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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유럽발 경제위기, 어떻게 경영해야 하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기억도 지금도 생생한데, 이번엔 유럽발 경제위기가 터졌다. 우리나라는 1997년 청천벽력 같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외부 변수에 매우 민감하다. 연이은 불황 속에,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 나갈 것인가. 지난 10여 년간 한국경제의 위기를 지켜보고 경험해본 세 명의 전문가들을 만나 그 해법을 모색해본다.


종잡을 수 없는 금융위기 전망과 언론보도

최근에 강남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운전자는 묻지도 않은 하소연을 했다. 10월 중순부터 언론에서 불황이 보도되고 난 탓인지 갑자기 사납금을 채우기가 어려워졌다며 걱정을 털어놨다. 택시 타는 손님이 뚝 떨어졌다는 얘기다.

아무리 경제의 순환이 글로벌 수준으로 빠르게 순환한다고 하지만 유럽발 위기가 아직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그리스가 디폴트 된 것도 아니고, 설사 디폴트 됐다고 해도 한국까지 미치려면 한참 시간이 지나야 하는데, 벌써 택시손님이 끊겼다니 이는 순전히 경제심리의 위축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경제는 정말 심리인 것 같다. 한국언론들은 유럽에서 비롯된 불황의 근본원인을 심층적으로 짚어보기보다는 불황에 놀란 유럽의 패닉을 너무 피상적으로 확대하여 보도한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에 필요 이상의 파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럴 것이라는 판단을 미리 내려놓고 한두 가지 불안한 지표를 갖다 붙이고는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유럽발 위기에 대한 금융권의 전망은 어김없이 먹구름이 가득한 암울함 일색인 것 같다. 반면에 실물경제와 경영자들은 ‘위기’라는 표현은 쓰지만,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으며 그런 위기도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인다.

이처럼 금융경제와 실물경제의 관점이 미묘하게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실물경제를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프로젝트를 창조하고 실천에 옮기는 주체자이다. 이들은 리스크를 지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프로젝트의 결과는 누가 하는가에 결정적으로 달려있음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금융경제를 하는 이들은 실물 경제인들의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투자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하는 게 일이다.

금융경제인들은 리스크를 회피하고 투자대상자들을 마지막까지 의심한다. 그들은 투자금이 회수되었을 때야 안심하고 ‘파티’를 여는 사람들이다. 실물 경제인이 낙관적이고, 금융경제인이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두 상반된 입장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공통점을 찾아보자.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유로화를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는데, 비관적인전망으로 이익을 보려고 하는 쪽이라면 모를까, 유럽금융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이 워낙 장기간에 걸쳐 뿌리가 약해졌기 때문에 유럽경제의 비중은 앞으로 아시아 등 신흥국가들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작아질 것이고 지금 이미 상당히 작다.

아마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글로벌 경제의 상호 밀접성이다. 그래서 비중이 작아진 유럽이 조금 흔들려도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심한 요동이 친다.

그러나 그 요동은 안정을 찾으려는 물리적인 운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흔들림은 앞으로일상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전지구적인 국가별 경제와 블록별 경제 단위간의 밀접성은 높아진 반면 이를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국제기구의 역할과 제도, 경험은 미숙하기 때문에다.

그래서 약간의 불황도 크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 누구도 주도권자가 될 수 없고 전문가도 없는 상황이므로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도 낙관적으로도 보지 않되, 예의주시할 필요는 충분하다.


위기를 헤쳐온 한국 자동차산업에 답이 있다.

오마바 대통령이 지난 달 14일 방미중인 이명박 대통령을 디트로이트로 데려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디트로이트 자동차공장을 방문했을 때 그 지역 프로야구팀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남의 나라 대통령을 자신의 지지기반인 디트로이트로 데려간 것은 재선을 위한선거 운동의 제스처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미국에서 자동차 산업은 국가경제의 중추라는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다.

미국민에게 자동차 산업은 항공산업과 함께 강대국의 상징이자 자존심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일본인이 도요타를 자국의 자존심으로 보는 것과 같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인식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벌어졌던 도요타의 리콜 사태는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 부품관리 부실, 과도한 비용 삭감 등 주요기술적, 전략적 원인들은 밝혀졌다. 이 도요타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자동차 산업이 갖고 있는 경제외적 함의는 소홀히 한 감이 있다.

