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의 필요성과 핵심 과제는?

  • 등록 2026.05.17 13:57:57
크게보기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를 분산시키고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지역별 전기요금차등제'의 도입 방안과 보완 과제를 논의하는 토론회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렸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제도 도입에 공감하면서도,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해소 방안과 정교한 지역 분할 기준 미비와 같은 현실적 과제를 지적했다.

 

◇ 속도보다 합리적 가격 신호 설계 중요

 

첫 발제에 나선 이유수 숭실대 교수는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지역별 차등제요금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설계 없이 추진될 경우 지자체 갈등과 시장 왜곡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 교수는 현행 전국 단일 계통한계가격(SMP) 체계가 공급 비용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공급 비용'을 기반으로 요금을 설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수도권은 전국 전력의 약 40%를 소비하지만 발전 비중은 24%에 불과해 자급률이 낮은 반면, 비수도권은 공급 과잉 상태에 있다.

 

그는 차등요금제 설계 방안으로, 송전 혼잡과 손실 비용을 반영하는 '지역별 한계가격(LMP) 제도'와 '송배전망 이용요금 차등화' 두 가지를 제시했다. 다만 한국은 송배전 비용 비중이 전체 요금의 10% 수준이므로, 산업용 고압 소비자를 대상으로 송전망 요금을 먼저 차등화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버지니아 사례처럼 AI 데이터센터 같은 첨단 기업을 유인하려면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통신 인프라를 포함한 종합적인 산업 기반 여건을 함께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진단하며, 장기적으로는 가격 신호를 명확히 하기 위해 변전소 단위까지 요금 체계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전력이 전력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에서는 가격 신호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며, 왜곡된 전기요금을 정상적인 원가 기반 체계로 먼저 바로잡은 뒤,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 수도권 전력난, 단순한 송전선 부족 문제 아냐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전기위원회 위원은 수도권 전력난이 단순한 송전선 부족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계통 안정성 문제라고 짚었다. 

 

석 위원은 용인 반도체 산단 승인으로 수도권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정부는 초고압 송전망 확충을 추진하고 있지만, 밀양 사태 이후 주민 수용성이 크게 떨어져 대규모 송전망을 확대하는 방식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와 전력시장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의 발전소와 송전망은 충분하지만 장거리 송전 중 무효전력이 손실되어 수도권의 전압 안정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초고압 송전선로의 실제 활용률은 설비 용량의 25% 수준에 불과하며, 이는 8차선 고속도로를 만들어 두고 2차선만 쓰는 상황과 같아 송전선로를 추가 건설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독일은 대규모 지중 송전망 건설의 한계로 차등요금제를 고민 중인 반면, 스웨덴은 4개 권역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해 전력다소비 기업을 전기가 저렴한 북부로 이전시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고 있다.

 

그는 "국토가 좁은 한국은 송전망 확대보다 스웨덴식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이 더 현실적이지만, 현재 한전의 막대한 부채와 정치권의 요금 통제로 시장 왜곡이 심해 제도 도입 시 오히려 지방 발전 사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력 경쟁 체제와 요금 자율화를 추진했던 일본처럼, 한국도 전력 시장의 경쟁 도입과 요금 자율화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제언했다.

 

 

◇ 대한민국 에너지 체계, 지방 분산형으로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단순한 형식적 도입에 그치지 않고, 국가 균형 발전과 에너지 전환을 실질적으로 견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승원 충남도청 탄소중립경제과 에너지정책팀장은 "충남도는 전국 화력발전소의 절반가량이 밀집해 미세먼지와 기후위기 등의 희생을 감내해 왔으나, 지금도 수도권 공급용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와 주거 환경 악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지방을 수도권의 전력 기지로 삼는 구조를 지적하며, 전력을 생산지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체제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전력 소비가 많은 첨단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켜야 하며, 그 핵심 수단으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단순히 송배전 비용 일부만 할인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부족하므로, 지역의 수요와 공급 상황이 실제 가격에 반영되어야 한다"며 "특히 '전력 자립률'을 핵심 기준으로 삼아 자립률이 200%를 넘는 충남과 10% 수준인 수도권의 전기요금을 차등화해야 실질적인 기업 이전과 수요 분산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 국가 전력체계와 산업 구조 전환 위한 전략적 정책으로 접근해야

 

남세일 전남도청 에너지정책과 팀장은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설계할 때 단순한 총괄원가나 공급비용 반영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정책 목적까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남 팀장은 "발전 원가와 송배전 비용을 반영한 요금 산정이 합리적이지만, 지역별 특성에 따른 이해관계 충돌을 막으려면 명확한 비전 설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수도권 전력 집중 구조가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AI 시대와 탄소중립에 대응하려면, 첨단산업 유치와 국가 성장의 기반이 될 재생에너지 중심의 지역 분산형 전력 시스템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단순한 요금 개편을 넘어 수도권 집중 완화, 분산에너지 활성화, RE100 및 AI 시대 경쟁력 강화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국가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특히 전남은 대규모 태양광·풍력 사업이 대기 중이나 대부분 변전소가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돼 있어, 향후 재생에너지 생산보다는 이를 받아들이는 ‘계통 수용 문제’ 해결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방자치단체들 ‘전력 자립률 높으니 혜택 달라’고 하는 것처럼 비칠 우려

