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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영화 ‘내부자들·더 킹’을 통해서 보는 권력에 부역한 권력의 추악한 민낯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 3개월이 지났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국민들은 주말을 반납한 채 광장에 모여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매주 열었고, 국회는 12월9일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 국민들의 요구에 화답했다. 박 대통령의 탄핵안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에서는 국회 측과 박 대통령 측의 날 선 법적공방이 한창이고, 이번 사건 조사를 위해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0명가량 관련자를 구속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새벽에는 이번 사건의 핵심관련자라고 할 수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됐다. 이제 남은 것은 박 대통령과 관련된 혐의를 밝히는 것이다. 권력자들의 비리와 이들을 위해 부역한 자들에 대한 조사가 한창인 가운데 2015년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과 지난달 개봉한 ‘더 킹(The King)’이 주목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권력층, 상위 1%의 어두운 단면, 부조리한 민낯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영화들이 꾸준하게 개봉되며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정치권력과 재벌, 언론 간의 유착 관계를 낱낱이 밝혀 권력층의 민낯을 직설적으로 폭로한 ‘내부자들(2015년 11월 개봉)’은 영화에서 다룬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그대로 벌어지면서 지금까지도 대중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러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에는 ‘영화가 오히려 현실을 미화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마주한 국민들의 충격이 컸다는 방증이리라. 이후 개봉한 ‘아수라(2016년 9월)’와 ‘자백(2016년 10월)’, ‘마스터(2016년 12월)’ 속에서도 권력층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는가 하면 진짜 범죄자와는 결탁하고 그들을 비호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대중들은 영화 속 폭로가 시원하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에 한편으로 ‘도대체 우리나라는 얼마나 썩은 것인가’라는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권력층에 대한 불신과 부조리한 정치·사회에 대한 개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에 개봉한 영화 ‘더 킹’도 눈길이 간다. ‘굿 장면’으로 대표되는 현실과의 유사성과 영화 속 인물들이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연상시키면서 개봉 4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32만명을 달성한 영화는 권력의 입맛에 맞게 사건을 기획하고 기획한대로 수사해 권력의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대상을 미리 제거하는 등 권력에 부역하는 ‘정치검사’들을 풍자한다. 특히,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치판을 설계하면서 누구를 제거하고 누구를 자리에 앉힐지 기획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인해 발생된 이번 사건과 닮은 점이 많다. 아울러, 권력에 의한 피해자의 시선이 아닌 권력자의 시선으로 영화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여타의 부패한 정치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와 차별된다.


‘정치권과 언론, 기업의 3각 공조’


먼저 ‘내부자들’은 정치와 언론, 기업이 유착관계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기득권을 유지하고 이익을 공유해나가는지 현실성 있게 보여준다. 이강식(백윤식)은 조국일보 논설주간으로, 신문의 최대 광고주인 미래자동차에 우호적인 칼럼을 써 여론을 미래자동차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한다. 미래자동차는 그 대가로 신문사에 광고를 유지하고, 칼럼을 쓴 이강식은 미래자동차로부터 지속적으로 향응과 접대를 받는다. 오현수(김홍파) 미래자동차 회장은 “우째됐던 참 좋은 일이데이, 언론사와 기업이 마케팅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좋은 글 고대하고 있겠데이”라고 말한다. 현실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있었다. 지난해 8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2011년 9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 경영진 출장에 동참해 대우조선해양 측이 임대한 초호화 전세기를 타고 외유성 유럽 여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은 송 전 주필,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등이 이탈리아 나폴리, 영국 런던 등에서 초호화 요트, 골프 관광을 즐기는 등 8박9일 동안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2억원 상당의 초호화 유럽여행을 제공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폭로가 있었을 당시 송 전 주필은 2011년 9월을 전후로 대우조선해양에 우호적인 칼럼을 썼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이와 함께 송 전 주필은 2007~2015년까지 박 대표로부터 4,000만원 상당의 현금·수표와 940만원 상당의 상품권·골프접대를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았다. 송 전 주필은 결국 사의를 표명했고, 지난달 17일 검찰은 그를 배임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주간이 오 회장에게 “대중은 어차피 개·돼지”라고 말하는 장면도 언론과 기업의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고위직 인사들이 대중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나타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이 주간은 자신의 ‘미래자동차 비정규직 농성’ 관련 칼럼을 보고 오 회장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뭐하러 개·돼지들한테 신경을 쓰시고 그러십니까”라며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 질것”이라고 냉소한다.


영화 개봉 이후 이 대사가 더 유명해지게 된 것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국민들을 가리켜 ‘개·돼지’라고 하면서부터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나 전 기획관은 지난해 7월7일 경향신문 기자들과 저녁을 함께 한 자리에서 “민중들은 개·돼지와 같다”며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기자들은 나 전 기획관의 발언에 대해 여러 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나 전 기획관은 발언을 거두지 않았다고 한다. 나 전 기획관의 발언이 보도되자 나 전 기획관 파면 청원이 이틀 만에 1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여론은 들끓었다. 결국 교육부는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나 전 기획관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고,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나 전 기획관은 파면시켰다.


