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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의 창조경제, 어디로 가나(2)

미국 제조업 부활의 의미
‘The Atlantic’ 작년 12월호에 베테랑 기자인 제임스 팰로우와 찰스 피시맨은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현지 취재와 자세한 분석으로 기획 보도해 미국 내외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두 기자의 보도에 대해 즉각적인 반론이 이어졌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두 기자의 전망이 상당 부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찰스 피시맨 기자는 이렇게 묘사했다.

“지난 해 초 켄터키주 루이스빌에 있는 GE의 Appliance Park는 새 온수기의 조립 라인을 열고 종업원도 새로 고용했다. 그것은 55년 만의 새 조립 라인으로 중국 하도급 공장에서 제작되었던 제품이었다. GE는 이 조립 라인 건설을 시작으로 신형 냉장고 등 일련의 조립 라인을 새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찰스 피시맨 기자는 1960년대 하버드 경제학자 레이몬드 버농의 유명한 이론을 인용해 미국 제조업의 몰락을 설명했다. 미국의 첨단 기술이 미국에서 시작되었을 때는 최초로 그 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생산공장을 미국 땅에 두었으나 그 첨단 기술이 미국 내 경쟁 기업에 의해 모방되고 나중에 다른 후발 국가들로 전파되면서 기술의 일반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개발 당시에는 한 장소에 엔지니어와 조립 노동자들이 같이 있었다. 그러나 기술의 일반화 현상이 일어나면 기술 경쟁력은 사라지고 가격과 코스트 경쟁으로 변하게 된다. 마지막 코스트 경쟁에서 해외로 공장 이전이 일어나고, 그것으로도 버티지 못하면 후발 국가의 기업들에게 주도권을 뺏기게 된다.

반도체를 보면, 미국에서 개발되었으나 기술의 일반화로 주도권이 일본으로 넘어왔다가 지금은 삼성이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버농의 기술 라이프 사이클 이론을 보면 삼성이 반도체에서 새로운 첨단 기술을 계속 보여주지 못하고 기존 기술에 머무르면 바로 기술의 일반화에 빠져 한국 반도체 노동자 임금 등 제반 비용의 코스트 경쟁에 휩쓸리게 된다. 코스트 경쟁이 벌어지면 이제 한국도 고임금 국가군에 속하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삼성의 해외 반도체 공장 건설은 이러한 코스트 경쟁을 대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독일과 일본, 미국의 완성차 제작사에 비해서는 아직 기술 후발기업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상대적 저비용을 무기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왔고 해외공장 확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현대기아차의 잇단 노조 파업은 기술과 저비용 간 아슬아슬한 곡예를 타고 있는 현재의 균형을 깨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회사로서는 아직 기술적으로 자동차 선진국에게 뒤쳐진 상태에서 상대적 저비용의 강점이 사라진다면 해외공장 확대라는 유일한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시맨 기자의 글이 이어진다.
“중국이 1990년대 파격적인 저임금과 정부 지원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의 저비용 생산은 우선 미국의 제조업을 초토화시켰다. 그 최대의 피해자는 미국 제조업의 조립라인 노동자와 상당수의 엔지니어들이었다. ‘made in USA’가 거의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미국 제조회사들은 1990년에 접어들어 미국 노동자 1명의 임금으로 중국 노동자 20~30명을 고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장을 미국에 둘 이유를 찾을 수 없게 되자 앞다투어 중국으로 건너왔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회사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막대한 이익과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애플이다. 애플은 미국에서는 디자인과 특허, 소프트웨어 설계, 마케팅 등 고부가가치 업무를 수행하고 저비용의 조립은 대만 출신 중국 기업 팍스콘에 하청을 줌으로써 엄청난 수익을 올려왔다.

그러던 중 지난 해부터 미국 제조업의 국내 가동률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2000년에 비해 갑작스레 3배 이상 오른 오일 가격의 상승은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제품 수송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미국의 세일 가스 붐은 미국 내 공장의 생산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중국 노동자의 임금이 2000년에 비해 5배가 올랐다. 또 미국 노동자들이 유연하고 타협적으로 변한 점도 미국 제조업의 국내 생산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제조 원가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지고 있다. 이것은 기술 등 여타 자원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미국 내 생산을 유리하게 만드는 변화다.”

그러나 위에 든 어떤 요인보다도 찰스 피시맨 기자는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이 ‘창조성’을 발휘하게 된 점에 주목했다. 기자는 지난 해 2월 GE 루이즈빌 조립 라인을 열기 직전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GE는 그 동안 온수기를 수십 년 동안 중국 등 해외공장에서 생산해왔다. 본사가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미 그것을 직접 만들어본 지는 오래 전이었던 것이다.

GE는 2010년 1월에 1970년~80년대 노조의 갈등으로 중단한 채 방치돼 있던 공장의 한 개 층에  새로운 조립 라인을 설계하기로 했다. 디자인 엔지니어, 매뉴펙처링 엔지니어, 조립 노동자, 심지어 마케팅과 영업 담당자들까지 새로운 조립 라인 신설 설계팀에 배치했다. 이들은 온수기의 제작 설계를 완전히 새롭게 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잃어버린 현장 기능과 기술을 창조적으로 메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그들은 부품의 가짓수를 줄이고 용접할 부분과 배관의 이음새를 대폭 축소했다. 새로운 설계는 중국에서 10시간 걸릴 조립 시간을 미국 GE 루이스빌 조립라인에서 2시간 만에 해치울 수 있도록 개선했다. 그 결과 똑 같은 제품을 중국 제작품보다 20% 싸게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조립 설계와 공정의 창조적 개선의 승리이다. 미국 제조업이 오로지 중국의 저임에만 의존하다가 ‘창조성’에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물류 비용의 획기적 절감을 가져왔다. 중국에서 미국까지 수송 4주, 통관 1주 등 5주가 걸리던 것을 아예 없애버렸다.”

피시맨 기자는 미국 노동자들이 도요타의 린(lean)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점도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으로 주목했다. 도요타 자동차가 발전시킨 린 방식이란 조립라인 현장 노동자들이 창조적 혁신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GE는 시간 노동자들에게도 린 활동에 참여시키고 있었다.

린 경영은 중간 이하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창조적 활동이다. 이를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미국 중간 노동자들, 더욱이 시간제 노동자들까지 이런 활동에 참여하도록 이끌어내고 있다면 미국의 제조 현장이 놀랄 정도로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일부 한정된 사업장이라고 할지라도 전율할 만한 변화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일수록 종업원과 경영자 간의 불신의 벽이 높고, 노동시간만 길 뿐, ‘집중노동’과는 거리가 먼 현실을 감안하면 미국 제조업의 현장 변화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미국의 창조적 디자인 및 공정 혁신 효과는 소비지가 미국 자국일 때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0년대 이래 30여 년 동안 오로지 중국과 멕시코 등 해외 생산공장에서 수입해오던 제품을 미국 안에서 이 같은 저비용 체제로 생산한다면 그것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미칠 영향이 상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 중국일지라도 미국 생산의 창조적 효과가 제반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면 미국 생산을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더구나 갈수록 전체 원가 중에서 노동의 요소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창조성의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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