 

설홍수 경상북도 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전국 단일 전기요금제를 장기적으로 지역별 원가와 송배전 비용을 반영한 요금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한전이 송전 손실과 계통 혼잡 비용 등을 종합 분석한 정밀 원가 모델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설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선행 작업이 없으면 지자체의 정당한 요구가 단순한 혜택 주장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현실적인 단기 대책으로는 현재 kWh당 1원 남짓으로 실효성이 낮은 송배전 요금 차등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요금 격차를 실질적으로 키우면, 전기요금에 민감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나 전력 다소비 기업의 지방 이전을 강력하게 유도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송전망 건설에 의존하기보다, 지역별 가격 신호를 활용해 전력 수요 자체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정책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지역 갈등 문제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

 

동진우 경상남도 경남연구원 경제산업팀장은 두 발제자의 발표를 통해 제도의 목적이 보다 명확해졌다며, 지역별 요금제의 핵심 목표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전력계통 운영의 ‘효율성’으로, 전력 수요 증가와 계통 혼잡, 전압 안정성 문제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단을, 둘째는 ‘균형성’으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목적을, 세째는 ‘에너지 시장 생태계 조성’으로 요약했다.

 

그는 "다만 효율성과 균형성 사이에는 일정한 긴장 관계, 즉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역별 공급 비용 차이를 반영하면 지방의 전기요금이 낮아지고 수도권 요금이 높아져 균형발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남처럼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LNG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신규 발전 설비가 수도권으로 이전되면, 지역의 희생이 수도권의 전력 안정에만 기여하는 불평등이 지속될 수 있어 단순한 차등요금제만으로는 균형발전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또한 수도권의 막강한 인프라 우위 때문에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기보다 수도권 내에서 효율 개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발생할 지역 간 이해관계 충돌을 당연한 전제로 인정하고 조정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스웨덴은 시장 효율성만 추구하는 실시간 가격체계(LMP) 대신, 지역 균형이라는 정책 목표를 고려해 전국을 여러 권역으로 나누는 '조닝(zoning)' 방식을 채택했다"며 "한국도 이를 참고해 전력 시장 효율성과 지역 균형 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복합적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제는 생산비와 물가 문제에 직결되므로 단독 정책이 아닌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상복 이투뉴스 기자 역시 "정부가 에너지 공급을 모두 책임질 수 없는 만큼, 앞으로는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수요와 산업이 스스로 이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이를 유도할 강력하고 분명한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수도권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송전선로를 계속 추가 건설하던 기존 방식은 주민 수용성과 사회적 갈등 문제로 인해 지속하기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새로운 송전망을 더 짓기보다는 기존 송전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하는 정책적 발상 전환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이 기자는 "지역별 요금제가 성공하려면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할 만큼 강력한 가격 차등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지난 20여 년간 정치적 부담과 지역 갈등으로 논의만 반복되며 무산돼 온 만큼, 정부는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계획된 일정에 따라 제도를 과감히 도입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재 전력시장은 수요·공급 가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매우 이상한 구조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전력시장은 수요·공급 가격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이며, 요금 정상화는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임에도 전문가들이 복잡성을 강조해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금융실명제처럼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충분히 안착할 수 있으므로, 원가 미반영 등 모든 기초 문제가 해결되길 기다리기보다 산업용 전기요금부터 단계적으로 지역별 차등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시간대별 요금제와 판매시장 경쟁체제 등 후속 개혁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송전망 건설 갈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왜곡된 전력 가격 체계를 장기적으로 시장 기능을 통해 가격에 자연스럽게 반영해야 한다"며 "정부가 시장 효율성을 왜곡하는 방식의 재정 투입을 지양하고 시장 기능 회복으로 나아가야 하며, 완벽한 제도를 기다리기보다 우선 도입한 후 발생되는 문제들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실행력의 시급성을 주문했다.

 

 

◇ 한전 “지역별 전기요금제 구체안 아직 미확정...균형발전·원가·재무여건 종합 검토”

 

천현민 한국전력공사 요금전략처 처장은 "한전은 올해 6월까지 완료를 목표로 지역별 요금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며, "전력시장 가격체계 연계, 송·배전망 비용, 균형성장 정책, 한전 재무상황 등을 핵심 조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바른 가격 신호를 위해 소매요금과 지역별 한계가격(LMP)을 연계하고, 반영 범위(송전망 또는 배전망까지 포함)에 따른 이해관계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표를 정부와 검토 중이나 재무 여건이 현실적 변수인 만큼, 적용 대상과 권역 구분 및 요금 방식에 대한 다각적인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 처장은 "현재 확정된 안은 없으며 전기요금 체계에는 지역 외에도 전압, 용도, 사용 패턴 등 다양한 요소가 합리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력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므로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스웨덴 사례처럼 요금제 외에 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수요 이전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그는 모든 이해관계를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국가 균형성장이라는 큰 방향 아래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의견 수렴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박지혜·김정호·서왕진 의원과 기후시민프로젝트 공동으로 주최했다.

최동환 기자 photo7298@m-eonomynews.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72길 4.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