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에 판매처와 지역을 정해주고 이를 어기면 영업을 금지하는 등의 갑질을 한 의료기기 수입업체 메드트로닉코리아(유)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공정위는 28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메드트로닉코리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7,000만 원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메드트로닉코리아 2009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63개 의료기기 제품군을 병원에 공급하는 145개 대리점별로 판매 병원과 지역을 지정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리점이 이를 어기고 지정 병원·지역 외에서 영업활동을 하면 계약해지 또는 판매 후 서비스(AS)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정위는 이런 규정이 대리점들을 구속하는 정도가 강하고, 대리점 간 경쟁에 의해 공급 대리점이 변경될 수 없게 되는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 메드트로닉코리아의 제품군별 시장점유율이 높아 대리점 간 경쟁이 제한될 경우 병원 등 의료기기 사용자가 저렴한 가격에 의료기기를 구매할 기회가 제한되는 폐해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메드트로닉코리아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24개 의료기기 제품군을 병원에 공급하는 72개 대리점에 거래병원과 구매대행업체 판매 가격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이를 어기거나 제출한 정보의 정확도가 3개월 연속 85% 미만인 경우에는 서면통지로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도 계약서에 명시했다.
공정위는 대리점의 개별 판매가격 정보가 본사에 제공되는 경우 대리점의 구체적인 마진율(마진=판매가격–공급가격)이 노출돼 본사와의 공급가격 협상 등에 있어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리점이 공개를 원치 아니하는 영업 비밀이라고 봤다.
또 판매가격 정보는 의료기기법 등 관련법상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대리점들의 경영활동의 자율성을 부당하게 침해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의료기기 시장의 유력한 사업자가 의료기기 유통 관행이라는 미명으로 대리점들의 판매처를 엄격히 제한하는 행위가 법 위반에 해당됨을 분명히 한 사례"라며 "1품목 1코드 관행을 빌미로 대리점의 판매처를 지정·제한하는 경쟁제한적 거래형태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본사가 대리점에 대해 영업 비밀에 해당되는 판매가격 정보를 요구하고 제출을 강제할 경우 대리점법에 위반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의미가 있다"라며 "본사가 대리점들에 판매가격 정보 등 영업비밀 정보를 요구해 이를 대리점 공급가격 등에 반영하는 행위가 근절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