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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수산업 공적 기능 강화할 '수산분야 공익직불제'

- 관련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내년 3월 시행
- ‘수산업・어촌의 공익기능 법률적으로 명시
- 수산업 종사자에 일정 의무 부과하고 직불금 지급
- 수산자원 회복 촉진, 생태·환경 기능 강화 등 기대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지난달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 개정안이 있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산직접지불제 시행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수산업·어촌공익직불법)’이다. 이 개정안은 수산분야의 공익직불제 도입으로, 어업인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준수하면 직불금을 지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수산분야 직불제 도입은 최근 수산업과 어촌이 가진 공익적 기능의 중요성을 국가가 인정하고 그 기능을 보전 및 증진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이뤄졌다. 앞서 2019년 12월 31일 농업 분야의 공익증진 직불제가 도입된 데 이어 같은 1차 산업인 수산업과 어촌 분야에도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이하 ‘공익증진 직불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수산업·어촌분야 종사자들도 국민에게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고, 수산자원을 보호하는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 정책과 연계가 잘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우선 수산업의 ‘공익적 기능’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자. 수산업과 농업 등 1차 산업에서 공익적 기능은 농업 분야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의 개념에서 나온 것으로, ‘한 산업에서 다양한 시장적·비시장적 재화 및 서비스가 결합돼 생산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스위스 등 EU 국가를 중심으로 농업 생산증대 목적이 아닌 농업의 다원적 기능 증진을 위한 직불제 성격의 각종 보조금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수산기본법’에 수산업 및 어촌의 다원적 기능 증진을 위한 대책 강구를 명시하면서 이에 따른 각종 수산보조금 제도를 운영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농업・농촌 및 식품 산업 기본법’을 통에서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을 ‘식량의 안정적 공급, 국토환경 및 자연경관 보전, 수자원 형성과 함양, 토양 유실 및 홍수 방지, 생태계 보전, 농촌사회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 보전’으로 정의하고 있다.

 

 

“수산업과 어촌의 공익적 기능”

 

수산업・어촌의 공익적 기능도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법’과 ‘농어업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등 국내법에서 그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그 정의와 범위, 내용 등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된 바는 없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수산업과 어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 수산업은 ▲식량 공급과 건강증진 기능 ▲국가 이미지 제고 기능을, 어촌은 ▲경관 및 전통문화 보존 ▲어촌 사회경제 활력 기능 등으로 규정했다. 또 수산업과 어촌은 공통적으로 생태계 보전 기능과 해난구조 및 구호, 국경해역 감시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 기능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 공익 직불금 범위 추가

 

수산업·어촌공익직불법 개정안은 섬과 접경 지역 등 정주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직불금을 지급하던 기존의 조건불리지역 직불제도에 ‘경영이양, 수산자원 보호, 친환경수산물 생산지원’ 직불제도 등 3가지 신규 직불제도를 추가했다. 개정안 제안 이유를 보면 “농업 분야가 8종의 직접지불제를 개발·운영하는 동안 수산분야는 조건불리지역 직접지불제 1종만 운영해 어업인의 소득안전망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라며 “농업 분야의 공익형 직불제 개편과 병행해 수산분야도 수산자원 보호, 해양영토 수호 등 수산업·어촌분야의 공익적 기능을 제고하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공익형 직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연근해 수산자원 감소로 생산량 증가가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생산 증대 목적이 아닌 수산업이 지닌 다원적 기능 증진을 위한 친환경직불제 도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라며 “수산분야 공익직접지불제 도입으로 어업인의 소득 및 경영안정을 도모하고 수산업․어촌의 공익기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했다.

 

수산업·어촌공익직불법 개정안은 또 법률명을 ‘수산업·어촌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로 하는 동시에 ‘수산업・어촌의 공익기능’을 ‘안전한 수산물 공급, 수산자원 및 해양환경 보전, 해양영토 수호, 어촌사회 유지’로 법률적으로 정의했다.

 

공익증진 직불제의 구성은 기존 ‘조건불리지역 직불제’에 ‘경영 이양 직불제’, ‘수산자원보호직불제’, ‘친환경수산물생산지원직불제’ 3개의 직불제를 신규 추가했다.

