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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Italy와 Americano 사이에서 한국식 커피를 찾다

CAFE 105 ‘coffee + chocolate’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한국인의 커피사랑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더니 어느새 새로운 커피에 대한 갈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식 아메리카노만으로 만족했던 시기를 벗어난 것이다. 여기에 맞춰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도 소비자의 입맛에 대응하기 바빠졌다. 단맛·신맛·쓴맛 수천가지 오묘한 커피의 맛 속에서 자기들만의 독특한 맛을 찾기 위해 커피업계는 소리 없는 전쟁 중이다. 치열한 경쟁은 창조를 이끌어 내기 마련. 미국의 아메리카노와 커피의 고향 유럽 Italy 사이에서 독특한 우리만의 커피가 탄생할 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다. 우연히 들른서울 중구 한 골목길에 자리 잡은 카페105에서 한국식 커피에 근접할 지도 모르는 커피를 만났다.


이 카페는 일반가정집을 개조한 모습으로 골목 안쪽에 자리해 이 지역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찾기가 쉽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금요일 오후 시간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커피잔을 마주하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일반적인 커피전문점의 모습과 흡사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시켜 한 모금을 마셨는데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는 다크로스팅을 한 듯이 보였지만 맛은 생각보다 연했고, 향은 진했다.


“커피애호가는 물론 원두커피에 익숙지 않은 누구라도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이태리 등 유럽의 향이 좋은 커피 특징과 미국의 묵직한 바디감의 중간에서 맛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곳만의 특별한 커피 맛의 비결을 묻자 카페의 바리스타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카페의 바리스타는 금발의 미녀였는데 점심 피크타임을 지나 잠시 한가해진 시간을 틈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카페105의 바리스타이자 점장 레일라 뮬러 리베라 씨(35)는 손님들에게서 커피에 대한 질문이 자주 있는 듯 익숙하게 취재원의 질문에 답했다. 리베라 씨는 “많은 손님들께서 저희 커피 맛을 보시고, 어떤 원두를 사용하는지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데, 저희는 사용하는 원두가 매해 매시즌 다르다”면서 “그때그때 최상의 맛을 내는 원두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매일 아침 수 십 잔의 커피를 내려 테이스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좋은 콩과 잘 로스팅 된 원두라고 해도, 커피는 신선함과 보관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매일 동일한 맛을 유지하고 더 나은 맛을 찾기 위해 아침마다 적게는 10잔, 많게는 30잔을 마시면서 테이스팅을 해요. 벌써 10년째 그렇게 하고 있어요.”



Americano에서 Italy Espresso까지


카페105의 커피는 일반적인 커피숍의 커피와는 분명 달랐다. 첫맛과 인상은 미국식의 진한 커피이지만, 끝맛은 부드러운 유럽의 향이 감쌌다. 리베라 씨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처음에는 진한 아메리카노에 익숙했던 한국인들이 커피문화가 갈수록 발달하고, 유럽의 커피도 자주 접하면서 취향은 다양해지고 입맛도 변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커피 애호가와 커피에 익숙지 않은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커피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페105의 차별화된 맛에 입맛에 맞지 않는 고객은 항의를 하기도 한다고. 사실 우리가 지금은 대명사처럼 흔하게 쓰는 아메리카노는 원래 커피를 뜻하는 게 아니다. 스페인어로 ‘미국인’이라는 단어로 미국 방식의 커피라는 뜻이다.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에게 아메리카노는 어느새 커피의 대명사가 됐다. 이름뿐만 아니라 입맛도 그렇다. 진한 다크로스팅에 익숙해져 순한 유럽식 커피에 왠지 모를 부족함을 느끼기도 한다.


실제 에스프레소하면 우리는 인상을 찌뿌릴 정도로 진한 맛을 상상하지만, 유럽의 에스프레소는 실제로 우리가 상상하듯 진한 맛은 아니다. 짧고 간단히 마시는 유럽의 특성상 미국처럼 다크로스팅이 아닌 미디엄로스팅이 주를 이룬다. 리베라 씨는 “미국은 원래 커피를 노동자들이 잠을 쫒기 위해서 카페인 섭취를 위해 마시던 것이라 진한 다크로스팅이 특징이고, 그 영향을 받아 우리도 진한 다크로스팅에 익숙해져 있었다”면서도 “하
지만 어느새 한국의 커피문화가 발달하면서 에스프레소·카푸치노의 발상지인 이태리의 감성 쪽으로 많이 넘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JNR과 리베라씨의 인연


10여년이라는 긴 기간 한국의 커피문화의 변화와 함께 하면서 어느새 한국식 커피를 찾고 있는 리베라 씨. 한국식 커피를 멀리 남미에서 온 바리스타가 찾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처음부터 커피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리베라 씨는 볼리비아에서 한국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막연히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지금의 남편의 적극적인 구애로 결혼을 하고 한국에 와서 살게 됐다.


이후 우연치 않게 카페105에서 일하게 됐고, 커피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리베라 씨는 “어린 시절 외할머니께서 직접 커피콩을 따서 말리고 굽고 내려주신 커피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에 불어 닥친 커피신드롬을 따라 커피 관련 업종에 일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주 관심사가 됐다.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바리스타 공부까지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리베라 씨는 “사실 카페105는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JNR이라는 프리미엄 커피 로스팅 전문기업의 디저트카페”라며 “전문기업의 원두창고·원두선별·블랜딩·로스팅까지 체계적인 관리에 의해 공급되고 있어 커피의 전 과정을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커피는 생두라 부르는 커피콩의 선별과정에서부터 최상의 맛을 향한 과정이 시작된다. 좋은 콩을 고르기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보관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습도가 12%가 넘어가면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고, 그 이하의 경우는 생두의 산화를 촉진하게 되므로, 항상 적절한 환풍으로 실내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 돌·옥수수·조 등 이물질은 한 알 한 알 에스프레소 한잔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세심한 선별이 요구된다.


