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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넷 설치기사 개인도급 불법성 논란 이후]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다른 행보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지난해 12월 ‘개인도급기사’로 일하고 있는 인터넷·TV 설치기사의 근로형태가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일정 자격과 등록을 요하는 정보통신공사를 자격없는 ‘개인도급기사’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부의 유권해석에 따라도 실제 인터넷·TV 설치기사의 업무 대부분이 위법성을 띄면서, 이들의 고용형태 변경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발표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협력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노사간 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다.


5월22일과 29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은 두 차례에 걸쳐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회견내용은 정반대다. 먼저 앞서 22일에는 SK브로밴드의 인터넷·TV 설치기사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환영했다. 이후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인 홈고객센터 노사는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협약실을 갖고, 개인도급기사 전원을 홈고객센터가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개인사업자 형태였던 인터넷·TV 설치기사들은 ‘근로자’ 신분으로 전환돼 노동법상 권리를 보장받고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추혜선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업계 전반의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면서 “현장기사들의 업무와 관련된 교육·훈련, 작업안전을 위한 조치, 서비스 품질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 등에 있어 현재의 하도급 구조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통신업계의 고용 구조개선을 위해 업계를 설득하고 견인해 왔던 노력에 화답한 SK브로드밴드측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던 개인도급 기사들까지도 아우르며 오랜 기간 직접고용을 위해 노력해온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께도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 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103개 홈센터 직원 5,200여명 정규직 채용

2017년 7월부터 자회사 정규직 구성원으로 전환


SK브로드밴드는 그동안 위탁업무를 수행해 왔던 103개 홈센터 직원 약5,200여명을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하게 된다. 이를 위해 6월 초 자본금 460억원 규모의 자회사를 100% 지분 투자를 통해 설립할 계획이다. 7월부터 업무위탁 계약이 종료되는 홈센터 직원을 자회사 정규직 구성원으로 채용해 오는 2018년 7월까지는 모든 대고객 서비스 담당 구성원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가 설립하게 될 자회사는 IPTV, 인터넷, 전화 등 기존 서비스뿐 아니라 AI, 홈 IoT, 홈 시큐리티 등 홈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신성장 서비스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문 역량을 갖추도록 해 향후 SK그룹 내 홈서비스 제공을 위한 허브로 자회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회사는 대고객 서비스 담당 구성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 홈 서비스의 본원적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번 자회사 설립은 초기에는 비용이 증가해 부담이 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업무의 효율성 및 생산성이 향상돼 구성원과 회사가 모두 윈-윈(Win-Win)하며 재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 전환 속사정] ‘개인사업자’로 일한 설치기사들 고용형태, 불법논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일자리 대통령’을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는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방안’ 이었다. 첫 행보로는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했고, 인천공항공사는 연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응답했다. 인천공항공사 등 공기업·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지만, 인터넷·TV 설치 기사들의 이번 정규직 전환에는 다른 속사정이 있다.


그동안 인터넷·TV 설치기사들은 대기업인 원청 소속이 아닌 원청과 설치·AS업무 등에 관해 위탁계약을 맺은, 일명 협력업체라고 일컬어지는 별도 법인 소속으로 일을 해왔다. 또 협력업체 내에서도 협력업체에 고용된 근로자와 개인도급 방식으로 재하청 받는 근로형태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렇게 ‘개인사업자’를 내고 일하는 설치기사들의 고용형태 가 문제가 됐다. 지난해 12월 추혜선 의원은 “현재 개인도급 기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모두 정보통신공사업자인 협력업체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업무로서, ‘개인도급’이라는 기형적 구조를 폐지하고 해당 인력을 협력업체 근로자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미래부는 즉시 전면적인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위법성이 중대한 사업장에 대한 고발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축물 외부의 인터넷 회선 작업 등을 개인도급기사에게 할당하는 것은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정보통신공사업은 등록된 정보통신공사업자만 도급받거나 시공할 수 있고, 개인도급기사들은 예외적으로 공사를 할 수 있는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공사업법은 ‘건축물에 설치되는 5회선 이하의 구내 통신선로 설비공사’를 경미한 공사로 봐, 등록을 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부도 작업의 범위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국선인입선로를 제외한 건축물에 설치되는 5회선 이하의 구내 통신선로 설비공사는 경미한 공사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해석을 내놨다. 경미한 공사에 해당할 경우, 등록을 요하지 않지만, 당시 희망연대노조 지부장들(LG유 플러스, 티브로드, SK브로드밴드)은 “단독주택 말고는 5회선 이하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LG유플러스, 협력업체 정규직으로 전환 … 노사간 협상 진통

노조, 협력업세 불법·탈세 의혹 문제제기


위 같은 논란 속에 SK브로드밴드가 전격적으로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발표하면서 자연스레 시선은 LG유플러스에 쏠렸다. SK브로드밴드의 21일 발표 이후 29일 희망연대노동조합과 추혜선 의원은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1주 일 가량의 시차를 두고 열린 기자회견. 하지만 그 내용은 사뭇 달랐다. 앞서 LG유플러스도 정규직 전환·자회사 설립 검토 등 언론보도가 나온 직후다.


