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획


[대통령 개헌안] 사흘 걸쳐 열린 판도라 상자

국민소환제·토지공개념·4년 연임제 등 담겨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소환제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개헌안을 3월26일 발의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0일부터 사흘에 걸쳐 총 10개장, 137개조, 9개 부칙으로 구성된 개헌안을 ▲전문과 기본권(20일) ▲지방분권과 경제조항(21일) ▲정부형태 등(22일)으로 나눠 공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첫날(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헌법을 바꾼 지 벌써 3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 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국민의 삶이 크게 바뀌었고,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며 “이에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국민과 약속한 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 동시실시를 위해 개헌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첫날, 전문과 기본권 및 국민주권 강화 부분



◇헌법 전문 개정안=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추가

헌법이 지향하는 정신과 가치를 담은 전문(前文)에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추가로 명시했다. 현행 헌법 전문을 보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문구로 시작되는데, 4·19 뒤에 부마항쟁 등을 명기하는 것이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짐은 물론 이미 법적·제도적 공인이 이루어진 역사적 사건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만 촛불시민혁명은 아직 역사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포함시키지 않았다.

◇현행 기본권 개선=국민에서 사람으로, 근로에서 노동으로

이날 공개된 개헌안에는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는 등 현행 기본권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우선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예술의 자유 등의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개헌안대로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외국인이나 망명자도 이 같은 권리의 주체가 된다.

조 수석은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인권의 수준이나, 외국인 200만명 시대의 우리사회 모습을 고려하면 기본권 주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를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돼야하는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그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업의 자유 ▲재산권 보장 ▲교육권 ▲일할 권리 ▲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 및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에 대해서는 그 주체를 여전히 ‘국민’으로 한정했다. 국가가 돈을 쓰면서까지 외국인의 권리를 보장해줄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한편 선거권, 공무담임권, 참정권에 대해서는 규정형식을 변경해 법률에 따른 기본권 형성 범위를 축소했다. 예를 들어 현행 헌법 제24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한 바에 의해 선거권 가진다’고 규정돼있는데 이를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 선거권 행사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 사안은 법률로 정한다’는 식으로 바꿨다는 뜻이다. 기존 헌법이 국회에 기본권을 어떤 내용으로 형성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재량권을 줬다면, 이번 개헌안에선 국회의 입법재량권을 축소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기본권 개선부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노동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한 했다는 점이다. 먼저 주종관계 뉘앙스를 갖고 있는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면서 사용자와 노동자간 대등한 관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국가에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노력할 의무와, ‘고용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적절한 정책들을 시행할 의무를 부여했다. 조 수석은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고 밝혔다.

노동조건은 노사가 대등하게 결정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특히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외에 ‘권익보호’를 위해서도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현행 헌법상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파업만 가능한데 개헌안대로라면 임금협상이 아닌 정리해고나 인사이동에 반대하는 파업도 가능해진다. 조 수석은 “정리해고는 노동자들 생존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며 “현행 판례에 따르면 불법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에 단체행동권의 범위를 일정하게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행 헌법상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는 공무원의 노동3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국제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신설되는 기본권=생명권, 안전권, 정보기본권 등

생명권과 안전권을 명시했다.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와 묻지마 살인사건 등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에 기반해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갖는다는 점을 헌법에 천명한 것이다. 아울러 국가의 재해예방의무 및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노력 의무는 아예 보호의무로 변경했다. 

정보기본권도 신설했다. 기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와 같은 소극적 권리만으로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충분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에서다. 이에 알권리 및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하고,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시정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의무를 명시하기로 했다. 

성별·장애 등으로 이뤄지는 차별에 대한 개선노력 의무를 국가에 지우는 조항을 신설했다. 적극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정책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외에도 주거권 및 국민의 건강권, 군인 인권보장, 동물보호 관련 국가의 정책수립 근거 등을 담았다.


