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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6부] 숲 하늘길을 걸어보셨나요?

「왕거미 집 놀이터」 만든 성공신화 지에스웹(Giant Spider Web)의 12가지 비밀

 

내가 자주 다니는 김포시와 인천광역시 경계에 있는 가현산(歌絃山, 215m)의 등산로는 거대한 능구렁이가 바닥을 쓸고 지나간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다니면서 길의 흙이 다져지고, 비가 올 때마다 도랑을 이룬 빗물이 흙을 쓸고 가면서, 정상 부근의 등산로 주변의 큰 나무뿌리가 흉물스럽게 전라(全裸)의 상태로 길 위에 드러나 있다. 등산객들은 너나없이 그렇게 드러난 뿌리를 발판이나 된 듯 밟고 지나다니면서, 뿌리와 신발이 닿는 부분은 지팡이 손잡이처럼 반들거린다.  

 

절대 멈출 수 없는 나무와의 대화 

 

“아무래도 흙을 덮어 줘야겠는걸”하며, 나는 그렇게 마음 먹고, 휴일 오전, 산에 오를 때마다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배낭에다 산 아래에 쌓인 흙을 부삽으로 떠서 담고, 그 배낭을 지고 올라가 정상 아래의 등산로에 드러난 뿌리부터 흙을 덮어주기 시작했다. 5개월째 나 나름의 복토(覆土) 작전을 전개했으나, 문제가 된 등산로의 길이가 70m나 되고, 워낙 드러난 뿌리가 많아서 흙을 덮어봤자, 저수지에 모래 한 알을 던지는 듯했으니, 눈에 띄는 효과가 없었다. 더구나 비가 오는 날, 궁금해서 우산을 쓰고 산에 올라와 보면, 복토한 흙이 빗물에 씻겨 내려 가버리는 것이었다.

 

한번은 그런 작업을 하는 나를 보고, 지나가던 장년의 등산객이 무엇하시냐? 고 물었다. 내가 ‘뿌리가 드러나 흙을 덮어주고 있다’ 고 했더니,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이고~ (이 양반 실성했나?) 이렇게 많은 나무뿌리를 덮어 준다고요? 그것도 혼자서요? 이건 공무원이 예산을 받아서 해야 할 대공사입니다” 라고 하더니, 혀를 차며 산 아래쪽으로 내려가 버렸다. 실망이 컸으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내 작업에 관심을 보인 사람은 그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내가 배낭에 실어 나르는 흙의 양은 태산에 비하면 눈곱만큼도 되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나무는 뿌리에 흙을 덮어줄 때마다 가지 끝을 바르르 떨면서 내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듯했다. 그때부터 나는 일이 끝나면, 껍질이 거친 나무줄기를 잡고, “그래, 그래, 내가 흙을 충분히 덮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그러니, 내 어찌 이 일을 멈출 수 있으리요. 

 

‘데크로드(deck road)’라는 생태 관광로

 

나는 그때부터 다른 산의 등산로나 길을 거닐 때마다 나무뿌리가 드러났는지 아닌지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얼마 전, 우연히 선배 한 분과 서울 서대문구와 종로구 사이에 있는 안산(鞍山)의 자락길을 걷게 되었다. 이 길은 안산 중턱의 숲을 따라 약 7km 길이로 이어져 있었는데 중간, 중간에 설치된 데크로드(deckroad-합성 목재를 상판으로 마루처럼 깔고 지면보다 2~3m 위에 설치한 숲속의 도보(徒步)용 다리)가 설치돼 오랜만에 공중에서 숲의 경치를 즐기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데크로드는 청태산 국립 공원의 길이 유명하다고 선배가 말했다. 그렇지만 안산의 데크로드도 그곳의 길에 못지 않을 것 같았다. 데크로드를 걸으면서 나는 마치 나무 위에서 숲을 보는 듯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숲의 경치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걸 보면서, 자주 걸음을 멈추곤 했다. 무엇보다 데크로드 덕분에 등산로의 흙이 파이지 않으니, 드러난 나무뿌리가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물론 이 길도 데크로드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은 예의 나무뿌리가 전라(全裸)로 드러나 있었다. 그게 아쉽긴 했지만 데크로드를 걸으며 오랜만에 생태를 훼손하지 않고 나무와 숲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렸다. 