이후 카페에 도착한 원두는 마지막으로 전문 바리스타의 손에 의해 내려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개인이 커피를 연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리베라 씨는 “회사의 배려와 지원으로 현장에서 고객과의 최전선에서 커피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 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카페105 더 나아가 JNR만의 한국식 커피는 이렇게 10년의 세월에 걸쳐 탄생했다.


커피맛 하나로 초콜릿에서 플라워티까지


이렇게 탄생한 JNR과 카페105의 커피는 소리 소문없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커피 맛으로 얻은 신뢰는 자연스레 사업영역 확장으로 나타났다고. 리베라 씨는 “커피를 포함해 티 전반으로, 커피머신, 커피와 함께 먹는 프리미엄 초콜릿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면서 “커피는 파우치로도 개발돼 특급호텔 객실에 서비스되고 있다”고 전했다.


JNR과 카페105의 커피의 맛과 향을 먼저 알아차린 것은 해외에서다. 카페105에서는 커피를 포함해 다양한 차도 함께 서비스하고 있었는데, 리베라 씨는 플로테 티는 유럽 현지에서 다양한 허브와 과일, 꽃 등을 재료로 손으로 직접 수확하고 엄격한 선별과정을 거친 프리미엄 티라고 소개했다. 홍콩의 ‘The Natural Tea Company’가 JNR과 손잡고 한국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커피와 최상의 파트너로 꼽히는 달콤한 초콜릿은 세계 최고의 초콜릿 제조국인 벨기에에서 직접 넘어온다. 리베라 씨는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초콜릿 브랜드로 1932년 설립된 ‘Corne Port-Royal’의 수제초콜릿을 우리나라에서는 독점으로 선보인다”며 “모든 초콜릿을 벨기에 본사에서만 제조해 전세계 어디서나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는 코르네포트로얄의 프리미엄 수제초콜릿을 커피와 함께 맛보시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엄 수제초콜릿은 짧은 유통기한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3개월 가량 밖에 되지 않다”면서도 “수익보다는 프리미엄 커피와 프리미엄 초콜릿을 함께 맛볼 기회를 고객에게 드리고 싶어 서비스하고 있다”고 전했다.


10년째 공들인 한국 맞춤형 커피 맛이 우리보다 먼저 외국인들을 사로잡아 JNR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아직도 매일아침 커피 10잔 이상을 테이스팅 하는 리베라 씨와 그를 묵묵히 지원하고, 함께 걸어가고 있는 JNR. 인터뷰가 끝나고 리베라 씨가 가장 자신이 있다는 카라멜마끼아또를 한 잔 내려줬다. 다른 곳처럼 달지 않았던 리베라 씨의 카라멜마끼아또의 가라앉지 않는 빡빡한 거품은 마치 JNR과 리베라 씨의 10여년의 세월을 쌓아올린 벽돌처럼 단단해 보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바리스타와 커피를 선보일지도 모를 이 둘의 앞날이 기대된다.



tip. 바리스타 레일라 뮬러 리베라가 말하는 ‘커피’


1. 커피를 추출할 때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정성을 들이는 부분이 있다면.

매일 매시간 원두의 컨디션이 달라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매일 매일 원두의 상태에 다라 테이스팅 과정을 수십 차례 거쳐 최상의 맛을 찾아내 손님께 서비스해 드립니다. 적어도 하루 10잔에서 많게는 30잔 정도 테이스팅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2. 일반인들이 커피를 맛있게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맛있게 숙성된 원두로(꼭 방금 로스팅을 했다고 다 맛이 있지는 않습니다. 신선한 원두는 바로 로스팅된 것 보다는 수확한지 오래되지 않은 커피콩입니다.) 취향에 맞게 굵기조절을 하셔서 가시면 됩니다. 진한 커피는 가늘게 분쇄하시고, 마일드한 커피는 굵게 분쇄 후 내려드시면 됩니다.


3. 해외와 비교했을 때 한국인의 커피사랑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예전에는 커피에 대한 지식보다는 유명커피를 선호했지만 요즘에는 전문적인 지식과 다양한 취향을 바탕으로 아메리카노의 묵직한 바디감에서 시작해 점점 Italy 에스프레소의 감성적인향이 풍부한 커피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들로 봤을 때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럽의 커피선진국 못지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4. 바리스타의 전문성은.
바리스타의 전문성은 그날 최고의 맛을 찾아내 손님께 서비스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기계적으로 분쇄한 커피를 내리는 것보다는 그날 최고의 컨디션을 찾아내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원두의 다채로운 맛을 조화롭게 추출뿐 아니라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 마인드, 제품과 원재료에 대한 책임감 또한 바리스타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늘 연구해요. 오늘은 어떤 커피가 아름다운지...


5. 좋은 원두를 고르는 방법은.

우선은 신선한 콩을 골라야 합니다. 모든 먹거리들이 그렇듯이 커피도 이쁘고 통통하고 보기 좋은 콩들이 맛도 좋아요. 로스팅은 콩의 구석구석 틈새까지 균일하게 잘돼 있어야 합니다. 또 콩을 보면 이렇게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다크로스팅을 해서 콩의 기름이 나와 있는 것이고, 윤기가 안흐른다고 나쁜 콩은 아니예요. 미디엄로스팅을 한 원두는 반질반질 하지 않아요.


MeCONOMY Magazine Ma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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