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發 고유가, 한국 밥상까지 덮치나...곡물 80% 해외 의존 ‘식량안보’ 경고

  • 등록 2026.09.10 0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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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포함 곡물자급률 21.6%...밀·옥수수는 각각 0.8% 그쳐
중동전쟁 장기화 땐 에너지·운송·비료비 상승...수입곡물·사료·축산물 가격 압박


 

미국과 이란 전쟁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원유 수송로 차질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중동발 충격이 에너지를 넘어 국내 식량안보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료용을 포함한 전체 곡물 수요의 80%를 미국,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 해외 공급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국제유가와 해상운송비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곡물 수입단가는 물론 비료·농자재와 사료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압박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우와 돼지, 닭 등 축산농가의 생산비를 끌어올리고 육류와 계란, 유제품 등 소비자들의 밥상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식량안보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면서 최근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이슈와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위험을 식량안보 강화가 필요한 주요 배경으로 직접 제시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25 농림축산식품 통계연보’에 수록된 2024 양곡연도 양곡수급 잠정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1.6%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소비하는 곡물 5분의 4가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물량으로 보면 해외 의존 구조는 더욱 분명하다.

 

농식품부의 2024 양곡연도 수급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곡물 생산량은 495만3000톤인 반면 수입량은 1810만8000톤에 달했다. 국내 생산량의 3.7배에 가까운 곡물을 해외에서 들여온 셈이다.

 

특히 쌀과 다른 곡물 사이의 격차가 크다.

 

사료를 제외한 식량자급률을 품목별로 보면 쌀은 96.0%에 달했지만 밀은 1.5%, 옥수수 4.3%, 콩은 37.4%에 그쳤다.

 

사료용까지 포함할 경우 자급률은 더욱 낮아진다. 밀과 옥수수의 곡물자급률은 각각 0.8%에 불과했고 콩도 10.8%에 그쳤다. 사실상 국내 축산업과 식품산업에 필요한 밀과 옥수수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 해외농업서비스(FAS) 서울사무소 역시 한국의 높은 수입곡물 의존도를 주목하고 있다.

 

USDA 서울사무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곡물 및 사료 동향(Grain and Feed Update)’에 따르면 옥수수는 국내 배합사료 생산에서 약 43%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원료다.

 

특히 2024/25 양곡연도 한국의 옥수수 수입시장에서 미국산은 53%를 차지했다. 전년도 20%에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의 생산량이 풍부한 데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입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게 USDA의 분석이다.

 

밀 역시 같은 기간 미국산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51%까지 올라갔다. 국내 밀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자급 기반이 충분하지 않아 상당량을 계속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한국의 곡물 수입 자체를 직접 막는 구조는 아니다.

 

한국이 수입하는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은 미국과 호주, 남미 등의 비중이 높아 중동이 주요 공급처는 아니다. 미국이나 남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곡물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반드시 지나야 하는 것도 아니다.

 

중동전쟁이 국내 식량안보에 미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경로는 에너지와 농업 투입비용 상승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 비료 교역에서 중요한 길목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3월 중순경 발표한 ‘2026년 중동 분쟁의 글로벌 농식품 영향(Global Agrifood Implications of the 2026 Conflict in the Middle East)’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원유·가스·비료의 핵심 병목지점으로 지목했다

 

FAO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로 에너지와 농업 투입비용이 상승하고 있으며, 비료 공급 부족과 높은 에너지가격이 작물 수확량을 떨어뜨리는 한편 세계 식량가격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승범 기자 jsb21@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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