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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는 촛불을 들다 탱크·장갑차를 만날 뻔했다

계엄 검토 및 세부계획 세운 기무사, 친위 쿠데타? 국가권력 장악?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기각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과격·폭력 시위로 인한 사회 혼란 및 소요사태를 진압하고, 사회질서를 회복해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계엄’을 검토·구체적 시행계획을 세운 문건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웠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국회 무력화, 언론사 통제 등 헌법과 법률이 군에 부여한 권한을 넘어서는 위헌·위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군이 가정한 상황에 따라 계엄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해도 합동참모본부의 계엄과에서 진행했어야 할 부분을 기무사가 했다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왜 ‘기무사’였고, ‘계엄’이었을까? 1979년 박정희 대통령 피살과 전국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전두환 당시 국군보안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세력이 정권을 장악했던 ‘12·12 군사 쿠데타’가 떠오른다.

 

작년 2월, 국방부의 ‘위수령 및 무기사용’ 검토…왜?

 

올해 3월21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이던 지난해 2월 국방부가 치안 유지를 목적으로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 따져봤다고 폭로하며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작성한 내부문건을 공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위수령에 대한 이해’와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출동 문제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위수령’이란 육군부대가 한 지역에 계속 주둔하면서 그 지역의 경비, 군대의 질서 및 군기감시와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대통령령으로, 육군부대가 특정한 지구에 주둔하면서 부대질서와 시설에 대한 외부 침해를 방어하고 예방하는 경비 활동을 목적으로 한다. 문건은 “위수 근무자는 적극적·공격적인 병기사용은 불가능하고, 소극적인 자위 목적에 한해 사용이 가능하다”면서 “위수령은 군의 병기사용, 민간인의 체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기본권 제한을 위한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해 근거 법률을 두고 있지 않아 위헌이라는 견해가 다수 있다”고 위수령에 대한 법체계상 문제를 지적했다.

 

한 전 장관의 추가지시로 작성된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출동 관련 문제검토’에서는 병력이 출동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법·위헌·불법 논란을 고려, 법적보장 받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건은 “위수령에 의한 병력출동은 광역자치단체장의 요청에 의한 것이나 위수사령관은 치안유지에 대한 조치에 관해 자치단체장과 협의할 수 있으므로 병력출동에 관해 능동적으로 협의요청은 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며 “광역자치단체장의 요청에 의해서 병력출동 시 위수령 상의 근거가 없더라도 군의 무력행사가 당연히 가능한 상황인 자위권 행사 또는 현행범 체포 등의 경우에는 비례의 원칙 및 최소 침해성에 입각한 소극적 무기사용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준하는 무기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어 “과거 위수령을 근거로 군 병력이 민간 치안을 대신해 개입한 사례가 있으나, 그와 같은 형태의 병력출동 및 활동이 이뤄질 경우 위헌·위법이라는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사후 불법행위 책임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하면서도 “비상사태가 군의 경찰 보충적 치안유지 활동만으로는 질서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행자부 장관과 협의해 계엄령이 선포되도록 한 후 법적 여건이 보장된 상태에서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출동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군대가 특정 지역에 주둔하면서 경찰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위수령에 대한 검토와 그 과정에서 무기를 어느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를 따져본 문건이 촛불집회가 한창이고,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논의되던 시기에 작성됐다는 점에서 단순히 위수령과 무기사용에 대한 개념정리였다는 국방부의 해명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군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전국 각지에서 이뤄지던 촛불집회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본 것은 아닐까?

 

 

위수령, ‘계엄령’ 위한 첫 단계

 

지난 7월6일 이철희 의원은 기무사에서 작성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 나오기 며칠 전인 작년 3월 초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다. 문건은 촛불집회에 참석한 세력을 ‘종북’세력이라 보고,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한 대규모 시위대가 서울을 중심으로 집결해 청와대·헌재 진입 및 점거를 시도할 것”이라며 “정부(경찰)에서 대규모 시위를 차단하면 국민감정이 폭발, 동조세력이 급격히 규합되면서 화염병 투척 등 과격양상 심화, 사이버 공간상 유언비어 난무, 진보(종북) 또는 보수 특정 인사의 선동에 따른 집회·시위의 전국 확산, 일부 시위대의 경찰서 난입 및 방화·무기탈취 시도 등 심각한 치안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헌재의 탄핵 결정 선고 이후 상황을 전망했다.