정치인 역시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받는가하면 기업에 자금이 필요할 때 금융기관을 압박해 불법적인 대출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 기업의 이익을 위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미래자동차에 대한 검찰의 불법대출 및 비자금 조성 관련 수사가 진행되자 대선을 앞두고 거액의 정치자금이 필요했던 장필우(이경영) 의원은 수사를 빨리 종결시킬 생각으로 해외 도피시켰던 한결은행장 석명관(권혁풍)을 불러들인다. 장 의원은 석 행장을 불러들이면서 “조용히 입 꾹 닫고 독박 쓰면 빠른 시일 내에 특사로 풀어주겠다”고 회유한다.


검찰에 출석한 석 은행장은 17시간 동안 이어진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면서도 “장필우가 대선에서 물 먹으면 당신만 10년 넘게 옥살이를 하게 될 것”이라는 우장훈(조승우) 검사의 회유에 흔들린다. 장 의원과 오 회장, 이 주간은 그런 석 은행장이 불안했고, 결국 조사를 받고 있는 그에게 성접대 영상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 그를 자살로 이끈다. 이 주간은 이 일을 예상이라도 한 듯 검찰의 강압적이 수사가 석 은행장을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칼럼을 쓴다.


‘내부자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단연 ‘별장 성접대’ 장면이다. 상위 1%의 가장 추악한 밑바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으로, 보고 있자면 눈살을 찌푸려지게 된다. 장 의원과 이 주간은 오 회장의 별장에 모여 고급술을 마시며 수 명의 나체 여성과 함께 ‘섹스파티’를 벌인다.


현실 속에서는 영화 개봉 이전에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바로 2013년 3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이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입수한 영상에는 김 전 차관과 닮은 남성을 비롯한 10여명의 남녀가 서로 섞여 성관계를 맺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당연히 서로를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해 11월 검찰은 관련자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김 전 차관과 윤 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약 1년 뒤인 2014년 7월 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주장하

는 이 모 씨가 등장하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이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모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다시 한 번 김 전 차관 등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정치검사의 눈으로 본 정치검사의 부조리


‘내부자들’이 정치와 기업, 언론 권력의 유착관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면 ‘더 킹’은 정치검사의 눈으로 권력자들의 타락과 검찰의 부조리를 조롱하고 비판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전한다. 동시에 ‘더 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등장시키면서 지난 30여년 간의 우리나라 정치사에 굵직한 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제시해 현실감을 높였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국회에서 통과될 때 본회의장에 앉아 웃고 있던 박근혜 당시 의원의 모습은 현재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의 모습과 겹치며 실소를 자아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군부독재시절, 소위 ‘날라리’였던 고등학생 박태수(조인성)는 어느 날 연약해 보이는 검사에게 무기력하게 맞으면서도 싹싹 비는 건달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진정한 힘은 ‘권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후 태수는 공부에 매진해 서울대학교 법대와 사법고시를 거쳐 마침내 꿈에 그리던 검사가 된다. 그러나 검사 생활은 생각보다 평범했고, 심지어 초라했다.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는 검사 생활을 힘들어 하던 태수는 여고의 한 체육교사가 제자를 성폭행하고도 500만원에 합의한 사건을 재수사해 해당 교사를 구속시킨다. 그러자 태수의 2년 선배인 서울 전략3부의 양동철(배성우)은 태수를 찾아와 한강식(정우성) 부장검사가 해당 교사의 아버지와 절친한 관계라며 사건을 덮자고 회유한다. 동철의 회유에 적당히 사건을 덮은 태수는 서울에 입성, 강식이 주최한 호텔 펜트하우스 초호화 파티에서 강식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하지만 성폭행 교사를 다시 만난 태수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자 강식은 태수의 뺨을 세게 후려친다. 


강식은 “우리 자존심이나 정의, 촌스럽게 그딴 것 좀 버리자, 애니? 역사적으로 흘러가듯 가! 그냥 권력 옆에 있어, 자존심 버려!”라며 검사로서의 정의감, 소신을 아직 버리지 못한 태수를 힐난한다. 그러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듯 “친일파며 그딴놈들 어때? 다 재벌이고 장·차관하고, 우리나라 이거(최고)야. 독립군들? 한 달 60만원 연금 없으면 밥 굶고 살아!”라면서 “요즘도 저렇게 철없는 XX가 다 있니?”라고 말한다. 높은자리에 오르기 위해 권력 입맛에 맞는 사건들을 기획하고 수사하는 방식으로 기득권에 부역한 강식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들을 합리화하는 이 장면을 통해 영화는 현실의 부조리함을 알면서도 권력에 기생하며 정의를 실현해내지 못하는 정치검사들과 검찰을 조롱하고 비판하다.



