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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증세’, ‘핀셋증세’...文정부 첫 세법개정안 놓고 갑론을박

고소득자·초대기업 대상 세수확보, “국제추세 역행” vs “국민의 명령”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지난 8월 2일,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에 방점을 찍고 내놓은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고용증대세제신설 ▲임금증가 중소기업 세제지원확대 ▲고용창출형 창업벤처기업 세제지원확대  ▲근로·자녀장려금지급확대 ▲음식점의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확대 등이다.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증여세법, 관세법 등 13개 법률 155개 조항을 고치면서 기존제도의 완화·연장·경감·추가·개선·확대·강화 등 대대적인 개편을 했는데, 특히 증세 관련한 쟁점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른바 ‘핀셋증세’ 논란의 중심에 있는 법인세의 경우 과세표준 2,000억 원 초과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3%p 올렸다. 순 마진이 2,000억 원 이상 남는 기업은, 그 이익의 4분의 1을 나라에 세금으로 내야 된다는 말이다. 지난해 기준 과표 2,0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은 삼성전자 등 총 129곳으로, 정부는 이들 기업으로부터 연간 2조6,000억 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슈퍼리치증세’라고도 불리는 소득세를 보면 과표 5억 원 초과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을 40%에서 42%로 2%p 높이기로 했다. 여기에 3억∼5억 원 구간을 신설, 해당되는 사람에겐 40%의 세율을 부과한다. 이번 소득세율 인상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는 인원은 9만3,000명 정도로 추정되며, 정부는 이들에게 1조1,000억 원의 세수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번 세법개정으로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연간 6조2,700억 원가량 세 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은 8,200억 원 감소한다. 계산해보면 결국 정부가 예상하는 세수증대 효과는 연간 5조5,000억 원 정도임을 알 수 있다. 이에 새 정부 첫 세법개정안 관련, 화두로 떠오른 ‘부자증세’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를, 각 정당의 경제브레인이라고 평가받는 전문가들이 최근 한자리에 모여 토론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Editor 박홍기 기자


자유한국당 “지구상에서 법인세 인상을 논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어”

정부는 법인세 최고 과표 구간을 신설하면서 증세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여러 나라의 법인세율을 비교한 수치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가 중 국민소득 2만불·인구 2,000만 명 이상 10개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24.6%, OECD국가 중 G20 국가 11개국은 24.7%였다. 또 G20국가 20개국의 법인세율은 25.7%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정부가 내놓은 이 수치가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실 연구위원은 지난 8월 9일 국회에서 ‘2017 세법개정안의 평가와 제언’이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정부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대개 (법인세율)25%에 근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 부분은 정부가 세율을 3%p 인상하는 당위성을 보여주기 위한 백업자료라고 생각하는데, 25%에 근접하게 보이려다 보니 상당히 왜곡된 정보를 내놨다”며 “OECD 35개 회원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평균 22.7%로, 우리나라는 순위로도 17위, 중위권에 있다. 이런 부분을 살짝 감추고 편향적인 방법으로 국제비교를 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OECD 17개국이 법인세를 인하, 11개국은 유지, 6개국은 인상했다”며 “공교롭게도 인상했던 그리스, 멕시코, 헝가리 등 6개국은 대부분 재정위기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벨기에 등 많은 나라들이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다”며 “주변 아시아 국가를 봐도 중국이 33%에서 이미 9년 전에 25%로 내렸고, 대만 17%, 홍콩 16.5%, 싱가포르 17%, 타일랜드 20% 등 25%에 근접한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법인세 인상을 논의하는 유일한 나라다. 국제적으로 법인세 인하 추세에 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고 경제를 살리려면 투자유치나 일자리창출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법인세를 인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OECD 선진국이나 미국도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소득세인상 관련 논쟁도 만만찮다. 지난 2015년 기준 근로소득세를 면세 받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46.5%다. 아울러 과표 1억 원 이상의 납세자 5.9%가 소득세수 총액의 76%를 부담하고 있다. 공평과세원칙에 따라 더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야할 판국에, 오히려 일부 ‘부자’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인상한 것은 정치적 계산에 치중한 무리한 증세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연구위원은 “소득세제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부담체계가 편향돼있다는 점”이라며 “우리나라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까이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표를 의식하지 말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국민을 설득해야한다”며 “최소한 (면세자 비율을)20%~30%수준까지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법인세인상, 과표 1,500억~2,000억 원 구간 기업에도 적용해야”