 

그러면서 소요사태가 발생할 경우 비상조치 유형으로 ‘위수령’과 ‘계엄’을 들면서 “국민들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해 대응하고, 상황 악화 시 계엄(경비→비상계엄) 시행을 검토한다”고 명시했다. 결국 국방부의 ‘위수령 및 무기사용’에 대한 검토 문건도 탄핵 결정 선고와 관련한 소요사태를 가정해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지난달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긴급토론회-촛불 무력 진압과 기무사 민간인 사찰’에서 “기무사 문건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지적한 위수령, 계엄령 발동에 따른 한계에 대한 극복방안을 모두 제시하고 있다. 이는 병력투입 논의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논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군은 장시간에 걸쳐 탄핵기각에 대비한 병력동원계획을 다각도로 검토했고, 검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논리의 행동계획까지 수립했다”고 주장했다.

 

동원부대 및 규모, 배치까지 구체적 나열

 

기무사 문건에 대해 군 인권센터는 “촛불 시민을 ‘종북’ 세력이라 명명한 문건은 탄핵이 기각될 시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시위 진압을 위해 전국에 군 병력을 투입할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고 있다”며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수전사령부 병력 1,400명 등 계엄령으로 동원할 부대와 병력의 규모, 부대 배치까지 세세하게 나열했다고 밝혔다. 만약 계획대로 시행됐다면 국민들은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가 탱크와 장갑차, 중무장한 군인들을 만날 뻔한 것이다.

 

 

 

임 소장은 “탱크와 장갑차로 지역을 장악하고 공수부대로 시민들을 진압하는 계획은 5·18 광주와 흡사하다”면서 “부대의 위치도 포천, 연천, 양주, 파주, 고양, 양평, 가평, 홍천 등 하나같이 전방부대로, 서울의 길목을 지키는 기계화 부대를 후방으로 빼 시민학살과 국가전복에 동원하겠다는 발상이 내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문건은 병력출동 승인권자가 합참의장임에도 불구하고, 육군참모총장 승인으로 선 조치한 후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등 정상적인 지휘체계를 무시했다. 계엄과 관련된 문건을 기무사에서 작성한 것도 정상적인 지휘체계 속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임 소장은 “계엄령의 주무부서는 합동참모본부로, 기무사는 계엄령 선포와 아무 관련이 없는 곳”이라며 “명백한 월권으로, 계엄령에 대한 검토와 준비가 정상적인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군내 비선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무부서인 합동참모본부는 사실상 논의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합참의장은 비(非)육사 출신인 이순진 대장(3사 14기)”이라면서 “계획 수립과 병력 동원에 관계된 사람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육사 출신이다. 쿠데타의 취지에 동의하고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들로 계엄령을 준비하다 보니, 해군, 공군, 해병대는 물론이고, 육군 내 비육사 출신을 배제할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군 지휘계통상 독립전투여단급 이상 부대 이동은 합참의장의 권한이며, 국방부 장관의 승인도 필요하다”며 “기무사는 1990년 ‘국군조직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군령권은 각군 참모총장에게 속했고, ‘위수령’에는 개정 사항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점을 이용, 병력 출동 시 육군참모총장의 명령에 따르고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는 사후 보고하는 꼼수를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국가 장악에 2개월 상정…정부·국회·언론 통제 계획도

 

이와 함께 정부와 국회, 언론을 통제할 계획도 문건에 담겼다. 위수령 발령에 따른 국회의 위수령 무효법안 제정에 대응책으로 대통령 거부권을 제시했다. 국회에서 위수령 무효법안이 가결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이를 다시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2개월 이상 위수령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위수령이 계엄령으로 발전되면 군은 국회에 주둔할 수 있게 되고, 계엄사령부의 집회·시위 금지 및 반정부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 선포를 통해 이를 위반하는 국회의원은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장애물은 사라지게 된다.

 

 

정부에 대해서는 중·대령급 요원 48명으로 편성한 계엄협조관을 24개 정부 부처에 파견하고, 29개 정부 부처별로 5급 이상 공무원 2명씩 총58명을 차출해 계엄사령부로 소집, 정부 부처를 지휘·감독하도록 했다.

 

언론은 계엄사 보도검열단 48명과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부) 언론대책반 9명으로 구성된 보도검열 조직을 편성해 계엄에 부정정인 영향을 미치고 공공질서를 위협하며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거나 군사기밀에 저촉되는 내용은 보도되지 않도록 통계할 계획도 세웠다.

