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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M경제매거진] 전동차에 두고 내린 700만원 주인 찾아준 양주역 전미숙 부역장

 

[M이코노미 김미진 기자] “여길 누른 다음에 목적지를 선택하라고 나오면 이걸 누르면 돼요.” 지난 9월20일 양주역사 1층 고객지원실 옆에 있는 자동매표소 앞에서는 깔끔한 유니폼차림의 전미숙 양주역 부역장이 어린이 두 명에게 승차표 발매를 안내하고 있었다.

 

코레일 수도권동부본부 소속인 양주역은 녹양역과 덕계역 사이에 있는 전동차 종착역이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인근지역의 덕계, 고읍, 백선, 광적 지역민들로 양주 총인구의 61%가 여기서 전철을 이용한다. 하루 평균 운행되는 열차는 상하행선을 합해 200여 편이며, 이용승객도 1만 8,000여 명에 달한다.

 

평일에는 새벽부터 저녁 자정이 넘을 때까지 시민들의 손과 발이 된 열차운행으로 역무원들의 생활 또한 여기에 맞춰져서 교대근무로 이뤄진다. 출퇴근 시간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면 낮 시간대에는 인근지역을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늘 붐비는 역사 내에서는 길을 묻는 사람부터 시작해 열차에 물건을 두고 내렸다는 유실물 신고까지 많은 일들이 생긴다. 이날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두 분이 양주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구경 왔는데 가는 길을 모르겠다며 길 안내를 물었다. 역사 중앙 벽면에는 양주시 지도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전 부 역장은 어르신들을 여기로 안내한 후 양주의 ‘천만송이 천일 홍 축제’가 얼마 전 끝났지만 아직도 가볼만 한 곳이라고 소개하며 길을 안내했다. 

 

승진 후 첫 발령지 ‘양주역’ 

 

지난해 말부터 팀장 발령을 받아 양주역에서 근무해오고 있는 전미숙 부역장은 승진 후 첫 발령지라서 책임감이 더 막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급이 많이 늦었다는 전 부역장은 진급만 하면 잘 할 것 같았는데 막상 팀장이 돼서 업무를 수행 하려다 보니까 힘든 점이 많다고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하루 종일 승객들과 함께 걷고 뛰고 안내해야 하는 만큼 힘들 법도 한데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팀장으로서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직은 서툴지만 많이 배우려고 한다는 전 부역장은 역사 내에서 역장과 직원들 사이의 조화로운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양주 역내에는 역장을 비롯해 3명의 부역장과 3명의 역무원, 그리고 공익요원과 환경미화원 등 11명을 포함해 총 19 명이 근무 중이다. 이 인원은 역내 승객들의 안전관리와 민원을 처리하고 역사주변을 순회하며 역사시설물 및 임대시설물 등을 점검한다. 또 선로의 보수상태라든가 운전보완장치의 작동상태를 점검하고 승객들의 유실물 관리도 한다.

 

현금 700만원 주인 찾아줘 

 

지난 9월 중순경 전 부역장은 전동차 안에 손님이 두고 내린 가방을 습득해 현금 700만원과 거래처에 줘야 할 중요한 서류를 주인을 찾아 돌려줬다. 이 훈훈한 미담이 코레일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격려도 받았다. 전 부역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하는 분이셨어요. 거래처에 줄 제품샘플하고 서류를 가지고 가시다가 전동차 선반 위에 놓고 내리신 거죠. 바로 유실물 신고를 해서 각 역의 역무원들이 전동차 안을 점검하던 중이었는데 그 사이에 우리 역까지 온 것이죠. 흰색 천 가방이었는데 한쪽 손잡이가 떨어져 있었어요. 돈이 들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죠.”

 

종착역에 도착한 전동차 안을 점검하던 중 선반 위에 있는 가방을 보고 유실물임을 직감했다는 전 부역장은 가방 안에 많은 현금이 들어 있는 걸 보고 너무 많이 놀랐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유실물을 사무실로 가져가 내용물을 확인하다 많은 현금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해 가슴이 쿵쿵 뛰었다는 전 부역장은 서류에 인쇄된 전화번호로 연락을 취했고 주인을 찾아 돌려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동차는 정확한 시간 약속이 가능해 현대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유실물도 많이 발생되고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더운 여름철에는 부채라든가 1회용 선풍기를 잃어버렸다는 유실물 신고가 많다. 그러나 단연 1위 유실물은 휴대전화와 지갑이다.

