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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


피해자 없는 피해자... 배·보상에 눈물 마를 날 없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 세월호 특별법, 피해자 범위 좁게 한정해…피해자 범위 넓혀야
- 희생자 292명 수습한 민간잠수사, 세월호 관련 없다며 보상서 제외
- “전례 없다. 관행이다”…피해자 배려 없는 피해자 보상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2014년 4월16일. 모든 국민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긴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날이다. 이날 참사로 무려 30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사망자 대부분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었다는 점은 전 국민의 가슴에 큰 절망과 슬픔, 분노를 안겨줬다. 이후 상당히 더딘 속도이기는 했지만, 사망자와 생존자, 참사 수습 과정에서 희생한 혹은 희생된 사람들, 안산시와 진도군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미수습자들은 찾기 위한 선체 인양 등이 이뤄지면서 참사가 거의 수습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고 있었다.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이 충분하지 않았고, 그마저도 상당히 좁은 범위 안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특혜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실질적인 가해자인 나라가 피해자인 국민에게 알아서 배·보상을 해야 하는데, 피해자들이 국회나 거리에 나와서 배·보상을 해달라고 해야 하는 이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냐”며 울분을 토했다.


2014년 4월15일 오후 9시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항해 제주로 향하던 청해진소속 세월호.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 일반인 104명, 선원 33명 모두 476명을 태우고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는 다음날인 4월16일 오전 8시30분경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서거차도 사이를 최고 속도로 진입했고, 19분 뒤인 8시49분 병풍도 부근에서 급격하게 항로를 변경하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져 좌현부터 침몰, 무려 304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특히, 사망자 대부분이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었다는 점에서 세월호의 침몰은 ‘참사’로 기록됐고, 사고 수습 및 원인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각종 부조리는 세월호 참사가 인재였음을 확인시켰다.



정부는 침몰만 세월호 안에 남아있는 사망자들의 수습을 위해 민간잠수사 등을 동원했다. 이들은 거친 조류와 낮은 수온, 제대로 시야 확보가 안 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루에 4~5번씩 잠수하는 헌신적인 노력 끝에 292명의 사망자를 수습하는데 성공했지만, 미수습자 9명(고창석·양승진 선생님, 남현철·박영인·이영숙·조은화·허다윤 학생, 권재근·권혁규 씨)를 남겨둔 채 수색작업은 2014년 11월11일 종료됐다.


이후 국회는 2015년 1월12일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특별법은 국무총리 소속의 ‘4.16 세월호 참사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에서 희생자 및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을 진행하기로 하고, 국가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발생한 유류오염 및 화물에 의한 손해 등을 포함한 피해를 입은 어업인에 대해 손실을 보상하는 한편, 안산시와 진도군의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별 지원방안을 강구해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동시에 참사 피해자에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에 따라 생활의료지원금, 심리상담 및 정신질환 등 검사치료를 지원한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은 단원고 교육 정상화를 위한 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하고, 단원고 2학년 학생들에 대해서는 정원 외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근거를 마련하게 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정신건강 상태 관리를 위해 안산 트라우마센터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이밖에 국무총리 소속의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위원회’를 둬 추모공원, 추모기념관, 추모비 및 해상안전사고 예방훈련시설 등을 설치, 관련 사업을 시행하도록 하고, 추모사업과 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문화 확산에 관한 사업, 피해자 심리 생활안정 및 사회복귀 등 지원사업 등을 수행하기 위해 민법에 따라 설립된 4.16재단 예산을 출연 또는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2015년 4월22일 선체 인양을 결정한다. 유가족들의 조속한 선체 인양 요구에도 불구, 참사 발생 1년 만의 결정이었다. 당시 정부는 2016년 7월까지 인양작업을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기술과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러는 사이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탄핵당했다. 장애물(?)이 사라진 탓이었을까? 참사 발생 3년 넘도록 이뤄지지 않던 선체 인양은 그동안의 지연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불과 3주(2017년 3월22일~4월11일) 만에 이뤄졌다. 참사 발생 1,096일 만이었다. 세월호의 육상 거치 이후 미수습자 9명 중 고창석 선생님과 허다윤 양, 조은화 양, 이영숙 씨 등 4명의 유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선체 인양으로 수습이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던 세월호 참사는 그러나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참사 생존자들과 그 가족 역시 나라의 획일적이고 충분하지 못한 배·보상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라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면서 292명의 사망자를 수습했던 민간잠수사들은 당시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질병, 그로 인한 경제활동 제한 등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이 정한 피해자의 범위는 실제 그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보다 상당히 좁았고, 참사 생존자 등에 대한 의료비 지원도 기간이 터무니없이 짧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료비 지원 기간이 기존 2016년 3월28일에서 2024년 4월15일로 8년 연장됐지만, 유가족들과 생존자 및 가족, 민간잠수사 등 세월호 참사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의료비 지원을 기간으로 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수단도 좁은 범위로 제한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는 ‘세월호 피해자 지원법 개정을 위한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서는 참사 이후 고통 속에 사는 참사 유가족들과 생존자 가족들, 민간잠수사들이 참석해 현행 세월호 특별법의 개정을 눈물로 호소했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통과됐지만…여전히 미흡