 

 

숲에 설치한 데크로드(혹은 데크시설)는 원래 식물학이나 생물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숲의 상부(영어로 canopy라 함, 덮개, 지붕 모양으로 우거진 것을 뜻함) 생태를 관찰하고 연구하기 위해 나무 사이, 또는 나무 위에 설치한 다리 모양의 구조물로 시작됐다. 그러니까 숲의 상부 생태계에 쉽게 접근할 방법을 찾다가 만든 시설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데크로드(시설)가 숲속에 방치(放置)되었는데, 누군가가 이 시설을 숲속 생태 관광(Ecotourism)용으로 활용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주로, 서유럽, 북미, 그리고 호주 등의 온대 우림지역에 설치되었던 데크로드(시설)는, 생태관광 수요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 그리고 코스타리카 등 남미의 열대 우림 지역에 설치되었다.  

 

숲속의 하늘 길, 산신령처럼 공중을 거닐다! 


데크로드는 20여년 전 국립공원의 등산로를 시작으로, 숲과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최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놀이시설 기업인 ㈜지에스웹 그룹이 자사의 특허제품인 케이블(鋼線, 강선)을 활용해 숲속에 데크로드와 놀이시설을 접목한 ‘숲 하늘길’이 등장했다. 

 

지에스웹이 4년 전, 충남 금산군 남이면 느티골에 설치한 ‘금산 산림문화타운 숲하늘길’도 그중 하나. 느티골의 숲과 계곡을 따라 폭 2m, 길이 275m의 데크로드를 걷다 보면, 마치 산신이 된 듯한 기분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경남 통영시 동호동, 남망산 정상의 정자(亭子)까지 오르는, 길이 80m의 숲하늘길, 4년 전 지에스웹이 설계 시공한 이 데크로드 좌우로 수십 년 된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이들이 공중을 걷는 이들에게 신성한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듯하다. 

 

충남 보령시 성주산의 숲하늘길, 길이는 15m로 짧은 편이지만, 길 중간에 도토리 모양의 체험시설이 있다. 걷는 사람들은 이곳에 들러 자신이 나무에 사는 다람쥐가 되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밖에도 당진 삼선산, 거제 궁농지구, 공주 소랭이마을 등에도 지에스웹이 설계 시공한 숲하늘 길이 있다. 

 

 

지에스웹은 데크로드 기능 외에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한 출렁다리, 나무 징검다리, 외줄 로프 건너기, 원반 건너기 등의 어드벤처 코스를 추가하고, 모험 계단, 네트 터널 통과하기, 장애 원통 통과하기, 통나무 건너기 등의 공중 모험과 스릴을 즐기는 새로운 모델을 설치할 계획이다. 

 

숲속의 정령(精靈, 초목의 혼령)이 벌이는 인간에 대한 복수

 

숲에는 사람들이 다니면서 만들어진 산길과 동물이 다니는 길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산을 파헤쳐 집을 짓고, 도로를 건설하면서 산속에 사는 동물과 초목의 서식지가 크게 줄었다. 먹이가 부족해진 산속 동물들은 새끼를 끌고 민가(民家)나 근처의 밭으로 내려와 농작물을 건드린다. 그러다가 죽임을 면치 못한다는 걸 알지만 배가 고픈 상황에서는 그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법, 서식지를 빼앗기고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걸고 마을로 내려왔다가 엽총에 죽어가는 동물들을 보면, 언젠가 인간은 자신이 지은 죄의 값을 받게 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나뿐만 일까?  

 

오래전이었다. 나는 독일의 서남부도시 울름(Ulm)에 갔다가, 그곳 숲속의 땅을 시민에게 분양한다는 말을 들었다. 분양을 받은 사람은 숲속 동물들이 겨울에 먹을 수 있도록 그 땅을 밭으로 일궈야 했다. 나에겐 산속의 동물용 먹이 밭에 안내를 받아가 본 일이 생생하다. 숲속에 어둠이 내리자, 그 밭으로 먹이를 먹으러 온 고라니, 노루 등 초식동물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고, 먼 숲속에서는 이들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이 보이는 듯했다. 간혹 여우 울음소리도 들려 왔다.

 

밭주인은 “수놈 한 마리만 잡을 수 있다”면서 무리에게 엽총을 겨눴다가, 여의치 않자, 그만 두고, 다음 기회를 보자며 돌아왔다. 나는 지금까지도 울름에 멧돼지, 고라니가 민가로 내려 와서 농작물을 훼손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하기야 숲속에 먹을 게 있는데 짐승이 인간 세상에 뭐하러 나 타나겠는가? 우리나라 산에도 밭을 만들어 동물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밭주인에게 보상을 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안산 자락길의 데크로드를 걷다가, 문득 인류가 피할 수 없는 3가지 전쟁, 기아, 그리고 전염병은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숲속의 정령(精靈)들이 자신들을 파괴한 인간을 상대로 복수하는게 분명했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공중에 사람이 걷는 숲의 다리, 숲 하늘길은 숲과 인간의 상생을 이어주는 다리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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