◇삭제되는 헌법조항=검사 영장청구권, 군인 이중배상금지

이번 개헌안에서는 검사의 독점적인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셈이다. 조 수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헌법에 영장신청주체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다수 입법례에 따라 영장신청주체에 관한 부분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항을 삭제하더라도 영장청구 주체와 관련된 내용이 헌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일 뿐, 곧바로 현행법상 검사의 영장청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개정 전까진 그대로 유효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군인 등의 이중배상금지 조항도 삭제한다. 현행 헌법상 군인이나 경찰은 직무 중 죽거나 다쳐도 법정보상금을 받는 것 외에는 국가에 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었다. 조 수석은 “유신헌법에서 신설됐던 국가배상청구권 제한 조항은 군인 등에 대한 명백히 불합리한 차별이므로 삭제했다”고 부연했다.

◇국민발안제·국민소환제 신설

이번 개헌안에서 단연 주목되는 부분은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 신설이다.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며, 국민소환제는 국민이 부적격하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을 임기가 끝나기 전 소환해 투표로 파면시킬 수 있는 제도다. 청와대는 제도 도입의 취지로 국회의원들이 명백한 비리가 있어도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세월호 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명의 국민이 참여했음에도 입법발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전례를 지적했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권력의 감시자로서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입법자로서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생기는 것이다. 조 수석은 “직접민주제 대폭 확대를 통해 기존 대의제를 보완함은 물론 민주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둘째 날, 지방분권과 총강 및 경제에 관한 부분

◇지방자치·지방분권 강화=자치행정권·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

우선 개헌안 제1조 제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대한민국 국가운영의 기본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중앙과 지방이 종속적·수직적 관계가 아닌 독자적·수평적 관계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명칭을 바꿨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가 스스로 적합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와 지방행정부의 조직구성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지방정부가 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했다.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도 강화했다. 자치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간 사무의 배분은 주민에게 가까운 지방정부가 우선하는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지방분권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실질적 권한 이양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이 보다 폭넓게 보장되도록 현재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던 것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로 제정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지역의 특색에 맞게 정책을 시행하려 해도 국가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입법이 가능해 지역별로 특색 있는 발전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법률의 위임이 있는 경우에만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주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했다.


재정확보 없이는 실질적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자치재정권도 보장하기로 했다. ‘누리과정 사태’와 같이 정책시행과 재원조달의 불일치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재정부담을 떠넘기는 사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치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는 지방정부가,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 위임사무 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그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내용의 규정을 헌법에 신설했다.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해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치세의 종목과 세율, 징수 방법 등에 관한 조례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자치재정권 보장이 지방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키거나 지역 간 재정격차 확대를 초래하지 않도록 국가와 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간 재정조정에 대한 헌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주민은 지방정부의 주인’이라는 기치아래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명시하고, 주민이 지방정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주민들이 직접 지방정부의 부패와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법률상 권리였던 주민발안·주민투표·주민소환 제도를 헌법상 권리로 격상했다.

아울러 중앙과 지방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제2국무회의 격인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신설했다.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등 중요 사안을 심의하는 기구로, 의장은 대통령이 맡고 부의장은 국무총리가 맡는다. 입법과정에서 지방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와 관련된 법률안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이 지방정부에 그 법률안을 통보하고 지방정부가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 총강 개정안=수도조항 신설, 공무원 전관예우방지, 문화의 자율성 보장

대통령 개헌안에는 수도조항이 총강에 신설돼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헌법 제1장 총강은 헌법 제1조부터 제9조까지를 말하는데, 수도조항은 제3조에 추가됐다. 조 수석은 “국가기능의 분산이나 정부부처 등의 재배치 등의 필요가 있고 나아가 수도 이전의 필요성도 대두될 수 있으므로 이번 개정을 통해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상 수도에 관한 조항은 없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관습헌법에 속한 것으로 보면서 서울을 대한민국 수도로 인정했다.

