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막바지…남은 과제는 소비자 설득

  • 등록 2026.05.20 18: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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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위기 속 시작된 ‘빅딜’…6년 만에 통합 대한항공 출범 가시화
- 공정위 두 차례 제동 걸린 마일리지 통합안…운임 인상 우려도 여전
- 주주 지분 희석 부담에도 시너지 기대감…통합 성패는 PMI에 달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항공사가 오는 12월 공식 출범한다.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 탄생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마일리지와 항공권 가격으로 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통합안을 두 차례 반려한 데 이어 공급 좌석 축소에 따른 운임 인상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통합 항공사의 성패는 결국 소비자 수용 여부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하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투자자들의 실익문제다. 한편으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시작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배경이 된 코로나19 팬데믹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 것은 2020년부터다. 이에 앞서 2019년 경영 위기 상태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여러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최종 승자는 대한항공이었다.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동종 업계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통합 항공사를 출범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미래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별도 생존이 어렵다고 보고 통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높은 부채비율과 수익성 악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제선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업계 전반이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국제선 운항 중단과 여객 수요 붕괴로 항공사들의 현금 흐름이 급격히 악화했고, 아시아나는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

 

당초 아시아나 인수는 HDC현대산업개발(현 IPARK현대산업개발)이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이후 항공업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결국 거래가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새로운 원매자를 찾기 어렵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산업은행은 시장 매각 대신 대한항공 중심의 산업 재편 방향으로 선회했다.

 

산업은행과 정부는 당시 국내 시장 규모와 글로벌 항공업계 재편 흐름을 고려할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두 대형항공사(FSC)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글로벌 항공사들이 대형화와 통합 전략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 역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인천국제공항 허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통합 국적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아시아나항공 부실이 항공업계를 넘어 금융권과 연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항공산업은 공항, 정비(MRO), 여행업, 물류, 면세점 등 다양한 산업과 연결돼 있어 대형 항공사 부실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이를 국가 기간산업 차원의 리스크로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 조건부 승인에 따른 과제 이행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작업은 6년여동안 진행됐다. 첫 번째 관문은 글로벌 항공업계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얻는 일이었다. 총 14개 국가의 승인이 필요했다. 한국의 비롯해 튀르키예,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호주, 미국, 중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이다.

 

14개 경쟁국들의 승인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12월 24일 최종 승인했다. 이후에는 승인 조건을 이행하는 작업 등 본격적인 통합 절차가 진행됐다. 우선 대한항공은 2024년 12월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을 마무리하며 자회사 편입을 완료했다.

 

아시아나항공 신주 1억3157만여주를 취득해 지분 63.88%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포함해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했다. 이는 2020년 11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를 결정한 지 약 4년 만이다.

 

자회사 편입 이후 대한항공은 남은 후속 통합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작업이 핵심 과제로 추진됐다. 이는 EU 경쟁당국이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요구한 사항 가운데 하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운송 시장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화물사업 분리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 실제 2025년 8월 1일부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는 에어인천(에어제타)로 4700억원에 매각됐다. 여객기 하부 공간을 활용한 밸리카고 사업은 ECS그룹이 대행해 운영하기로 했다.

 

기업결합 승인 과정에서 조건부에 걸린 또 다른 과제는 일부 운항 노선 포기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던 미주와 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의 일부 운수권과 슬롯(공항 이착륙 권리)은 저비용항공사로 넘어갔다. 미주 노선은 에어프레미아가, 유럽 노선은 티웨이항공이 넘겨받았다.

 

◇ 소비자 만족하는 마일리지 통합 방안 나올까

 

남은 과제로 존속법인으로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의 항공기와 안전 시스템을 자사 운영체계로 통합하는 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최대 관심하는 소비자들에 중요한 마일리지 통합 문제다.

