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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사정 대화 파국 이끈,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쟁은?

… 국회 환노위 소위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안 통과, 노동계 격렬 반발
… 법안소위부터 합의 안돼, 표결 처리 이례적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525일 새벽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그간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에서 각각 25%7%를 넘는 부분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는 비율을 조정해 연봉 2,400만원 이하의 노동자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노동계의 셈법에 따르면 다르다. 이에 노동계는 개정안에 격렬하게 반대하며, 각종 사회적 대화 기구에 불참을 선언하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만에 노정관계를 파국으로 이끈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쟁에 대해 알아봤다.


2019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517일부터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노사간 팽팽한 줄다리기로 파행을 거듭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하기도 전에 엉뚱한데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바로 최저임금위의 논의와는 별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논의를 지체하지 않았고, 결국 524일 환경노동위는 고용노동소위원회를 12일 동안 차수변경을 하면서 마라톤 회의를 거친 결과 새벽 210분께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이후 곧바로 전체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에 포함되게 됐다. 이번 개정안은 28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도 최저임금부터 적용되게 된다.


처음에는 한국노총·민주노총의 노동계와 한국경총의 경영계 모두 국회 논의에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경총은 국회 논의 막판에 입장을 바꿨다. 경총은 입장문을 통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개정안은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만을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 동안 경총이 주장했던 취지의 연장선상에서 반대했던 것이라며 경총은 당초부터 근로자가 지급받는 상여금, 제수당 및 금품을 모두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을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어 하지만 최근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감안할 때, 조속히 국회에서 결론을 내주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입장을 선회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21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함께 참석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임금수준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합의했는바. 최저임금제도가 노사 중심성 하에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결정되도록 국회는 이를 존중해 법안심사를 중단해 주시길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해 국회의 일방처리가 강행될 경우, 정부와 집권여당이 그동안 표방해온 사회적 대화는 그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 내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노사정 대화까지 파국을 맞았다.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로 관련 논의를 이관할 것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민주노총은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강행처리가 기정사실화되자 22일 입장 발표를 통해 이 시간부로 노사정대표자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어떠한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양노총·경총이 논의해도 국회가 강권으로 처리하겠다고 언론 앞에 공표하기까지 했다면서 이 국회, 집권여당에 더 이상 희망을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528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대회를 예고했다.


한국노총도 국회가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사형선고이며 소득주도 성장정책 폐기선언이라며 28일 긴급산별대표회의를 예고하고, 집단 대응방법 논의에 나섰다. 이에 앞서 최저임금위원 전원 사퇴 의사를 공식화 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출범 1년만에 노정관계는 파탄을 맞았다.


 

법안소위에서부터 합의 안돼, 이례적 소위 의결

 

이번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관련한 논쟁은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소위에서부터 합의가 되지 않아, 19~20대 국회를 통 털어도 유례없이 표결에 들어갔다. 환경노동위원회 결정 이후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곧바로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이 그간 소위 내 합의제 운영을 파탄냈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의원은 최저임금 산입논의 자체가 저임금노동자들의 문제로 이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없이 논의가 진행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반대해 왔다면서 하지만 국회 여당이나 다른 야당의원이 이것이 양대노총의 자기기득권 문제인 것처럼 매도하며 새벽 1시에 급조된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마지막으로 소수의견을 묵살하고 결국 표결로 강행처리한 상황은 19~20대 국회를 통 털어봐도 없었던 행태라고 강조했다. 결국 소위에서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소수의견으로 남겨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상여금·복리후생비 일부 최저임금에 산입

최저임금 산입범위 어떻게 바뀌나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2017년 최저임금 6,450원에 비해 16.4% 오른 파격적 인상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발맞춘 오름세다. 하지만 급격한 상승폭에 따른 부작용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기업 부담 가중’ ‘현행 산입범위가 협소하다는 지적’ ‘법원 판례를 통해 통상임금이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등 주장이다. 이에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TF’ 등 운영을 통해 개선방안을 찾아왔지만, 결국 국회가 법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를 일단락 했다.


