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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미투(MeToo) ‘나도 피해자’...성희롱 막는 단일법 제정 필요

중구난방식 성희롱 관련법, 규제 사각지대 만든다!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나도 피해자’라고 고백하는 미투(MeToo)운동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현행 ‘성희롱’금지 관련법들이 피해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희롱은 업무상, 고용상, 혹은 지위를 이용하거나 관련해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및 성적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 일체를 말한다. 개념상 신체적·물리적 강제가 따르는 성추행이나 성폭행과는 조금 다르다. ‘다리가 예쁘다’거나 ‘나랑 자자’는 등의 발언이 성희롱의 대표적인 예다. 형법상으로 성폭행이나 성추행은 강간죄나 강제추행 죄로 처벌되는 반면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성희롱의 경우 사실상 행정제재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이에 따라 성희롱 금지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하 인권위법) ▲양성평등기본법(이하 양성평등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평법)등 각 개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성희롱에 대한 정의가 협소하거나, 법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범위가 달라 규제의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중구난방식 성희롱 관련규정, 피해자 구제와 피해회복에 대한 혼란 야기할 수 있어

국내법상 성희롱에 관한 내용이 처음 명문화 된 것은 1995년 12월이다. 당시 ‘여성발전기본법’(현 양성평등기본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돼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사업주는 성희롱의 예방 등 직장 내의 평등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처음 성희롱을 언급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현재 성희롱의 정의를 규율하는 법률로는 인권위법과 양성평등법, 고평법이 있다. 각 법률은 성희롱에 대해 유사하게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가해자의 범위 등을 다소 다르게 규율하고 있다. 고평법에서는 고용과 관련한 직장 내 성희롱을 규제하고 있는데, 양성평등법과 인권위법은 고용관계에 한정하지 않는 식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투(#MeToo),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희롱은 국가기관에서 일어났는지, 공공기관에서 일어났는지, 민간기업에서 일어났는지 등을 구분할 성질이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관련 규정이 분산돼 있는 것은 피해자 구제와 피해회복에 있어서 혼란을 야기 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평법, 성희롱 행위자에 간접적 제재만 가능해

고평법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는 지체 없이 행위자를 징계하거나 징계에 준하는 조치를 해야 하고 이를 행하지 않은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행위자가 사업주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행위자가 사업주인 경우를 제외하면 성희롱 행위자를 직접 제재하는 규정은 없고 단지 사업주를 통한 간접적 제재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선영 선임연구위원은 “간접적 제재방식은 행위자에 대한 조치를 사업주의 재량에 의존하게 한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과태료 부과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게 징계나 징계에 준하는 조치를 했는지 여부에 따른 것이므로 성희롱 행위의 정도에 비추어 매우 가벼운 징계를 한 경우에도 고평법 위반은 아니게 된다. 사업주에 대한 제재방식 역시 형법이 아닌 행정벌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성희롱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행위자를 직접 제재하는 규정과 징계 및 징계에 준하는 조치의 범위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행위자에 대한 제재방식으로는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죄형법정주의에 근거, 구성요건 등의 강화가 수반된다는 점을 감안해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권위 권고 강제력 없어 직권 제소권 신설해야 vs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행법상 성희롱 피해자는 인권위에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이유로 진정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인권위는 피 진정인에 대해 성희롱 행위의 중지나 손해배상 등의 조치를 혹은 동일·유사한 인권침해나 차별행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라고 권고할 수 있다.

