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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신분증 스캐너’가 뭐길래?

대포폰 근절 사업에 때 아닌 수익사업 논란…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여전히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국정농단 의 핵심세력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실 비서관 등이 차명 휴대전화, 소위 ‘대포폰’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정부는 2014년 2월 ‘대포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단 속에 들어갔지만, 정작 정부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대포폰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민들의 실망과 분 노는 말할 것도 없다. 한동안 잠잠하다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불붙은 대포폰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을 요 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답답함만 늘어간다. 이와 관련 이동통신업계는 개인정보 도용방 지를 위한 기기도입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영태(전 더블루K 이사)는 “최순 실의 대포폰이 몇 개냐”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 원의 질문에 “최순실이 대포폰 2개 정도를 사용했 다”고 답했다. 15일 4차 청문회에서는 박헌영 K스 포츠재단 과장이 “최순실과 고영태의 요청으로 대포폰 3개를 만들어줬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신용불량자 등 560 명 명의를 이용해 대포폰을 유통시키고 17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일당 6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최대 1,200만원을 지급 해준다는 광고로 사람들을 속인 뒤 이들의 명의를 받아 대포폰 개통에 사용했다. 이들에게 명의를 빌 려준 사람들은 대당 평균 50만원의 현금을 받았지만, 수백만원 상당의 요금폭탄을 맞았다. 이보다 앞 선 11월 10일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고객들 의 가입신청서, 신분증 사본 등을 이용해 몰래 휴대 전화를 개통한 뒤 이를 대포폰 판매업자에게 넘기 고 통신사에 판매장려금을 챙기는 등 2억여원의 부 당이익을 취한 혐의로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 A씨 를 구속하고 대리점장과 직원 등 7명, 자신의 명의 나 지인들의 명의를 일부러 제공한 72명을 입건했다.


대포폰, 범죄자들 넘어 이제는 일반인들도 사용


대포폰은 사용자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 의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를 말한다. 허풍이나 거 짓말을 뜻하는 ‘대포’에서 유래됐다. 사용자의 신분 을 감추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 듯이 대포폰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주로 범죄에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것 도 옛말이다. 과거 범죄조직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던 대포폰을 최근에는 신분 노출을 꺼리는 일반 인들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법도 다양화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노숙자나 신용불량자, 조선족 등의 명의를 이용해 대포폰을 유통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대포폰은 1~2개월 정도만 사용하고 버린다는 뜻에서 ‘막폰’으로 불린다. 최근 에는 급전(急錢)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신용불량자, 통신체납자,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한 대 당 현금 수십만원을 준다고 꼬드긴 후 이들의 명의 를 이용해 대포폰을 유통시키는 수법이 주로 쓰인 다. 이런 방법으로 유통된 대포폰을 ‘선불폰’이라고 도 부른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선불폰’을 검색해 보면 셀 수 없이 많은 대포폰 업체들의 광고 이미지 를 볼 수 있다. 업체들은 ‘안 끊기는 선불폰’, ‘총알배 송’, ‘피쳐폰·스마트폰 다량 보유’, ‘국내 최저가’ 등의 광고 문구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업체들은 사 용자의 명의를 받는 대가로 대당 적게는 30~40만 원, 많게는 70~80만원까지 현금을 제공한다. 


대포 폰을 만들기도 쉬웠다. 대포폰을 손에 쥐기까지 한 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이들 업체 중 한 곳과 접촉 해 “업무에 필요해서 두세 달 정도 쓸 것”이라고 하 자 “피쳐폰은 20만원, 스마트폰은 유심카드 포함해 서 50만원”이라며 “통장에 돈을 넣으면 원하는 장 소로 퀵을 통해 보내주겠다”고 했다.




사용자는 처벌 안 돼…

실적압박에 시달리는 대리점도 유혹에 쉽게 빠져


이처럼 대포폰이 일반인들에게까지 손을 뻗히는 동안 경찰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찰은 이번 정부 들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각종 ‘대 포’ 근절을 위한 단속활동을 벌여왔고, 2014년 2월 에는 정부차원에서 ‘대포폰과의 전쟁’을 선포하기 도 했다. 검찰과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금융 감독원 등 관련부처는 ‘서민생활 침해사범 합동수 사본부’를 꾸려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대포폰이 보 이스 피싱이나 대출사기 등 서민 피해와 직접적으 로 연결되는 범죄에 주로 악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의 단속이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점조직 형 태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사용하던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을 금방 폐기하기 때문에 단 속이 쉽지 않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 찰은 이들을 ‘떴다방’이라고 부른다. 경찰에 따르면 2014년도 259건, 1만1,490대였던 대포폰 적발 건수 는 2015년 325건에 1만9,354대로 늘었고 2016년 8 월까지는 검거 572건에 2만8,712대 적발로 급증했다. 또한 미래부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에 접수된 휴 대전화 명의도용 피해신고건은 지난해 6월까지 총 8,322건, 피해액은 5억원을 넘는다. 경찰은 대략 20 만대 이상의 대포폰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을 것으 로 추정했다. 


