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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7 세계 청년 비정상회담’...정치에 관심 없는 제가 비정상인가요?

한국, 대만, 우즈벡 등 세계 청년들 자유토론의 장 열려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23세 청년입니다. 지난 5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학교 캠퍼스에서 또래 친구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대한민국이 바뀐다며 캠페인하는 것을 봤습니다. 저는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모든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마다 잘하는 게 있고,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듯이 정치도 좋아하는 사람이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오히려 자기자리에서 자기할 일을 묵묵하게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나 빌게이츠, 마크주커버그 같은 사람들이 더 세상을 많이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관심 없는 제가 비정상인가요? 

유럽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와 달리 어릴 때부터 정치적 경험을 쌓고 젊은 나이에 중앙정치로 진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2살에 영국 보수당의 정책연구소 특별보좌관으로 정치를 시작했고, 토니 블레어 총리도 22살에 입당해 41세에 최연소 노동당 대표가 됐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너나없이 광화문광장으로 뛰쳐나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특히 이화여대 학생들과 광장에 나온 청년들의 행동은,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을 이끌어낸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청년들의 정치참여 의지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젊은 청년들에게 정치는 아직도 기성세대의 전유물로만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는 국내 및 외국 청년들의 시각은 어떤지 직접 들어봤다.


지난 7월 11일 국회에서는 ‘2017 세계 청년 비정상회담 : 정치에 관심 없는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청년유권자연맹이 기획한 이 프로그램은, 한국청년들과 한국에 유학 온 외국인 청년 22명이 만나 ▲청년일자리 ▲인권 ▲결혼 ▲통일 ▲정치 등 5가지 주제로 상호간의 생각을 폭넓게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날 간담회를 공동주최한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럽의 사례를 보면 15세부터 정당가입이 가능하고 20세를 넘어가면 전문가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 “우리나라 청년들도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한국정치의 모순된 점을 바꿔나가는 주체가 되길 바란다”며 자유토론의 포문을 열었다.

