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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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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호르무즈발 인플레이션 어떻게 제어하나


 

세계 경제가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에 이어 호르무즈발 에너지 공급 위기가 겹치면서 최악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서운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고 나섰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고물가 속 성장정체를 겪는 현상을 말한다. 1970년대 에너지 위기가 원인이 돼 일어난 스태그플레이션을 세계 경제가 혹독하게 경험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은 세계 무역을 위축시킴과 동시에 불확실성을 심어줬다.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투자를 머뭇거리게 만든다.

 

이란 전쟁은 자원을 갖지 못한 아시 아와 유럽의 에너지 소비국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란의 공격으로 중동 산유국의 일부 유전 및 가스 시설이 파괴된 것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호르무즈 봉쇄로 가장 타격을 받는 대륙은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이다.

 

중동 원유의 75%, LNG의 59%가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 싱가포르, 파키스탄 등 아시아 국가들에 공급되고 있었다. 이란의 공격으로 가동 중단된 카타르의 천연가스복합단지 등 중동 산유국으로부터 비료 원료인 요소와 황, 암모니아 등이 생산된다.

 

이들 비료 원료의 공급량은 세계 수요의 30~60%에 이르러 전 세계 비료 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비료 공급의 축소는 식료품 가격과 가난한 나라의 기아에 직격탄이다. 천연가스 부산물로 나오는 헬륨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인데, 카타르는 세계 헬륨 공급량의 35%를 담당하는 제2의 수출국으로서 그 여파의 심각성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또 걸프 국가들은 텅스턴과 알루미늄의 주요 생산지이기도 해 이들 광물 가격의 상승을 불 러일으키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로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거의 차단하는 바람에 혹독한 시련을 겪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유럽이 새로 찾은 LNG 수입선은 카타르였다. 그런데 카타르 LNG 복합단 지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가동 중단을 선언하자 유럽의 에너지 가격 전반이 급등하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올해 유럽이 최고 4.4%의 인플레이션을 겪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약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 (CPI) 기준 전년 대비 3.3%를 기록하며 시장 예측치를 상회했다. 주요 원인은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고물가 현상 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IMF는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3.2%로, OECD는 4.2%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50% ~ 3.75%인데, 아직은 동결 전망이 유력한 편이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과 에너지 비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연준 내부에 서도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쟁 발발 전에는 연내 여러 차례 금리 인하가 예상 되었으나, 현재는 연말에 단 한차례 0.25%p 인하하거나 아예 연내 인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경제는 평화 속에서 번영한다. 전쟁은 파괴이고 경제 파탄을 필연적으로 일으킨다. 전쟁 이후 경제 부흥이란 피를 흘린 대가이며, 그것은 파괴된 경제의 복구나 다름 아니다. 지금 세계는 강대국이 일으킨 전쟁이 두 군데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 경제 및 기술 전쟁이 진행 중이다.

 

덧붙여 중국과 러시아, 인도,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브릭스 진영은 영향력을 점점 키워가고 있는데, 미국 중심의 자유 진영은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시기보다 자유 진영의 경제 환경이 최악의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 물가 3% 초과는 금리 인상 논의 가능성 커져

 

미국은 1970~80년대에 중동 전쟁의 여파로 중동 석유가 한꺼번에 인상되는 바람에 물가가 14%대까지 상승했다. 이때 미 연준은 11~20%의 고금리 정책으로 인플레를 잡았다. 이를 거울삼아 미 연준은 물가가 3%대에 이르면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는 정책을 구사해 왔다.

 

김효신 금융위원회 과장(경제학 박사)의 저술 「대한민국 금리와 환율의 미래」을 보면 미국 금리 동향과 세계의 경제위기와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분석했다. 이 책에 따르면 1994년 미국 소비자 물가가 2.9%가 되자 기준금리를 1년 사이에 3%에서 6%로 올렸다. 이와 같은 고금리 정책으로 미국은 부작용없이 물가를 제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고금리 정책은 신흥국에 투자됐던 자금들이 미국의 고금리를 노리고 회수되는 바람에 멕시코와 중남미의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미국 고금리 여파는 이 나라들에 그치지 않고 1997년 태국과 인도네시아, 말 레이시아, 한국 등 동구권의 외환위기,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전파됐다.

 

김효신 박사는 미국 닉슨 대통령이 1971년 달러의 금태환 (금본위제도 하에서 해당국 화폐 소유자가 해당국 정부 (중앙은행)에 화폐를 제시하며 금과의 교환을 요구했을 때, 해당국 정부(중앙은행)가 화폐와의 교환으로 금을 제공하는 것) 중지를 발표하면서 종이 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때부터 달러가 높은 수익을 찾아 세계 각국에 투자되거나 회수되는 패턴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금에 묶여서 발행할 필요가 없어진 달러는 점차 미국의 필요에 따라 공급이 확대되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미국이 금 태환을 중지하게 된 이유도 막대한 월남전 비로 달러 공급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달러 가치 급락한 데에 있었다.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위치가 흔들리게 된 미국은 사우디와 석유 대금을 오직 달러로만 결제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대신에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와 같은 페트로 달러 체제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치를 공고하게 하였지만 세계 각국은 달러를 반드시 보유해야만 석유를 살 수 있는 ‘족쇄’가 된 것이다. 

