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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D】재일 한국인의 민족교육 의식

【M-R&D는 M이코노미 독자에게 제공하는 독서(Reading)와 토론(Debating)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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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0년도 훨씬 더 지난 1989년에 교토대학 교육학부는 재일한국․조선인의 민족교육의식을 조사하였다. 이 조사는 도요나카(豊中)시, 아마가사키(尼崎)시, 오사카시 등지 거주자로 일본의 공립초중학교에 재학하는 자녀를 둔 재일 한국인 부모 1,063명(79교)을 대상으로 민족교육관은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979년에도 도요나카시, 아마가사키시, 오사카시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959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후 거의 동일한 조사 항목을 가지고 실시하였다. 10년을 간격을 두고 실시한 조사이므로 재일동포의 민족교육관의 변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이다. 이하에서는 1979년의 조사와 1989년의 조사를 비교하여 재일동포의 민족교육관의 변화를 살펴보고 앞으로 민족교육의 과제와 방향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먼저 조사항목 중 ‘자녀의 이름’을 본명(한국식 이름)으로 사용하는가, 통명(通名, 일본식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가이다.  조사 결과 본명을 사용하는 비율은 31.7%인데 비하여 통명을 사용하는 비율은 64.6%로 통명을 사용하는 자녀가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1979년의 조사에서는 본명을 사용하는 비율은 14.4%에 불과하고 통명을 사용하는 비율이 84.5%였던 것에 비하면 조상 대대로 이어오는 이름을 사용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재일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오사카 지역을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본명보다는 통명 사용자가 많을 것으로 추측은 되지만, 1979년에 비하여 본명의 사용 비율이 높아진 것은 1985년 12월 오사카에서 결성된 ‘민족명을 회복하는 모임’이 주축이 된 본명회복운동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1979년 이후 한국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등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으며, 1인당 명목 GDP도 6,000 USD(United Nations Statistics Division을 참고)를 달성하는 등 외교적,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다. 1980년의 헌법(1980년 10월 27일, 헌법 제9호)에서는 재외국민의 보호규정을 헌법 제2조 제2항에 명문화하였고, 1987년에는 사회학에서 ‘87년 체제론’으로 규정하듯이 국내의 정치적 지형에도 큰 변화가 있던 시기였다.

 

87년 체제라는 용어가 쓰이는 일차적인 이유는 현재의 우리의 직접적 뿌리가 87년에 닿아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는 87년이 우리 사회에서 전환점인 동시에 그 전환의 형태가 이후의 사회상황에 대해 구조형성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환점으로서의 87년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확인된다. 정치적으로 87년은 권위주의 체제의 종식과 형식적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의미하며, 나아가서는 이런 수준의 민주화로부터의 정치적 후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회적 합의로 자리 잡았다(김종엽 편 『87년 체제론』 2009년). 

 

이러한 한국의 국력 신장과 정치체제의 변화도 재일 한국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재일동포의 본명 사용률은 1세 55.2%, 2세 32.0%, 3세 23.1%로 세대가 바뀌면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 조사는 모두 일본의 학교에 재학하는 재일동포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민족학교에 다니는 재일동포 자녀의 대부분이 본명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설문조사 결과와 실제 학교에서 본명을 사용하는 비율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도 지적해두고자 한다.

 

설문조사에서는 오사카시의 경우 본명 사용자가 45.2%로 조사되어 있으나 ‘오사카시외국인교육연구협의회’의 조사에서는 본명 사용률이 소학교 13.2%, 중학교 23.6%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설문조사가 가지는 한계이기도 하지만, 설문조사의 의도가 가정, 학교, 사회 전반의 일상생활에서 본명을 사용하는가, 통명을 사용하는가에 대한 실태였으므로 학교에서의 실태와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다음으로 ‘민족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응답이다. 자녀에게 언어 등의 ‘민족교육을 배우도록 하고 싶다’는 응답자는 30.4%였지만 ‘본인이 원한다면’이 과반수인 51.4%나 되었다. 어떤 곳에서 민족교육을 받는 것을 바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본의 학교 안 과외수업이나 서클활동 또는 수업 중에 배웠으면 한다는 응답자는 48.5%인 것에 비하여 ‘민족학교에 일정기간 취학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7.5%에 불과했다(1979년은 6.2%). 