학자들은 자동차 산업이야말로 팍스 아메리카나의 토대로 보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는 철강, 합성고무, 알루미늄, 유리, 공작기계, 석유, 전자 등 유관 산업연관 효과가 매우 크며, 대표적인 고용산업이다. 1955년 미국자동차산업이 절정을 이루었던 그 시기에, 세계자동차의 2/3가 미국차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 일본이 최대생산국으로 미국을 대체했고, 2007년 도요타가 GM을 제치고생산과 판매 양쪽에서 세계1위로 등극했다. 그리고 2년 후에 도요타 리콜 사태가 터진 것이다. 그 해에 중국은 1천3백여 만대로 세계 1위의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부상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독일이 저마다 전통적인 기술강국으로서, 또는 엄청난 수요인구의 보유라는 강점을 업고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런 강대국들의 각축장에 한국자동차산업이 4위와는 연산기준 160만대의 큰 간격을 보이고 있지만 5위를 마크하고 있다는 건 경이적인 성적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전문 컨설팅사인 BMR컨설팅그룹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선진국의 재정위기가 최악의 사태로 악화 되지 않는 한 서유럽을 제외하고는 침체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경제연구소에서 기아자동차의 청산과 합병을 담당했고, 현대자동차와 합병된 뒤에 양사의 구조조정 업무를 맡기도 했던 이성신 대표는 대기업의 성쇠를 뼛속 깊이 체험했던 증인이다.

이성신대표는 지금의 위기는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금융위기이기 때문에 “각국정부와 국제기구가보증을 쓰면 금방해결 될 문제다. 은행이 밉다고 파산시키면 더 큰문제가 일어나기 때문에 어떡하든 살려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세계 자동차시장을 놓고 보면,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서유럽은 22%에서 18%로 급락했습니다. 미국도 24%에서 16%로 떨어졌어요. 반면에 신흥국 비중은 40%에서 52%로 높아졌어요. 특히 브릭스 4개국의 비중은 23%에서 38%로 대폭 상승해 미국과 서유럽을 합한 것보다 3% 포인트 높습니다. 그리고 현재 서유럽을 제외한 나머지시장의 판매 증가 추세는 매우 견고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더디기는 하지만 2008년의 서브프라임 위기에서 회복 중에 있으며 일본도 열심히 지진 피해를 복구하고 있습니다. 서유럽을 빼고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릴 곳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성신대표는 따라서 “올해 세계자동차 판매량은 작년보다 3.1% 증가할 것이고 한국차의 세계판매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한국자동차산업이 세계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 5위 생산국으로서 지위를 유지 할 수있었던 이유를 살펴보면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 시대에 한국기업이 살아 남을 수 있는 단서를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성신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우선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리더십에서 찾는다. 그는 부품회사 차장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한 때문인지, 자동차 생산의 핵심인 부품 실수에 대해서만큼은 용납하지 않는다. 회장이 스스로 진두지휘를 하면서 리스크를 지고,. 신속한 의사결정 속도와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승부를 낸다.

품질철저라는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계속해서 보내고 스스로 전쟁터의 최전선에 서는 모습은 위기에서 빛을 발하고 장기전을 벌여야 하는 자동차 산업에 적합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성신 대표는 한국 자동차의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부품회사들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한국 자동차 부품회사들은 현대와 기아, 대우, 쌍용 등 완성차 업체의 가혹한 원가 절감 압력을 수십 년 동안 견뎌내면서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집중력, 창의성으로 지금은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표는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의 주문을 3개월 내로 해낼 수 있는 부품 회사는 전 세계에서 한국 부품사들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자

이번엔 불황 시대에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오랫동안 한국형경영이란 주제를 탐구해온 김일섭씨를 만나 물어봤다. 삼일 회계법인대표를 역임한바 있는 김일섭 한국형경영연구원장은 한국기업들의 속사정을 해박하게 꿰뚫고 있는 경영전문가이다.

지금의 유럽발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해법은 1997~8년 외환위기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회고해보면 외환 위기 이전에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사업기회를 확보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얻을 수 있으면 사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기업주들이 수요를 생각지 않아도 되는 공급자 시장이었기 때문에 정부와 금융기관과의 관계만 잘 가져가면 기업이 된다고 생각했죠. 이게 외환 위기로 인해 한꺼번에 무너졌습니다. 그동안 굳게 믿고 있었던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죠.