대포폰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단속이 어려운 점 도 있지만,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 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자녀 명의의 휴대전화 를 사용했다고 해서 대포폰 사용으로 처벌할 수 없 는 등의 애매한 경우가 많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와 제97조에 따르면 대포폰을 개설하거나 제공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 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대포폰을 사용한 사람은 같은 법 제32조의4(이동통신단말장치 부정이용 방 지 등)와 제95조의2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 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판매실적압박이나 매출에 어려움을 겪는 통신사 대리점이 대포폰 유통에 조직적으로 가담하는 경 우도 있다. 


대리점은 기존 고객의 개인정보나 가입 신청서를 폐기하지 않고 2~3개월 정도 가지고 있 다가 이를 이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대당 40만 ~50만원에 대포폰 유통업자에 판매한다. 신규개 통에 따른 통신장려금도 별도로 챙길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사례도 이런 방식으로 대리점이 대포폰을 유통시킨 것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판매점 등에서 이같은 불법 행위가 벌어지자 방송통신위 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동통신 3 사는 2016년 12월1일부터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의무화했다. 일부 이동통신사 직영점·대리점에는 2015년 9월 이미 도입된 것을 판매점과 비정형 유 통망에 확대해 대포폰 유통을 막아보겠다는 것이 다. 그러나 각 판매점 및 유통망 사업자들은 반발했다.




“‘문제투성이’ 스캐너 도입 의무화, 

골목상권 규제 수단”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해 12월 5 일 협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정보보 호 목적으로 포장하고, 판매점에만 스캐너 도입을 전면 시행하는 것은 골목 판매점에 대한 규제감독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 자명하다”며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KMDA 는 “우수한 스펙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과는 다르 게 위조 신분증을 걸러내지 못하는 모습이 언론 보 도를 통해 수차례 노출되면서 기능에 하자가 있음 이 드러났고, 도입의 실효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 다”며 “또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스캐 너를 돈을 받고 판매하려고 해 수익사업에 대한 의 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KMDA는 KAIT 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신분증 스캐너 사용 집 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신분증 스캐너 도입과 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 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분증 스캐너 도입 과정에서 유통망의 의견은 무 시됐다는 것이 KMDA의 주장이다. KMDA에 따르 면 신분증 스캐너 도입은 KAIT와 이동통신 3사가 추진하고 방통위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분증 스 캐너는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전산스캐너와 비슷 한 것으로, 고객 신분증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스 캔한 고객의 신분증을 대리점 PC에 저장하는 과정 없이 곧바로 이동통신사의 서버로 전송해 이동통신사 대리점 및 판매점에 의한 대포폰 유통을 막기 위해 도입이 결정됐다. 


인식한 정보와 국가전산망 에 등록된 고객의 정보가 다르면 위·변조된 신분증 인 것으로 인식한다. 방통위와 KAIT는 같은 해 9월 1일부터 모든 유통점을 대상으로 도입하고, 혼란 을 막기 위해 3개월간 기존의 신분확인 방법을 병 행한 뒤 12월 1일 전면 시행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 에서 유통망 현장에 대한 의견 수렴은 단 두 차례(7 월 29일, 8월 5일) 뿐이었다. 또한 KMDA는 신분증 스캐너가 이미 도입(2015년 9월)된 직영점 및 대리 점에서 발생한 스캐너의 오류를 언급하며 점검을 요구했지만 12월 1일 전면 시행 발표 이전까지 이에 대해 전혀 공유 받은 바가 없었다. 


판매점에 도입되 는 기계는 직영점 및 대리점에 도입된 스캐너와 달 리 업그레이드된 것이라는 방통위와 KAIT의 설명 과 달리 기존 도입된 스캐너와 같은 제품이었다. 신 분증 스캐너의 성능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상당 히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증 스캐너는 주민등록증 앞·뒷면을 컬러복사기로 복사한 후 신 용카드에 붙이고 겉을 투명테이프나 스카치테이프 로 감싼 조잡한 수준의 위조 신분증을 전혀 구분해 내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신분증의 얼굴을 글씨로 인식하거나 좀 오래된 정상 신분증을 제대로 인식 해내지 못하기도 했다. 