세법개정에 따라 법인세율 인상을 적용받는 대기업은 지난해 기준 총 129개 법인이다. 순이익 2,000억 원 이상 버는 대기업이 129곳이라는 말인데, 국민의당은 이들 기업에만 한정한 세율인상은 세수확보에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상성 국민의당 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은 “인상된 법인세율을 과표 2,000억 원 이상 일부 대기업에게만 적용하고, 그동안 세율인하로 상대적 혜택을 많이 받았던 대기업관련 법인 또는 계열사 특히, 과표 1,500억~2,000억 원 사이 기업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세율인상을 통한 재정적·정책적 목적을 달성 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1,500억~2,000억 원 사이에 계열사들이 오히려 더 많은 혜택을 보고 있고, 기업수도 훨씬 많다. 증세를 원한다면 정부는 이 구간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바른정당 “법인세인상은 결국 국민증세”

법인세 인상은 결국 국민증세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현철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세 부담 귀착문제를 얘기할 때, 고소득자나 대기업에게만 세금을 걷고 서민들에게는 걷지 않겠다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한다”며 “이게 어떻게 대기업에 대해서만 세수귀착이 될 수 있나. 결국 나중엔 비용 상승분이 발생해 모든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건데 너무 솔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기업입장에서 늘어나는 세 부담이, 제품가격에 반영 혹은 협력업체 단가인하로 충당되거나, 근로자 월급인상감소 등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결국 근로자나 주주,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늘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이다.

하 수석전문위원은 “법인세 인상이 소득재분배 효과가 가장 낮다는 게 조세전문가들의 분석이고. 지난 2016년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에서 나온 분석결과를 봐도 증세할 때 법인세는 다른 세목보다 후순위로 고려해야 한다고 돼있다”며 “이렇게 임기응변식으로 서민들에게는 아무피해가 없고 부자들한테만 걷으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조세를 왜곡시킬 뿐 아니라, 그분들의 말을 인용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질책했다.



정의당 “증세라 말하기 낯부끄러워...복지수요 감당하기에 터무니없이 부족”

정의당은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해 복지증세의 첫발을 내딛었다며 환영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복지수요에 필요한 재원확보라는 측면에선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며 날을 세웠다. 손종필 정의당 정책본부 정책위원은 “소득세율 인상안을 보면 3억~5억 원 구간과 5억 원 초과구간을 신설, 정부추계로 연1조1,000억 원의 세수효과가 발생한다”며 “국회예정처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소득세율 인하에 따른 감세효과가 16조9,000억 원이었다고 얘기했는데, 여기에 비하면 이번 증세는 세발에 피수준이다. 이것 가지고 증세라 얘기하기에는 낯부끄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인세에 대해서는 “과표 2,000억 원 초과구간을 신설,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해 129개 법인으로부터 정부추계 연간 2조6,000억 원 정도의 증세효과를 낸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내용이지만, 이는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감세한 법인세 연간 8조원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지난해 각 야당이 발표한 2016년 세법개정안과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작년 야당들이 주장하고 합의 가능한 규모로의 증세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이번개정안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은 500억 원 초과구간에 대해 25% ▲국민의당은 200억 원 초과구간에 대해 24% ▲정의당은 20억 원 초과구간에 대해 25% 세율적용을 주장한 바 있다.