아울러 이전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개헌안대로라면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은 효력을 잃어 세종시로 수도를 이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한편 총강에선 공무원의 전관예우방지 근거 조항도 신설했다. 공무원이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21일 브리핑에서 “지금까진 전직 공무원에 대해 경제적 규제를 하면 개인의 직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의 문제로 위헌을 받기가 쉬웠지만, 앞으로는 그런 위헌성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해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도 보장했다. 조 수석은 “관(官)의 통제와 지배가 군림하는 문화가 21세기 대한민국에 여전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며 “관(官)주도의 ‘부패융성’이 아닌 민(民)주도의 ‘문화융성’의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조항=토지공개념 명시와 경제민주화 강화

토지공개념 조항도 개헌안에 담겼다. 조 수석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하는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에서도 제23조 제3항이나 제122조 등에 근거해 해석상 토지공개념이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택지소유상한에 관한법률은 위헌판결을,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판결을 받은 상황에 개발이익환수법도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어 이 같은 내용을 헌법에 못 박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대통령 개헌안이 통과되면 토지개발이익 환수나 부동산 소득에 대한 과세 등이 위헌시비 없이 강화될 수 있다. 소유권은 개인에게 있되 그 이익을 국가가 가져가는 사유재산 침해 문제를 놓고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다. 경제민주화 조항도 강화됐다. 현행 헌법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상생’을 추가했다. 조 수석은 “이미 대규모 점포 영업시간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이나 대중소기업상생기업촉진법 등 상생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경제적 협력 관계에 관한 다양한 정책과 입법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진흥을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도 신설했다. 골목상권 보호와 재래시장 활성화 등이 주요 현안이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소상공인은 보호·육성대상에 별도로 규정했다. 외에도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 보전 등 농어업이 갖는 공익적 기능을 명시하고 국가는 이를 바탕으로 농어촌, 농어민의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시행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농어업의 가치는 단순한 산업이나 경제 논리의 관점이 아닌 식량 안보 등 공익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기업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소비자 권리를 신설하고, 현행 헌법의 소비자보호운동 보장규정을 좀 더 폭넓은 개념인 소비자 운동으로 개정했다. 아울러 그동안 비교적 취약했던 기초 학문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국가에 기초학문 장려의무를 부과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셋째 날, 선거제도와 권력구조 및 사법제도에 관한 부분

◇선거제도 개혁=선거연령 낮추고 비례성 원칙 명시, 선거운동 자유보장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췄다. 현행 헌법 제24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 제15조는 선거연령을 19세로 정하고 있다. 결국 선거연령 하향조정이 법률개정만으로 가능한데도 개헌안에 들어갔다는 건 대통령이 그만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조 수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만 18세 또는 그보다 낮은 연령부터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현행법상 18세는 자신의 의사대로 취업과 결혼을 할 수 있고 8급 이하의 공무원이 될 수 있으며 병역과 납세의무도 지니는 나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은 멀리 광주학생운동부터 4·19혁명, 부마항쟁, 그리고 촛불시민혁명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그들의 정치적 역량과 참여의식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선거연령 하향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요구임에도 지난해 1월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하고도 결국 무산됐다. 이에 헌법으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춰 청소년의 선거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했다”며 “이를 통해 청소년이 그들의 삶과 직결된 교육, 노동 등의 영역에서 자신의 의사를 공적으로 표현하고 반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선거의 비례성 원칙도 명시했다. 조 수석은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방식은 과다한 사표를 발생시키고 정당득표와 의석비율의 불일치로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되어야 한다’는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헌법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실제 20대 총선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합산득표율 65%정도에 의석 점유율이 80%를 넘었던 반면 합산득표율이 28%였던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의석점유율은 15%에 불과했다.

선거운동의 자유도 최대한 보장한다. 현행 헌법 제116조 제1항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허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원칙적으로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조 수석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온전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정당과 후보, 정책에 대하여 찬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후보자간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고 했다.

