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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상훈 칼럼>종합병원 응급실에는 인격이 없다


며칠 전 새벽, 필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낮에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놀러나갔는데 발을 헛딛어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었고 응급실에 있다는 전화였다. 놀란 가슴을 안정시키고 난 후 차를 몰고 경춘 고속도로를 달려 춘천에 있는 한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내는 의식이 돌아온 상태였다. CT 촬영을 끝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는데 잠시 응급실 담당의사는 뇌에 아주 미세한 출혈이 있긴 하나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집에 가서 안정을 취한 다음에 혹시라도 토하거나 어지럽거든 인근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담당의사는 병원에서 찍었던 CT촬영 복사본을 주며 병원에 갈 때 가져가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집으로 돌아온 후 아내는 괜찮은 듯 했다. 그러나 다음날 저녁식사를 한 후부터 토를 하고 어지러운 증상이 있어서 힘들다고 했다. 이날은 마침 토요일이라 집에서 가까운 대형 종합병원 응급실 을 찾았다. 토요일 응급실 모습은 재래시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다 보니 조용히 휴식을 취해야 할 환자들은 시끌 벅적한 응급실에서 초점없는 눈동자로 사람들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 응급실치곤 환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평소 청탁하는 것을 끔찍 이도 싫어하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인데 다른 병원보다는 낫겠지 하고 기대했던 필자의 생각은 한 순간에 사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젊은 인턴의사는 간단한 체크를 한 후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우리나라에 의사가 이토록 부족하단 말인가. 동네에서 개업한 의사는 망해가고 있는데 종합병원은 의사가 없어서 힘들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몇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 병원시스템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춘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찍은 CT 촬영 복사본을 의사에게 전달했으나 해당의료원 응급실에서는 다시 CT 촬영을 해야 한다며 4시간을 의자에 앉아 기다리게 했다. 침대가 없는 응급실 에서 몸이 아픈 한 할머니는 10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이 할머니가 누울 수 있는 침대라도 내달라고 했으나 그들은 “그냥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면 됩니다”라는 짤막한 답변만 할 뿐이었다. 순간 인간의 기본적인 인격마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응급실에서 꼬박 하루를 그것도 의자에 앉은 채로 기다리는 시간은 몇 년처럼 길었다. 그 와중에 응급실에서는 이상한 점도 발견됐다. 의사, 간호사와 아는 환자들인 것 같았는데 이들은 잠시 대기하가 무섭게 호명했고 바로 병실로 올라갔다. 아픈 몸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보다 멀쩡하지만 친분이 있거나 힘이 있는 사람이 먼저 치료를 받는 다는 생각을 하니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담당 간호사에게 항의를 해보았지만 “앉아서 기다리세요”라는 명령과도 같은 대답만이 돌아왔다. 8시간 대기...그러나 인근 병원 추천받아 그렇게 8시간을 기다린 끝에 아내는 담당의사와 상담 할 수 있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여기서 생겼다.


입원을 해야 하는데 현재에는 병실이 없으니 인근에 있는 병원을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이 무슨 해괴한 상황이란 말인가. 장시간을 응급실에서 기다리게 해놓고선 모든 검사를 마치고 다른 병원에 가서 입원하라니. 과연 이러한 행태가 이 병원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종합병원 곳곳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힘 있는 자들의 ‘갑질논란’으로 우리 사회가 시끄럽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비열한 것은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갑질’하는 대형 병원들이 아닐까? 언제부턴가 특권층의 특혜 공화국이 되어 버린 우리사회. 누구나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절실하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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