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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기후] 흙은 생명의 ‘원천’이자 ‘미래’다

 

우리는 흙 위에서 태어나고 흙에서 자라며,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누구나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우리 인간에게 흙이 가지는 의미를 상징하고 있다. 흙은 인류가 뿌리내리고 사는 터전이자 지구 생명체의 원천인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는 흙을 오염시키고 훼손시켜 왔다. 농업 분야에서도 화학비료와 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건강한 흙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탄소중립과 '흙'의 역할

 

UN은 현재 지구의 토양 33%가 훼손된 상태라고 진단하며 2050년에는 9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흙은 풍화작용을 거쳐 자연적으로 생겨나지만 침식되거나 황폐화되면서 유실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지구 표면을 둘러싼 3㎜의 흙이 매년 유실되고 있다. 반면에 1㎝ 높이의 흙이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200년 이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토양이 유실되거나 훼손되면 건강한 농작물을 생산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흙의 유실과 오염은 기후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탄소중립(Net Zero)이 강조되는 시대에 흙은 단순한 농경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흙은 탄소를 저장하고,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배출된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자연 기반 솔루션이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강력한 해결책 중 하나가 바로 ‘건강한 흙’이다. 토양은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하는 기능을 하며, 이를 ‘탄소 격리(Carbon Sequestration)’라고 한다. 건강한 토양은 유기물을 풍부하게 유지하며 탄소를 지속적으로 저장하는 능력을 키운다.

 

‘IPCC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2019)’에 따르면, 토양은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9%를 흡수한다. 탄소는 대부분 초목을 통해 흡수되어 초목과 흙에 각각 누적된다. 결국 흙이 탄소의 저장고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은 토양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유기물과 미생물을 많이 함유한 건강한 흙은 탄소격리 능력이 높지만, 오염된 흙은 그 능력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금처럼 건강한 흙이 계속 줄어든다면 대기로 배출되는 탄소량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른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결국 토양 복원은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기후 위기 대응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

 

◇흙 살리기 운동의 필요성

 

탄소중립 시대에서 흙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토양이 건강하면 식량 안보가 강화되고, 기후 변화 대응력이 높아지며, 생태계 복원이 가능해진다. 탄소중립을 향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이 흙 살리기를 선도적으로 실천한다면, 전 세계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국회의원이던 2013년 대표 발의해 법정 기념일로 제정된 ‘흙의 날’이 올해로 10회를 맞이했다. 우주를 구성하는 ‘3원’, 즉 천(天)·지(地)·인(人)과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조한 ‘3농’(편농·후농·상농)과 농업·농촌·농민 ‘3농’을 상징하는 숫자 3, 그리고 흙 토(土)를 이루는 열 십(十)과 한 일(一)을 더한 숫자 11이 함께 어우러져 탄생한 날이 3월 11일, 바로 흙의 날이다.

 

국내 최초 민간단체인 '탄소중립흙살리기운동본부'는 제10회 흙의 날을 맞아 ‘흙 살리기 실천운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첫째, 지속 가능한 농어업을 실천해야 한다. 관행농업의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을 줄이고, 유기농·친환경 농업 방식을 촉진해야 한다. 특히, 생물학적 해충 방제, 미생물 활용 토양 개량 등 과학적으로 검증된 친환경 농업 기술을 적극 보급하고 지원해야 한다.

 

둘째, 흙 보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흙의 중요성과 보전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모두가 흙 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 교육과정에 흙 교육을 포함시키고, 도시 농업과 가정 텃밭 가꾸기를 통해 국민들이 직접 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탄소중립 실현이다. 흙의 탄소 저장 능력을 극대화하여 기후 변화 대응에 기여하고, 흙의 건강을 회복시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 특히 탄소 격리 효과가 높은 농업 방식을 연구하고 실천하며, 농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해야 한다.

 

넷째, 정책 제안 및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 및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흙 보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환경친화적 농업 실천 농가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확대하고, 토양 보전 의무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다섯째, 지역 커뮤니티 기반 실천이다. 마을 단위, 지역 단위의 흙살리기 실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토양 관리 방안을 개발하여 실행해야 한다. 농업인, 소비자,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지역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농업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여섯째, 과학적 연구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토양 건강 지표 개발, 토양 생물다양성 연구, 기후변화와 토양의 상호작용 연구 등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흙살리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최신 연구 성과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흙을 살려야 미래를 지킨다

 

탄소중립 흙살리기 운동본부는 앞으로도 건강한 흙을 지키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 미래세대에게 건강한 땅을 물려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흙의 위기는 먹거리 위기이자 기후위기이며, 인류 전체의 위기이다. 흙 없이는 인간을 포함한 그 어떤 생명체도 살아갈 수 없다. 흙을 살리는 것이 곧 인류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 이는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흙은 생명의 원천이자 미래다. 더 늦기 전에 위기에 빠진 흙을, 위기에 빠진 우리의 미래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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