국회가 통과시킨 최저임금 개정안 내용은 복잡하진 않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액에 포함되지 않았던 상여금·복리후생비 등 일부를 산입범위에 포함시켰다. 다만 그 범위를 조정했다.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부분과 복리후생 수당 가운데서도 최저임금의 7% 초과분만이 최저임금에 들어간다. 구체적으로 올해 최저임금 기준 월157만원을 기준으로 25%에 해당하는 약 월39만원, 상여금과 7%인 약 11만원을 넘는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에서 정한 25%, 7%의 비율은 점차 낮아진다. 2020년에는 20%, 2021년은 15% 식으로 매년 5% 씩 낮아져 2024년 이후에는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복리후생비로 2020년에는 5%, 2021년은 3% 이후에는 매년 1% 씩 줄어 2024년에는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환노위, “연봉 2,400만원 이하 저임금노동자들 영향 없어

노동계, “개악 중 개악” “임금체계 더 복잡하게 해

 

한편,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안을 놓고 그 해석은 정반대로 갈리고 있다. 경영계 등은 아쉽지만 이 정도라도 괜찮다는 반면 노동계는 본격 투쟁을 예고하는 등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혼란은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정의당 정호진 선대위 대변인은 25국회 환노위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개악안이 날치기 처리됐다면서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포함해 사실상 줬다 뺐는 최저임금으로 전략시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라는 공약을 유명무실화 시켰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전당적인 행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개정안은 상여금 중 최저임금의 25%, 복리후생비 7% 초과분부터 점진적으로 포함하다가 2024년부터는 모두 산입하는 내용으로 이는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사형선고이며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폐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또 환노위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체계를 단순화 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했다면서 통상임금 범위는 손대지 않고 최저임금 산입범위만 확대했으므로 사용자들은 앞으로 기본급을 그대로 둔 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복리후생비만 늘리는 등 임금체계를 더욱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환노위 통과안은 복잡하게 돼 있어 어떤 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현장 노사가 다툴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비율을 조정했기 때문에 연봉 2,400만원을 넘지 않는 노동자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의 셈법은 다르다. 실제 환노위 통과안을 적용해 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기본급으로 올해 최저임금 월157만원을 기본급으로 상여금 없이 식대 11, 교통비 10만원 등을 받는 연봉 2,100만원대의 저임금노동자를 예로 들어보면. 만약 내년도 최저임금이 월 10만원 가량 오른다고 해도, 복리후생비 가운데 7%를 넘는 10만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면서 연봉이 동결돼도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다. 최저임금이 오른다 해도 영향을 받을 수 없는 것.


또 하루 8시간, 5일 근무하면서 월200만원을 받는 근로자의 임금명세표가 만약 기본급 140만원, 상여금 50만원, 복리후생비(교통비 10, 식대 10) 20만으로 구성돼 있다면, 올해는 최저임금법 위반이지만 내년부터는 기본급 이외에 상여금 가운데 11만원(50만원-39), 복리후생비 9만원(20만원-11만원)이 최저임금으로 포함되게 돼 법 위반을 피해갈 수 있다. 임금체계 구성 변경만으로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은 연봉 2,500만원 미만 저임금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슈페이퍼를 통해 “2019년 최저임금이 15% 인상된다고 가정해도, 연봉 2,500만원 미만 상여금 수령자의 임금은 기존 산입범위 기준 인상률에 비해 거의 99%p나 하락해 0.9%로 떨어진다면서 실제 임금인상율이 제로가 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 한창 속 국회가 지금 나설 수밖에 없었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강행이 가져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82개월여만에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석한 민주노총은 다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밝혔다. 비교적 협조적이었던 한국노총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사실 최저임금위에서는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작용 우려 등으로 노사간 최저임금 관련 제도개선 논의가 한창이었다. 각종 보고서가 나오고 이에 노사가 한목소리로 국회에 노사중심성에서 결정할 수 있게 기다려 달라는 요청을 한 시점에 국회가 강행처리할 수밖에 없었을까.


결국 국회의 이번 결정으로 각종 노사현안 논의는 줄줄이 멈출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결정시한을 한달 앞둔 최저임금위는 파행이 불가피하다. ‘사회적 대타협으로 노사현안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현 정부의 구상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노동계는 이번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란으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의구심을 던졌다. 정부·여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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