◇권력구조=대통령 4년 연임제 채택, 국무총리·국회 권한강화

대통령의 권한은 분산하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했다. 우선 대통령의 우월적 지위에 대한 우려 해소 차원에서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삭제했다. 또 대통령이 자의적인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특별사면을 행사할 때에도 사면위원회의 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장을 헌법재판관 중에서 호선하는 것으로 개정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축소했다. 국무총리의 권한도 강화했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해 국무총리가 책임지고 행정 각부를 통할하도록 했다.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은 독립기관으로 분리했다. 감사위원 전원을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던 것을 감사위원 중 3명을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해 대통령의 권한은 줄이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했다.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정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해 국회의 입법권을 강화했다. 국회의 예산심의권 강화를 위해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했다. 예산이 법률과 동일한 심사절차를 거치게 돼 국회의 재정 통제는 강화되고 행정부의 예산 집행 책임은 더욱 무거워지게 된다. 또 국회에 충분한 예산심사 기간을 주기 위해 정부의 예산안 국회 제출 시기를 현행보다 30일 앞당겼다. 아울러 국회 동의 대상 조약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법률로 정하는 조약도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해 대통령의 조약 체결·비준권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정부형태는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를 채택했다. 조 수석은 “1987년 개헌 당시 5년 단임제를 채택한 것은 장기간 군사독재의 경험 때문이지만 우리는 촛불혁명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었고 국민들의 민주역량은 현재 정치권의 역량보다 훨씬 앞서 있다”며 “이제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안정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를 채택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특히 4년 1차 연임제로 개헌하더라도 문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행헌법 제128조 ‘대통령의 임기연장이나 중임변경에 관한 헌법개정은 이를 제안할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이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개헌안 부칙에 ‘개정 헌법 시행 당시의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 9일까지 하고, 중임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일각에서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연임제의 적용을 받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명백히 거짓”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야권이 주장했던 ‘국무총리 국회 선출·추천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과 총리 간 갈등과 대립으로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고 특히 국가 위기상황에서 양자가 충돌할 경우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조 수석은 “정부와 국회 간의 협치를 이유로 국회에 국무총리 선출권 또는 추천권을 주자는 주장이 있지만, 현재도 국회 동의를 얻어야만 총리로 임명될 수 있어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는 균형과 견제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며 “국회에 국무총리 선출권을 주는 것은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사법제도 개선=대법원장의 인사권 분산, 국민 참여재판 명시, 사형조항 삭제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분산하고 절차적 통제를 강화했다. 대법관은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하도록 했다. 현행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기존에는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임의로 고를 수 있었는데 이를 막은 것이다. 개헌안은 대법관추천위원회를 대통령, 대법원장, 법관회의가 3명씩 지명하거나 선출해 구성되는 조직으로 규정했다. 또 사실상 대법원장의 권한이었던 일반법관 임명도 법관인사위원회의 제청을 거치도록 했다. 기존에 대법원장이 행사했던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중앙선거관리위원 3인 선출권도 대법관회의로 이관했다.

조 수석은 “전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항소심을 전후해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은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무기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며 “대법원장 인사권의 내용 및 절차를 개정해 법관들이 대법원장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반법관의 임기제를 폐지해 법관의 신분보장을 강화하고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높였다. 다만 이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징계처분에 ‘해임’을 포함했다.


개헌안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법원’으로 고치고, 배심제·참심제 등 국민이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일부 국민 참여재판을 인정하고 있지만 형사재판에 한정됨은 물론 배심원 평결이 법원을 구속하지도 못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왔다. 이런 내용의 개헌안이 통과되면 재판영역이나 배심원의 영향력이 상당부분 확대될 거라는 것이 중론이다. 조 수석은 “국민의 사법참여로 직업법관에 의한 독점적 재판권은 견제되고 사법의 민주화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하의 단심제 규정을 폐지하면서 헌법 내 ‘사형’이라는 단어를 들어낸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우리 헌법에는 명시적으로 사형제를 인정하는 조항이 없다. 다만 제110조 제4항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법률이 정한 경우에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구절에서 유일하게 언급되고 있는데, 2010년 헌재는 “우리 헌법은 적어도 문언의 해석상 사형제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다”며 이를 사형제 합헌의 근거로 삼았다.

