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 '전략적 안정' 조짐...한반도 평화공존 해법은?

  • 등록 2026.06.08 18: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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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토론회서 “미중 경쟁 관리 국면 진입…한국 주도 전략 필요”
- 전문가들 “안미경중 시대 끝나…국익 중심 실용외교 강화해야”
- 미중 화해 국면 속 한반도 평화공존 모색…“한국 주도 전략 필요”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동북아 정세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중 양국이 전략적 경쟁을 지속하면서도 관계 안정화에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한반도 역시 대결보다 관리와 공존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또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자국의 실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외교 전략을 변경한 만큼 한국 정부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그들이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대도 형성했다.

 

8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공존 전략’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미·중 정상회담이 동북아 안보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한국 정부의 주도적인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인사말에서 “한반도는 미·중 전략 경쟁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며 “국제정세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평화공존을 향한 의지, 그리고 주체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을 방문했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꿈틀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 미·중·러 외교 디폴트값 변화에 주목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을 ‘전략적 안정의 건설적 관계(Constructive Relationship of Strategic Stability)’ 형성의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중 양국이 경제·통상 분야 갈등을 관리하면서 관계 안정화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 설립, 보잉 항공기 구매, 농산물 수입 확대 등 경제적 합의가 도출된 점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최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경쟁적 공존(Competitive Coexistence)’으로 규정했다. 중국 견제 기조는 유지하되 경제·통상 협력을 통해 미국의 실리를 확보하려는 접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향후 미·중 관계 역시 직접 충돌보다는 경제적 이해관계 조정과 갈등 관리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반도 전략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보다 정교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존의 안미경중(安美經中)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산업에서는 미국 및 기술 선진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는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지속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최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을 ‘관계 안정화’로 규정했다. 그는 과거 미·중 관계가 전략 경쟁과 갈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모두 충돌을 피하면서 경쟁을 관리하는 ‘관리된 경쟁(managed rivalry)’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특히 양국이 대만, 우크라이나, 이란 문제 등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경제·무역 분야에서는 공급망과 관세 문제를 조정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핵심 의제로 제기했고, 미국은 무역과 경제적 실익 확보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다.

 

그는 “미·중 관계의 기본값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며 “전략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관계 설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한반도에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미·중 관계 안정이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한반도 문제가 미·중 관계의 종속 변수로 취급될 경우 ‘한국 패싱’ 위험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관계 공백기를 인정하되 이를 평화공존 철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준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 교수는 현재 미·중 관계가 ‘빅딜’보다 ‘스몰딜’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부산 미·중 정상회담 이후 형성된 관계 안정화 흐름이 유지되고 있으며, 올해 예정된 추가 정상회담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동북아 지역 역시 미·중 관계 안정에 힘입어 상대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대관계는 조정 가능한 속성이지만 국가 간 관계 설정은 보다 구조적 문제라며, 평화공존을 기반으로 신뢰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북한이 국가 간 교류 형식의 협력에 참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 기존 대결구도서 벗어나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주목해야

 

민정훈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는 이란 전쟁 이후 국제질서가 ‘미국 우위의 다극화’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강대국 외교가 국제사회의 블록화와 각자도생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의 역할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중국의 외교적 공간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미·중 갈등 구조에 단순히 편승하기보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통해 전략적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안보와 첨단산업 경쟁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미래 성장산업을 중심으로 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공존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변화와 북·중·러 협력 확대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를 기존 대결 구도에서만 바라보기보다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장기적 관점의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미·중 경쟁이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양국 모두 충돌보다는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한국 역시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수동적 대응을 넘어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독자적 전략과 외교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예정된 미·중 추가 정상회담과 ‘베이징 APEC 2026’ 북한 참가 가능성 등이 향후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혔다.

노철중 기자 almadore75@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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