이 외환위기에서 기업들은, 기업경영에 눈을 뜨고, 기업의 중심이 사람이란 걸 알았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을 깨닫지 못한 기업들을 모두 외환위기라는 쓰나미에 쓸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외환위기를 견디고 살아 남았던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전부터 기업에서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던 곳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성과 LG 등이 그렇죠. 이런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통하여 더욱 사람의 중요성을 뼈 아프게 깨달았고, 그 위에 선진경영기법을 배우며 체질개선을 하여 그런 것들이 동력이 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사람’을 얘기할 때 보편적인 인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한국인’을 말한 겁니다. 저는 한국인에게는 ‘위기 돌파의 DNA’가 있다고 봅니다. 이것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은, 우리만의 특징이라는 거죠. 외환위기 당시, 1990년대 후반 기업을 책임진 사람들은 전쟁의 처참함과 어릴 적 배고팠던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세대였습니다.

그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것보다 더 어려운 일도 다 겪었는데 ‘라면 먹고 버티면 되지’라는 각오가 있었어요. 위기를 감내해본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불황을 헤쳐나가는 해결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주목해야 할 점이 바로 한국인의 특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특성이 미래를 미리 대비하지 못하게 하는 단점이기도 한데, 위기가 닥쳤을 때는 돌파하는 모습으로 바뀝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점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반면에 한국사람들은 위기에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기업을 바라보는 인식에서도 한국인의 관점이 남다르고 그 남다른 점이 서구 기업가들은 물론 같은 아시아권보다 더 강점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은 기업을 자기인격의 일부, 즉 분신으로 봅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서구의 전문경영인들은 기업을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 등등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버리는 게 낫다고 판단되면 버립니다. 기업을 이윤을 내는 도구로 보는 겁니다.

한국의 기업가들은 기업을 자기의 분신으로 보기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미련을 두고 끝까지 함께 가려고 합니다. 즉 위기를 맞았을 때 임하는 자세가 선진국의 기업가들과 한국 기업가들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러므로 우리 기업가들은 자기의 전부를 걸고 나아가는 것이죠. 그러다가 회사와 함께 장렬하게 침몰하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 극소수는 다시 회생을 하게 되고 그 기업은 다음단계로 성장하게 됩니다.

서구와 일본의 기업들은 전문경영인들에 의해 경영되는데요, 전문경영인들은 단기성과에 집착하고 위기가 왔을 때 움츠립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공격적 투자를 할 때 이들은 방어적이 되는 것이죠.

전문경영인은 시장환경이 좋고 잘나갈 때는 좋지만 위기 시 방어적이고 주춤거립니다. 외환위기 이후 불황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한국기업들이 크게 도약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기업들은 위기에서 성장한 반면에 선진국 기업들은 뒤로 후퇴하니까, 우리 기업들은 기존시장을 넓히면서 세계적인 대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혀 왔고 보시다시피 한국의 대기업들은 글로벌 1위를 향해 점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에 선진경영에 눈을 떠 그전에는 간과했던 부문에 많은 배움과 투자를 해온 점도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네 가지 부문을 들고 싶습니다.

R&D, 품질관리(QC), 디자인, SCM(Supply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외환위기 전에는 제대로 R&D를 한 곳이 없지 않습니까. 이제는 R&D, 디자인, 품질관리의 우수함은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 휴대폰 등의 눈부신 성장에서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근래에 기업들이 눈을 떤 SCM은 전세계의 물류관리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기법인데, 한국 대기업들은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합니다.

또 우리나라 대기업을 말할 때 가족기업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위기 속에서 현재 살아남은 한국의 대기업들은 오너 기업가와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진들이 각자 제 역할을 해내면서 조화롭게 발전해왔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하나의 법칙으로 4대를 존속한 가족기업은 없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창업자 집안에서 후세 경영 수업을 시킨다고 해도 4대 이후에는 보장이 안 된다는 얘기죠. 이는 창업자가족이란 울타리 안의 인력풀이 적기 때문에 당연합니다. 자연히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기업의 역사가 짧기도 해서 오너들이 직접 경영을 하고 전문경영인들에게 일정 몫을 담당하게 하는 체제입니다. 소유와 경영의 동반관계라고나 할까요. 전문경영인들이 자기 기업이라고 생각하게끔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게 오너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잘 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의 역사가 긴 선진국에서는 오너들이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고 유능한 CEO를 뽑는 데만 관여하는 것에 그칩니다. 그 CEO가 만족할만한 경영결과를 내지 못하면 교체하는 것이죠.

