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필자는 파주 임진강 변의 작은 밭에서 하루를 보냈다. 상추 모종과 오이 모종을 옮겨 심고, 강낭콩을 한 뼘씩 세줄 간격으로 묻었다. 상추씨는 흙과 개어 손으로 흩뿌렸다. 바람에 날리기 쉬운 씨앗을 붙잡기 위한 오랜 방식이다.
몸은 금세 반응했다. 허리와 어깨, 다리까지 삭신이 쑤셨고, 조로에 물을 여러 번 길어 나르다 보니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30평도 되지 않는 면적을 감당하면 되는 텃밭이 이럴진대... 농사란 인간의 노동과 자연의 시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
일을 마치고 찾은 파주의 한 유기농 식당은 또 다른 생각의 문을 열어주었다. ‘농산물은 흙이 아니라 미생물이 키운다’는 표어가 식당 안쪽 벽에 현수막으로 걸려 있다. 식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좌우는 유리로 지붕을 만든 밭에 밀과 여러 작물을 시범적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발효 퇴비를 중심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데 고랑마다 볏짚을 깔아 놓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냄새였다. 흔히 떠올리는 계분(鷄糞) 냄새가 아니라, 잘 발효된 퇴비 특유의 구수하고 깊은 향이 났다. 생명이 썩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는 냄새였다.
이 식당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만이 아니라, 유기농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오는 교육장이기라 했다. 식당 주인은 유기농 쌀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직접 재배한다고 했다.
주문한 육회 비빔밥과 불고기 비빔밥은 특별히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밥 한 숟갈을 입에 넣을 때마다 단단한 자연의 생명력이 느껴졌다. 이것은 토양과 미생물,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수십 년의 농업, 화석연료에 의존
우리는 흔히 농업을 기술의 문제로만 바라본다. 스마트팜, 자동화, 데이터 기반 농업은 분명 미래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그 기반에는 여전히 흙과 물, 그리고 생태계가 있다.
오늘날의 농업은 이미 석유와 깊이 얽혀 있다. 비료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농기계, 포장, 유통까지 석유 없이 돌아가는 단계가 거의 없다. 효율과 생산성을 극대화해 온 지난 수십 년의 농업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구조로 굳어졌다.
그렇다면 이 구조는 과연 지속 가능할까?
최근 이란 전쟁과 해상 물류의 봉쇄를 떠올려 보면, 특정 자원과 유통망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시스템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만약 에너지 공급이 차질을 빚는다면, 우리의 식량 생산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불과 60여 년 전,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단순한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농사를 지었고, 지역 중심의 자급적 농업 구조를 유지했다. 그 시대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 속에 담긴 원리와 지혜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유기농 농업은 단순히 ‘농약을 쓰지 않는 농사’가 아니다. 그것은 생태계의 순환을 회복하고, 토양을 살아있는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영양분이 작물을 키우는 순환 구조는 자연의 기본 원리다.
인간은 그 흐름을 거스르는 대신, 조율하고 돕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유기농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재구성이다.
젊은 세대가 농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업은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라, 인간 생존의 기반을 떠받치는 바이오 생명 산업이다.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농업도 필요하지만,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토양을 살리고, 생물 다양성을 지키며, 지역 단위의 생산과 소비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농업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텃밭에서 느낀 고된 노동과, 저녁 식당에서 맡은 퇴비의 향은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먹고 살 것인가? 그리고 효율과 편리함만을 좇아온 길에서 잠시 벗어나, 생명의 순환을 회복하는 길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다.
기후 위기의 시대, 석유에 의존하는 농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꿔나가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