또한 노태우 정부 시절 ‘범죄와의 전쟁’에 앞장서 목포 최대폭력조직을 소탕하고 김영삼 정부에서는 하나회를 정리하는 등 ‘군부독재청산의 주역’, ‘문민정부의 공헌자’로 추앙받으며 강력한 차기 검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스타 검사’로 그려진 강식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현실 속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떠올리게 된다. 김 전 비서실장은 1972년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한 ‘유신헌법’ 초안을 작성한 33명 중 한 명이었다. 유신헌법은 대통령에게 긴급조치권과 국회해산권 등 권한을 부여하고, 대통령이 의장인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국회의원 3분의 1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통령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했다. 이 일을 계기로 김 전 비서실장은 박정희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똘똘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총애를 받았고,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에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와 함께 강식이 비상한 머리를 가졌고 20대 초반에 사법고시를 패스했다는 설정에서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떠오른다. 우 전 수석이 서울대 법대 4학년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이후 그는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에서 금융조세조사 2부장, 중앙수사부 1과장,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 등 주요 직위를 거쳤고, 2014년 5월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승승장구했던 이들이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한 사람은 청문회 기간 내내 도망 다니다가 겨우 출석해 관련 혐의를 끝까지 부인했고, 또 한 사람은 최순실을 끝까지 모른다고 잡아떼다가 결정적 증거가 나오자 말을 바꾸는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전략3부의 일원이 된 태수는 전략부가 쌓아놓은 방대한 양의 ‘떠지면 나라가 들썩들썩할 사건’들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기생하는 권력을 유지시킬 기획수사에 적극 동참한다. 태수는 “건설사 사장, 재벌 총수, 전직 장관할 것 없이 모두 우리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아무리 잘 나가도 우리 앞에서는 꼼짝 못했다. 그저 한 부장이 선택하고 우리가 조사하면 모든 게 끝이었다. 이게 내가 꿈꿔왔던 진짜 검사의 모습이었다”며 쌓이는 부과 권력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태수에게 지방 검사 시절 가졌던 소신과 정의가 사라진지는 오래다. 권력의 맛에 취해 어느 덧 권력에 부역하는 정치검사 중 한 명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밖에 영화는 “우리 쪽 언론이 바람을 잡는다. 우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교란시킨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여론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조직폭력배 복장을 한 경찰이 미란다 원칙을 말하는 장면과 “내가 조직폭력배가 된 듯 한다”는 태수의 내레이션을 통해 권력에 부역하는 검찰이 과연 조폭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아울러, 정권교체 시기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며 어느 쪽 진영과 손을 잡아야 할지 전전긍긍하는 장면은 정치검사, 검찰에 대한 영화의 또 다른 돌직구이자 조롱이다. 정치검사들은 자신들이 찍은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기 위해 상대편 후보에 불리한 사건 정보를 흘리는가 하면 심지어 대통령이 누가 될지 알아보기 위해 무당을 찾아가 굿까지 한다.


가장 이성적이고 냉철해야 할 검사들이 무당 앞에 납작 엎드려 손바닥을 연신 비비며 자신들이 찍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하는 모습은 영화적 상상과 재미를 위해 가미된 장면.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굿판이 벌어졌다는 소문이 돌았고,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한 달 앞둔 시기에는 ‘박근혜 후보 대통령 당선 기원’ 굿판이 벌어졌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국민들 입장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몰락한 영화 속 상위 1%…현실에서는?


‘내부자들’에서 이 주간과 오 회장, 장 의원은 이들 집단의 내부자가 된 우 검사의 폭로로 모두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영화는 거기에서 끝나지만 ‘과연 제대로 죗값을 치렀을까?’라는 질문에는 ‘아니오’라는 답이 적절해 보인다. 현실 속에 서 재벌 총수이나 정치인들은 죄를 지었어도 그들이 가진 기득권 때문에 죗값을 치르지 않거나 낮은 형량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재벌 총수가 징역을 살다가 나오는 일도 최근의 일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CJ, SK 등이 총수의 사면을 위해 정부에 청탁하고 그 대가로 정부추진사업에 협조했다는 의혹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영화 속 죄를 지은 권력자들이 몰락하고 벌을 받는 장면이 통쾌하고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한 이유일 것이다.


지난달 19일 박영수 특검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해 430억원대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과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지원받는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 최순실의 독일법인 코레스포츠에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소유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하는 등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위증과 관련해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6일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대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증인으로 출석해 최 씨를 몰랐고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던 2015년 3월경에 최 씨 모녀를 알았고, 이들 지원에 대한 계획도 마련한 것으로 특검은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특검이 이 부회장에 적용한 혐의에 대한 법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청구를 기각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의 소명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21일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각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위증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한 성창호 서울중앙지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이 결정되기는 했지만, 국민들은 이들이 제대로 죗값을 치를지 걱정이다.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은 모두 서울대 출신으로 김 전 비서실장은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고, 조 전 장관도 유명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최초 여자 변호사였던 인물이다. 영화같지만 영화가 아닌 이번 사건은 마무리되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우리 국민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사태를 주시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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