이종천 KMDA 상임이사는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서 일단 사용하는데 오류가 발생하고, 확대 도입 이전부터 직영점이나 대리점 에서 사용을 했었다고 하면 그동안 그쪽에서도 기 기 오류에 대한 신고나 불만이 계속 제기됐을 것”이 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못 잡는다는 뜻이다. 이쪽 현장단에서도 10번 중 1번 꼴로 스캐너에서 오류가 나는 상황”이 라고 말했다. KMDA는 또 신분증 스캐너 도입이 다른 판매채널 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골목상권에 대한 규제강 화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초 모든 판매 채널에 도입될 것이라는 방통위의 설명과 달리 방문판매나 TM(텔레마케팅), 홈쇼핑, 다단계 채널 등에는 기기 가 도입되지 않았고, 휴대전화 개통시 이미 ▲신용 등급 조회 ▲본인확인 문자 ▲휴대폰 일련번호를 통한 인증 ▲신용카드 인증 ▲공인인증서 등을 통 해 본인확인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잡한 위조 신 분증도 못 잡아내는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하지 않 을 경우 개통을 전면 금지시키는 등 사실상 스캐 너 도입을 강제했기 때문이다. 신분증 스캐너에 위· 변조 가능성이 있는 신분증을 인식시키거나 오류 가 발생하면 ‘현재 스캔된 신분증은 위변조가 의심 되거나 훼손 또는 약관상 인정되는 신분증이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통을 계 속 진행할 경우 개통 유통점과 처리자의 책임입니 다’라는 문구가 뜨는 점도 판매점의 영업활동을 제한하고 옥죄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이사는 “방통위는 ‘이동통신시장 건전화’란 명분하에 일선 판매점을 포함해 대형 유통망·온라인·TM(텔 레마케팅)·홈쇼핑·다단계·법인특판 등 전 판매채널 에 신분증 스캐너가 도입될 예정이라고 했지만, 이 런 취지가 무색하게 영세한 판매점 대상으로만 신 분증 스캐너 도입이 강행됐다”며 “다단계 및 방문 판매 등에서는 신분증 스캐너를 이용한 개인정보 보호가 필요 없다는 의미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처음 도입 얘기가 나왔을 때는 신분증 스캐너 하 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처럼 포장을 하더니 지 금 와서 오류가 뜨고 하니까 결과적으로는 병행시 행이 됐다”며 “스캐너를 빨리 도입하려는 과정 속에 서 아름답게 포장을 해서 현재 강제 시행하는 수준 까지 왔고, 기기 성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문제에 대 한 책임을 판매점에 떠넘기는 것은 골목상권 죽이 기”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미 휴대전화 보급대수는 2012년 기준 5,200만여대로 이미 전체 인구수를 넘 어섰다는 점도 스캐너 도입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즉, 국민 대부분의 개인정보는 이미 통신사에 저장돼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점에 신 분증 스캐너를 도입해 개인정보유출을 막고 대포 폰으로의 악용을 막겠다는 것은 명분이 안 선다는 주장이다. 실효성도 문제다. 신분증 스캐너는 이름 그대로 주 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과 같은 신분증만 인식한 다. 여권이나 신분증 재발급 신청서를 통해 휴대전 화를 개통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스캐너를 사용하 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변조 판별은 불가능한 것이다. 여권이나 신분증 재발급 신청서를 기존 스캐너 에 인식시킨 후 각 통신사 개통홈페이지에서 ‘신분 증 스캐너 고장’ 팝업을 선택하면 개통이 가능하다. 


해당 팝업창에서 스캔으로 인식된 정보에 대한 임 의적인 수정도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경고 문구 에도 유통점 직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한 유통점의 직원은 “낡은 신분증들이 많기 때문 에 신분증 스캐너가 이런 신분증은 제대로 인식하 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컬러복사기로 만든 신분증 을 정상 신분증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은 소비자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된다며 “신 분증 스캐너는 실효성도 없고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지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신 분증 사본에 대한 디지털화와 법적 근거 없이 주민 번호를 수집하는 것은 소비자 개인정보를 침해하 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무료였다 10만원, 44만원이었다 30만원…

신분증 스캐너는 협회 수익사업?


