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거사 최초로 도입된 대본과 참고자료가 없는 ‘스탠딩토론’ 방식 TV토론회가 열렸다.
후보자간 역량이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첫 ‘스탠딩토론’은 예상대로 후보자간 치열한 공방이 오고갔다. 간간히 주제와 상관없는 질문도 오고갔지만 대체로 ‘사드배치 문제’ ‘증세없는 복지 논란’ 등 최대 현안들에 대한 후보자간 공세가 이어졌다.
‘북한이 주적이냐’ ‘햇볕정책 계승’ 등 후보자간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도 오고갔다.
홍준표 후보는 유승민 후보에게 질문에 대한 답변대신 “주적은 저쪽이라니까”라며 웃지못 할 상황도 연출됐다.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유승민 후보, 홍준표 후보간 김대중 정부의 불법 대북송금 관련 이슈로 대화가 오가자 심상정 후보는 “언제까지 대선 때만 되면 대북송금 이야기 할꺼냐”면서 “지금도 계속 그 이야기 하면 무능한 대통령 후보들이지 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첫 난상토론은 ‘사드배치 찬반’ 논란으로 시작됐다. 문재인 후보의 ‘전략적 모호성’ 발언, 안철수 후보의 ‘사드는 이미 배치중’이라는 관점에 대해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사드배치와 관련해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찬성’의 입장을 심상정 후보는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문재인 후보는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안철수 후보는 사드배치 반대 입장에서 최근 ‘찬성’ 입장으로 바꾼 바 있다.
첫 스타트는 유승민 후보가 열었다. 유승민 후보는 “5차 핵실험 때까지는 사드배치에 반대하시다가 6차 핵실험을 하면 사드배치에 찬성한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 입니까”라고 물었다. 문재인 후보는 “미국도 6차 핵실험을 앞두고 칼빈슨호를 전진배치 하지 않았냐”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라고 답했다.
유승민 후보의 질문을 이어받아 심상정 후보는 “그래서 6차 핵실험을 하면 사드배치에 찬성하기겠다는 것이냐”라고 되물었고, 문 후보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고 중국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사드배치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이에 심 후보는 “문 후보가 사드배치와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해서 상당히 당황했다”면서 “눈치보기는 강대국들의 먹잇감이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만약 지금 다 말하면 어떻게 이것이 외교적 카드가 되나”라고 설명했다.
심상정 후보는 계속해 “사드가 흥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FTA 재협상에서도 지렛대로 이용될 수도 있다”면서 “그래서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입장도 우려된다”면서 안철수 후보에게 질문을 넘겼다.
안철수 후보는 “상황이 급박하게 바뀌고 있고, 사드는 배치중이고 북한은 계속 도발하고 있다”면서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우리는 사드배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중국 설득과제가 남아있다”면서 “따라서 중국과는 안보문제와 경제문제 투트랙으로 따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끼어들며 “배치 상황을 정해 높고 어떻게 중국을 설득을 합니까”라고 물었고, 안 후보는 “우리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라며 “외교는 수순이 중요한데 중국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했는데 그 과정이 빠졌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사드는 아직 배치중이 아니다”라면서 “안 후보의 문제인식에 대해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사드배치는 다음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상황이고, 아직 유동적인데 그것을 기정사실화하면 어떡하냐”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현재 대한민국은 급박한 상황이라고 말씀드렸고, 중요한 안보위기, 경제위기 상황에 있고, 그 가운데 안보위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당간 ‘대북관’ 차이 드러내 … 심 “언제까지 대선 때만 되면...”
대북관과 관련해서는 정당간 확실한 차이를 드러냈다. 유승민 후보가 김대중 정부의 불법 대북송금과 관련해 안철수 후보에게 질문했다.
유 후보의 “공입니까 과입니까”라는 질문에 안 후보는 “모든 역사에는 공도 있고 과도 있다”고 답했고, 유 후보는 “불법으로 돈을 갖다 줬고, 그것으로 징역을 살기도 했는데 어떻게 공이 있냐”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불행한 역사 중에 한 부분”이라고 답했지만, 유 후보는 “그것을 불행한 역사라고 하면 어떡하냐”고 맞받았다.
두 사람의 공방에 문재인 후보가 유 후보의 질문을 받았다. 문 후보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연 것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대전환시킨 큰 공”이라면서 “그 과정에 실정법 위반이 있어 처벌을 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홍준표 후보가 ‘햇볕정책 계승’을 질문하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는 “지금은 북핵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뿐이지, 햇볕정책 등 대북포용정책을 취하지 않고 어떻게 북한을 우리의 품으로 끌고 올 수 있냐”고 지적했다.
이에 심상정 후보는 “언제까지 대선 때만 되면 대북송금 이야기 할꺼냐”면서 “지금도 계속 그 이야기 하면 무능한 대통령 후보들이지 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교육·경제·사회·문화와 관련된 쟁점토론에서는 ‘증세없는 복지’ 논란이 지난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이어졌다.
유승민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무슨 돈으로 올릴것이냐”라고 물었고, 안철수 후보에게는 “안철수 후보님도 5년 동안 200조원 쓰시겠다고 돼 있는데 저는 증세를 말했습니다. 그런데 안 후보님은 돈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가 안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은 공무원 연금개혁과 함께 지난 정권에서 합의한 내용”이라면서 “어느 기간동안 어떤 비율로 올리느냐에 따라서 제원대책이 달라질 수 있고, 설계에 따라서 현실성 있게 단계적으로 올려 나가야죠”라고 답했다. 덧붙여 “전문가들이 포함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해서 결정하기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유 후보는 “재원조달방안을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어떻게 합의하냐”고 지적했다.
안철수 후보는 “올려야 하는데 순서가 있다”면서 “제대로 누진제가 적용되게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외에도 교육분야와 관련해서는 안철수 후보의 교육부폐지와 학제개편에 집중공세가 이어졌고, 심상정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공약들에 대해 “기술만 있고 사람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첫 스탠딩토론에서는 예상대로 압도적으로 여론조사 1·2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게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1차 TV토론 이후 후보자간 지지율 변동이 그대로 드러난 가운데, 첫 스탠딩토론을 치른 후보자들은 “생각보다 덜 화끈했다”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밤 늦게까지 후보자들의 토론을 지켜본 향후 여론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