 

 

보도지침을 3회 이상 어기면 형사처벌하고 해당 매체는 등록취소 및 보도정지 조치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민·관·군 합동으로 ‘인터넷 유언비어 대응반’을 설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유언비어 등을 유포하는 인터넷 포털이나 SNS 계정은 방통위에서 계정을 폐지하도록 했다. 임 소장은 “군은 쿠데타를 통해 국가를 불법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며 “폭동 진압과 질서회복을 위한 통치행위로서의 계엄령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문건에서 언급한 계엄령 선포 시 국회와 언론사의 통제 계획은 위헌적 요소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계엄사령부의 권한을 뛰어넘는 것이다. 합참 계엄실무편람에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명시했고, 보도 매체의 등록취소 등은 법령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계엄사령관 특별조치의 한계를 벗어난다.

 

합동수사본부장, 기무사령관 셀프(Self) 추천

 

기무사는 계엄사령부직제에 따라 계엄지역이 둘 이상의 도(道,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 및 특별자치도 포함)에 걸치는 경우 둘 수 있는 합수본부의 장으로 기무사령관을 셀프(Self) 추천했다. 합수본부는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을 조정·통제할 수 있는 기구로, 계엄 발령 이후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계엄사령부직제는 합수본부장을 정보수사기관에 소속한 현역장성급 장교 중에서 계엄사령관이 추천한 자를 국방부 장관(계엄의 시행을 국방부 장관이 지휘·감독하는 경우) 혹은 대통령(계엄의 시행을 대통령이 지휘·감독하는 경우)이 임명하도록 했는데, 기무사는 문건에서 “합동수사본부장은 계엄사령관의 명을 받아 국정원(안보수사국장), 경찰(보안국장), 헌병(조사본부장) 등 수사기관을 조정·통제해야 하므로 군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적절하다”면서 “기무사령관은 군내 정보수사기관의 장으로, 평소에도 정보 및 수사업무를 지휘하고있어 계엄상황에서도 중단업이 합동수사업무수행이 가능하다”고명시했다.

 

첫 촛불집회 이후 계엄 검토한 기무사

 

기무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있기 훨씬 전부터 계엄을 검토하고 있었다. 지난달 10일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3건의 기무사 내부문건 중 2016년 11월3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통수권자 안위를 위한 군의 역할’에서 기무사는 ‘시위대 청와대 진입 등 최악의 국면에 대비’한다는 취지에서 국방부, 합참, 기무사의 역할을 정리했다.

 

여기에서 기무사는 국방부의 역할로 “국방부 장관은 상황이 극도로 악화돼 질서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님께 ‘계엄선포’를 건의한다”고 했고, 합참에 대해서는 “비상계획을 수립해 대통령님의 신변 안전을 위한 사항을 준비한다”고 적었다. 기무사는 “사이버 전문팀을 통해 시위 첩보를 수집하고, 계엄선포시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한다”고 명시했다.

 

또 다른 문건인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국면별 대비방안’은 대통령 하야나 탄핵 국면, 유고 상황에서 군의 조치를 나열하고, 계엄선포의 절차 등을 담았다. ‘현 시국 관련 국면별 고려사항’ 문건은 앞의 두 문건을 종합해 놓은 것으로,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 임무 수행을 위해 기무사를 재편성해 기무사와 헌병, 경찰, 국정원 등으로 수사국을 꾸린다”는 등 계엄 상황을 가정한 기무사의 역할과 조치 사항을 다뤘다. 아울러, 당시 정부가 보수 성향 인사가 포함된 ‘민간 사이버특수팀’을 운용했고, 기무사는 210명의 전문팀을 통해 사이버상의 여론을 순화했다고 적었다.

 

軍, 친위 쿠데타? 국가권력 장악?

 

전문가들은 군 체계상 계엄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무사가 계엄령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세운 것, 탄핵기각 상황을 상정하고 촛불집회에 참여한 진보세력을 ‘종북’으로 규정한 것, 계엄사령부의 핵심기구라고 할 수 있는 합수본부의 장을 기무사령관으로 한 것 등을 두고 군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정권 안정을 위한 혹은 대통령 궐석 상태에서 국가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쿠데타를 계획한 것이라고 봤다.