신분증 스캐너 보급 과정에서도 잡음이 들린다. 이 미 각 이동통신사들이 자금을 출연해 구매를 마친 신분증 스캐너를 KAIT가 유통점에 44만원에 판 매하려 했다는 것이다. KMDA의 반발이 커지자 KAIT는 가격을 슬그머니 30만원으로 내렸다. KMDA에 따르면 신분증 스캐너는 각 통신사들이 출연을 통해 마련한 85억원으로 2만2,000대를 구 매해 판매점에 무상으로 보급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보증금 명목으로 5만원, 10만원 등으로 말 이 바뀌더니 7월 중순에는 급기야 44만원을 주고 구매하라는 말까지 나왔다. KAIT는 각 판매점에 내린 공문에서 “사전승낙 판매점 대상으로 신분증 스캐너를 무상 보급합니다. 8월 1일부터 신분증 스 캐너 미사용시 개통이 불가합니다”라며 “신분증 스 캐너를 수령하기 위해서는 보증금 10만원 납부가 필요하며 보증금은 장비 반납 시 반환됩니다”라고 안내했다. 


이어 “신분증 스캐너 보증금 납부 기한은 2016년 6월 10일까지”라면서 “납부기간 내 보증금 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장비는 회수되며 판매점에 서 개별적으로 구매하셔야 합니다(개별구매시 44 만원)”라고 명시했다. 이 기간 동안 기기 도입이 진 행되지 않은 매장에 대해 KAIT는 전화를 걸어 44 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쪽으로 유도하거나 협박을 일삼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KMDA를 비롯한 유 통·판매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자 KAIT는 불과 3일 만에 이를 30만원으로 낮췄다. 현재는 보증금 10만 원에 추가 수요분에 대해서는 대당 30만원을 주고 유통·판매점에서 구매하는 형태가 됐다. 


이종천 이 사는 “출연금을 통해서 보증금을 냈든 안 냈든 스 캐너를 받았다고 했을 때 추가적으로 하나 더 구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44만원의 비용이 발생 하는 것이고, 왜 44만원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더니 30만원으로 가격이 내려갔다”며 “만약 가격이 내려 가지 않았다면 그 14만원은 누구의 몫이었을 것이 냐가 핵심이다. 제조사가 수익을 과도하게 취하려 한 것을 방치했다면 KAIT가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것이고,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면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10만원의 보증금을 1만7,000여곳의 판매점 에서 받으면 KAIT에는 17억원이라는 재원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 등은 수익이 아닌 가”라면서 “가격을 44만원에서 불과 3일 만에 30만 원으로 14만원 내린 점에서도 원래부터 가격결정권 을 KAIT에서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 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KAIT 에는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공무원이 퇴임 후에 부 회장으로 가기 때문에 협회에 먹거리를 주고 특정 업체에 혜택을 준 것”이라며 “수익을 위해서 KAIT 가 신분증 스캐너 사업을 벌였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신분증 스캐너 업체 선정과정에 대한 특혜논란도 있다. KAIT는 기기 도입을 ‘보임테크놀러지’와 독 점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공개입찰방식이 아닌 수 의계약방식으로 이뤄졌다. 방통위와 KAIT에 따르 면 이동통신사들은 장비선정을 KAIT에 위탁했고, KAIT는 개산계약방식으로 보임테크놀러지와 신 분증 스캐너 공급 계약을 맺었다. 개산계약이란 예 정가격의 결정 기준을 충족시킬만한 자료나 합리적 인 가격산정기준 등이 없어 대략적인 추정을 통해 산정된 가격인 개산가격에 의해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을 이행한 후 계약 이행 중 발생된 실제 원가와 원가에 일정 이율을 곱해 계약금액을 확정·정산하 는 것을 말한다. 


확인 결과 신분증 스캐너 확대 도 입 이전 각 통신사의 직영점과 대리점에서는 이미 보임테크놀러지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해당제 품은 IDS600v로 2010년 1월 4일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표준규격 인증(TTA-C-S-10-002)을 받았다. 보임테크놀러지는 2014년 6.4 지방선거 당 시 본인확인 및 선거구명부대조, 화면출력 시스템 을 공급하기도 했다. 이 이사는 “소프트웨어를 만 들면 디바이스를 최소 비용으로 하기 위해 당연히 경쟁입찰을 붙이고, 어느 회사가 선정되든 소프트 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호환성이 있도록 개발하 는데, 이번 경우는 그런 개념이 아니었다. 모든 통신 과 미디어를 관장하는 통신 3사가 주관하는 사업 이 왜 이런 식으로 됐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부 분”이라면서 “KAIT에서 해당 업체를 엄청난 것처 럼 설명했지만, 지금 사용하는 제품의 스펙이 그렇 게 훌륭하거나 높은 수준의 것은 아니었다. 또 표준 (TTA인증)에 들어와 있는 모델이었기 때문에 충분 히 경쟁이 가능했다. 지금 보증금 10만원에 장비를 받고 있지만 그 돈에 장비를 살 가능성도 있었을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스캐너는 신분증 위변조 보조수단, 수익사업 아니

