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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팝페라 가수 샤이니 제이, “희망과 꿈을 노래하고 싶어요”

 

떨이 2천원” “아줌마 싸게 드릴께정겨운 흥정소리가 이어지고 있던 전통 재래시장에 갑자기 아름다운 고음의 팝송 노래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명 재래시장이건만 마치 대형극장 오페라 공연장에서나 들릴 법한 고음의 소리였기에 다들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곱게 차려입은 한 여성은 어색함도 없이 그 자리에서 팝에서 오페라까지 내리 16곡을 불러 나갔다.


거리를 걷던 사람, 상점의 상인, 아이들까지 전통시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갑작스런 버스킹에 어리둥절해 했지만 이내 노래에 정신을 팔려버렸다. 노래 한곡이 끝날 때 마다 관객은 늘어났고, 박수소리도 커졌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진 노래를 다 마치고 그녀는 나지막히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소개가 늦었네요. 팝페라 가수 샤이니 제이입니다

 

팝페라는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장르다. (pop)과 오페라(opera)의 합성어로 오페라를 팝처럼 부르거나 팝과 오페라를 넘나드는 음악 장르다. 쉽게 대중화한 오페라라고 하긴 하지만 전통시장에 어울릴 법한 음악은 아니다. 샤이니 제이, 그가 궁금해졌다. 샤이니 제이는 전통시장의 버스킹 이후에도 곳곳에서 팝페라 버스킹을 이어가고 있었다. 첫 싱글앨범 준비와 함께 여전히 소홀히 하지 않고 있는 버스킹, 또 각종 섭외 공연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전통 재래시장 버스킹에서의 첫 무대

곧바로 콘서트까지

 

전통시장 버스킹이요? 그곳이 제 첫 무대였어요. 대부분 첫 무대는 반응이 제일 좋을 만한 곳으로 찾아 가는데 저는 반대로 갔어요. 가장 열악한 환경에 가장 반응이 없을 법한 곳을 선택했죠. 그때는 무대경험도 없었는데 신기하게 떨리거나 하는 것이 없었어요. 스승님도 놀라셨죠. 참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첫 버스킹을 생각하면 앞으로 무서울 것이 없을 것 같아요.”


나이 40넘어 가진 첫 무대, 스승도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기에 선택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그 첫 버스킹은 그야말로 예상하지 못한 한 수가 됐다. 지난해 10월 첫 버스킹을 가지고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올해 48일 콘서트까지 열게 됐다.

 

첫 버스킹 후 SNS에 영상을 올렸더니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많은 사람이 오페라 등 클래식은 고급스럽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재래시장에서 버스킹을 한 모습이 참 신선했다고들 말해줬어요. 이후에 각종 단체나 기관 등에서 많은 관심도 보여주셨고, 공연요청도 많이 들어왔어요.”


샤이니 제이는 콘서트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 노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모여, 다함께 내 노래를 들을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게 첫 콘서트는 인천 지역 의사들이 고아원 봉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꿈베이커리공연장에서 이뤄졌다. 콘서트의 후원금은 꿈베이커리의 봉사를 위해 전액 기부됐다.


공연장을 알아보다 꿈베이커리란 곳을 알게 됐어요.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곳이었어요. 빵 기부를 하는 곳인데, 공연장도 있어서 누구나 와서 공연할 수 있고, 그 수익금은 또 아이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그런 곳이었어요.”

 

 

희망과 꿈을 노래하고 싶어요

 

콘서트 이후 샤이니 제이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후원자들이 생긴 것이다. 사실 샤이니 제이는 팝페라 가수 말고도 또 하나의 명함이 있다. 그는 정은경이라는 본명으로 혈관질환자 단체 대표를 맡고 있다. 그의 한쪽 얼굴은 짙은 화장을 했지만 살짝 어색하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혈관질환을 가지고 있다면서 어렸을 때는 치료 방법도 몰랐고, 이후 치료 방법이 알려지면서 지금까지 17년 동안을 레이저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혈관질환자 환자들은 아직도 은둔형 삶을 살고 있고, 저도 처음에는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어 가수의 꿈을 포기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라도 제가 노래를 부르면서, 완치가 없어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 질환을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리고, 희망과 꿈을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혈관질환자인 샤이니 제이가 대중 앞에 나서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그는 바쁜 지금도 여러 시민단체나 환우회의 공연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도 많은 도움의 손길이 닿았다. 열악한 환경에서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본 디자이너들은 무료 의상협찬을, 전문 MC는 공연의 파트너를 자원하고 있다.


정말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무료로 이렇게 지원해 주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정말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공연을 하고 있어요.”