한국의 대기업 오너들은 직접 경영에 간여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현재까지 그 결과도 나쁘지 않고 어떤 기업들은 오너들의 결단에 의해 큰 도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인의 특성을 언급해야겠군요. 한국인들은 누군가 앞에 서서 이끄는 존재가 필요한 것같습니다. 양떼를 이끄는 목동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서구의 기업들은 전문경영인과 분권화된 최고경영진들로 충분한데, 한국은 전문경영인으로는 2%가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개성이 강한 한국인들은 각자 맡겨 놓으면 그냥 자기식대로 하고 흐트러져 버리는 경향이 심합니다. 누군가 깃발을 들고 나가야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재계를 보면 이건희, 정몽구 회장이 스타일에서 차이는 있지만 앞장서서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서구의 대기업들도 위기가 닥치면 대주주인 창업 후손 가문에서 나와서 전문경영인과 힘을 합해정상화 했던 곳도 있습니다. 포드가문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금까지 보면 살아남은 한국 대기업의 경우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동반 관계가 성공적이었던 것 으로 평가됩니다.

창업주가 자녀들을 잘 교육시키고 훈련도 제대로 시킨 결과, 현재까지는 전문경영인들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창업자 가족에서 계속해서 우수한 자질의 경영자들이 배출될 수는 없는 것이죠. 언젠가는 전문경영인들에게 넘겨줘야 할겁니다.

위기를 맞았을 때는 선명한 기업 문화를 가진 곳들이 경쟁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삼성과 현대가우리 대기업들 중에는 가장 선명한 기업문화를 드러내고 있는 까닭에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 아래 기업들은 기업 문화의 선명성이 조금 약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팔로워십 얘기를 많이 하는데, 팔로워십은 ‘기업과의 일체감’이라고 달리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기업과의 일체감을 느끼는 사원들이 있다면 어떤 위기도 헤쳐나갈 수 있는 거죠. 그 팔로워십도 역시 기업가와 CEO의 리더십에서 나온다는 게 저의생각입니다.

기업과 일체감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최고경영자는 3요소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솔선수범과 자기희생, 관심과 배려입니다. 일체감은 전우애와 같은 겁니다. 어려움을 같이 겪는 것이죠. 이것이 서구의 전문경영인들에게는 없는, 우리만의 강점입니다. 그리고 잘 되면 이익을 나누고, 감정과 비전을 공유하는 것 말입니다.

이게 있으면 팔로워십은 일부러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깁니다.

다시 외환위기로 돌아가봅시다. 30대 그룹 중에 14개가 사라졌는데요, 크게 보면 두 유형의 기업들이 망했어요. 아랫사람을 ‘머슴’처럼 보았던 기업, 또 아랫사람들을 못 미더워해 본인이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했던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위기와 불황을 지켜보면서 역시 경영능력과 철학이 있는 기업가와 기업만이 살아 남는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삼성과 현대를 보면 쪼개진 것이 큰 다행이었습니다. 특히 현대는 쪼개졌던 게 각자 집중할 수 있어서 위기를 잘 견뎌냈고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조직은7~15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가족적 분위기로 단기 목표를 설정하여 집중하는 소규모 팀을 말합니다.

