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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무지개가 떴다 ‘2016 퀴어 문화축제’



<M이코노미 이홍빈/ 조운 기자>아직은 생소한 ‘퀴어(queer)’.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퀴어’가 서울 시청광장에 등장했다. 지난 6월11일(토) 벌써 17회째를 맞이한 ‘퀴어 문화축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에서 찬반 논쟁이 심한 퀴어축제에 대한 우려 속에 서울 시청광장은 바리케이트가 쳐졌고, 그 안과 밖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지난 11일, 서울시청의 ‘2016 퀴어 문화축제’ 현장을 소개한다.

소나기가 그친 서울시청 앞, 여섯 빛깔 무지개가 떴다. 지난 6월11일(토) 서울시청 광장에는 ‘2016 퀴어 문화축제’가 열렸다. 다양한 인종, 국적,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퀴어 축제는 서울시청의 푸른 잔디 광장을 둘러싼 바리케이트 안에서 진행됐다. 철옹성처럼 광장을 둘러 싼 경찰들의 모습에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 건지, 소요사태가 발생한 건지 헛갈릴 정도였지만 막상 들어선 광장 안에는 신나는 노래가 울려 퍼지고 모두가 한데 어울려 남의 시선 상관없이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광장밖에서는 기독교 단체와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반대 시위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전혀 다른 풍경을 자아냈다. 시청 광장 안과 밖의 언어는 같았지만 그 소리는 전혀 섞이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퀴어(queer)'

‘퀴어(queer)’라는 단어는 본래 ‘이상한’, ‘기묘한’등을 나타내는 뜻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퀴어 문화를 칭할때 자주 등장하는 여섯 빛깔 무지개 깃발은 성소수자들과 평화를 상징한다. 최근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흥행하면서 레즈비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성적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그리 너그럽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제1호 게이 연예인인 홍석천의 경우에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낸 후 몇 년 동안은 국내에서 연예활동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국내의 선입견은 강했다. 실제로 그가 연예계 활동을 다시 활발히 이어온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미국의 경우 이미 미전역에 동성결혼이 합법화됐고, 미국 대통령 오바마 역시 동성애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미국 뿐 아니라 캐나다, 서유럽의 모든 나라는 동성애 인정을 넘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고, 해마다 6월이면 세계 곳곳에서 퀴어 퍼레이드 및 다양한 성소수자의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QUEER I AM: 우리 존재 파이팅!’

우리나라도 조금씩 ‘퀴어’라는 문화에 대한 인식을 넓히기 위해 성소수자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놀랍게도 이번 퀴어 문화축제는 올해로 17회째이다. 이번 퀴어문화 축제의 슬로건은 ‘QUEER I AM: 우리 존재 파이팅!’으로 주최 측은 “이 슬로건은 ‘우리는 계속 여기에, 우리 그대로의 모습으로, 퀴어하게 존재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며, “올해에도 우리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서울 시청 안까지 점령한 동성애 반대 시위 등으로 축제 개최에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주최 측의 노력으로 예정대로 11일(토) 퀴어 문화축제가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렸다.

개막식에는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 활동가 ‘선율’과 성소수자 인권활동을 하고 있는 ‘상근’이 사회를 맡았다. 또 한국 퀴어 문화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해외 인사들과 세계 각국의 대사들이 참석해 인사를 나눴다. 이 날은 미국 리퍼트 대사도 참석해 퀴어축제를 지지했다. 서울시 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은 “차별과 폭력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성소수자 인권 문제는 우리사회 인권 문제의 핵심이다. 세계 각지에서는 정당한 행진이 시작되고 있으며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오늘의 축제가 우리 인권의 기록에 남을 것으로 생각 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행사에는 기독인 합창단 ‘아멘 더 레인보우’, ‘판타스틱한 여자들’ 등 다양한 공연 팀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퀴어 축제는 축제에 참석한 이들이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는 시간을 갖게하고, 성소수자들을 응원하고 후원 할 수 있는 다양한 부스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부스에는 전국의 다양한 성소수자단체, 대학교 내 성소수자 인권모임과 동성애를 찬성하는 교회 그리고 동성애를 인정하는 국가의 대사관들도 대거 참여했다. 부스들 중에는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인 ‘띵동(ddingdong)’도 있었다. ‘띵동’은 성 정체성 때문에 가족과 사회에서 외면당한 청소년 성소수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곳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청소년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띵동’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심리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민형사상 사건 및 법제도와 관련한 도움을 주는 법률상담 자문도 지원하고 있다. 또 당장 생활하고 잠을 잘 곳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쉼터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띵동’의 도움을 받은 청소년들도 200여명이나 되며, 주로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이 많았다. 이인섭 상담지원팀장은 “보통 어느 곳에 성소수자가 많다, 적다고 판단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어떤 사회에서든 성 소수자의 비율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띵동’은 이런 친구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도움을 주면서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전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참가자들