지난달 20일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미수습자 유실 방지 및 미수습자 수습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확히(제3조 제3항 신설) 하고 ▲세월호 인양작업으로 인해 발생한 유류오염에 의한 어업인의 피해를 손실보상의 대상으로 규정해 이에 대한 보상금 지급 신청기간을 확보(제7조 제1항 제3호 신설)했으며 ▲신성된 보상금에 대한 국가의 구상권 행사 근거(제42조 제2항 제1호의 2 신설 및 제3호 ‘비용’의 범위 확대)를 마련했다.


진도와 조도 어민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생업을 중단하고 구조활동에 나섰지만,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미역양식장을 덮치면서 미역 전량을 폐기하는 등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선체 인양 때는 미역을 수확해야 하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체 인양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수확 작업을 중단했고, 기름 유출 피해를 우려한 해양수산부의 요청으로 오일펜스 설치 작업에 동참하는 등 선체 인양 작업에서 역할을 한 바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세월호 선체 인양작업으로 인해 발생된 유류오염 등으로 인한 피해 어업인들에 대해서는 보상의 근거가 없고, 피해 어업인들에 대한 보상금 신청기한이 법 시행 후 6개월 이내로 제한돼 합리적 신청기한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세월호 선체 인양작업으로 인해 발생한 유류오염 등으로 인해 피해 어업인에 대한 보상 근거를 마련하고 보상금 신청기한을 6개월 이내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으로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는 미수습자를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국가 등이 세월호의 인양 및 미수습자의 수습 과정에서 비용을 지출한 경우 세월호 침몰사고에 원인을 제공한 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을 벌이고 선체 인양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어업인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피해자들의 손해·손실을 보상하기에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박주민 의원, 서영교 의원, 주승용 의원, 김현권 의원, 윤영일 의원 등이 발의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통합·조정한 것인데, 어업인의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피해까지 보상의 범위를 확대해 보다 적극적인 보상을 하자는 취지의 윤영일 의원의 발의안은 ‘세월호 인양작업으로 인해 발생한 유류오염 피해를 입은 어업인’을 추가하는 선에 그쳤다.


