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에 맞서 보수단체 80여개는 19일 오후 2시부터 서울역 광장에 모여 박 대통령의 하야에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을 중심으로 한국자유총연맹, 근혜사랑, 대한민국 애국연합 등 80여개의 보수단체들이 참가했다.
집회에 참가한 인원은 주최 측 추산 7만5,000명, 경찰 추산 1만1,000명이었다.
집회에서 박사모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은 “헌법·자유민주주의수호”, “법치주의”, “국정정상화”, “결재인 OUT”, “대통령은 우리가 지킨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박 대통령의 하야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하야를 주장하면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은 헌법과 법치주의 국가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연단에 오른 사람들은 이런 주장을 하는 야당이나 일부 언론들에 대해 “좌파”, “빨갱이”, “국가전복 시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정상적인 법절차가 있고 헌법국가인데, 법을 무시하고 임기가 정해져 있는 대통령을 내려오라고 해서는 안 된다”며 “법대로 하던지, 만약에 루머나 허위사실에 의해서 내려와야 한다면 역대 대통령 중에서 임기를 채울 수 있었던 대통령이 누가 있었겠으며 앞으로의 대통령도 임기를 지킬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 회장은 “박 대통령이 하야하면 문재인이 민주당 후보로 경선도 없이 추대될 것”이라며 “지난 대선 때 문재인이 무엇은 주장했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 고려연방제를 추진해 북한의 김정은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훈 애국단체총협의회 상임의장은 “한명숙 전 총리는 최종 판결까지 9년이 걸렸고, 박 대통령은 아직 조사도 안 받았다”면서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의 총본산은 종북 좌파 세력이다. 이들에게 나라를 내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북자 출신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장은 “박지원(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은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 ‘김정은 정권이 망하면 우리나라도 망한다. 김정은 정권을 더 강화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폭력으로 끌어내리려고 하는 자들이 바로 박지원, 문재인 세력들”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이들에 대해 “북한의 체제를 대한민국이 끌어들여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개, 돼지보다 못한 노예로 만들려고 하는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광화문 집회에 대해서는 “광화문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목숨을 걸로 박 대통령 하야를 반대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오후 4시 30분 정도 되자 서울역 광장을 떠나 남대문까지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행진을 하는 동안에도 “하야반대”를 외치며 태극기와 피켓을 흔들었다.
행진하는 동안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로 띠를 만들어 행진 행렬을 형성하는가 하면 ‘문재인·추미애를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행진대열 앞에 세우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중년층, 고령층들이었지만, 간혹 청년층도 눈에 띄었다.
개인적인 의지로 집회에 참가했다고 밝힌 한 청년은 “이번 일(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하라고 하는데, 임기 중에 단순히 광화문에 모여서 집회를 함으로써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것, 최순실이 잘못한 것을 법적 절차에 맞게 검찰·특검 수사를 해서 제대로 올바르게 처벌을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광화문에 모인 국민들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들을 보면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역 광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던 집회 한켠에서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한 남성이 ‘내가 박근혜를 반대하는 365가지 중 몇 가지’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를 본 집회 참가자들은 “그런 시위는 광화문에 가서 할 일이지 왜 서울역 집회에 와서 이러느냐. 광화문으로 가라”고 요구하며 해당 남성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