 

항공업계에서는 마일리지 통합 문제가 소비자 민감도가 가장 높은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이 2025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처음 제출한 통합안은 소비자 불이익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같은 해 9월 발표한 2차 수정안은 탑승 마일리지 1 대 1, 제휴 마일리지 1 대 0.82 전환을 바탕으로 구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합병일로부터 10년간 별도 운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보너스 좌석과 좌석 승급 서비스의 공급 관리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며 12월 이를 재차 반려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2026년 1월 21일 보너스 좌석 확대, 좌석 승급 기회 보장, 제휴처 확대 등을 보강한 3차 안을 공정위에 냈으며 현재 심사관 검토와 전원회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방안의 핵심은 ‘실제 원하는 시점에 좌석을 쓸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다. 3차 수정안은 ‘언제 쓸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기존 통합안에 대해 “마일리지가 실제로 사용 가능해야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고, 특히 성수기·인기 노선에서 보너스 좌석과 승급 좌석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마일리지 문제는 적립보다 사용”이라며 “3차 방안에 대해 공정위는 얼마나 구체적인 좌석 공급 기준을 제시했느냐에 대해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 공정위 운임 인상 제한에도 소비자 부담 커지나

 

운임 인상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 대형항공사(FSC) 2곳이 사실상 하나로 합쳐지면서 경쟁 감소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대한항공은 공급 좌석 수를 대폭 축소했다가 공정위로부터 50억원대 강제이행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공급 좌석 축소는 곧 운임 인상과 직결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결합 당사자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기업결합 심사 승인(2024년 12월 24일) 즈음부터 2025년 3월 28일까지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서 공급한 좌석 수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69.5% 수준으로 축소해 운영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승인 조건으로 평균 운임 인상 한도 초과와 공급 좌석 수를 2019년 대비 90% 수준 미만으로 축소하는 것을 금지했다. ‘공급 좌석 수 축소 금지’는 단순한 운임 인상 제한만 부과할 경우 공급 좌석을 축소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사실상 운임을 인상하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서는 통합 이후 한진그룹 계열 항공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25년 기준 통합 대한항공(대한항공+아시아나)과 통합 LCC(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이 약 70%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장기적으로 항공권 가격 결정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주주들에겐 득일까 실일까

 

합병 이후 기존 주주들의 실익 여부도 관심사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14일 합병 결정 공시에서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1주를 가진 주주에게 대한항공의 보통주 0.2736432주가 배정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8월 12일 임시주총을 열고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안건에 대한 불승인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발행주식의 63.9%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아시아나항공 주주는 주단 7030원에 매수청구권을 행사 할 수 있다.

 

KB증권은 이번 합병으로 대한항공의 주주이익이 증가하고 아시아나항공 주주들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은 5월 13일 종가 기준 6430원인 주식을 7030원에 팔수 있는 기회와 7046원의 가치를 갖는 대한항공의 0.2733643주로 교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대한항공 주주들은 이번 합병으로 신주 2034만주가 발행돼 지분율이 5.5% 희석되지만, 합병을 통해 △양사 간 경쟁 구도 해소로 수익성 개선 △항공기 구매 가격 단가 하향 △조직 통합에 따른 고정비 부담 축소 △신용 개선에 따른 아시아나항공 차입금 금리 인하 등 시너지 효과로 당기순이익이 증가해 희석률을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한항공의 장기적인 당기순이익 증가폭은 1178억원이며 이는 2025년 대한항공 별도 당기순이익 9649억원의 12.2%에 해당돼 희석률 5.5%를 크게 앞선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계산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을 성공적으로 결합해 자산총이익률(ROA)을 대한항공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전제하에 나온 것으로 합병 이후 실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단순한 기업결합을 넘어 국내 항공산업 구조를 바꾸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마일리지 통합과 운임 문제 등 소비자 민감 사안에 대한 시장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독과점 논란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양사의 조직·노선·예약 시스템 등을 하나로 묶는 인수 후 통합작업(PMI)이 향후 실적과 서비스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꼽히면서, 통합 대한항공의 진짜 시험대는 출범 이후부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철중 기자 almadore75@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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