한국인에게 6개월은 깁니다. 눈에 보이는 단기간의 목표를 설정하여 신바람 나게 일하도록 독려하면 기적을 일구는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규모 팀은 독자적인 의사결정과 책임을 가져야겠죠. 그리하면 한국인의 강점이 최대한 발휘되어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하고 싶습니다. 대기업들이 슈퍼 갑이란 것도 알고 그것이 큰 문제인건 압니다만,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너무 정부에 의존합니다. 대기업처럼 글로벌 경쟁에 스스로를 노출돼야 합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몇몇 우량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진정으로 세계 시장에 나가 싸워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은 중소기업을 과보호하는 나라입니다. 이러면 기업체질은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시장이 좁습니다. 슈퍼갑인 대기업 있죠, 이들 대기업들은 서로 끼리끼리 나눠먹는 구조로돼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규제를 통하여 기득권자를 보호 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모델이 정말 들어갈 틈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폐쇄사회입니다. 중소기업이란 게 뭡니까. 대기업들이 없는, 대기업들이 갖고 있지 않는, 새로운 것을 들고 나와 사업을 해야 합니다. 촘촘하게 짜여진 그물망 같은 사업영역을 중소기업들이 파고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중소기업이 그나마 성공하려면 B2C사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초기에 바람을 불러 일으키거나 분위기를 선점해서 소비자들을 단번에 사로잡아야 합니다. 한국은 시장이 좁고 폐쇄구조이기 때문에 한발한발 점진적으로 성공을 만들어가는 대기만성형은 0.1%도 안 된다고 보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될성부른 사업을 해야 합니다. 이미 기존기업들이 꿰차고 있는 영역은 들어가봐야 헛수고입니다. 기존 기업들이 하지 않는 분야로 들어가야 합니다. 대표적인 중소기업의 성공사례가 K-POP 붐을 일으키고 있는 SM 등 연예기획사들과 게임 회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포털도  기존 대기업들이 하지 않은 분야이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기존의 갑을(甲乙)관계가 적용 되지 않는 분야를 말합니다. 새로운 게임 룰이 적용되는 곳 말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모델과 매뉴얼 없다는 겁니다. 그냥 창업주와 창업공신들의 머릿속에만 있죠. 이래서는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대개 중소기업이 망하는 것은 조금 잘될 때, 무리한 확장을 한 것이 이유입니다. 왜 그런가, 착각하는 것이죠. 자기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아 성공한 것을 보고 필연이라고 생각해 과감한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당합니다.

기업의 성장은 기업가의 꿈과 노력, 준비의 크기에 따라 결정 납니다. 그런 능력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기업을 확장하려다 실패의 쓴 잔을 마십니다. 10년 정도 기업을 경영하면 그 수준이 그의 적정치로 봐야 합니다.

거기에서 진화하려면 새로운 비전으로 새로운 사업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전혀 낯선 분야인데도 욕심만 갖고 뛰어드는데 그게 가능한 얘기입니까. 위기를 맞았을 때는 전면을 좁히고 종심을 깊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먹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SM은 기획과 가수만 자체공급하고 그 밖의 것들은 과감하게 글로벌 소싱을 하여 세계제일주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기존의대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영역이 아니고 정부규제도 없는 시장을 대상으로 하여, 특정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의 모범이 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방스커뮤니티의 방용성 경영학박사는 중소기업전문경영컨설턴트로 10여년 간 왕성하게 활동해오고 있으며 서울산업통상진흥원에서 창업자를 위한 교육을 맡고있다. 1997~8년 외환위기 이후와 2008년 금융위기 동안에 직접 여러 중소기업을 컨설팅 했던 방용성박사는 요즘 불황기에 이런 조언을 했다.

외환위기 이후 내수기업들을 지켜봤더니 가장 잘하는 부문에 집중하고 나머지 부문은 하나하나씩 아웃소싱 했던 기업들은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거품이 끼여있었거나 비효율적인 운영 속에서 그냥 끌어안고 있었던 부문들을 내려놓으면서 고비용과 비효율성을 제거함과 동시에 자신의 강점에 집중함으로써 불황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수출기업의 경우는 평소에 해외거래선들을 다변화하였던 곳들은 위기를 잘 넘겼던 반면에 그렇지않았 던 곳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특히 수출기업들은 환율에서 전문가를 두지 않고 기업주가 직접 하다가 치명적인 손해를 입는 경우를 봤다며 환율은 전문가와 잘 논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교훈이라고 말했다.

방 박사는 품질향상보다는 차별화가 더 중요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 개별 고객의 니즈에 맞는 차별화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내수 및 수출기업 가릴 것 없이 대량생산시대는 아닌 것 같고 소규모생산인 것 같아요. 소규모생산도 1인 1품종 맞춤생산이랄까 세분화된 타깃 고객의 니즈를 가장 잘 충족시키는 생산방식이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요즘 신규 아파트도 분양계약자가 원하는 대로 시공하는 건설사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생산마케팅 트렌드는 맞춤형으로 가야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케팅과 광고에서도 비용이 적게 들면서 맞춤형이 가능한 SNS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연령, 세대별로 나눠 저렴하게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죠.”

