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부실기업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시장에서 퇴출하기 위한 상장폐지 제도 개편을 본격화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한국거래소가 제출한 상장규정 개정안을 승인하며, 시가총액·동전주·완전자본잠식·공시위반 등 네 가지 핵심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하거나 새롭게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2월 중순 발표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의 후속 조치로,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과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 정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기존에 ‘상장은 많고 상장폐지는 적은 구조’로 인해 부실기업이 시장에 장기간 잔존하며 투자자 피해가 누적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금융위원회와 거래소는 혁신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지원하는 한편, 부실기업은 조기에 정리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상장폐지 요건 전반을 손질했다. 거래소는 두 차례의 규정 개정 예고와 의견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했으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승인 절차가 마무리됐다.
우선 시가총액 요건이 기존 계획보다 앞당겨 상향 조정된다. 코스피 시장은 올해 7월 1일 300억원, 내년 1월 1일 500억원으로 기준이 높아지며, 코스닥 시장은 같은 시점에 각각 200억원, 300억원으로 상향된다. 관리종목 지정 후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됐지만, 앞으로는 ‘연속 45거래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이는 단기적인 주가 부양을 통한 상장폐지 회피를 차단하려는 조치다.
또 주가 1000원 미만 종목, ‘동전주’의 상장폐지 요건이 새로 도입된다. 동전주도 30거래일 연속 기준 미달 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특히 규정 개정 과정에서 제기된 우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반복적으로 실시해 기준을 회피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최근 1년 내 주식병합 또는 감자를 실시한 기업은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추가적인 병합·감자가 금지되며, 관리종목 지정 이후에는 10:1을 초과하는 병합·감자도 허용되지 않는다.
완전자본잠식 요건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일 경우에만 형식적 요건으로 상장이 폐지됐지만, 앞으로는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반기 기준의 경우 기업의 계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이는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기업을 조기에 걸러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공시위반에 대한 제재도 한층 강화된다. 최근 1년간 공시벌점 누적 기준이 기존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지며,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단 한 번의 위반만으로도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기존에 누적된 벌점은 3분의 2로 환산해 적용된다. 이는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개정안은 항목별로 시행 시점이 다르다. 시가총액 요건 상향은 올해 7월 1일과 내년 1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적용되며, 동전주 요건과 공시위반 기준 강화는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요건은 올해 내달 1일 이후 반기말이 도래하는 기업부터 적용되어,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부터 실질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측은 “이번 개정이 ‘코리아 프리미엄’을 높이기 위한 자본시장 혁신 과제의 핵심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실기업의 장기 잔존을 방지하고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