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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은숙 칼럼> 부양의무와 상속권의 충돌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던 가수 구하라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그런데 구씨의 사망 이후 20여 년 만에 나타난 친모가 구씨의 유산을 상속받으면서 논란이 벌어졌고 상속인 간의 재판은 아직 진행 중에 있다. 논쟁의 핵심은 자녀를 부양하지 않은 부모가 뒤늦게 상속이라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사실 이와 같은 논란은 종종 발생해왔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사망한 군인의 친모가 20여 년 만에 나타나 군인사망보상금 절반을 가져간 일이 있었고, 2014년 세월호 희생자의 친부가 이혼 10여 년 만에 나타나 사망보험금 절반을 수령해간 사건도 있었다.

 

최근에는 순직한 소방관의 친모가 32여 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를 받은 사건도 있었다. 부모로서 부양의 의무와 상속이라는 권리가 충돌할 때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 현재의 민법 체계를 살펴보고,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정 법률의 내용에 대해 알아보겠다.


부양의무


부양의무는 원칙적으로 부양을 받을 자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생긴다. 그리고 부양의 정도 또는 방법에 관하여는 당사자 간 협정을 원칙으로 하고, 협정이 없으면 당사자가 법원에 청구하여 정하게 된다. 부양의무는 친족의 순위나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는 상호 간의 의무다.

 

민법 제974조에서 친족은 서로 부양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직계혈족 및 배우자 간에 서로 부양의무가 있다. 즉, 자녀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생활할 수 없으면 부모 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양의 의무가 있고, 그와 반대로 자녀가 능력이 있고 부모, 할아버지, 할머니가 경제적 자력이 없으면 자녀, 손자녀가 부양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상속권의 충돌


사망하면 상속이 개시되고 직계비속(아들, 딸, 손자녀),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순서로 상속인이 된다. 구하라 씨의 경우 혼인하지 않아 배우자가 없었으므로 직계존속인 부모가 상속인이 되고, 구하라 씨의 상속재
산은 부모가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그런데, 어떠한 사정으로 모친이 20여 년을 떨어져 살다가 상속재산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경우,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던 모친에게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민법에서는 1)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 2)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3)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유언을 하게 한 자, 유언서를 위조, 변조, 파기, 은닉한 자에 한하여 상속인의 자격을 박탈하고 있을 뿐이어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해서 상속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나머지 유족들 입장에서는 뒤늦게 나타나 부모로서 권리를 행사하려는 사람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고, 결국 상속재산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의 해결방법


현행 민법에서는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속인의 상속권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유산의 상속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과거의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적으로 과거의 부양료를 청구하여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다. 

 

종전에는 법원에서 과거의 부양료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판례가 변경되어 “양육하는 일방은 상대방에 대하여 현재 및 장래에 있어서의 양육비 중 적정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하여도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하고 있다(대법원 1994. 5. 13, 92스21 전원합의체 판결).


위와 같은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소위 ‘구하라법’이 발의되었으나 상속인의 결격사유를 규정한 민법 제1004조에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사람’을 추가하는 개념이 모호하고 무분별한 상속 관련 소송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통과되지 못하였다. 


현재 법무부는 상속제도 개편과 관련해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유력한 대안으로 ‘상속권 상실선고 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피상속인이 생전 가정법원에 “상속인이 될 자가 친족 사이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등의 이유로 특정 상속인에 대한 상속권 상실선고를 청구할 수 있게 하고, 구씨처럼 유언이나 의사표시 없이 갑자기 사망한 경우에는 그의 생전 의사를 추정할 만한 사유가 있다면 예외적으로 고인의 배우자 및 직계혈족 등 유족이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부모의 ‘부양정도’를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따질 수 있느냐라는 지적도 있으나, 시대변화에 맞춰 상속에 관한 법률도 재정비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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