재일동포 가정에서 바라는 민족교육(복수 응답)은 1979년의 조사에서 ‘조국의 역사’, ‘민족차별’, ‘재일동포의 역사’ 순으로 높았는데, 1989년 조사에서는 ‘재일동포의 역사’, ‘민족차별’, ‘조국의 역사’ 순의로 의식이 바뀌었으며, 1989년 조사에서 항목에 새로 추가된 ‘민족의 언어’, ‘민족문화의 요구’도 높게 나타났다. ‘재일동포의 역사’를 민족교육에서 중시하는 태도는 정주화가 진행되고 세대교체가 되어 갈수록 재일 한국인 사회가 본국과 결합된 부분적 위치를 벗어나 독립된 위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환원하면 1965년 재일 한국인 법적지위협정의 체결로 일본 사회의 정주가 불변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재일동포의 세대도 바뀌어가면서 과거 1세, 2세가 가졌던 조국 지향적 가치와 조국의 하위 개념이라는 인식이 4세, 5세에서는 일본 사회라는 지리 공간에 규정된 공동체로서의 고유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가치의 전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재일동포는 민족교육을 희망하면서도 민족교육기관에 입학하여 교육의 전 과정에 참가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일상생활에서 민족교육을 접할 기회를 갖는 것을 더 희망하고 있다. 이점은 민족교육 자체가 인지적 교육뿐만 아니라 비인지적 교육도 중시되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자녀의 장래에 대해서는 ‘한국․조선 (국)적인 상태로 민족의식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하고 싶다’ 39.8%,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더라도 한국․조선인으로서 의식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하고 싶다’ 24.1%에 비하면 ‘민족의식을 잃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응답은 14.1%에 불과하였다.

 

1979년의 조사의 ‘일본에 살면서 민족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 9.6%, ‘일본에 살더라도 조선인과 같은 생활을 하고 싶다’ 31.0%, 일본인과 같은 생활을 하고 싶다 30.8%와 비교하면 재일동포의 세대교체가 진행되어도 민족의식은 쉽게 엷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민족학교가 아닌 일본의 학교 다니는지에 대해서는 ‘일본에 살고 있으므로 일본의 학교가 좋다’는 응답이 74.5%(복수응답)로 월등이 높았다. 차 하위 응답항목으로는 ‘학교졸업 자격 또는 일본 대학 진학을 위하여’ 39.1%, ‘민족학교의 교육 내용 등에 만족하지 않는 점이 있으므로’ 32.1% 등이었다. 


다만 민족교육에 대한 의식은 재일동포의 세대 층, 학력 정도, 사회관계 등과 깊은 관계가 있으므로 단면적 접근보다는 다면적․중층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재일동포 1세보다는 2세, 2세보다는 3세로 세대가 바뀔수록 민족의식이 엷어지는 것은 자연적 현상이다. 높은 학력에 비하여 차별적 경험이 많은 저학력 층에서 민족교육보다는 현지(일본) 교육을 선호하는 것도 사회적 관계의 반영이다.

 

모국어를 잘 하는 그룹과 모국어를 할 줄 모르는 그룹 사이에 민족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정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모국어 구사능력은 부모와 가정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며 이는 민족의식의 보존 및 대물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민족의식이란 가치관과 태도이므로 모국어 구사능력과 민족교육을 동일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재일 한국인과 교제가 많은 그룹은 68.0%가 일본의 학교에서 재일 한국인 자녀에게 민족교육을 하여야 한다고 응답하였지만, 일본인과 교제가 많은 그룹은 42.7%로 낮아지고, 조상 대대로 이어온 본명을 사용하는 그룹이 통명을 사용하는 그룹보다 민족교육의 필요성을 더 느끼고 있다.