 

중동의 왕족들은 석유 수출로 엄청나게 벌어들인 달러를 대부분 미국 뉴욕 월가의 금융 투자사에 맡겼고 일부는 런던 금융가에서도 여유자금을 운용했다. 물론 월가의 달러 자금에 미국계 자금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에다 미국 정부가 신규로 공급하는 달러까지 눈덩이처럼 부풀려진 달러 자금들은 전 세계 어디든 수익이 나는 곳, 미국보다 금리가 높은 곳이면 이동했고, 주로 단기 간 자금으로 운용됐다.

 

한동안 안정적이던 물가는 2004년 4.3%로 뛰자, 기준금리를 2004년 1%에서 2006년 5.25%까지 올렸다. 물가가 오른 배경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1년 9.11 테러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이 금리를 낮추어 달러 유동성을 자국 시장에 공급한 까닭이다.

 

경제는 냉탕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뜨거운 열탕도 ‘인플레’라는 문제를 일으킨다. 이렇게 금리를 올림에 따라 외국에 투자됐던 자금들이 미국 고금리를 보고 돌아가 버렸다.

 

고금리 정책은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것과 동시에 부실 부동산 대출 상품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를 불러오면서 미국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이 사대를 수습하려고 미국 정부는 다시 금리를 인하하고 무제한의 양적 완화를 실시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3개월 사이에 460억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2009년 3월 1597원까지 상승했다.

 

미국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양적 완화로 풀린 돈을 회수하기 위해 2015년 기준금리를 0.5%에서 2018년 2.25%까지 서서히 인상했다. 그러던 중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은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0‑0.25% 수준의 제로 금리 정책과 양적 완화했다.

 

이처럼 돈이 풀리자, 2021년 5월 근원 소비자 물가, 지수가 3%를 넘어섰고 1년 뒤 이듬해, 2022년 6월 9.1%를 기록했다. 물가 지수가 3%에서 9%에 도달하는 데 불과 1년밖에 걸 리지 않았다.

 

지난 4월 소비자 물가(CPI) 지수가 3.3%인데, 결코 안심해선 안 되는 수치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정책으로 축적된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이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나프타 등 석유류 제품 원가의 전가, 비료값 인상, 뒤이어 식료품 가격 인상, 물류비 증 가 등으로 확산되면 물가 추세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금리 인상 외에는 없다.

 

일부에서는 전쟁이 끝나 미국이 선거를 앞두고 경기 부양 정책을 펴지 않을까 기대하나 물가가 오르는데 경기 부양 책을 쓰면 불씨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어서 물가를 더욱 부 채질할 수 있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의 변화, 불가피할 듯

 

한 나라의 통화가 세계 단일 기축통화로서 지속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적어도 1990년대 이후 반복 되는 세계 경제 위기에서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인 케인스는 2차 세계대전 후 전후 경제질서를 논의하는 브레튼우즈 협정 회의에서 단일 국제통화를 주장했으나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고 달러의 금태환을 조건으로 달러 기축통화 체제가 받아들여졌다.

케인스의 우려대로 한 나라의 통화가 국제통화로 통용되면, 모든 나라들이 작게는 기축통화국의 통화 및 금리 정책에 따라, 크게는 기축통화국의 경제 실정에 의해 출렁 거릴 수밖에 없다. 초기 금태환 시절에도 엄청나게 달러가 풀렸는데, 종이 달러 시대 이후 거의 무제한적으로 풀려난 달러를 전 세계가 떠안고 있는 셈이다.

 


 

달러의 유동성이 무역 거래의 수단으로서 교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여유 달러 자금이 다른 나라에 투자돼 그 나라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단기 투자 수익을 노리는 달러 자금 비중이 증가하면서 그런 긍정 부분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는 미국 경제에도 안 좋은 면이 많다고 본다.

 

각국은 수입 대금의 결제를 위해 항상 외환보유고를 여유 있게 갖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뭔가를 미국에 수출해서 달러를 확보해야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국으로 수출하는 나라를 싫어하고 대미 수출이 많은 나라에 대해서는 ‘불공정 무역국’이란 딱지를 붙이며 관세 부과 등 각종 제재 조치를 행사하고 한다.

 

트럼프 정부의 이런 강 압 정책은 미국이 스스로 달러 기축통화 체제를 허물어뜨리는 결과로 귀착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 같으면 달러 부족으로 외환위기에 빠진 나라들을 도와줄 것 같지도 않다. 미국 수출길이 막히고 달러를 구할 길 없는 나라로서는 준기축통화나 자국 통화로 결제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더욱 긴밀히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도 위안화가 달러 기축통화 위치를 당장 크게 위협할 것 같지는 않지만, 달러 기축통화 체제의 불안정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국제통화의 다극화 현상 흐름이 곧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 환율이 급격히 오르고 내리는 등 매우 불안하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고금리에 맞추어 우리나 라 금리를 조금 더 높게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높은 가계부채로 인해 금리를 높일 수 없자, 국내에 유입된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현재 3% 후반대의 미국 기준금리도 낮은 금리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 미국 인플레 현상이 더 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그때 미 연준은 다시 고금리 정책 을 펼친다면 세계 경제는 또다시 큰 몸살을 앓을 게 틀림 없다.

 

◇ 우리 한화, 준 기축 통화화로 국제 경제 리스크 줄여 나가야

 

한국 경제는 이제 무역 다변화와 함께 우리 통화의 준 기축 통화화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세계 무역 거래고와 경제 및 안보 위상이 부쩍 높아진 우리나라의 원화가 엔화 처럼 준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결코 과장된 상상은 아니라고 한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세계는 미국 경제 리스크에 눈을 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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