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회에 대해 ‘파행 책임론’을 이틀 연속 제기하며 ‘일하는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하면서 정쟁에만 몰두, 사실상 민생을 내팽개친 국회를 향해 전날인 11일에 이어 제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안을 비롯해 민생법안 입법 등이 국회에서 빨리 처리돼야 하지만, 국회 파행으로 제대로 된 정책 추진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국회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12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국민청원에 대해 “대통령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데, 유독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인은 4월24일 “더는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의 썩은 정치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일하지 않고 헌법을 위반하며 국민을 무시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에 여전히 제왕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회 스스로 막고 있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청원한다”고 했다.
이후 선거제 및 개혁입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물리력이 동원되는 등 ‘동물국회’가 재현되자 많은 국민이 청원에 참여, 한달간 21만344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복 비서관은 “선거 때만 되면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국민소환제가 단골메뉴처럼 등장했지만,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발의와 자동폐기를 반복해왔을 뿐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이 발의한 3개 법안이 있지만, 국회에서 긴 잠을 자고 있다”며 “국회가 일을 하지 않아도, 어떤 중대한 상황이 벌어져도 주권자인 국민은 국회의원을 경제할 방법이 없다. 국민들이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에 대해 ‘정의롭지 않은 구태정치’라고 청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 모두 국회의원이 헌법 제46조에 명시된 청렴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권남용, 직무유기, 위법·부당행위 등을 하면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을 해임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선출직 공직자 가운데 국회의원만 견제받지 않는 나라가 특권이 없는 나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일까”라며 “현재 계류 중인 국회의원 국민소환법이 이번 20대 국회를 통해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추경안을 비롯한 민생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여야 정치권에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북유럽 3개국 순방 길에 오르기 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시라도 국회가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1일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정당 해산 청구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한 건도 없고, 국회법이 정한 6월 국회는 3분의 1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다. 추경안은 48일째 심사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원에 대해서는 “정당과 의회 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발끈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 없는 것도, 6월 국회가 열리지 않은 것도, 추경이 심사되지 못한 것도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때문이었다”며 “청와대는 홀로 고고한 양 ‘주권자의 뜻’ 운운하며 청원제시판을 정치선전 도구화 시켜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원 답변을 편향된 정치선전을 공론화하는 기회로 쓰는 청와대에게 애초부터 제1야당은 국정운영의 파트너가 아니었다. ‘협치’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강 수석이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정당에 대한 평가는 선거를 통해 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청원 방식으로 정당 해산을 요구하신 것은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에 답답하다, 못 기다리겠다는 질책으로 보인다”고 말한 부분을 두고는 ‘총선 개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운동과 다름없다는 말씀을 드린다.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본다”면서 “(야당을) 심판의 대상으로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을 표시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