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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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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도, 혁신도 보이지 않는 6.3 지방선거



 

대한민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기초지자체는 울릉군(약 8,700명)이며, 그 다음은 경북 영양군(약 16,000명)이다. 섬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울릉군을 제외하면, 영양군은 인구 소멸 고위험 지자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양군의 올해 예산은 약 4천억 원으로 군민 1인당 2,500만 원꼴이며, 공무원 수는 511명이다. 지난해 인구 1만 5천 명 선이 위협받기도 했으나, 올해 초부터 전 군민에게 '농어촌 기본소득' 20만 원을 지급하며 수개월 만에 인구가 1천 명가량 반등했다. 

 

◇효능감이 느껴지지 않는 지방자치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약 2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를 체감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생활정치와 지역복지를 실현해야 할 지방선거에 중앙정치의 진영논리가 그대로 관철되며, 호남에서는 파란색, 영남에서는 빨간색으로, 당의 공천만 받으면 그대로 당선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공천권 쥔 이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될 뿐, 지역주민들과 지역사회의 행복실현에는 큰 관심이 없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별다른 효능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현실이다.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는 이유는 작은 규모의 자치를 통해 새로운 혁신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대하고 경직된 조직과 달리, 작고 날렵한 자치 공동체는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를 더 유연하게 실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새로운 혁신을 기대하기 힘들고, 오래된 관행과 구태가 반복되는 공간일 뿐이다. 수시로 언론 지면을 도배하는 단체장들의 뇌물수수와 감옥행,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 지방의회의 스캔들 등은 많은 국민들에게 지방자치 자체를 회의하게 만든다.

 

◇지방을 지배하는 중앙정치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의 지방자치에서는 혁신을 기대하기 힘든가? 

 

지방자치에서 혁신과 민주주의 꽃을 피우지 못하는 이유는 중앙정치의 논리가 지역의 현장에 그대로 관철되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의원이라도 하려고 하면 공천권을 쥔 해당 지역 국회의원에 코드를 맞춰야 하고 눈치를 봐야 한다. 유력 공천권자의 눈 밖에 나는 순간, 역량의 유무와 상관없이 지역정치의 길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중앙정치의 논리가 관철되지 않는 지역정치의 다양성을 위해 길이 없는 게 아니다.

 

하나는 지역정치에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1991년 지방자치가 본격화 된 이후, 10년 동안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정당공천제를 하지 않다가 2006년부터 정당공천제를 실행하면서부터 급속하게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길을 갔다.

 

어느 학자는 정치, 경제, 문화 등 중앙에 지방에 예속되는 상황을 보면서 ‘지방은 식민지’라는 격한 표현을 사용했고,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았다. 지역에 엄청한 예산이 쏟아 넣지만, 급속하게 소멸의 길을 가는 것은 지방이 중앙의 예속 상태에 있기 때문이고, 식민 혹은 예속상태의 극복 없이는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지역주권 강화를 위해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일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도 지역정당 합법화를 위해 헌법소원까지 함께 활동했지만, 중앙의 정치인들은 요지부동이다. 몇몇 의지가 있는 정치인들이 기초지역에서 500인이 참여하면 지역정당을 허용하자는 법안을 냈다. 하지만, 기득권 유지에 골몰하는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는 지역 대부분들이 소멸의 길을 가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라서 아쉽다. 

 

현재의 지역불균형이 심화되면 대한민국 자체가 위험한 상태에 놓일 것이라는 것을 소수의 양식있는 정치인들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지역주민들에게 권한을 주는 데는 여전히 인색하다. 5극3특이니 하면서 지역지형의 변화를 꾀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지역주민들이 주권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때 이뤄질 수 있다. 

 

◇지역의 혁신을 위한 상상과 모색

 

중앙이 지역을 지배하는 현재의 구조로는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많은 예산을 쏟아 붓더라도 왜곡된 형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책과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고 함께 만들어나갈 지역의 주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의 혁신을 위한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두에 말한 경북 영양군은 65세 인구가 43%를 차지하는 초초고령 사회다. 대부분의 소멸고위험에 처한 농어촌의 현실이다. 이런 평균 연령이 60세에 육박하는 현실에서는 관행과  내부의 힘만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고, 기존에 생각하지 못한 방법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한다. 어떤 혁신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무엇보다 현재의 기초자치를 시군구에서 읍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인구는 22만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아 실질적인 자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평균 자치규모가 1만명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자치가 가능한 읍면동으로 기초자치를 전환해야 한다. 

 

영양군에는 영양읍을 포함해 6개의 읍면이 있다. 읍면 중심의 자치, 지역중심의 혁신을 위해 6개 읍면장을 지역사회를 혁신할 수 있는 인물로 지역이나 외부의 혁신가로부터 수혈받는 게 필요하다. 5급 사무관에 해당하는 읍면장을 외부에서 수혈하면 500여 명의 지역공무원들이 반발할 수 있겠지만, 이들에게도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고 새로운 미래청사진을 만들지 못한 원죄가 있다.

 

물론, 외국의 대부분의 지역자치 규모처럼, 법개정을 통해 읍면자치를 기초자치로 바꾸어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 의지가 있는 지역단체장이 혁신인물을 통해 지역혁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1만6천명에게 사용하는 4천억원의 예산은 결코 적은 예산이 아니다. 1인당 25백만원, 4인가족이면 1억에 해당하는 엄청난 예산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20만원으로 불과 몇 개월 만에 1천명의 인구가 유입되었는데, 기본소득을 두세 배로 늘인다면 아마도 전국의 역량과 재능을 가진 있는 인재들이 많이 모여들 것이다. 도시에 비해 인프라가 취약한 농어촌 지역에 기본소득을 통해 삶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주민의회와 시민의회, 평민들의 혁신적 민주주의  

 

모여드는 역량있는 인재들과 읍면동에 있는 현재의 주민자치회(혹은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의회와 같은 혁신적인 지역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주민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며, 지역사회의 집단지성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면 소멸위험은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연결하면 지속가능한 지역모델은 의외로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생활권을 같이 하는 읍면동 자치와 지역혁신가가 중요하다.  

 

나아가 선한 의지와 역량이 있는 이들이 ‘영양자치당’ 등과 같은 지역정당을 만들고 운영한다면 중앙의 어떤 정당들도 무시 못할 존재로 태어나고, 지역민주주의의 꽃도 피울 수 있다. 지역정당이 가능하다면 장단점이 있는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는 그냥 두어도 무방할 성 싶다. 

 

물론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안에서는 스스로 혁신하고, 밖에서는 지원하는 줄탁동시(啐啄同時)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이런 생각들이 미완의 꿈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뜻있는 지역과 시민들과 함께 모색하고 논의해 보고자 혁신적 민주주의인 ‘지역시민의회’를 제안하고 있다. 

 

마침 전남광주, 광명 등 뜻있고 유력한 지역단체장 후보자들이 공감하고 의지를 표시해주고 있어 실현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뜻있는 후보자들의 선전을 기대하면서 보다 많은 후보자들이 지역혁신과 평민들의 민주주의인 '시민(군민, 구민)의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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