이날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퀴어 축제에 참여한 박진수(25세)씨는 여자 친구와 함께 퀴어 문화축제에 왔다. 박 씨는 “성소수자는 아니지만 이런 개방적이고 모든지 서로를 인정하는 문화가 재미있어서 여자 친구와 함께 왔다”며 “올 때 마다 느끼지만 풍경 자체가 이 안의 세상하고, 저 밖에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대비되는데, 그 부분이 참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박 씨를 따라온 여자 친구는 “남자 친구 때문에 오게 됐는데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어색했다. 하지만 부스를 돌면서 성소수자들의 움직임들을 보면서 그들의 입장이 이해됐고, 점차 마음이 열려 지금은 축제를 즐기고 싶어졌다”며 “오늘을 계기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이날 참가자들은 동성애, 양성애, 이성애 등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한데 섞여 있었다. 광장 안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낸 게이, 레즈비언들이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축제를 즐겼다. 이성애자라고 밝힌 정수희(가명)씨는 “외국인 친구들이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왔는데 사실 이 안은 분위기 자체가 한국 같지가 않다. 확실히 뼈 속까지 한국인 정서의 사람들에게는 이들의 문화가 좀 거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그런 쉬쉬하고 숨기고 하는 문화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섹스어필을 하는 이들이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보다 ‘성’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축제에서 눈에 띄는 앳된 모습의 여성 3명에게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들은 고등학교 1학년으로 자신들을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했다. 그 중 한 여고생은 “기독교 신자인 엄마를 제외하고는 가족에게 레즈비언이라고 털어놓았다. 아빠는 별말씀없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게 뭐가 대수냐 괜찮다’고 안아주셨다”고 말하며 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들의 활동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답했다.

자신을 게이라고 밝힌 김지성(20대 회사원)씨는 “주변에는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면서 스스로 작아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직장 동료들도 나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묻곤 한다. 그 직장 동료가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거나 불쾌함을 느낀다면 상황에 따라 숨기기도 드러내기도 한다. 당당하게 이야기 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사회의 편견 때문에 꺼려지는 부분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게이냐고 물어보면 숨기고 싶지 않다. 오늘 행사는두 번째로 참석하는 것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있다. 서울에서 또 열린다면 참석할 계획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동시 다발적인 동성애 반대 집회도 열려

이후 오후 4시 반부터는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서울 시청광장을 출발해 명동역을 돌아오는 2.9km거리를 행진했는데 경찰 바리게이트 속에서 큰 소란없이 이뤄졌다.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를 시작으로 트렌스젠더,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등 다양한 모임 및 인권단체들과 구글 등 기업 참가단 그리고 각국 대사관, 종교단체, 성소수자 부모연대 등이 차례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눈길을 끈 것은 그 긴 퍼레이드 길 곳곳에서 동성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기독교 단체들이었다.

서울 시청광장을 둘러싼 곳곳에는 기독교 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동성애 반대”를 격렬하게 외치고 있었다. 이들은 동성애는 비정상적이고 이들의 불결한 성행위가 에이즈를 퍼뜨린다며 동성애 결사반대를 외쳤다.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그들이 불쌍하다. 그래서 나왔다”며 조용히 피켓을 들고 퀴어 퍼레이드 옆을 쫓아갔다. 또 다른 남성은 “동성애는 정신질환이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길을 지나가던 한 주부는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그들을 보고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이날 퀴어 문화축제에서는 종종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성소수자들도 눈에 띄었다. 퍼레이드는 남녀노소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있는 길거리를 지나갔는데 몇 몇 시민들은 민망한듯 고개를 돌리거나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 조직위원장을 맡고있는 송춘길 목사는 “우리는 이 동성애를 2014년도부터 지켜봤다. 그런데 2014년도는 굉장히 문란했다. 2015년도에도 지켜봤는데, 사회적으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그런 수준으로, 성적타락의 절정으로 치닫는 걸 보았다. 이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시위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송 목사는 “동성애가 마치 인권으로 왜곡되고 미화돼서 ‘저들을 차별하지 말고 존중해줘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동성애는 사실 죄악이다. 성적 타락을 인권으로 포장해서 존중해줘야 한다는 완전히 창조의 근본 질서를 뒤집어 버리는 주장에 미혹돼 있는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집회를 실시하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있는 그대로, 나의 존재에 대한 인정

서울 시청광장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광장에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누구나,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다. 다양한 이들의 다양한 생각과 취향을 표현하고 있는 퀴어 문화축제. 바리케이트 사이로 벌어지는 논쟁 역시 광장이기에 가능 한 것이다. 퀴어 문화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떠나, 그들의 슬로건, ‘있는 그대로, 나의 존재에 대한 인정’이라는 부분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MeCONOMY Magazine Jul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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