위 조사 결과는 재일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외국인에 대한 태도가 개방적인 관서 지역을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일본 전역의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하는 데에는 제한적이다. 조사 대상 도시 가운데서도 재일동포가 밀집하여 한국식 이름과 한국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의 학교에 재학하는 자녀를 둔 재일동포는 민족의 언어나 민족의 문화보다도 민족차별과 재일동포의 역사 등을 일본인과 함께 알기를 더 바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과 후손들이 일본에서 살아야 하는 운명적 조건에서 일본인과의 공생은 불가피하지만 재일동포의 올바른 역사와 민족차별의 문제를 일본인이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서로 공생하는 데에 문제가 많을 것이라는 시사이기도 하다. 재일동포의 역사가 길어지면 질수록 재일동포의 일본 사회공생 태도는 커져갈 것이다. 따라서 민족교육의 방향도 민족이라는 차원을 넘어 다문화 공생교육이 더 필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필자는 2013년 2월 일본의 한국학교에 재학하는 학부모 687명을 대상으로 한국학교 설립계획과 관련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 응답자의 재류자격은 특별영주자 10.6%, 일반영주자 31.3%, 단기체류자 46.5%, 일본 국적자 등 기타 11.6%로 일본에 거주한 기간은 10년 이상이 60.7%이고 나머지는 10년 미만이었다.


한국학교의 필요성을 묻는 항목에는 전체 응답자의 96.4%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지만, 왜 한국학교가 필요하고 어떤 교육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본국 및 일본의 대학뿐만 아니라 영어권 교육수요까지도 충족하여야 한다’는 응답이 62.6%로 ‘본국 및 일본대학 진학 교육수요의 충족’ 24.8%, ‘재일동포(특별영주자) 자녀교육에 중점’ 10.8%보다 월등히 높았다. 


영주권자가 단기 체류자에 비하여 민족교육을 더 중시하는 등 재류자격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들이 글로벌 사회에서 다양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교육을 한국학교가 제공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교육 요구는 한국학교가 어떤 교육을 중시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항목에서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한국학교의 교육중점’에서 제시한 다섯 개의 응답 항목 중 ‘국제화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글로벌 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가 46.5%로 ‘학력과 인성이 골고루 달성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36.4%, ‘본국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학력향상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11.3% 보다 높은 응답율을 보였다. 

 

위 두 개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일본의 공립학교 재학생 학부모(대부분 특별영주자인 재일동포 1세, 2세, 3세 등)와 한국학교 재학생의 학부모(대부분 일반 영주자와 단기체류자) 간에는 민족교육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민족교육이 인지적 능력을 중시하거나 획일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사회 정서적 능력 등 비인지적 교육도 고려하면서 탄력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한국에 주거를 옮길 가능성이 전혀 없는 특별영주자의 경우 일본인들과 혼합된 공간 속에서 소수민족으로서 일본인들의 차별적 태도를 극복하고 민족적 아이덴티티를 추구할 수 있는 비인지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위의 의식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일본에 살고 있는 이상 일본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식의 배경에는 진학이나 취직, 경제적 부담, 선발․배분 등의 측면에서 일본의 학교에 취학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현실적인 생존권이 우선시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한국의 교육과정 준수 등 인지적 측면을 중시하는 민족교육은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이 될 수밖에 없으며, 몇 개 안되는 한국학교가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재외국민의 대학특례입학 예비교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일본에서 일정 기간 체제가 끝나면 한국으로 주거를 옮길 일반 영주자와 단기체류자가 국민국가의 국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인지적 교육과 민족교육을 동일한 카테고리에서 논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두고자 한다. 

 

김상규(2017). 『민족교육』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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