 

 

상처도 막지 못한 가수의 운명

 

샤이니 제이는 벌써 나이가 40을 넘어섰다. 본명인 정은경이란 이름을 가지고 기억을 떠올려 봐도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대중가요도 아니고 흔치 않은 팝페라 가수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질 수 있을까. 샤이니 제이는 “‘노래때문에, ‘노래를 위해, 노래로 이뤄진 삶을 살아온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외모에 자신이 없었고,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입고 있던 삶에 더 이상 상처받기가 두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고난 목소리와 재능은 결국 그를 가수의 길로 이끌었다. 가정주부로 살던 그를 다시 끌어낸 것은 강병철과 삼태기로 유명한 가수 이종근 씨다.


대학을 졸업하고 트로트가수를 준비했던 시절 개인지도도 해주시던 이종근 씨가 몇년 만에 연락이 와서 너의 목소리는 썩히면 안 된다’ ‘스스로를 깎아 내리지 말라라고 하면서 저를 설득해 지금의 스승님이신 BJ김현 작곡가 선생님을 소개시켜 주셨어요.”

 

그렇게 샤이니 제이의 목소리를 들은 김현 작곡가는 트로트 목소리가 아닌 클래식이 어울린다면서 그를 클래식의 크로스오버 형태인 팝페라로 안내했다. 원석과 같던 샤이니 제이는 그때부터 3년을 연습실과 집만 오가며 창법을 바꾸고 연습만 하게 됐다.


다른 것도 아닌 외모때문에 포기했던 길을 다시 가기는 쉽지 않았지만 노래를 다시 부르는 순간부터는 멈출 수가 없었어요.”

 

상처 치유해준 노래’, 잃어버린 삶도 찾아줘

 

혈관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샤이니 제이는 누구보다도 굴곡진 삶을 살았다. 도박에 빠져 살던 어머니에게는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았고, 아버지는 곧바로 고아원에 버리고 거두지 않았다. 그런 그를 다시 거둔 것은 친할머니였다. 다행히도 착한 새엄마가 그를 거두고 키워줬지만 의지의 대상은 될 수 없었다고. 결국 19살 되던 해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달리 의지할 곳 없던 그는 집을 나오게 된다. 친엄마를 찾아가 봤지만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의지할 때 없던 그는 무작정 자신을 좋다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관계도 오래갈 리 없었다. 폭행과 폭언으로 얼룩진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던 그는 28살 되던 해 이혼을 하게 된다.

 

얼굴에 혈관질환을 가지고 태어나 한 30년을 방황하면서 살았어요. 부모에게 버림받은 제가 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무작정 집을 나오게 됐고, 또 결혼도 이혼도 하게 됐죠. 이후 모텔청소부로 2년을 살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나이 30에 무작정 대학을 들어갔어요. 실용음악과 보컬로요. ‘노래는 제 희망이자, 꿈이었거든요.”

 

하지만 가진 것 없는 대학생활도 쉽지만은 않았다. 남들 다 하는 레슨은 꿈도 꾸지 못했고, 그나마 버는 돈은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혈관질환 치료비로 모두 들어갔다. 돈이 없으니 몸으로라도 때우자고 생각하고 과대표를 맡고,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대학생활을 이어나갔다. 간절함은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놓치지 않게 해줬고, 수석으로 졸업을 하게 됐다.

 

혈관질환 치료비로만 매달 100만원씩 들어갔어요. 돈이 없어 먹지 못한 날이 더 많았죠. 학교 다니면서 영양실조로 쓰러져 2번 병원에 실려 갔었어요. 하지만 대학교에서 지금의 남편도 만나고, 노래를 배우고 가수로서의 꿈도 키울 수 있었죠.”

 

 

샤이니 제이, “트랜스오페라와 깐초네 풍 음악 선보일 것

 

샤이니 제이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남편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그렇게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원없이 부르고 있다고. 군인인 남편은 함께 공연을 다니기 위해 섹소폰을 2년 넘게 배웠다. 지금도 일정이 맞을때면 어김없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가수로서의 단계도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다. 현재는 신곡 작업 중이다. 트로트와 접목한 노래부터 정통 테너·바리톤과 함께 하기 위한 곡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팝페라도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제가 추구하는 음악은 트랜스오페라와 이태리 음악 깐초네입니다. 트렌스오페라는 락을 약간 접목시켰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아하기보다는 파 워풀하죠. 참 우리가요도 크로스오버 하는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을 거예요.”

 

노래를 통해 희망과 꿈을 이야기 하고 싶다는 샤이니 제이는 모든 노래를 한국어·영어·이탈리아 버전 등 다양하게 만들어 전세계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꿈도 숨기지 않았다. 샤이니 제이가 선보일 팝페라와 하나씩 써나갈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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