현행 피해지원, ‘피해자 등’은 불분명하고 ‘피해자’는 협소


20대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관련해 계류 중인 법안은 3개로, 손실보상의 대상을 ▲기존 어업인에서 농업인, 관광업종사자, 소상공인 등으로 확대(윤영일 의원 등 10인)하고, ▲기간제 교사, 구조활동 및 수습활동으로 부상 또는 사망한 민간잠수사, 참사 당시 단원고에 재학 중이던 학생 및 재직 중이던 교직원 추가 ▲의료지원금 및 검사·치료비 등의 지원 연장 ▲구조 및 수습활동으로 부상 또는 사망한 잠수사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의사상자로, 기간제 교원으로 재직 중이던 희생자는 공무원 연금법에 따른 순직공무원으로 의제(이상 박주민 의원 등 70인)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수영 변호사는 “현행 세월호 특별법은 피해자를 사실상 세월호에 승선했던 사람들과 그 가족, 어업인에 집중돼 있다”면서 “현재 계류돼있는 발의안들은 피해자의 범위를 확대해서 국민의 권익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두터운 보호를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계류 중인 발의안의 내용 중 일부는 이뤄진 부분이 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의료지원금 및 검사·치료비 등 지원은 각각 2016년 3월28일, 2020년 3월28일에서 2024년 4월15일로 연장됐고, 기간제 교사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연금법 시행령 제2조를 개정, ‘정규공무원 외의 직원’이라는 형태로 이들을 공무원 순직 대상으로 의제했다. 이제 남은 것은 292명의 희생자를 수습한 민간잠수사뿐이다.


김수영 변호사는 “세월호 피해지원에 관해서 남겨진 중요 이슈는 현행 피해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피해자의 범위를 좀 더 넓히고 누구에게 어떤 보상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입법 정책적인 판단”이라며 “제21조에서 보면 ‘국가 등은 피해자 및 피해지역의 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할 때에 피해자 등의 의견을 듣고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해 피해자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것처럼 언급하고 있으나 누구를 포괄하는 것인지 구체적인 규정이 전혀 없다. ‘피해자 등’은 상당히 불분명하고 ‘피해자’는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국가는 서민,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과 권익 보장이 책무


관련해서 윤영일 의원 등 10인이 2016년 10월19일 발의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농산물 판매감소, 관광산업 수입감소 및 소상공인의 영업손실은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불명확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 부진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전국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농업인 및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은 형평성에 맞지 않음 ▲안산시 및 진도군의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침체를 고려,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냈다.



박주민 의원 등 70인이 같은 해 6월21일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서도 민간잠수사의 사망·희생은 ▲세월호 침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수상구조법에 따라 보상금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 ▲이미 관련 법률에 따라 부결된 안건을 법 개정으로 의제하면 다른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방법 등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김 변호사는 “정부의 반대의견이라는 것이 결국 의원 발의안에 대한 입법정책적 판단 자체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라면서 “이럴거면 ‘특별법은 왜 만들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현장에 다녀갔던 잠수사가 143명으로 특정돼 있다. 그중에 보상금 지급신청을 한 사람은 55명이고, 최소한 9급이라도 인정된 사람은 27명이다. 28명은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봐서 인정되지 않았다”며 “보상금을 지급받은 27명 중 15명이 9급에 해당하는 보상등급을 받았다. 9등급은 1,000만원도 안 되는 보상금이 주어진다. 현업에 복귀할 수 없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정도로 국가가 할 일을 다 했다고 하는 것은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유독 잠수사들만 의사상자로 인정될 수 없는 상황은 이들이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를 심화시키고 있다. 의사상자법에 따라 의사상자 인정절차를 거쳤지만, 수난구조비용이 지급됐다는 이유로 전원 불인정 통보를 받았다”면서 “제소기간을 도과(徒過, 시간이 지남)한 상태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새로운 판단을 할만한, 근거 자체가 없는 답답한 상태”라고 말했다.