 

임태훈 소장은 “국군조직법상 국방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고, 합참의장이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을 법률을 과도하게 위법해서 이 문건이 작성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군이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꼼수까지 동원해 합참을 배제하고자 한것은 이것이 정상적 계엄선포가 아닌 친위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폭동진압과 질서회복을 위한 통치행위로서의 계엄령과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이다. 임 소장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탄핵을 국회에서 당한 이후 모 언론사와인터뷰한 것을 보면 ‘이 추운 날씨에 많은 분들이 저를 지지하고 있다’라는 얘기를 했다.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이 촛불을 들고 나온 세력만큼 있다고 본 것”이라며 “그런 권력 의지가 결국은 탄핵이 기각됐을 경우 박근혜 정부의 체제를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 하는 친위 쿠데타로 이어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 육군 법무관이었던 김정민 변호사는 이 문건대로 시행이 됐다면 ‘제2의 전두환’이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당하고 권력의 공백기가 생겼다. 그때 전두환이 갑자기 등장한다. 그게 과연 우연이었을까?”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정치적으로 죽은 상태였다. 비슷한 상황이다. 법제도를 찾아보면 ‘우연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연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군의 수사권은 매우 특이하게 돼 있다. 민간에서는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서 다 할 수 있는 반면, 군 헌병은 평소에 공안 사건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부가 생기고, 거기에서 민간영역까지 가져온다. 직제 5항을 보면 정보·수사기관을 조정·통제한다고 돼 있고, 이문건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합수본부에 언론대책반을 9명이라 구성한다. 수사기관인데, 언론대책반을 두겠다? 여차하면 다 잡아들이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합수본부장 세상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9년 10월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현 국가정보원장)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살해한 후 전국비상계엄령이 발령된다. 이때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전두환 당시 국군보안사령관이 임명된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12일 전두환 합수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세력은 군사 쿠데타를 통해 국가를 장악했다. 김 변호사는 “기무사는 12·12도 겪었고, 5·18도 겪었다. 자기들이 권력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알고 있다는 말”이라면서 “합수본부장을 통제할 수 있는 비법(非法)적인 권력이 있지 않는 한 결국 합수본부장 세상이 된다. 전두환이 또 나오는 거였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 공동대표는 “박정희 암살 이후 11·12 쿠데타와 5·18 비상계엄 확대 및 광주항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전개될 때의 계엄군 운용 양상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며 “기무사 정치군인들은 역할 모델과 상황 모델로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들을 명백히 설정하고 작전을 상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무사 문건, 내란음모인가?

 

기무사가 계엄을 검토하고 세부계획을 세운 문건이 친위 쿠데타나 국가권력을 장악하려고 했던 시도로 읽히기 때문에 이것이 내란음모죄에 해당되느냐가 기무사 문건 논란의 핵심이다.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상 내란음모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을 갖고 폭동을 해야 하는 것인데, 문건을 보면 굉장히 구체적”이라면서 “이것이 실행계획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실제 실현된다는 국토 참절이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은 분명히 있는 것이고, 폭동도 한 지방의 평온을 헤칠 정도의 어마어마한 군대를 동원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인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것이 음모인가 하는 부분이 밝혀져야 하는데, 음모가 되려면 ‘서로 모여서 하자’하는 식의 의사 합치가 돼야 하는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는 누가 지시하고 그에 대해서 문건을 작성해서보고하는 과정들을 확인해서 음모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내란음모가 성립하려면 내란 행위를 구성하는 개별적인 범죄 행위까지 세부적으로 특정해서 합의할 필요는 없다고 하는 것이 이석기 사건의 판례였고, 전체적으로 봐서 내란의 중요한 부분들이 시기나 대상, 수단, 방법, 실행 또는 준비에 대한 역할분담 등 어느 정도 윤곽이 특정돼서 합의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별히 각 부대에서 제출된 문건들을 확인하고 오고 간 문건들을 확인하지 않아도, 이미 위에서 지시해서 작성하고 보고하는 등 공유한 사람들만 가지고도 충분히 음모가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모라고 하는 것은 두 사람 이상의 의사 합치이기 때문에 사실은 위험성이 없는 것들이 많아서 형법내란, 예비음모, 선동선전으로 처벌이 되려면 음모 자체가 실질적인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면서“계엄령 문건은 그런 실질적인 위험성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문건은 경찰력만으로 치안확보가 곤란한 상황이되면 계엄을 선포하고 구체적인 증원부대와 담당구역까지 지정한 것으로 보아 군부대 출동을 염두해 둔 실행계획이고, 계엄의 법적 요건과 절차에 관한 단순한 검토를 넘어선 것”이라면서 “단계적 발령권자, 계엄업무수행군 구성, 계엄사 편성과 업무 등 구체화돼 있고, 계엄사령관, 합수본부장, 계엄군사법원장 등 주요 보직을 맡을 직책도적시해 놓은 것을 보면 굉장히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군령권이 없는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에 임명하고 합참의장을 계엄사에서 배제한 점 그리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건이 작성되기 전에 비공개 회의에서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이에 대한 검토 지시가 있었다는 점 등으로 미뤄보면 내란음모와 군사반란 음모를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계엄시 정부 부처를 감독하는 계엄협조관 파견이나 보도검열단과 언론대책반 운영계획까지 마련한 것으로 미뤄 실행목적 하에 작성된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며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비서실이 탄핵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었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실이 그런 정보를 갖고 있었고, 기무사도 이를 감지 또는 청와대 관계자의 지시에 따라서 기각에 대한 대비를 세웠다면 다분히 실행 가능성을 염두해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건 마지막에 ‘철저한 보안대책 강구와 임무수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음’이라는 문구도 실행계획임을 드러내는 것임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기무사 해체, 군 전체 개혁과 함께 다뤄야