 

‘조건불리지역직불제’는 어업 생산성 및 정주 여건이 불리한 도서(島嶼) 지역 어업인을 대상으로 2014년부터 시행돼 온 것으로, 이번 개정안은 대상 지역을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른 해상 북방한계선 인접 지역까지 확대했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직불금 일부를 어촌마을 공동기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여기에 새롭게 추가된 ‘경영이양직불제’는 어업 경영을 이양하는 고령 어업인의 생활 안정을 위해 어촌계원 및 내수면어업계원이 계원자격을 이양할 경우에 직불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어촌 고령화 문제에 대처하는 동시에 어촌사회로의 신규 인력 유치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수산자원보호직불제’는 휴어(休漁) 및 총허용어획량(TAC) 참여, 조업 중단 등 수산자원 보호 조치로 어업 활동에 제약을 받는 어업인에게 이익 감소분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친환경수산물 직불제’는 친환경수산물 생산 기술 및 자재 보급 지원을 위해 친환경수산물인증 어가에 생산비 증가액 일부를 지원하되, 관련 법령에서 규정한 특정 약품 사용 금지 및 유기식품 등 인증을 준수 의무로 정할 수 있다. 특히 ‘수산자원보호직불제’와 ‘친환경수산물 직불제’의 경우 각각 면허 또는 허가받은 상법상 회사도 직불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대규모 어업경영체도 참여가 가능하다.

 

직불금 수령을 위해 어업인들은 몇 가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직불금 수령을 위해서는 직불금 수령자는 ▲수산업·어촌의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교육 이수 ▲수산 관계 법령 준수 ▲수산업·어촌의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준수 의무(교차준수 의무, Cross-Compliance)’등을 이행해야 한다.

 

 

정부는 수산분야 공익직불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인구감소, 고령화 등으로 침체된 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공익직불제도를 총허용어획량과 연계하고, 어업인에게 배합사료 사용, 유해물질 사용금지 등의 준수 의무를 부여할 수 있어 수산자원 회복을 촉진하고 생태·환경 관련 공익기능 강화 등의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엄기두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은 “수산분야 공익직불제도의 도입은 수산업·어촌의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공익직불제도가 어업인의 소득안정은 물론, 자발적인 공익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수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직불제 보상 범위 추가 확대 필요성도

 

수산분야 공익직불제도는 법 개정 후 약 1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사이 보완할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유제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수산업과 어촌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유지・증진할 수 있는 어업인의 활동도 직불제의 보상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에 도입된 4개의 직불제 외에 경관 보전 기능, 해난구조 및 국경해역 감시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 기능 등도 추가적으로 직불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이러한 기능 증진에 관한 활동에 대하여 제도 시행 시 부가의무 사항으로 인정하고 직불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수산업과 어촌 현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어업 경영체별 공익기능 증진 활동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어업경영정보등록 시스템’을 직불제 시행에 적합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유 조사관은 “어업경영정보등록은 어선·양식시설, 생산수산물, 생산방법 및 어업생산 규모 등 어업경영 관련 정보를 어업 경영체 단위로 등록하는 것으로 2013년부터 시행해 왔다”라며 “이를 직불제 준수사항 등의 이행 현황을 등록하고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수산업과 어촌이 가진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일반 국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마스터 플랜 마련도 유 조사관은 제언했다. 지난해 11월 해수부가 발표한 수산업・어촌의 역할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조사 표본의 61.1%가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인식했지만, 39%가 가치가 없다고 인식했다. 아직 상당수 국민이 수산업과 어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유 조사관은 “지금까지의 수산업 및 어촌 정책이 일반 국민들이 공감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는 방증”이라며 “공익증진 직불제 시행을 통해 기존의 수산인 중심, 생산자 중심의 수산정책에서 수산자원과 어촌자원의 공익적 가치와 그 편익을 소비자인 일반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수산정책으로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유 조사관은 “직불제 시행에 따라 기존 수산업 및 어촌 관련 예산의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요구된다”며 “해수부의 직불금전환계획에 따르면 경영이양직불제와 친환경수산물직불제 중 유기식품 생산비에 대한 직불금은 신규 도입되는 것이고, 수산자원보호직불제 등은 기존 보조 형식 사업에서 직불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제도 시행 전에 재정부담 규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조건불리직불제 등 관련 보조사업 예산 230억 원 외에 예산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헌법에 수산업 공익 기능 반영해야

 

수산분야 공익직불제도 도입의 방점은 ‘공익’에 찍힌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수산업・어촌의 공익기능’은 ‘안전한 수산물 공급, 수산자원 및 해양환경 보전, 해양영토 수호, 어촌사회 유지’ 등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헌법 개정에도 국가 의무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 조사관은 “해수부가 수산업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립한 ‘수산혁신 2030 계획’에도 공익증진 직불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만큼 중요한 과제이고 수산업과 어촌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제도”라며 “제도 시행까지 1년 남짓한 준비 기간 동안 하위규정 및 재원 마련, 세부 의견 수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각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라고 했다.

 

또 “수산업과 어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한 홍보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라며 “장기적으로는 향후 헌법 개정 논의 시 수산업 및 어촌의 공익적 기능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 의무를 헌법에 명시해 직불제 추진의 헌법적 정당성과 구속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MeCONOMY magazine Jun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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