야”…무리하게 도입하려다 분란만 일으켜


KMDA측에서 제기하는 이같은 의혹과 문제에 대 해 KAIT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먼저 신분증 스캐너의 성능과 관련해서는 KAIT 전 대국 차장은 “기술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지만, 스캐너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가 있는 것 으로 알고 있다. 감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서 그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모두 개선됐다”며 “방통위 설명회 때도 이런 부분을 설명했고, 이동통신사들이 실제로 테스트를 했을 때 도 문제없이 작동이 됐다”고 해명했다. 명분과 실효 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언론을 통해서도 많이 전해지고 있지만, 유통점에서 실적을 위해서든 본 인의 이익을 위해서든 신분증과 관련된 판매사기 등의 불법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 에 유통점 자체에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명분과 실효성과 관련된 지적은 납득하기 어렵다” 고 반박했다. 


위·변조 신분증으로 판별된 경우에도 개통할 수 있게 해놓고 책임을 유통점에 떠넘긴다 는 비판에 대해서는 “성능 개선이 이뤄지기 전에는 실제로 위·변조가 판별이 됐지만, 판매점에는 안내 하는 기능이 프로그램 상에 없었다. 이 부분을 반 영해서 판매점에도 안내될 수 있도록 했더니 오래 되거나 훼손됐지만 정상신분증에도 위·변조(판별) 에 대한 안내 메시지(경고문구)가 뜨니까 유통점에 서 당황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그것은 장비의 기 능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작동이라고 볼 수 있다. 안 내 메시지가 뜨는 것은 유통점에서의 본인확인의 무는 어디까지나 판매자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에 확인을 철저하게 하라는 뜻이다. 신분증 스캐너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장비”라고 강조했다. 


보임테크놀러지와의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사유가 있 으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면서 “이동통신 3사가 보임테크놀러지의 신분증 스캐너를 이미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프로그램 등의 편의상 보 임테크놀러지와 계약을 채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분증 스캐너를 보급하는데 보증금 10만원을 받 는데 대해 “보증금 얘기는 스캐너를 처음 도입할 당 시부터 결정됐던 부분이고, 스캐너 관리 차원에서 받는 것으로 기기를 반납할 경우 다시 반환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스캐너가 없으면 개통조차 안 되 는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언젠가 는 기계를 반납할 일이 생길 것이고 그 때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상보급기간 내 보증금을 내지 않으면 스캐너를 회수하고 판매점이 개별적으로 스 캐너를 구매하도록 한 부분에는 “이동통신사들이 스캐너 도입을 빨리 하기 위해 무상보급기간을 설 정했던 것이다. 원래는 신분확인의무가 판매자에 게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신분증 스캐너 역시 판매점 이 직접 구매하는 것이 맞지만, 이동통신사들이 상 생협력차원에서 무상보급기간을 설정한 것”이라며 “이 기간을 넘긴 판매점은 스캐너를 개별적으로 구 매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구매했을 때의 제 품 가격을 공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장여부에 대해)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12 월 말까지 무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처음부터 무 상보급입장을 견지했고, 현재까지도 개별적으로 신 분증 스캐너를 구입한 곳은 없다”고 덧붙였다. 통 신사들이 85억원을 출연해 2만2,000개의 제품을 구매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구매할 예정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시스템 투자 비용이 생각보다 늘어나 2만2,000대를 다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제품 구매를 미리 하는 것은 아니고 신청이 들어오는 만큼에 대해서만 구매하고 있다” 고 밝혔다. 


가격을 갑자기 30만원으로 내린 이유에 대해서는 “신분증 스캐너 가격을 공지한 이후 비싸 다는 의견들이 많아 이동통신사·해당 업체와 협의 해 가격을 내린 것”이라면서 “KAIT는 비영리사단 법인인기 때문에 수익사업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남은 출연금을 통해 스캐 너를 계속 무상으로 지원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동통신사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방통위는 신분증 스캐너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활용해 대포폰을 유통시키는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신분증 스캐너 도입 취지에 맞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방통 위 관계자는 신분증 스캐너가 골목상권에 대한 규 제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 “어디까 지나 일부 불법적인 행태를 보이는 유통·판매점들 의 명의도용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본인확인 절차 를 강화하는 것일 뿐 규제강화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타당성을 충분하게 따져 보지 않고 도입을 서두르다보니 낯부끄럽고 눈살 찌푸려지는 의혹만 나오는 것”이라며 “현장의 목소 리를 좀 더 듣고 문제가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는 철 저하게 따져보고 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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