문제는 인권위법상 조정이나 권고에 강제력이 없어 행위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는 점이다. 박 연구위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권위가 그 결정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소송을 직접 할 수 있도록 소송권이나 제소권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차별시정 기구가 당사자 능력이 없어 제소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고, 경우에 따라 차별시정기구(국가기관)가 국가기관을 상대로 소송하는 문제 등을 고려해볼 때 도입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직권 제소권 도입이 곧바로 실현되기 어렵다면 먼저 피해 당사자가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소송지원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법률 전문가의 시각에서도 인권위가 제소권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아울러 소송지원제도 도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명희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인권위의 직접제소권이나 소송권 도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소송지원 제도의 경우에도 개별피해자들에게 국선변호사제도나 무료법률구조사업으로 지원하는 제도들이 많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평법상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는 성희롱 당해도 구제 못 받아

고평법은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상급자·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의 객체는 근로자다. 때문에 비공식 돌봄 서비스 종사자나 보험설계사 등은 성희롱 피해로부터 구제받지 못한다. 법상의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뒤집어 봐도 마찬가지다. 행위자는 사업주·상급자·근로자이기 때문에 고객이나 거래처 직원 등에 의한 성희롱은 제재대상이 아니다. 

박 연구위원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감정 근로자들에 대한 고객 등의 성희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고객이나 거래처 직원 등에 의한 성희롱을 제재할 수 없는 (고평법의) 한계를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에 대한 성희롱 방지의무 부과 미흡해...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해야

현행 성희롱 관련법상 사용자가 성희롱 방지를 위해 강구해야 할 조치의 범위가 협소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법은 사업주에게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 ▲성희롱 발생 이후 행위자에게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 ▲피해자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하지 않을 의무 등을 부과하고 있지만 성희롱 방지와 대책마련 등의 구체적 사항을 규정할 의무는 부과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관련 법률을 통해 사업주가 고용관리상 강구해야할 조치의 내용을 자세히 규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성희롱 피해자가 원래의 직장에서 피해를 극복하고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건마련을 위해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박 연구위원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성희롱 발생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불법행위가 악의적이거나 의도적으로 행해진 경우 피해자에게 발생한 현실적 손해배상 외에 추가적으로 배상액을 인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고액의 배상액으로 불법행위 가능성을 줄이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유인을 만들어 일반사회에 대한 불법행위 예방기능을 한다”며 “우리 법체계와 정합성도 고려해야겠지만 기간제법에서도 차별에 대해 3배 정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는 점을 참고, 도입해 사업주가 성희롱 예방에 대해 많은 의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희롱 예방교육의 참석률이 95%를 상회함에도 형식적으로 운영돼 효과적인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했다. 고평법과 양성평등법에 따르면 국가기관 등과 사용자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형식화 되어있는 예방교육의 실질화를 위한 방안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희롱 막는 단일법 제정 필요

이처럼 현행 성희롱 관련 규정은 여러 법률에 분산돼있다. 정리해보면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방지에 관한규정은 고평법에, 국가기관 등의 성희롱 방지조치는 양성평등법에, 성희롱 피해자의 구제에 관한 것은 인권위법에서 규율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관련 규정이 분산돼 있는 것은 피해자 구제와 피해회복에 있어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성희롱예방과 금지(처벌), 피해자보호에 관한 단일법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일 법률에는 앞에서 본 현행 성희롱 관련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즉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 ▲성희롱 당사자범위의 확대 ▲징벌적 손해배상 등 사용자 책임의 확대 ▲성희롱 예방교육 실질화 및 다양화 방안 ▲조직 내 처리절차와 2차 피해금지 등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호 ▲사용자의 성희롱 방지의무 등이 담겨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내용으로 성희롱 단일법이 제정된다면 성희롱 예방과 피해자의 피해회복의 통일성을 확보할 수 있고 행위자 처벌과 사용자 책임을 통합적으로 규율할 수 있다. 박 연구위원은 “성희롱 발생 고지(신고)시부터 구제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이 규율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명희 검사는 성희롱 예방과 처벌, 피해자 보호에 관한 단일 법제화는 바람직하다면서도 “개별 법률에 있는 행정제재와 조치를 어떻게 통일적으로 규정할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희롱을 형사 처벌할 경우 별도의 법률이 아닌 성폭력 관련 법률에서 규정하는 것이 합목적성이나 법적안정성 관점에서 타당하다는 제언도 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성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을 퇴출시키고, 성희롱으로 징계 받은 경우 관리자 직위보직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공공부문 대상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한시운영하기로 했다. 전국 4,946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내년까지 특별 점검에 나선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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