손 정책위원은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의 세수효과가 5조5,000억 원 정도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수치는 국정운영 5개년 개획에서 얘기한 3조4000억 원보다는 크지만, 대선당시 주장한 12조2,000억 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며 “대선공약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대선공약이행의 의지가 부족하거나 재원마련대책이 미흡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날로 증가하는 재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더 큰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세학자 “법인세 누진구조, 단일세율로 개선해야”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인세 누진구조는 4단계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과표 2억 원 이하, 10% ▲2억~200억 원, 20% ▲200억~2,000억 원, 22% ▲2,000억 원 초과 시 25%다. 그런데 독일, 캐나다, 영국 등 OECD 34개 국가 중 26개국은 ‘조세형평성’ 등을 이유로 단일세율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형식상 8단계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단일세율에 가까운 구조일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도 35%인 최고세율을 15% 단일세율로 하향조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적으로 누진구조를 개선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 누진구조는 어느 나라든 많지 않다. 정치적 비난을 줄이려다보니 세율구조가 많아지는 것”이라며 “법인세율구조는 하나가 원칙이다. 법인세는 법인이 내는 것이 아니라, 어느 기업에 속해있을지 모르는 주주가 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부자가 아니고, 작은 기업 주식을 가지고 있다 해서 가난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법인세는 한 가지 세율이 정답”이라며 “지금 너무 다단계라 앞으로는 세율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자증세는 국민적합의”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박지웅 기획재정부 부총리 정책보좌관(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은 각 당의 주장에 대해 해명내지 반박하면서 맞불을 놨다. 우선 자유한국당이 언급한 ‘법인세율 인상은 세계적인 추이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마다 법인세율을 인상·인하·유지하는 나라가 다양하다. 또 G7국가만 놓고 봤을 땐 법인세율이 평균 30%에 육박 한다”며 “G20국가만 봐도 28%(지방세포함)기 때문에 법인세율을 일부 과표 2,000억 원 초과구간에 대해 올린다 하더라도, 우리와 경쟁해야하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 했을 때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 부분은 자유한국당이 근거로 드는 자료(OECD)와 더불어민주당의 판단자료(G7, G20)가 달라 엇갈린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법인세를 올리면 국제경쟁력이 약해진다’는 주장에는 “법인세는 지난 2008년도에 인하, 2009년부터 그 효과가 나타났는데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했는지, 우리의 직접투자가 늘었는지 불확실하다는 연구결과가 많다”며 “인상자체가 129개 초대기업에 한정해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다수 기업에 영향이 없어 전반적으로 국제경쟁력을 논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소득세 인상관련 ‘면세자 비율축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2013년 32%였던 면세자 비율이 2014년부터 48%로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소득세법에 문제가 있다며 면세자 비율을 늘리는 쪽으로 세법을 개정해서 그런 것”이라며 “이제 와서 면세자 비율이 축소돼야 한다는 주장은 모순된 논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당의 ‘법인세율인상 적용대상기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대선 때 안철수 전 대표가 순이익 5,000억 원 이상의 기업(실효세율16%)보다 이하의 기업(실효세율18%)이 세금을 더 많이 낸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더 소득이 많은 기업이 더 부담하는 것이 맞고, 그것을 통해 과세정상화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러 당이 지적하고 있는 ‘정직한 증세가 아니다’, ‘터무니없이 부족한 증세다’, ‘보편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리얼미터에서 지난 7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대기업과 고소득자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의 85%다. 이렇게 전반적인 국민들의 정서를 거스르면서 전 국민 증세를 할 순 없다”며 “그 부분은 여당이든 정부든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전반적인 복지국가로서 로드맵을 짜기 위해 필요한 보편적증세가 뭔지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비겁하게 피해갈 생각도 없다”며 “논의 테이블로 전문가도 모셔 의견을 듣고, 전 국민적으로도 의견을 들어가면서 차차 논의해 가는 것이 정석”이라고 부연했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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