윤영일 의원은 “세월호는 국가 재난이다. 우리 국민들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서, 안전을 위해서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 책임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다 챙겨줄 수 없겠지만, 피해 입은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피해자들이)요구하고 챙겨달라고 하는 것 정도는 챙겨볼 수 있도록 정부 측에서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서민들이나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보장해주고 권익도 챙기는 것이 국가의 책무인데, 생업에 종사해야 할 사람들이 이처럼 손해가 발생하고 피해를 입었다고 하소연을 하기 위해 쫓아다니는데, 해결을 못 해준다면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뼈가 썩고 트라우마 시달려”…민간잠수사, 눈물로 호소


이날 정책 간담회에는 침몰한 세월호에서 사망자들을 수습했던 민감잠수사들이 참석해 자신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전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보상과 의료지원 등을 눈물로 호소했다. 황병주 씨는 “의사상자 신청을 할 때 저희가 먼저 신청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해경에서 ‘의사상자 신청을 해라, 그게 더 빠를 것 같다’고 해서 신청을 했지만, 구조비용을 받았다는 이유로 불인정 받았다. 구조비용은 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준 것도 한 달하고도 15일이 지나서 줬다. (구조작업이)길어지니까 준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수상구조법(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을 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잠수사에게 가장 중요한 ‘골괴사’는 인정해주지 않았다. 요즘 현장에서는 골괴사가 있으면 아예 취업이 안 된다”고 말했다.



황 씨는 “의료지원도 물리치료나 약뿐이다. 골괴사 있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MRI를 찍어야 한다. 그래야 어느 정도 진행이 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MRI는 (지원이)안 된다. 결국 물리치료하고 약만 먹으면서 버티라는 것”이라면서 “트라우마 치료는 ‘온마음센터’에서 계속 해주기는 하지만, 매일 센터를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치료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또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민간잠수사들의 트라우마에 대해서 공우영 씨는 “전쟁을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당시 상황이)전쟁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것도 안 보이는 데서 줄 하나 타고 내려가 격실에서 일일이 손으로 더듬어 가면서 실종자를 찾고, 실종자가 있으면 껴안고 나온다. 상상을 해보라, 누가 그것을 하겠나? 정부에서, 해경이나 특수훈련 받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었지만, 그 사람들은 다 뒷전이었다. 우리들이 다 했다”며 “참사 초기에 가서 292명 정도를 수습했는데, 작업하는 와중에 사람(고 이광욱 씨)이 죽었다고 죄인 취급을 받으면서 재판을 받았다.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다 빠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광욱 씨 사망과 관련해 당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민간잠수사가 아닌 해경이 작업현장에 대한 총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8월 광주지검은 민간잠수사들의 선임이었던 공 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이광욱 씨의 유족들은 해경 간부들이 책임을 지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지만, 검찰을 이를 각하했다. 공 씨는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국가의 책임을 민간인에게 떠넘기기 위해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 씨는 재판을 받기 위해 3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했고, 생업기반을 모두 잃어버렸다. 공 씨는 당시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서 “일반 구멍가게도 못하다. 죽을 둥 살 둥 열심히 해줬는데, 끝에 와서는 완전히 찬밥 신세였고, 죄인 취급까지 당했다”며 울먹였다.


