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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등 잇따른 반인륜범죄로 도마위 오른 사형제...향방은?

두 차례 ‘합헌’ 내린 헌법재판소, 이번에 올라가면 뒤집힐 확률 높지만 국민여론이 변수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최근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35)씨의 반인륜적인 범죄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씨는 딸의 친구인 여중생 A양을 추행하려 유인했으나 수면제를 먹이고 추행하는 과정에서 깨어나 저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했다. 이외에도 딸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아 고급승용차를 여러 대 굴리면서 유흥비로 탕진했는가 하면, 아내 최모 씨(32,사망)를 성매매에 동원한 뒤 성관계 장면까지 몰래 촬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몇 달 전 인천에서는 두 10대 소녀가 단지 ‘어린 아이의 손가락이 갖고 싶다’는 이유로 8살 초등생 여아를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 범죄가 갈수록 엽기적이고 잔인무도해지는 까닭에 국내에서 20년간 미집행 중인 사형제가 재조명 되고 있다. 이에 사형제도에 대한 그간의 헌법재판소 판단을 살펴보고 제도 존폐의 향배를 가늠해봤다. 

1996년, 2010년 헌법재판소 두 번의 합헌결정...“국민 생명보호 등 중대한 공익 위한 생명권 제한은 가능”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사형집행이 이뤄진 것은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30일이다. 형법 제41조는 사형을 형의 종류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후 현재까지 사형집행은 없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는 사형제도가 있으면서도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는 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법률상 혹은 우리나라처럼 사실상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41개국이다. 앰네스티가 지난 4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198개국(집계기관에 따라 차이 있음)가운데 104개국이 법률적으로, 37개국이 실질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했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흐름과 북한 등이 사형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는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뒷받침되곤 한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에 대해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합헌결정을 내렸다. 수회에 걸쳐 여러 명을 강간, 살해한 사형수들은 ‘사형제가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이하 위헌제청)을 신청했지만, 헌재는 “생명권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생명권의 박탈이 초래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며 청구인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르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돼있다. 청구인들은 이 조항에서 말하는 본질적인 내용에 생명권이 포함돼 법으로도 침해할 수 없는 권리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원칙적으로 생명권이 본질적인 내용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보호 등 중대한 공익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2010년 당시 판결을 내린 9명의 재판관 중 사형제에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은 4명(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목영준),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은 5명(이강국, 이공현, 민형기, 이동흡, 송두환)이다. 앞서 지난 1996년 제기된 위헌제청에서 7(합헌) 대 2(위헌)로 합헌결정이 났던 것에 비하면 팽팽히 맞섰지만 위헌정족수인 6인에는 미치지 못했다.

합헌의견 “사형제는 헌법에서 간접적 예단, 강력한 범죄예방 효과 있어”

우리 헌법에는 명시적으로 사형제를 인정하는 조항이 없다. 다만 제110조 4항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법률이 정한 경우에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란 구절에서 유일하게 언급되고 있는데, 다수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은 이를 합헌의 근거로 삼았다. 2010년 헌재는 “우리 헌법은 적어도 문언의 해석상 사형제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사형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본능을 이용한 가장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이를 통한 일반적 범죄예방효과가 있다”며 “일반적 범죄예방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헌재는 또 “범죄를 실행하려는 자의 입장에서는 범죄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하여 범죄로 인하여 부과될 수 있는 불이익이 보다 커지게 됨으로써 그 범죄행위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사형은 잠재적 범죄자를 포함하는 모든 일반국민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보다 더 큰 위하력을 발휘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범죄 억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헌재는 사형이 집행된 후 잘못된 재판임이 밝혀지는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사법피해자가 생긴다는 주장에 맞서 “형사재판에 있어서의 오판가능성은 사법제도가 가지는 숙명적 한계라고 할 것이지 사형이라는 형벌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판가능성과 그 회복의 문제는 재심제도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오판가능성을 최소화함으로써 해결할 문제지 이를 이유로 사형이라는 형벌의 부과자체를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위헌의견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는 사형근거규정으로 볼 수 없어...절대적 종신형이 사형대체 가능해”

반면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목영준 재판관은 사형제도가 생명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우선 헌법에 단 한번 등장하는 ‘사형’이라는 문구를 합헌의 근거로 삼은 점에 대해 김희옥 재판관은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의 규정은 그 도입 배경이나 규정의 맥락을 고려할 때 법률상 존재하는 사형의 선고를 억제해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규정된 것”이라며 “간접적으로도 헌법상 사형 제도를 인정하는 근거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형이 강력한 위화감을 조성, 죽음이라는 공포가 극악무도한 범죄를 애초에 막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대현 재판관은 “중대범죄자를 사형시킴으로써 다른 사람의 중대범죄도 일반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아직껏 실증되지 못했다”고 맞불을 놨다.

