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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무르익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논쟁

시민단체·법조계·국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목소리 높아져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폭스바겐 디젤게이트부터 옥시 가습기 사건까지 2016년 상반기 한국의 소비자들은 가혹한 현실을 직면했다. 똑같은 물건을 샀는데 글로벌 기업들의 소비자 대응은 유독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는 냉담했다. 이에 그 어느 때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단체, 법조계, 국회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93년 미국에서 법적지식이 없던 아이 셋을 가진 가정주부가 거대 기업에 맞서 법정분쟁에서 승소하며, 33,300만 달러의 천문학적인 배상을 받아낸 사건이 있었다. 미국의 작은 변호사 사무소 직원이었던 에린 브로코비치가 그 주인공이다. 이 사건은 이후 줄리아로버츠가 주연을 맡아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영화로 제작되면서 세상에 크게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에린 브로코비치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의 법제도 상으로는 불가능하다. 에린 브로코비치가 기업에 맞서고, 천문학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덕분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통상 불법행위가 악의적이거나 기만 등에 의해 행해지는 등 불법성이 가중적인 경우 또는 피해자의 손해가 통상적인 배상만으로는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에 피해자는 자신 이 현실적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 외에 더 많은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초과적인 배상제도를 말한 다. 1760년대 영국 법원의 판결에서 비롯된 이 제도는 미국에서도 도입 시행되고 있다. 우리의 손해 액수만을 보상하는 보상적 손해배상제도와는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비도덕적인 반사회적 행위를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형벌적 요소로서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한다. 최근에도 미국에서는 올해 2월 존슨앤존슨 땀띠용 파우더가 난소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실질적 손해에 대한 배상(천만 불)이외에 징벌적 손해배상(62백만불)을 인정하는 배심원 평결이 내려졌다.

 

이외에도 미국은 2010년 급발진에 늑장 대응한 도요타에게 벌금으로만 우리 돈으로 1조를 넘는 액수를 부과했고, 폭스바겐도 디젤게이트사건으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우리나라에도 기업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보상제도를 도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영미법계에서 판례에 의해 발전된 제도인 징벌적손해배상은 민사적 책임에서 징벌적요소를 인정하지 않는 대륙법계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법제와는 맞지 않는다는 점, 손해의 보전외에 추가적인 보상을 받음으로서 남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 손해배상액의 현실화 등으로 법률을 정비해 달성할 수도 있다는 점 등 비판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변회, 사법제도개혁과제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꼽아

 

922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 이하 서울 변회)2016년 사법제도개혁과제를 발표했다. 서울변회도 민사분야에서 첫 번째 개혁과제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꼽았다. 서울변회 법제이사 이광수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 TF 내부에서 매우 심각히 논의를 진행해 개선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변회 TF팀의 논의 과정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따른 쟁점을 살펴보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올해 523일부터 612일까지 소속 회원들을 대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545명의 응답자 가운데 91.7%가 제도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형태와 관련해서는 손해배상 전반에 걸친 일반조항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 38.5%, 개별적인 특별벌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 55.9%에 달했다. 우선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의 도입이 필요한 분야로는 기업에 의한 환경침해 (22.1%) 제조물 책임분야(21.1%)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노동법 분야에서는 지속적인 부당 노동 행위 및 악의적 부당해고, 고의적 임금체불(9.6%) 증권거래분야(9.5%) 인권침해소송(8.5%)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8.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입증책임 완화 또는 전환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9.9%로 높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이 31.8%로 가장 높았다. 반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사법체계의 차이 대체제도에 의한 목적 달성 가능 피해자에게 과잉이익 귀속 등을 들었다.

 

일반법제로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

 