 

“얼마 전에는 역사 내 여자 화장실에 지갑을 두고 열차를 탔는데 현금 200만원이 들어 있다는 거예요.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서 각 칸마다 문을 두드렸더니 한 분이 여기에 지갑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전달해 주더라고요. 한 남성분은 아들이 첫 월급을 받아서 구두를 사준 건데 전동차 선반 위에 놓고 내렸다고 신고를 해왔는데 그걸 찾으려고 몇 시간동안 CCTV를 뒤져야 했죠. 어떤 분은 비자내려고 미국대사관에 가는 길에 전동차 선반 위에 서류를 올려놓고 내려서 발을 동동 굴렀고요.”

 

A4용지 하나라도 누구에게는 너무 소중한 서류일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전동차를 점검할 때 더욱 꼼꼼히 살핀다는 전 부 역장은 열차를 타고 가다가 선반 위에 올려놓은 물건은 ‘내 꺼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유실물이 발생돼지 않도록 주 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녹록치 않은 역무원 생활, 보람도 많아

 

전 부역장은 서울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왔다. 그래선지 서울역에 대한 추억을 꺼낼 때면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8년을 근무했으니까요. 몇 년 전에는 코레일 고객의 소리민원도 담당했는데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하다보니까 저도 모르게 성격이 급해지고 부정적으로 변하는 거예요. 평소 사람만나는 걸 좋아했었는데 점점 내성적으로 바뀌고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다른 팀으로 보내주더라고요.”

 

이 소중한 경험을 통해서 긍정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는 전 부역장은 이후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부역장은 지난 94년 철도청과 인연이 됐다.

 

“가정환경이 넉넉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멘트회사에 공채로 들어갔죠. 당시는 건설경기가 좋을 때였는데 운 좋게 들어가서 비서실에서 근무했어요. 회사 배려로 야간대학에 진학해서 졸업도 했고요. 당시 그 회사 안에는 저를 포함해서 여러 명의 비서가 있었는데 모두 대학을 졸업한 후 입사했고 저만 고졸로 입사했었는데 대학을 졸업해도 다른 비서들보다 월급이 너무 적은 거예요. 10년 가까이 근무하다 그만뒀어요.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다 공무원 시험이나 봐야겠다고 학원에 가서 상담했더니 29살이라서 공무원 시험을 볼 수가 없다는 거예요. 당시는 28살이 넘으면 공무원시험을 볼 수 없었거든요. 할 수 없이 34살까지 시험을 볼 수 있는 철도청 시험을 봐서 들어오게 된 것이죠.”

 

젊은 20대의 전미숙은 이렇게 역무원이 됐고 어느덧 20년을 넘기며 중간관리자가 됐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출근해야 하고 또 늦은 밤까지 운행돼는 열차에 맞춰서 교대근무도 해야 하는 역무원 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다. 안전이 가장 우선인 역무원들에게 스크린도어 가 설치되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큰 어려움은 안전사고였다. 역내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낼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부터 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후 인명하고는 줄었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열차가 오는 걸 보고 급하게 계단에서 뛰어 내려가다 넘어져 다리를 다친다든가 열차 문에 손가락이 끼인다든가 크고 작은 사고가 늘 생긴다.

 

지난 여름 태풍 때는 지대가 낮아 역사가 물에 잠기다 보니 대합실에 물이 안 들어오도록 차수 막을 치기도 하며 조마조마 한 상황이 되기도 했다.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면 새벽에 나가서 선로 위에 눈도 쓸어야 하고 얼어 있는 곳은 망치로 얼음을 깨 전동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팀장이 된 후에는 구성원들 간 조화로운 분위기도 이끌어 가야 한다.

 

“우리 역장님께서는 항상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씀하시죠. 이 부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세 딸의 엄마로, 직장인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전미숙 부역장. 인터뷰 도 중에도 많은 분들의 질문을 일일이 답변해주는 모습에서는 프로다운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찾아오는 분들에게 하루에도 수십번 하는 이 인사는 이제 일상이 됐다. 여기에 덤으로 환한 미소까지 담아내면 승객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한자 사자성어에는 일소일소(一 笑一少) 일로일로(一怒一老)라는 말이 있다.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성을 내면 한 번 늙는다는 의미다. 웃음이 질병을 치유하듯 양주역의 고객서비스는 환한 미소까지 더 해지며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있었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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