김수영 변호사는 “수상구조법은 법률을 개정해서 소급입법을 통해 이분들에게 보상금을 얼마라도 주겠다는 노력의 결과였다. 민간 잠수사라며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지만 추려진 데이터가 있고, 잠수사들 스스로가 누구와 같이 일했는지 알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 특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의사상자 간주 규정도 법리적 어려움은 있지만 못할 부분은 없다. 이들에 대한 피해를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 고민을 함께 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례가 없었다, 관행이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요구를 대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석순(세월호 참사 생존자 박두현 양 부친) 씨는 “2014년 4월16일 이후 ‘관행’이라는 말을 상당히 싫어하게 됐고, ‘전례가 없다’는 말을 엄청 싫어하게 됐다. 어떤 기관이나 정부가 늘 하는 말이었는데, 이 사고 자체가 ‘관행’이라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본다”며 “정부, 나라가 직접적인 가해자인데, 여태까지 ‘전례가 없다’, ‘관행이다’ 이런 소리를 하고 있다. 어떤 선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후례들이 이어져 온 것 아닌가?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그날 당시부터 지금까지 수습해오는 과정 중에서 정말 피해자들을 생각해서 애써준 적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지금까지 많은 부분에서 칼날이 돼 돌아왔다”면서 “(아이들이)아직 많이 아파한다. 평균 4달에 한번 꼴로 아이들 자해소식 같은 것이 들려왔다. 그때마다 속에서 피눈물이 솟는데, 아이들이 밖에서 움직이는 것만 보고 괜찮다고 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평생 그 아픔을 담고 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최소한 어느 정도 책임지는 모습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다. 우리가 감싸줄게, 같이 가자’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달라. 여태까지 길거리에 나서면서 싸워야겠나”라며 “제발 전례가 없다느니 그런 말로 어떤 한정된 기간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세월호 생존자 가족 문석연 씨는 “‘우리나라는 피해자가 되면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디 부러지거나 하는 상처는 뼈가 붙으면 되지만, 트라우마는 그렇지 않다.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외면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완치될 때까지 치료를 받으면 안 되나? 왜 어떤 기간 안에 무조건 나아야 하나? 한 사람도 빠짐없이 보장된 기간 안에 다 나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내가 나을 거야’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김선식 안산 온마음센터 4.16가족 성장지원팀장은 “최근 단원고 생존학생들의 어려움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는 아이가 2016년 10명에서 2017년 17명으로 늘었고, 신체치료를 받는 아이가 같은 기간 2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또한 ‘CGI’라고 담당자가 아이들의 심각도에 따라 어떻게 만나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있는데, 2016년 중점 대상이 12명, 집중(자살 가능성 등이 있어 집중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 1명이었지만, 올해는 중점이 8명으로 줄어든 반면, 집중이 5명으로 증가했다”면서 “분명 외상 후 성장해서 과거보더 더 잘 성장하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에 심리적 어려움이 더 가중되는 것들이 명확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이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들은 아이들이 살아있는 동안 평생 지속된다는 것”이라며 “배·보상을 받았든 안 받았단 생존 아이들의 심리적 치료 등에 대한 부분은 명확하게 국가에서 책임져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 보장하고 회복 끝까지 도와야


이날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꼼꼼하지 못한 보상, 정부 관계자들의 관료주의적인 사고와 행정편의주의식 일 처리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은 물론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이들까지 피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때문에 자신들이 겪었던 아픔과 상처를 보여주며 “제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눈물로 외쳤다. 참사가 발생한 지 4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과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국가는 여전히 이것저것 따지기 좋아했고, 피해를 증명하고 보상을 받기까지 자기 시간을 들여가면서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은 피해자 본인이었다.


지난 설 연휴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17년 만에 무대를 선보인 ‘H.O.T.’의 노래 중 ‘아이야’라는 노래에는 ‘그런 무책임한 말들로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오래 오랫동안 버려져 왔던 날들’, ‘우리가 만든 헌장대로 지켜진 게 뭐가 있는가 없다 없다’, ‘그들은 소외당하고 무시당하고 보호받지도 못하고’, ‘그래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텐가’, ‘피우지도 못한 아이들의 불꽃을 꺼버리게 누가 허락했는가, 언제까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반복하고 살텐가’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노래는 1999년 6월30일 새벽 경기도 화성에 있던 무인가 놀이동산 겸 청소년수련원인 ‘씨랜드’에서 화재가 발생해 유치원생 19명 등 23명이 사망한 참사를 추모하는 노래다.


우리나라는 과거 여러 번의 참사를 겪었지만, 아주 잠시 반성했을 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도,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다.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미비한 시스템을 개선하고 부족한 자원을 더 투입하는 것 못지않게 참사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보상은 철저히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희생된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보상과 지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이를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 역시 특혜가 아니라 상식 수준의 보상이다. 피해자들이 상처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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