추혜선 의원은 “LG유플러스도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LG유 플러스 측에 직접 확인한 결과 ‘직접고용계획은 없다. 협력업체들과 상생하면서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밝혔다. 이어 “LG유플러스가 현재 추진 중이라고 밝힌 ‘정규직화’는 그동안 ‘개인도급기사’들은 하청업체인 고객 서비스센터 소속 노동자로 채용하는 것으로 정보통신공 사업법상 위법이 확인된 인력구조를 중단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또 “건당 수수료 체계하에서는 노동자의 저임금을 전제하지 않고는 시간을 들이는 꼼꼼한 작업과 친절한 설명이 불가능하고, 센터 운영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면 서비스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면서 “수십 개의 하청업체를 줄 세우기 하는 영업압박과 실적압박은 고객을 ‘호갱’으로 전락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방송통신산업에 하청구조를 철폐하는 것은 단순히 노동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원이 들어오면 서비스 제공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책임지고 해결하기 보다는 협력업체에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넘어가 버린다”면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동자들을 교육하거나 설치기사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은 협력업체에 대한 경영개입이라는 이유로 회피해 왔다”고 폭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희망연대노조가 함께 참석해 LG유플러스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실태를 공개했다. 희망연대노조 최영열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장은 “현재 하청업체에서의 정규직 전환은 또 다른 불법을 양산하고 있다”면서 “4대 보험 사용자 부담금도 노동자에게 부담시키려는 센터, 기본급을 책정하고, 건당 수수료가 기본급에 미달하면 기본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는 센터 등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지부가 공개한 자료에는 증거로 관련 녹취내용까지 건별로 포함돼 있어, 향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영열 지부장은 해마다 반복되는 LG유플러스측의 협력업체 교체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최영열 지부장은 “벌써 올해 1월에만 5곳의 업체교체가 이뤄졌고, 현재도 6곳의 센터교체가 진행중에 있다”고 전했다. 잦은 센터교체는 실제 고용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근속이 인정되지 않아 연차휴가·퇴직금 등이 승계되지 않아 피해는 고스란히 설치기사들이 떠안게 될 수 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박대성 위원장은 “현장에는 여전히 황당한 노동조건과 압박속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면서 “LG유플러스는 다른 업체들의 원청의 직접고용 분위기에, 협력업체 정규직화 하는 것을 은근슬쩍 얹어서 직접고용분 위기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행동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다툼, 소사장제·개인도급 등 악순환


지난해 9월 한 인터넷 설치기사가 비가 오는 가운데 전신주 에서 작업하다 추락해 사망했다는 기사가 사회면을 때렸다. 비가 내리면서 순간적인 감전이 있던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의 고용형태가 ‘개인도급기사’로 밝혀지면서 산재처리 조차 받기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인터넷·TV 등 설치기사들의 고용형태·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인터넷·TV 설치기사들의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운동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동법에 대해 잘 몰랐던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희망연대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그들의 근로자 지위 및 사용자 책임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27개사에 대한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수시감독했고, 그해 9월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협력업체 종사자 가운데 업무건당 수수료 방식으로 보수를 지급받아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논란이 됐던 ‘개통기사’에 대해 19개 업체 489명 가운데 332명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당시 설치기사들은 다단계 하청구조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해 있었다. 대기업인 원청 아래 1차 협력업체인 고객센터가 있고, 다시 하청으로 소사장들이 있었다. 그리고 소사장 소속으로 설치기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업무지시·관리 등 실질적 근로형태를 조사하고, 설치기사들에게 소사장이 아닌 1차 협력업체인 고객센터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이후 이들은 2015년 노사간 협약을 통해 협력업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복잡한 다단계 구조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개인도급기사’가 등장했다. 지난해 희망연대노조 제유곤 LG유플러스비정규 직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센터는 고객 서비스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밤늦은 시간에 작업하고 비오는 날 일을 시킬 수 있는 개인사업자들을 확대해 나갔다”며 “그 사람들은 센터내 근로자들과 다른 형태로 일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일을 하다 다쳐도, 개인사업자다 보니까 산재처리도 받을 수 없고, 지난 9월 설치기사 전신주 사망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원청은 특별한 조치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유곤 수석부지부장은 “사실상 월급을 가져갈 수 있는 급여 테이블 자체가 다르고, 개인도급이 임금을 더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사실상 개인사업자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등장한 ‘개인도급기사’들은 정보통신공사업 법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 설립을 통 한 정규직 전환을 선언했고, LG유플러스는 협력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중이다.


다만 LG유플러스는 처우개선 등을 놓고 협력사와 노조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설립방식이든, 협력사 유지방식이든 기업의 경영상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불법이 아닌 이상 어느 한 방식을 강제할 수는 없다. 다만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의 29일 기자회견에서의 주장대로라면, 단순히 겉모습만 정규직 전환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더 이상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비오는 날 전신주에서 감전사로 사망하는 후진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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