서울변회에서는 결론적으로 특정한 분야에 제한적으로 3배 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놨다. 우선 도입이 필요한 분야는 제조물 책임법과 표시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꼽았다. 서울변회 이광수 변호사는 우리 손해배상체계나 민사법 체계와 부합하지 않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일반 법제로 전면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배상의 상한 역시 현행 손해배상체계의 비재산적 배상에 대한 법원의 권한이 상당한 점, 먼저 제소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은 이익이 귀속되는 점도 사회정의와 형평의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여부에 관한 의문 등 이유가 있어 특정분야에 부분적으로도 입하는 형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3배 배상 제도 하에서도 법원이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해 3배 배상을 초과하는 비재산적 손해배상을 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서울변회는 징벌적 배상제도의 위헌 여부에 관해서도 검토했다. 먼저 서울변회의 안처럼 특별법 별로 개별조항을 두어 도입하는 경우 피해자간 입장에서는 도입분야 해당여부에 따라 피해배상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 서울변회는 구체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건의 경우에는 법원이 징벌배상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에서 피해자간 형평을 기하기 위해 위자료를 상향조정하는 등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또 이같은 문제제기가 확대되는 경우 민법 또는 단행법으로 징벌배상에 관한 일반 조항을 도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상한액 제한없는 징벌적 손해배상 논의다룬 영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영화 상영회 자리를 마련했다며 상영을 주최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법조계와 비슷한 시기, 국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지난 6징벌적 배상법제정안을 발의한 박영선 의원은 99일에는 징벌적 배상제에 상징적인 영화인 에린 브로코비치상영회를 열었다. 박영선 의원은 아직 우리사회에 징벌적배상제에 대한 적용사례가 익숙하지 않아, 징벌적 배상제 실화를 다룬 영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영화 상영회 자리를 마련했다며 상영을 주최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818일에는 공익법센터·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국회에서 징벌적 배상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참여연대가 국회에 청원한 징벌적 배상에 관한 법률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됐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참사처럼 국민의 생명· 신체에 피해를 발생시키는 불법행위의 재발을 확실히 방지하기 위해 배상액수에 상한을 두지 않는 징벌적 배상제도의 도입을 추진한다면서, “법안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발제자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한 국의 법제도가 기업의 무책임한 불법행위를 방지하고 처벌하기에는 부족하므로 징벌적 배상이 필요하다면서, “기업들이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과 배상을 두려워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배상액에 배수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상한 없는 징벌배상제도를 추진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김선휴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는 참여 연대가 입법청원한 징벌적 배상에 관한 법률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생명과 신체의 피해는 금전배상을 통해서도 회복이 어렵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 예방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징벌배상액에 미리 3배수 등 상한을 둘 경우 불법행위 억제수단으로서 기능이 약화될 것이고, 실제 발생한 손해는 배상액 산정을 위한 하나의 고려요소는 될 수 있을지언정, 징벌배상액의 상한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상당수 주에서도 징벌배상액의 법적 상한을 두고 있지 않고, 법적 상한을 두더라도 범죄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등 일정한 요건 하에서는 상한을 훨씬 높게 규정하거나 상한이 없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는 점,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도 징벌배상과 실제 손해액 사이의 엄격한 비율이 설정될 수 없다고 판시한 점 등도 논거로 제시했다.

 

토론회에서는 징벌배상 입법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성창익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함께 배심재판·집단소송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성창익 변호사는 징벌배상의 제도적 의의를 위해 상한을 규정하지 않는 징벌배상이 필요하다면서 나아가 생명·신체에 대한 불법행위가 아니더라도 사회 적으로 비난가능성이 크고 억지할 필요성이 큰 불법행위가 얼마든지 있으므로, 일반적인 행위유형에 대해 제한 없이 징벌배상을 도입하고, 배심재판의 도입과 집단소송제도의 도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대표는 제대로 된 징벌배상제도가 있었다 면 가습기살균제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의회가 강력한 징벌배상제를 도입 하여 자국 소비자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 이광수 변호사 는 서울변회가 내놓은 안대로 징벌적 배상이 이중 제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 적절한 배상액 산정을 위한 기준이 충분치 않다는 점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징벌배상 도입에 신중하되, 현행 전보 배상제도의 미비점은 위자료 산정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 김영현 판사는 이제 징벌적 배상제도의 도입 논의보다는 도입의 범위와 내용, 제도의 적정한 운용방안에 관한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할 때라며, “최근 법원에서 논의 중인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한 위자료 산정 방안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11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하도급 분야에 처음 도입된 바 있다. 이 법은 사업자에게 최대 3배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 보호법과 대리점 거래에서의 불법 행위 등 일부 영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한도를 정해놓아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하도급 거래관계에서 신고와 소송을 진행할 경우 거래관계의 단절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더 큰 불이익이 올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징벌적 손해배상 논의가 거세지는 이유는 현재 한국의 제도는 기업들의 만연한 불법행위를 처벌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전보 손해배상제도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사실상 기업은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7 년부터 2012년까지 10대 재벌기업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며 올린 매출액 규모는 총 1198천여억원에 이른다. 해당 기간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15천억원에 불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어느 새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시장의 주인’ ‘손님이 왕이라는 말은 책속에서나 나올 듯한 사회가 돼 버린 듯하다. 해외기업들은 국내에서 물건을 팔기 만 바쁘고,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이윤을 좇을 수밖에 없지만 정부는 소비자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뚜렷한 관점을 가져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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