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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


김상조 “大·中企는 공정하게, 中企간에는 활성화를”

‘온탕 속 개구리’ 한국경제 살리기 위해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로 뚜벅뚜벅 가겠다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9988’.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대한민국 전체 사업체수의 99%를 이루고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중소기업이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소기업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은 날로 심각해지는 실정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등의 문제로 왜곡된 시장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타기를 잡은 ‘재벌저격수’ 김상조 위원장의 정책방향을 들어봤다.

한국경제, ‘샴페인 잔’이나 ‘온탕 속 개구리’와 같아...대기업 위주 편향적 성과배분 심각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와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세계적 컨설팅 업체 맥킨지(Mckinsey)가 발간한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며 한국경제를 ‘샴페인 잔’과 ‘온탕 속 개구리’로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1997년 발간된 맥킨지 보고서는 위와 아래는 튼튼한데 중간 허리가 취약하다고 한국경제를 ‘샴페인 잔’ 같다고 표현했다”며 “이런 진단을 무려 20년 전에 했는데 지금 중간 허리에 해당하는 소기업, 중기업, 중견기업에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맥킨지가 2013년 발간한 두 번째 보고서에서 한국경제를 ‘온탕 속 개구리’로 표현한 것은 안에 있으면 다 죽는걸 알면서도 온탕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한국경제는 이대로 가면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위원장이 인용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1990년과 2014년을 비교해볼 때 우리 중소기업 중에서도 정말 열악한 영세기업의 비중은 더 늘어났고, 국민경제의 중간 허리역할을 해야 하는 소기업이나 중기업의 비중은 줄었다. 1990년 영세기업과 소기업, 중기업의 비중은 ▲42.7% ▲36.1% ▲17%를 나타냈지만, 2014년에는 ▲49.9% ▲34.5% ▲13.6%였다. 같은 자료에 나타난 중소기업 생산성의 변화추이를 보더라도 심각성은 부각된다. 

종사자 1인당 부가가치 측면에서 500인 이상의 대기업의 경우를 100으로 했을 때 1990년 영세기업, 소기업, 중기업의 수준은 ▲35.2 ▲41.3 ▲57.1이었는데, 2014년에는 ▲22.1 ▲25.6 ▲34.3으로 생산성의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이 지난 20년 동안 더 영세화 되고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기업 위주의 편향적 성과배분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은 서로 독립적으로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관계가 아닌 하도급 관계로 연결돼있는 경우가 많은데 산업연구원이 지난 5월 내놓은 ‘주요국의 자동차 산업분야 기업 간 영업이익률 비교’자료를 보면 중국·미국·일본 등 5개국 가운데 한국 완성차업체 영업이익률이 9.6%로 가장 높은 반면 부품업체 영업이익률은 4.4%로 가장 낮았다. 김 위원장은 이와 같은 대·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 발생 원인으로 “하도급 거래관계에서 중소기업이 응당 누려야할 이익의 상당부분이 원사업자에게 귀속되는 빨대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중소기업간 문제, 선진국은 사적자치로 해결?...“우리나라는 전제조건 달라”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도 사업자이며 소위 갑질 한다는 대기업도 사업자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근간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업자간 거래관계 문제는 이른바 사적자치의 원리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누가 간섭하면 안 되고 둘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많은 선진국은 기업 간 문제가 생기면 이 원리를 기반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 또한 사적자치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사적자치의 원칙이 작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양당사자의 대등한 협상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현실은 양당사자의 대등한 협상력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 대·중소기업간 거래관계가 대등하지 않고 운동장조차 평평하지 못하다”며 “두 가지 모순된 상황을 해결해야한다. 정부와 여당에서 풀어야할 문제의 포인트가 바로 이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자간 대등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 개혁의 방향이 돼야한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가 가맹사업법이나 유통업법, 대리점법, 하도급법에 담으려고 하는 내용은 선진국에서 따로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미 선진국에는 불공정한 계약이 이뤄지지 않도록 계약법이나 노동법, 환경법 등에 녹아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돼 있지 않으니 계약법등에 담겼어야할 내용의 일부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프랜차이즈법 등에 가져오는 과도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중소기업간 수직적 네트워크를 공정하게 만들겠다

김 위원장은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관행의 시발점인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대·중소기업의 수직적인 네트워크를 공정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거래조건협상 단계부터 이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중소업체의 힘을 보강해줄 수 있는 제도보완을 추진하고 엄정하게 집행하겠다는 의미다.

대·중소기업간 수직적 네트워크를 공정하게 만드는 작업의 일환으로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원·수급사업자 간 전속거래를 완화하고 2차 이하 협력업체 거래 조건을 개선하는 방안 등 총 20여개의 세부과제를 담은 ‘하도급 공정화 대책’을 연내(지난달 28일)에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대·중소기업의 불공정 하도급 문제가 많은 논란이 되면서 원사업자와 1차 협력업체간 거래관계는 상당부분 개선됐지만 2차, 3차 협력업체 상황은 아직도 열악하다”며 “앞으로는 공정화가 원사업자와 1차 협력업체 단계만 머무는 것이 아닌 2차와 3차 협력업체까지 확산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고 공정위가 주기적으로 점검 보완 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외에도 대리점거래 실태조사를 거쳐 2018년 중 대리점사업자의 단체구성권을 명문화하는 등의 ‘대리점분야 종합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2017년 7월에는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8월에는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중소기업간 수평적 네트워크를 활성화 하겠다...해외진출 대책도 마련돼야

중소기업은 특성상 규모가 작아 혼자 해결하기 버거운 일들이 많다. 예컨대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이 혼자 원료 구매에서부터 영업, 회계처리, 심지어 기술개발까지 다하는 경우도 있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의 강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중소기업간 수평적 네트워크를 활성화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소재한 나라들의 공통점 보면 협동조합이나 클러스터 등의 형식으로 중소기업간 네트워크가 활발하다”며 “그동안 (중소기업간)수평적 협력 활성화를 가로막았던 여러 가지 제도적 장애를 공정위가 풀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인 예로 김 위원장은 협동조합이나 소상공인 연합체가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에 대해 담합규제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한편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판로를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의 작은 강소국들이 EU라는 경제공동체를 통해 시장규모가 자국시장으로 한정되지 않고 유럽전체로 확장돼있는 것을 언급하면서,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야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3면이 바다에 북쪽까지 막혀있는 우리나라는 사실상 섬인 국가다. 이런 상황 속에 내수시장만으로는 고질적인 전속거래 관행과 갑을관계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며 “대기업과의 협력, 코이카의 지원, FTA와 같은 정책적 노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해 새롭고 다양한 거래선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가겠다

이날 강연회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권칠승·이재한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중소자영업자 지원대책 TF 단장, 김태년 정책위의장,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성명기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업종별 협동조합 대표를 비롯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강연 후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소통 시간에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대한 공정위의 직권조사 요청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불공정행위와 부당전속거래 근절 ▲통신판매중개업 분야 거래공정화를 위한 제도개선 ▲시장공정성을 해치는 대기업의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 소모품 소매진출에 대한 조치 등을 요청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희생을 토대로 성장한 재벌대기업들이 골목상권과 생계형 업종까지 무차별하게 계열사를 확장하고 기술탈취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한 전속거래 등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각종 불공정을 저지르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장께서 적극적으로 공정경쟁 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계신 만큼 중소기업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곧 나타나 중소기업이 중심이 되는 바른시장 경제로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열심히 잘 하겠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중소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또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우보천리의 자세로 뚜벅뚜벅 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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