최소한 목숨은 부지할 수 있는 무기징역형이나 종신형은 사형제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다수의견에 대해서도 목영준 재판관은 “우리나라는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어 사형제도가 실효성을 상실해 더 이상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절대적 종신형제나 유기징역제도의 개선 등으로 사형 제도를 대체할만한 수단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반박했다.

사형제, 세 번째 올라가면 뒤집힐 확률 높아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 헌재에 사형제도의 존폐를 묻는다면 어떻게 될까. 기존 합헌결정은 뒤집힐 가능성이 다분하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지난 3월 인사청문 과정에서 사형존폐에 대한 즉답을 피했던 이선애 헌법재판관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7명의 재판관이 사형제 폐지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헌재소장을 포함한 3명은 대통령이, 3명은 국회가, 3명은 대법원장이 인선하는데 6명 이상이 사형폐지에 찬성하면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서기석·조용호 헌법재판관은 지난 2013년 4월 10일과 11일 양일간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개인적으로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거나 “사형제에 대해선 심도 있게 연구해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해주는 게 가장 옳은 방법”이라며 폐지에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두 재판관의 임기는 2019년 4월까진데 이들이 빠지더라도 공석은 사형폐지론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채우게 된다.

국회 몫으로 (당시)여당이 추천한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2012년 9월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 단계에서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게 국민의 법 감정”이라면서도 “종국적으로 사형제 폐지는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점에서 고려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땐 폐지에 가까운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당시)야당이 추천했던 김이수 헌법재판관은 지난 6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을 위해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인간의 존엄성, 오판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그 전에 가석방이나 감형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해야한다”고 했다. 절대적 종신형을 전제로 달았지만 명확하게 사형제를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무기징역을 받아도 사실상 가석방이 가능한 상대적 종신형제로 운용되고 있다.

여야 합의로 추천한 강일원 헌법재판관은 2012년 9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개인적으로는 인권적 가치나 오판의 가능성을 감안해 형벌 체계 정비를 전제로 폐지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국회 추천 몫인 세 명(안창호,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인데, 이들 공석에는 사형제 폐지에 우호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최소 두 자리에 개입한다는 점을 볼 때 전열이 재정비되더라도 위헌정족수를 맞추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대법원장이 지명했던 김창종 헌법재판관은 2012년 9월 10일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가석방이나 감형 없는 종신형제 도입이 전제된다면 국민적 합의에 따라 사형제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실상 사형제가 존치하는 상태에서 합헌이냐 위헌이냐를 묻는다면 합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 또한 시기를 저울질했을 뿐 사실상 김이수 헌법재판관 의견과 대동소이하다.

당시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지난 10월 27일 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한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2012년 9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사 직무대리로 근무할 당시 사형집행을 참관하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극단적으로 훼손되는 현장을 보았다”며 “인혁당 사건과 같이 오판으로 인해 생명을 빼앗는 사형제는 개인적으로 폐지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년 9월 임기가 만료되는 두 명(김창종, 이진성)의 공석은 역대 대법원장 중 가장 진보성향이 짙다고 평가받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메우게 된다.

文대통령 “사형은 흉악범 억제효과 없어...폐지해야” VS 국민여론 “사형제 유지해야”

무엇보다 사형제 폐지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사형폐지론자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사형집행을 안 하니까 흉악범이 너무 날뛴다”고 말하자 “사형이 흉악범 억제에 효과가 없다”며 폐지론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형제가 있으면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범죄를 저지른) 뒤에 이판사판 된다”며 “지존파 사건이 그 뒤에 범죄를 키우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외에 정세균 국회의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장관 등 많은 정계인사들이 제도폐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폐지의 현실화를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에서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한 사형폐지 법안이 조만간 발의될 예정이다. 

반면 이에 대한 국민여론은 정반대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2015년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의식 조사에 따르면 65.2%가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최근 여타기관 조사에서도 유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시민단체 일각에서 세 번째 위헌제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입법부나 행정부, 사법부가 국민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반기를 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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