청와대도 사실상 사형제 폐지를 염두하고 관련 규정을 없앤 것으로 보인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22일 브리핑에서 사형제 폐지와 어떻게 관련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헌재에서 판단하리라 생각된다”면서도 “(사형제 폐지도) 물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런 결론에 이르는 이유는 무엇보다 대통령이 사형폐지론자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사형집행을 안 하니까 흉악범이 너무 날 뛴다”고 말하자 “사형이 흉악범 억제에 효과가 없다”며 폐지론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형제가 있으면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범죄를 저지른) 뒤에 이판사판 된다”며 “지존파 사건이 그 뒤에 범죄를 키우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제도 개선=법관자격 없어도 재판관 가능, 대통령의 헌재소장 임명권 삭제

‘법관 자격’이 없는 사람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조 수석은 “실제 프랑스, 오스트리아와 같은 많은 나라가 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헌법재판관 구성을 다양화해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의 입장이 균형 있게 반영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의 헌재 소장 임명권 조항을 삭제했다. 헌법재판소장을 재판관 중에서 호선하도록 함으로써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임기문제를 해결하는 하는 한편 헌재의 독립성을 높이고 합의제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文대통령 개헌안 결국 발의...“국민투표법 개정은 4월27일이 마지노선”

지난 3월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됐다. 현재 시점에서 본다면 국회 개헌안 마련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5월 초까지 개헌안이 합의될 경우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국민투표도 가능하다. 청와대도 국회가 5월 초까지 합의안을 마련하면 대통령 안을 철회한다는 방침이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22일 브리핑에서 “거듭 말하지만 대통령은 국회 합의를 기다리다 마지노선에서 개헌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라며 “이제라도 국회가 논의를 시작해 합의한다면 개헌 호기라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대한민국 미래를 다시 설계할 기회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가 극적으로 개헌안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지금으로써는 국민투표를 할 수 없다. 지난 2014년 헌재는 ‘국내 거소신고가 되어 있는 재외국민’만 투표인명부에 올리는 국민투표법 조항에 대해 국내 주민등록이 없는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국회가 아직까지 관련법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중앙선관위는 관련법 개정 없이는 국민투표 진행이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국민투표의 투표자 명부를 작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6월 지선에서 국민투표가 가능하려면 국회에서 4월27일까지 법 개정을 해야만 한다. 진 비서관은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재외국민의 투표권 등록 등 준비할 행정적 절차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그 마지노선이 4월27일”이라며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만 개헌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8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
따릉이 타면 내년부터는 돈을 지급한다고요? ...“개인 자전거 이용자에게도 지급하라”
정부, “따릉이 이용자에게 탄소중립 포인트를 제공하겠다” 이용빈 국회의원, “개인 자전거 이용자에게도 포인트 지급하라” 서울시 따릉이와 같은 공공자전거를 이용하면 내년부터는 주행거리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받게 되어 현금처럼 사용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세계 자전거의 날(4월 22일)을 앞두고 15일 이와 같은 내용으로 자전거 이용 활성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자전거 이용실적에 따라 탄소중립 포인트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일부 지자체와 2025년에 추진 후 그 결과를 토대로 2026년부터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정부의 추진방안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대상이 공공자전거에 국한한 것에 대해 국회 탄소중립위원회 소속 이용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그 대상을 본인 소유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도 지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용빈 의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을 높이는 방안에 소홀한 현실을 지적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기존 자동차 중심이 아닌,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며 ‘자전거 대한민국’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라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