 

전문가들은 기무사를 해체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군 전체를 개혁하는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무사를 해체한다고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냐, 그렇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군 전체에 대한 제도개혁 작업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여전히 나오고 있는 인권침해 문제, 성폭력 문제, 방산비리 문제 등의 환경에서는 국민의 안전보장보다 국민을 위태롭게 하는 조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민 변호사는 “옐로우카드 두 번이면 레드카드 줘야 한다. 옐로우카드 두 번인데, 레드카드를 안 주면 그동안 준 옐로우카드 무효, 앞으로 줄 옐로우카드도 무효가 되는 것”이라면서 “기무사는 과거 보안사에서 현재로 이름을 바꿀 때 옐로우카드를 한 번 받았다. 그 옐로우카드를 준 비유가 이번과 아주 흡사하다. 그럼 퇴장시켜야 한다. 이번에 퇴장 안시키면 무법천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해체해서 처벌해야 하고, 정상적인, 간첩 좀 제대로 잡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군을 제대로 바꾸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항은 기무사 해체 여부의 문제로 끝나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국방개혁 논의가 군 구조 개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군 안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잘 못 하는 것 같다. 군의 활동이라는 것이 국회를 포함해서 국민에게 알려주고, 평가받고 감시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대표는 “시스템 개혁이나 조직개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번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핵심이 군 내 정치군인에 대한 인적청산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하지 못하면 또다시 다른 방법으로 확대·재생산될 것”이라면서 “표면적으로 개편하고, 그 자리에 종전 사람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는 적폐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지금 셀프개혁하고 있다. 확실한 인적청산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기무사 문건, 이제는 국방부와 진실공방?

 

계엄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무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훨씬 이전부터 계엄을 검토했다는 논란에 최근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 간 진실공방까지 더해졌다.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송 장관과 기무사관계자들은 이 문건에 대해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웃지 못할 촌극을 벌였다.

 

먼저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지난해 3월 계엄 문건을 송 장관에게 보고하면서 ‘위중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보고했다고 주장한 반면, 송 장관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 사령관은 “3월16일 오전 10시38분에 장관실에 들어가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고, 위중한 상황임을 당시도 인정하고 있었다”며 “송 장관도 위중한 상황임을 인지했고, 20분 정도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송 장관은 “이 사령관이 5분 정도 보고했다. 계엄관련 문건은 없었고, 지휘 일반 보고였다. 해당 문건은 두꺼워서 다 볼 수가 없어 놓고 가라고 했다”면서 “이 사령관이 수사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런가 하면 민병삼 기무부대장은 “송 장관이 지난 9일 간담회에서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며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민 부대장은 “당시 간담회에 14명이 참석했고, 저는 기무사와 관련된 말씀이어서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의 명예와 양심을 걸고 답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장관은 ‘발끈’했다. 그는 “완벽한 거짓말”이라면서 “대한민국 대장까지 지내고 국방부 장관을 하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겠나? 그건 아니다. 그렇게 장관을 얘기하시면 안 된다”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문제의 본질 흐리지 말아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의 송 장관과 기무사 관계자들 간 진실공방이 자칫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제를 덮거나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는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많다. 괜한 논란거리에 휩쓸려선 안 된다. 이 문제의 핵심은 계엄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기무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훨씬 전부터 군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관련법을 위반하는 내용의 계엄 검토 및 세부계획 문건을 작성했고, 그것이 내란음모죄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여부다. 왜 그랬는지, 누구의 지시였는지,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사건 수사를 위해 군 검찰과 대검찰청이 합동수사단을 꾸렸다. 관련자를 신속하게 소환해서 조사하고 죄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처벌을 해야 한다. 동시에 군 내부를 완전히 바꾸는 수준의 개혁을 통해서 다시는 군의 정치적 중립을 헤칠 수 없는 조직으로 재탄생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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