“또한 제가 중소기업을 많이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승계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드러나고 이것이 불황이라는 외부 변수와 마주치면서 증폭되어 결국 무너져 버린다는 점입니다.”

“창업기업가가 대개 기업을 한 10년 정도 경영하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도 하여 슬슬 승계를 검토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녀들을 자기 회사에 입사시켜 경영수업을 시킵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을 보면 자녀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7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2세들은 대개 교육도 잘 받았는데요, 아버지가 창업했을 때부터 있던 사람들과 갈등을 빚게 마련입니다. 이러면 자녀들은 자기의 친구들을 영입하여 곳곳에 심습니다. 이들은 기존 경영진과 직원들과 배경도 다르고 연령도 큰 차이가나죠.

자녀그룹들은 경험이 없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고 공격적인 전략을 세웁니다. 기존그룹은 이미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보수적이죠.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이지요. 이렇게 자녀그룹과 아버지그룹간의 대립이 격화되면, 대개 아버지는 자녀 편을 들게 됩니다. 그러면 아버지그룹들은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아버지 때의 노하우와 기술, 영업력 등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아버지의 경영방식은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녀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이 다 떠난상황에서 검증 되지 않은 모델을 적용시키다 보면 거의 실패하고 망하고 맙니다. 자녀들은 신제품도 만들고 대개 계열사도 만듭니다. 당초 계획에서 조금만 차질이 빚어지면 자금압박을 받게 돼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중소기업의 승계에서 전문경영인을 쓰고 자녀를 그 밑에 두는 방식을 취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이런 형태가 20-30%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 방식도 우리나라에서는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창업주와 전문경영인 모두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요, 전문경영인들은 대개 대기업임원출신들입니다. 영입된 전문경영인은 대기업에서 성공했던 방식을 도입하여 시행하게 됩니다. 새로 많은 투자를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죠. 그런데 창업주들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견디지를 못해요. 자꾸 간섭을 하게 되면 대기업 전문경영인들이 떠나게 됩니다.

또 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들도 자신이 근무했던 대기업과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현실에 실망하고 직원들과의 인식 차이로 마찰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조기에 그만두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의 중소기업 오너들은 전문경영인이라고 해도 정말 경영을 잘하는 전문경영인들 쓰기보다는 당장 기업 매출에 도움이 되는, 관련 기업의 임원과 공무원을 영입합니다. 말하자면 전문경영인이라기보다는 로비용이라고 할까요. 중소기업 창업주들은 회장으로 있으면서 경영을 감독하려고 들고 결국 회사는 하나인데 창업주와 자녀, 전문경영인들이 서로 방향이 다르다 보면 경영은 표류합니다.

또 우리 나라 중소기업주들은 선진국 기업들과는 달리 컨설턴트로부터 도움도 잘 받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한국의 중소기업주들은 경영적인 면에서 매우 취약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황이오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치명적인 상황을 맞게 되죠.

중소기업주들은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전문경영인들을 과감하게 쓰고 필요한 컨설팅을 제때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가 경영주로서 능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경영승계를 포기하고 전문경영인체제로 가는 것이 회사와 종업원들을 위해서 바람직합니다.”


위기에는 사람이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 체제는 중앙정부가 없는 체제이므로 항상 불안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기존의 경제대국과 신흥국들이 혼재하는 가운데 힘을 겨루고 있다. 이런 불안전한 체제는 오히려 위기에 강한 한국인의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호기라는 긍정적이고 공격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경제는 인간의 문제이다. 제도와 정책에 의한 경제발전은 이미 충분히 썼다. 오늘날 보듯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의 대상이 되는 인간이 그 불완전성으로 인해 효과는 커녕 부작용만 낳고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제도적인 면에서는 한국을 훨씬 앞서있으나 그런 정교하고 세밀한 제도들이 결코선진 국민들을 안정적으로 지켜주지 못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경제는 인간내면의 의지와 열정, 지혜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다. 한국형 경영이 주목 받고 있는 대목이다.


<MBC 이코노미 매거진 11월호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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