 낮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호남과의 고리가 끊어짐으로써, 그리고 부산·대구· 경남에서 지역구 의석을 얻어냄으로써 지역주의 정당의 이미지를 벗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이룬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은 향후 정치지형의 변화에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연이은 수도권에서의 압승, 특히 도시지역에서의 압승은 더불어민주당이 전통적인 지역감정과는 다른 새로운 헤게모니, 즉 도시에 거주하는 개혁·진보적 중산층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경우에는 존립의 토대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향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신이 부족한 상태다. 앞서 제시한 유권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지역구 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한 유권자 중에 78.5%가 비례 투표에서도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즉 지역구 투표와 비례 투표가 일치하는 적극적 지지층이 존재한다. 그리고 지역구 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한 지지자들의 경우 60.5% 이상이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지역구에서 끝까지 국민의당후보를 지지했다. 이런 점들은 국민의당이 독자적인 제3정당을 이룰 수 있는 인적 토대가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한계 또한 분명히 갖고 있다. 수도권과 호남에서 국민의당의 높은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 정권교체의 기대, 새누리당에 대한 반발이 모두 결합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 요인들은 미래 지향적이거나 가치나 정책 지향적인 것들이 아니다. 오히려 박근혜 정권도 싫고 기존의 양당인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 싫어서 나타난 ‘반사적’ 성격이 크다. 일반적으로 정당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체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정체성의 형성이나 지향하는 가치체계의 구성에서 어려움을 겪는 한 지속가능성은 위협받게 될 것이다.

특히 중도노선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현재 새누리당 내부에는 원희룡, 남경필 등의 개혁 지향적 보수세력이 있으며, 유승민도 여기에 속할 수 있다. 이들이 내부에서 유의미한 주도세력으로 성장한다면, 국민의당은 이들과의 차이를 드러내기가 어렵게 된다. 또한 캐스팅 보터의 역할을 함에 있어서도 새누리당과의 공조가 쉽지 않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호남 세력이 새누리당과의 공조에 대해 반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책형성 과정에서 유권자의 실질적 참여가 필요하다

선거의 기능 중 하나는 심판이다. 하지만 동시에 미래를 여는 기회의 창 역할도 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4·13 총선을 통해 지난 8년에 걸친 수구적 보수정권의 퇴행에 심판을 가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수의 국민들은 무엇으로 미래를 채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선택하지 못했다. 사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국민이 스스로 만들어내기는 매우 어렵다. 그것이 대의제의 한계다. 대의제하에서는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이 그것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구조다. 이번 선거에서 힘 있는 어느 정당도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고, 따라서 국민들은 선택할 수가 없었다.

선거는 삶의 조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미래를 위한 기회의 창을 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참여이고, 이런 참여가 실제로 변화를 낳는다. 그리고 참여와 변화를 통해 국민인 유권자는 스스로의 힘으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자각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대의제 하에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투표행위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것들 또한 자각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회의원의 절반 정도가 교체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거의 없다. 단지 사람만 바뀌었을 뿐이지 불평등을 낳는 삶의 조건들은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선거는 유권자들로부터 이런 한계를 자각하게 하고 더 나아가 어떻게 해야 그런 조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제 우리 국민은 이 두 번째의 자각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가’ 삶의 조건들을 바꾸는 주체가 되어 정치권에 강제력을 행사해야 한다. 강제력의 행사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형성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져야한다. 바로 이것이 ‘선거 이전의 정치’와 ‘선거 이후의 정치’다. 공권력은 정책의 실행을 통해 현실화되는 것이며, 국민이 공권력을 좌지우지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정치가 실현된다. 이제 이런 정치의 시발점이 이번 4·13 총선을 기점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 그래야 국민이 행복한 ‘복지국가 정치’의 새 시대가 점차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MeCONOMY Magazine Ma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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