청년이 정치에 관심 없는 건 정상...이유는 제각각

정치에 관심 없는 청년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는 배준호 정의당 청년미래부 본부장은 “스펙은 단군 이래 제일 높고, 교육수준이나 지적수준도 굉장히 높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는, 정치가 그동안 청년세대에게 효용성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치를 통해 자기 삶이 바뀌는 경험이나 복지제도가 개선돼 조금이나마 자기에게 혜택이 돌아오는 경험이 있었다면 정치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청년이라면 이 같은 정치에 신경 끄고 자기개발이나 취미생활을 하는 선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게 한국정치의 문제점”이라며 “대학생에게는 등록금을 낮추는 걸 보여주고, 직장인에겐 자발적 실업급여를 인정해주는 등 정치권이 그런 부분을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도록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를 가르치지 않는 우리나라 교육체계 하에서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 없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날 토론 중 플로어에 있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안준현 학생은 “과에서 애들끼리 모이면 정치얘기를 많이 한다. 몽골 대통령선거가 몇일 전 있었는데 당선되신 분이 몽골 유도선수였다든지, 대만에 차이잉원이 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지, 우즈벡에 이슬람카리모프는 왜 독재를 했는지, 지금은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정치얘기를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등학교 다닐 때 사회문화나 윤리와 사상 말고도 법과정치라는 과목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할 수가 없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이 과목을 어려워해 공부를 안 한다거나, 수능에서 점수가 잘 안 나온다는 등의 이유로 수업을 개설해주지 않았다”며 “대한민국 교육이 정치를 가르치지 않아, 대학에 입학한 청년들 사이에서도 정치를 전공하는 학생들만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몽골에서 온 투무르바타르 뭉흐호약(24)군은 모국의 시대적 배경에 따라 형성된 가치관에 따르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이상하지 않다면서도, 한국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가 ‘정치권의 거짓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몽골은 사회주의의 잔해가 아직도 남아있어, 젊은 세대들은 정치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모국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은 개인의 선택이다. 여기서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 없는 이유는, 거짓된 정치 때문”이라면서 “정치인들은 선거가 끝나면 어디 있는지 모르게 사라지고 공약도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젊은 세대가 정치를 못 믿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짓된 정치는 정치인을 경멸하고 멸시하게 만든다. 결국 이러한 것들이 정치를 무관심하게 만들고,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맘대로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외국 청년의 시각에서 우리나라 청년들의 다소 과격한 정치적 행태를 꼬집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오모눌로(23)군은 “모든 사람이 모든 것에 관심가질 수는 없다. 청년도 정치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있다”면서도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기준이 간판 들고 시위하는 거라면 잘못된 거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수적이라 시위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작년에 한국 친구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에 가서 탄핵 시위하는 걸 보고 깜작 놀랐다. 청년들이 한국식으로 정치활동 하는 게 정상이라면, 모든 우즈벡 사람들은 비정상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더 나은 삶으로 이어져...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비정상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청년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우리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시작점이라는데 뜻을 같이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정혜윤(22) 양은 “TV에서 우연히 한 시사프로그램을 보면서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는 왜 계속 가난할까’ 궁금했는데, 코이카 봉사활동 갔을 때 한 박사님에게 물어보니 정치인이 무력해 부정부패가 자꾸 생겨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며 “그때 나는 저런 힘없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정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양은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대선을 거치면서 느낀 점은, (청년들이) 선거만 끝나면 관심이 사라지게 되는데 선거가 끝나도 자기가 뽑은 정치인이 어떤 정책을 펼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우연히 연맹에서 기회가 돼 삼둥이 할머니 의원실에서 1개월 동안 인턴을 한 적이 있는데, 우리가 찾아가서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개선될 여지가 많구나 하는 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정치에 관심 없는 청년은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는 박준일(26) 군도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입법 활동을 하면 법이 통과되고 예산이 따라붙는다. 예산을 바탕으로 행정부에서 복지나 공모사업, 지원 사업 등의 일을 하고, 일자리도 조성하며 부동산이나 주식시세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정치는 알면 삶을 성장시키고 안정시키는데 도움 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온 진미오(25) 양은 “한국은 20대 청년들이 주역이 돼 촛불시위를 하고 이를 통해 새 정부를 세웠지만, 대만은 예전에 정부를 잘못 선택해 월급이 10~20년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며 “연령대 구별 없이 모두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좋은 정부를 선택할 수 있고, 그것이 더 나은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과 달리 국민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고, 정치적인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는 한국에서는, 청년들도 당연히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국에서 온 왕설교(24) 양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중국이라면 정상이다. 중국은 공산주의라 정치에 관심이 있어도 반론할 기회가 없어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상황”이라면서도 “여기서 공부하면서 특히 작년에 촛불집회를 직접 겪어보니 한국은 자기의 진지한 마음을 나라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 청년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는, 청년을 정치적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정치권 탓”

이날 간담회에는 현직 국회의원들도 여럿 참석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시간을 가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가치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 그게 정치다. 사회가 가는 방향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넘어 행위를 통해 바꿔야겠다고 하면 구체적인 정치활동으로 연결되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는 행위로까지 연결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국회에서 이뤄지는 입법 활동이 내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입법하거나 개정해도, 이게 채용이 더 잘 된다는 건지, 공정하게 된다는 건지 체감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청년들이)공감하고 목소리를 내는데 제약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행위를 하려는 적극적인 의사를 가진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조경태 의원은 청년을 정치적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지적했다. 조 의원은 “우리나라는 한국당이든 민주당이든 청년을 (마케팅 수단으로)도구화하는 데만 활용하지, 정책적으로 참여시켜 제대로 된 자리를 주지 않는다”며 “한국정치에서 이런 부분은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조 의원은 “우리나라 청년들은 대체적으로 기성세대를 비판하면서 자기나라를 헬조선이라고 폄하한다. 기성정치가 잘못한다고 해서 폄하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어느 정당 어디에 소속되든 상관없다. 정당의 일원으로 청년정치가 더 활성화되고 살아 움직여야만 건강한 정당정치가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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